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12. 22(월)
너무 일찍 잤나보다. 새벽 1시에 잠이 깼다. 잠이 오질 않아 뒤척이며 다시잠드는데 애먹었다. 내겐 10시 징크스가 있다. 10시 이전에 자게 되면 아무리 피곤해도 꼭두새벽에 잠이 깬다. 간신히 다시 잠들어 07시에 일어났다. 짐을 싸고 호텔 체크아웃을 하며 짐을 맡긴 뒤 아타튀르크 동상 근처에서
베엔디크 쇼핑센터와 코자테페 자미를 보기 위해 크즈라이로 가는 버스(3.4 리라)를 탔다. 가는 버스는 무지 많다. 203, 261, 263, 284가 크즈라이로 간다. 해가 들지 않고 우중충해 날씨까지 쌀쌀하다.
버스에서 내려 베엔디크 쇼핑센터가 있는 곳을 물었더니 출근중이던 노신사가 같은 길이니 함께 가잔다.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반가와하는 기색이다. 내가 한국에서 하는 일이 무엇인지 터키에는 무슨 일로 왔는지 등을 관심있게 물었다. 거의 다 왔다며 가는 길을 마저 일러준 그는 손을 흔들며 자기 갈길을 재촉했다. 첫눈에 들어온 코자페테 자미
이스탄불에서 본 바 있는 술탄아흐메트 자미나 예니 자미와 같은 형태이지만 건축자재는 콘크리트로 되어 있는 것으로 보이고 건축한지도 그리 오래지 않아 그리 주목할만한 모스크는 아니지만 그래도 전형적인 터키 대사원의 형태를 갖추고 있으니 내겐 그런대로 의미가 있다.
물론 다른 회교국의 모스크 양식도 좋아하지만 나는 터키의 이러한 건축양식의 자미에 상당히 매료되어 있다.
날씨가 적잖이 차서 장갑을 끼고 카메라를 만져야 할 정도였다.
사원 출입구.
입구 천정의 금장식이 섬세하다.
아무도 오지 않는 이 곳에서 중국인 학생으로 보이는 동양인 배낭여행자를 만났다. 예상대로 이스탄불에서 왔다길래 이스탄불로 가는 버스편이 하루 몇 차례나 있는지 물었다. 1시간 단위로 버스가 운행된단다. 그렇다면 암만으로 가는 비행기 시간에 맞추어 가는 것이 용이한 셈이니 신경 덜 써도 되겠다.
아침을 먹으러 가면서 다시 멀찍이서 한 컷.
가장 깨끗하고 조용해 보이는 식당을 골라 자리를 잡았다.
이 집 아침 메뉴를 주문했다. 계란, 바게뜨빵, 튀긴 소시지, 햄, 야채, 빵 2개와 홍차. 아직 쇼핑센터가 문을 열지 않은 시간이니 아침을 먹고 슬슬 움직이면 딱이다. 9시가 조금넘어 밥값(6 리라)을 지불하고 나왔다.
날이 차도 곱창을 채우고 나니 몸에서 열이 남이 느껴져 한결 다니기에 좋아졌다. 주자장 입구로 들어가는 베젠디크 쇼핑센터. 방금 들렀던 사원 바로 옆에 있다.
난 이곳이 여행책자에 나와 있길래 그래도 뭔가 볼거리가 조금은 색다른 곳인 줄 알았다. 가서 보니 뷁!
우리네 이마트같은 배치와 맨날 똑같은 학용품과 가전제품등... 여기 온 시간이 아깝다. ㅡ,.ㅡ; 앙카라에 을매나 볼게 없었으면 이걸 볼거리라고 책자에 소개를 했을까...
더 볼 것도 없이 앙카라 성으로 발길을 돌렸다. 아타튀르크 동상이 있는 곳에서 멀지 않은 곳이니 다시 되돌아갔다. 가다가 발견한 중고 책시장. 이런 곳이 훨씬 재미가 있다. 책이 알지 못하는 터키어로 되어 있지만 간혹 영문 책자도 눈에 띤다.
