국내여행/09 고성·통영

고성 공룡엑스포/통영

코렐리 2009. 4. 13. 16:22

장거리 출장을 갈 일이 생겼다. 그 좋은 평일 놔두고 왜 하필 출장갈 일이 토요일과 일요일에 생겨 속썪이나. 물론 주어진 일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나지만 퇴근 이후의 시간은 말할것도 없고 주말은 더군다나 금쪽같이 생각하는 나에겐 적잖이 짜증 나는 일이었다. 피하지 못할 일이라면 즐기랬다던가, 나는 곧 생각을 고쳐먹었다. 출장지에 고성 공룡엑스포가 있고 몇 년 전 놀러 갔다가 좋은 감흥을 가졌던 통영이 가깝다. 일을 제외한 시간은 그 곳에서 실컷 즐기리라 작심하고 우등버스에 올라탔다.

 

2009. 4. 3(토) ~ 4(일)

아침 8시에 관련 업무를 나와 함께 짊어진 직장 동료 1명과 함께 남부터미널에서 만나 던킨 도넛으로 대충 아침을 때우고 우등버스에 올라 탔다. 일찌감치 없애버린 승용차를 끌고 다닐 일도 없고 렌터카도 싫다. 즐기기 위해선 대중교통이 좋다. KTX 노선이 있으면 좋겠지만 없으니 그냥 고속버스로 갔다. 장장 네시간 반을 고속도로 위에 버렸다. 해외 배낭여행 나가면 예닐곱 시간정도의 육로이동이나 열시간 이상의 비행시간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지만 이상하게도 국내에선 만만치 않은 시간으로 느껴진다. 일일 생활권 내이지만 그 안에서 완전 대각선을 그려서 그런건가... 좌우당간 고성에 도착하자 다시 행사장으로 가는 버스에 올라타 30분 정도를 더 가 공룡엑스포 행사장에 도착했다. 군청 담당자를 통해 출입증을 받아 목에 건 우리는 시간이 남아 조금 둘러보았다.

 

 

들어가자마자 눈에 띠는 살아있는듯 역동적인 모습의 티라노사우르스와

 

뼉다구가 서로 마주보고 싸우기라도 할 태세를 연출해 놓았다.

 

글쎄 이건 브론토사우르스인가 무르겠지만 대개는 실물크기로 제작.설치된 것 같다. 움직이진 않지만 섬세함이 기대 이상이다.

 

상설무대에서 이루어진 무용공연. 사실 이게 나의 업무상 볼일이었다. 확인해 보니 오늘이면 볼일 종료다. 잘됐다. 일보구 놀다 가자.

 

일이 대충 수습되고 나서 점심부터 먹으러 갔다. 식당이 어디야 이거.

 

야 저기다! 신난다.

 

행사장 내부를 돌며 뭘 먹을까 늦은 점심을 고민하던 중 살아있는 화석이라 불리는 철갑상어를 관상용으로 파는 곳이 눈에 띠었다. 멸종 위기에 처한 철갑상어 인공사육에 관심이 있어 한동안 문헌과 인터넷 자료를 엄청 뒤져 보던 기억이 난다. 이제는 양식에 성공했는지 관상용으로까지 팔리고 있으니 그로부터 많은 시간이 흐르긴 했던 모양이다. 이 집은 관상용 판매 외에도 음식점을 겸하는 곳이었다.

 

검증되지 않은 이 곳에서 비싼거 먹어보기도 뭐해서 1만냥짜리 철갑상어정식 함 시켜 봤다.

 

우선 냉동회 약간허구 훈제회 약간을 맛보라고 내온다. 와사비를 발라 간장에 찍어먹어 보고는 나도 모르게 눈이 휘둥그래진다. 씹는 맛이 이렇게 좋을줄은 미처 몰랐다. 상어회를 전에 먹어보구 그냥 그런 맛일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이건 맛과 감촉이 완전히 다르다. 고소한 맛에 꼬들거리는 육질이 일품이다.

 

뒤이어 나오는 철갑상어탕. 뼈로 육수를 냈는지 살은 안보이고 미나리 등의 야채들이 주로 들어 있고 산초를 썼는지 향이 강하다. 혹시 누군가 이 곳에 들른다면 한 번쯤 맛보기를 권한다. 어디엔가 식당은 따로 있고 행사장에 출장나온 모양이다. 어느 식당인지는 나도 모르니묻지 마셈.

 

금강산도 식후경이랬다. 먹고 나니 공룡 전시를 어떻게 해놓았는지 그제서야 궁금증이 일기 시작했다. 이 곳을 한 번 둘러보고 가기로 했다.

 

전시된 것들은 대부분 뼉다귀 화석들.