헌책시장이면서 동시에 공원으로 조성되어 있는 도심공간에 대한 문화적 감각과 재치에 찬사를 보낼만하다.
공원 끝에서 발견한 노동자 조각상. 상식적으로 곡괭이가 찍을 곳에 두기 마련인 노동자의 시선은 우습게도 오른쪽 발끝 바로 앞에 두고 있는데다, 곡괭이를 든 노동자의 상반신은 역동적이지만 하체와는 왠지모르게 엇박자로 느껴지는 설득력 약한 작품이다. 그래도 이게 있으니 그나마 주변이 훨씬 산다. 어딜가나 도심속 조각상들은 흘러내리는 비둘기 배설물에 시달린다. 이 작품도 예외는 아니다. 수많은 용의자들 중 두마리의 비둘기가 곡괭이 위에 뻔뻔하게 졸고 있다. Sculpture 지못미.
아타튀르크 동상의 북쪽으로 방향을 잡으면 앙카라성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터키인들의 패션이 다른 중동국들과 달리 상당히 세련되었음을 보여주는 마네킹의 수트. 울 나라와 비교해도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 근데 바지 끝이 왜그러냐. 안습
이 곳에서 환전을 하고 나서 재래시장을 발견했다.
재래시장 입구
뜻밖의 횡재다. 가는 길에 이런게 있으니 일단 들러볼 일.
내가 가는 곳마다 재래시장을 반드시 들르는 이유는 그 어느 곳보다 활기가 느껴지고 그들 생활의 깊숙한 곳까지 일부나마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괄가게 밀집지역
카메라를 들이대자 포즈를 취하는 생선가게 상인들.
양대가리 구이. 특이한 음식에 눈을 대고 나면 시도해 보길 좋아하는 나. 구워진 주제에 눈은 부릅뜨고 노려본다. 그래도 먹보잡.
야채가게 밀집구역
향신료와 견과류 가게
곡물가게
벌꿀
식료품점의 소시지가 먹음직해 보인다.
거래중인 손님과 상인
카메라를 든 나를 보자 찍으라며 호객장면을 연출해 주는 급친절에 급감촬.
송어를 비롯한 여러 종류 생선의 신선도를 과시하기 위해 아가미를 뒤집어 전시했다. 먹음직해 보인다. 시간과 여건이 된다면 사다 구워보고싶다.
성 입구에 도달.
성안에 공원이 조성되어 있다.
성 안에 성채가 하나 더 있어 그곳을 향해 다시 올라가는 도중에도
공원은 여유롭고 정감있게 꾸몄다. 유적지로서의 매력은 그다지 크지 않아 보인다.
이중 성벽 중 안쪽 성벽. 지대가 외벽보다 높다.
안에 들어가니 서민들의 마을이 형성되어 있었다. 약간은 달동네틱하다. 허락 받고 찍은 사진
세간다에는 해꼬지하는 사람은 없으나 분위기가 좋지 않아 무서웠다고 전한다. 부촌에서만 살아본 모양이군. ㅡ,.ㅡ;
이곳 고지대 내성벽에서 내려다보이는 앙카라시의 전경
이스탄불과 달리 아름다운 도시라고 말하긴 좀 어렵다. 이걸 뻔히 알면서도 온 이유는 따로 있다. 터키에 두 번째 방문이지만 이 나라의 수도는 와보지 않았다. 한 나라의 수도가 그 나라를 대표하는 도시인 만큼 가보지 않고서 그 나라에 가봤다고 말하긴 좀 문제가 있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도 있고 볼거린 없는 곳이지만 궁금했다. 하지만 생각보다 도시 전경은 조금 삭막한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었다.
이 곳이 과거 앙카라성의 관측소 겸 지휘부였던 것 같다. 이 곳에 올라가 보고싶어 이리저리 두리번거렸다. 올라가는 입구는 안보이고 바로 밑에 허름한 민가가 있었다. 불법가옥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나름 안주인으로 보이는 아줌니의 "뉘슈?"(영어였나 아님 지레짐작이었나 생각 안남) 소리에 실례했다고 말하고는 반사적으로 이 곳에에서 튀어 나왔다.