 

 

 

 

섬세하게 제작된 모형

 

 

생선 화석

 

대충 둘러보고 난 우리는 통영으로 직행했다. 어딜 가나 반드시 들러 보는 시장통 

 

 

시장 상인들이 외지인들에겐 적잖이 바가지를 씌운다는 택시기사 아저씨의 정보에도 불구하고 상인들이 부르는 활어회 값은 엄청나게 쌌다. 인원이 많으면 사다 먹는것도 좋겠지만 단 두사람 먹기엔 아무리 작은 단위를 사도 남아돌 것 같고 숙소도 아직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그러기도 귀찮아 가장 깨끗해 보이는 횟집으로 들어가 이 시기에 가장 맛이 좋다는 도다리회를 주문했다.

 

 

 

  

 

쓰끼다시는 우리말로 뭐라고 해야 하나. 일본어를 쓰고 싶진 않은데. ㅡ,.ㅡ; 어쨋든 이 집 쓰끼다시는 하나같이 젓가락 안가는 것들이다. 나는 쓰끼다시가 반갑지 않다. 맛도 별로 없는걸 회나오기 기다리기 지루해서 주전부리하다 보면 정작 배가 불러 회를 못먹는다. 게다가 회값에 그노무 쓰끼다시 값이 포함되어 있음에랴. 도다리 회와 세꼬시(젠장, 세꼬시는 또 우리말로 뭐냐? ㅡ,.ㅡ;)를 반씩 주문해 보았다. 도다리는 양식이 아직까지는 안되는걸로 알고 있으니 이게 자연산이겠지. 포를 떠낸 회보다는 세꼬시가 씹는 맛에서 특히 고소하고 뼈째씹는 감촉이 아주 좋다. 와사비를 발라 맑은 간장에 찍어먹는 세꼬시 맛도 일품이지만 창가에서 통통선이 정박하고 있는 바닷가를 내다 보는 것도 즐길만 하다. 6만원짜리 도다리 한접시 주문하니 두 사람 먹기 딱 좋다.

 

콘도가 있을 줄 알고 왔지만 이 곳엔 콘도가 없었다. 그나마 통영시 남동쪽으로 내려가면 바닷가 외진 곳에 팬션이 있는 것으로 알고 전화를 해보았다. 방이 없단다. 대안으로 근처 여관들을 알아봤지만 이상하게도 가는 곳마다 방이 없었다. 바닷가 팬션은 고사하고 아무데라도 방만 있으면 감지덕지 해야할 상황이었다. 통영 벗꽃놀이로 숙박업이 대박이란다. 약간 외진 곳에 간신히 방 하나를 잡았다. 밖을 내다 보니 그래도 자그마한 항구가 있어 내려다 보기 나쁘지 않다. 늦은 시간 근처 수퍼마켓을 들러 맥주와 안주거리, 글구 약간의 군것질거리를 샀다. 허락도 없이 정박된 남의 배 위에 퍼질러 앉아 고요한 가운데 멀찍이서 들려오는 파도소리를 머금은 바다를 바라보며 마시는 맥주 맛은 비릿한 바다내음과 함께 기막힌 즐길거리였다.

 

담날 아침식사를 대충 한 뒤 숙소 바로 근처에 붙은 남망산 공원을 들러 보았다.

 

벗꽃은 이제 절정이 되기 직전인 것 같고

 

서울에선 흔히 볼 수 없는 동백도 만개했다. 

 

가늘고 뽀족한 설치물 4개가 한조가 된 작픔이 계속 회전하며 주변 경관을 반영한다. 볼만한 작품이다.

 

가운데 떠있는 섬 이름이 무슨 공주섬이라던가. 항구 안으로 들고나기 위해 배들이 피해서 다녀야 하는 골칫덩이 작은섬에 예쁜 이름이 안어울린다. ㅡ,.ㅡ; 저따만한 유조선이 다닐려면 적잖이 진상이겠다.

 

 

 

공원을 내려오며 부둣가로 다시 내려가면서 보이는 민가가 어촌스럽다.

 

콜타르를 먹인 이런 목조 건물은 어릴적 본 뒤로 얼마만인지. 한동안 추억에 젖어본다.

 

 

이 번엔 역시 바로 근처에 위치한 동피랑 마을을 찾아가 보았다. 초입에 보이는 석축과 담벼락이 기묘하게 예스러운 분위기를 낸다.

  

 

 마을 입구에 이르자 거리가 유난히 깔끔하고 예쁘다.

  

 

집들이 여기저기 형형색색 전위적인 페인트칠과 그림으로 꾸며져 있다.

  

 

나와 함께한 동료는 한국의 산토리니라고 여겨진다고 하는데 그건 좀 심한 극찬이 아닌지. 하지만 마을이 시골스럽지만 독특하고 예쁜 것만은 사실이다.

 

익살스럽게도 콧구멍만한 가게방에 동피랑 파고다 카페라고 간판을 달았다. 가게는 장판이 깔린 운신조차 불편한 작은 공간에 물건들이 깔려있고 작아빠진 이 공간에 손님은 들어갈 수도 없고 거래는 밖에서 이루어진다.

 

주인이 나름 카페라고 주장하는 근거는 바로 옆 벽면에 그림 하나 달랑 그려 놓고 엉성한 테이블 두 개와 의자 몇개 갖다 놓았다. 지붕이 없는 이 카페(?)에는 햇빛을 가리기 위해 비닐하우스에서 사용할 법한 소재의 시꺼만 뭔가를 위로 쳐 놓았다. 우리는 이 카페(?)에서 500원짜리 캔커피를 마셨다. 겨울에는 폐쇄되지 않을까. 모르지 또, 얼어죽을 정도로 춥고 칼바람 부는 날 밖에서 뜨거운 커피를 앞에 놓고 운치있게 앉아 머리를 휘날리며 우아하게 즐기는걸 좋아하는 사람도 있을지.

 

앉아서 난간 아래를 내려다 보니 전망이 나쁘지 않다. 좋다. 카페로 인정!

 

카페를 나와 마을 안쪽으로 더 들어가 보았다. 집집의 담벼락과 벽에 그려진 재미난 그림들이 눈길을 잡는다. 눈과 지느러미가 하트 모양인 괴물 생선이 흘리는 침의 의미는 무엇일까.

 

 

 

여기서 이곳이 뭐하는 곳인지 동료와 실갱이가 벌어졌다. 나는 퍼세식 화장실, 동료는 창고를 각각 주장했다. 문짝에 그려진 캐릭터의 힘줄 때 인상쓰는 듯한 모습에 나는 퍼세실이란 확신을 더욱 가졌다. 확인은 불쾌한 선입감이 없는 사람이 했다. 결과는 내 말이 맞는 것으로 판명났다. 퍼세식 화장실도 이렇게 예쁠 수 있다는 사실이 충격적이다. 세로로 쓰여진 이름은 화장실 주인의 이름인가. 으 곰삭은 냄새...

 

 

 

동피랑 마을에서 세병관이 내려다 보여 걸어서 가봤다. 이 곳이 삼도수군 통제영이었다고 하는데 선조 37년(1604)에 지어졌고 최초의 삼도수군통제사였던 이순신 장군의 근무지는 원래 한산진영이었으며 정유재란 이후로 이 곳으로 옮겼다고 한다. 입장료 200원. 둘이 합쳐 400원.

 

 

 

 

전형적인 한국건축의 아름다움을 담고 있는 세병관의 단청은 많이 지워졌지만 골격의 아름다움은 눈씻고 봐둘만하다. 

 

 

 

 

 

이 곳에서 역시 멀지 않아 걸어서 도착한 충열사. 전국민으로부터 가장 추앙을 받는 이충무공의 영정을 모신 곳이다.

 

담벼락이 상당한 운치를 머금고 있다.

 

 

 

 

 

 

 

 

 

 

이 곳에 당도해 충무공의 영정을 보니 새삼 경건해진다. 아놀드 토인비가 지정한 세계 3대 명장의 한 분인 성웅 이순신. 한산대첩 당시 해전에 적용했던 학익진에 대하여 일본인들보다 한국인들이 더 모른다는 사실이 좀 거시기하지만 사실 나도 모른다. 공부하자. ㅡ,.ㅡ;

 

몇 년전 들렀던 욕지도의 추억이 아득하지만 시간상 그 곳까지 들를 여유는 안된다. 서울로 올라오기 직전에 들른 이 곳 통영의 명물식당 굴 향토집. 이 식당은 몇 년 전 통영국제음악제에 정명훈이 바스티유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왔을 때 단원 전체를 데리고 들러던 곳이다. 게다가 이 곳은 내가 운영자로 활동중인 엘피음악 동호회인 "LP와음악사랑" 회원 중 한명이 운영하는 곳이라 광고도 좀 겸할란다. 오늘로 두 번째 방문. 맛있는 굴요리를 코스로 주문해 정신없이 먹다보니 사진도 안찍고 기냥 먹었다. 통영에 들르거든 꼭 한 번 들려 볼만한 곳이다.

서울로 귀향하며 생각해 보니 출장인지 여행인지 조금 모호하긴 하다만 국내에도 가볼만한 곳이 많음을 다시 한 번 실감한다. 가까우면 기회를 자꾸 미루게 되는 것은 가볼데가 많은 중국이나 일본 도쿄도 마찬가지인듯하다. 이 기회에 국내 여행도 자주 다녀 볼까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