이번엔 올라왔던 방향을 90도 꺾어 다른 길로 내려가기로 했다. 지도상으론 계속 직진하면 아나톨리아 박물관이다.
이 곳을 벗어나 내가 잡은 거리는
의외로 운치가 있었다.
이국적인 집들과 거리 그리고 사람들...
아런걸 보려고 내가 왔는데... 항상 내가 찾는 형태의 서민들의 주거지다.
골동품 가게를 지나 좌회전하니
아나톨리아 박물관이 바로 나와준다.
입구 장식과
박물관의 문양이 멋지다.
안에 들어가면 멍청하게 생긴 독수리가 가장 먼저 맞아준다.
입장료는 15리라. 본관입구. 과거에는 이 박물관이 한 대상인의 저택으로 세워진 곳인데 이후 15세기에 귀금속 시장으로, 다시 박물관으로 개조되었다고 한다. 연대순으로 신석기 시대, 히타이트 시대, 프뤼기아 시대, 우라르트, 그리스.로마시대로 이어진다.
소인듯.
신석기의 원시 벽화
풍성한 여인의 형상인 지모신
히타이트 시대의 유물로 사용처가 불분명한 스탠드
전사상
앗시리아 시대의 토기들. 모양새가 다채롭고 섬세한 편이다.
히타이트 시대의 철기 유물
히타이트 시대의 스핑크스
발굴 당시의 사진
박물관에 견학온 꾸러기들. 이들 역시 카메라를 들이대면 손을 흔들어 화답하곤 한다.
박물관에서 나온 나는 곧바로 식당으로 가 짐을 찾고 밥을 먹었다.
눈으로 봐서 사람이 많은 다른 식당을 선택해 보았고 지난번 터키 방문때 먹어보지 못한 피데를 이 날 점심으로 먹었다. 종류가 몇가지 되길래 종업원에게 추천을 부탁했다. 주문한 것은 Kasari Pide 와 딸려나온 샐러드. 계란을 주재로로 만든 것으로 보이는 이 피데는 평범한 맛이다.(피데 6.5리라+코크 2리라+약간의 팁)
식당 옆자리에 앉아서 식사를 하던 로크만 박사가 아타튀르크의 묘를 가는 길을 일러준다며 친절하게 안내해준다. 가는 버스는 265. 그런데 버스가 안와도 넘 안온다. 결국 택시(7.1리라)를 탔다. 괜스리 시간만 낭비했다. 진작 탈걸.
결국 아타튀르크 묘에 도착한 시간은 이 곳을 떠나야 할 시간이다 13시 30분경이었나보다... 오후 3시차를 타야만 비행기 이륙 3시간 30분전에 에센레르 오토갈에 도착한다. 게다가 이 곳 입구에 도착해서 보니 30분정도는 걸어서 들어가야 한다. 마지막 코스로 잡은 아타튀르크 묘는 포기하고 지하철로 오토갈로 향했다.
앙카라로부터 이스탄불로 가는동안 바깥을 내다 보면 드문드문 보이는 백가구 안팎의 작은 촌락의 한귀퉁이 또는 중앙에 회교사원이 반드시 한 채가 있다. 가구 수가 많은 촌락은 좀 더 사원 규모가 크고 가구 수가 적은 촌락은 좀 더 작다. 헌데 사원의 규모에 따라 미나레(탑) 수가 달라진다는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했다. 촌락들은 보기에 평화롭기 그지없다. 터키라는 국가의 광활한 땅에 대도시를 제외한 대부분이 이렇게 생겼을거라는 지레짐작을 함 해본다. 가다 들른 휴게소.
터미널에 도착한 나는 이 곳이 내가 이스탄불을 떠났던 에센레르 오토갈이 아님에 적이 당황했다. 그렇다고 3년전 카파도키아로 가기 위해 버스를 탔던 하렘 가라즈도 아니다. 이 곳이 터미널인건 확실한 것 같은데 주변엔 아무것도 없다. 단지 멀리 불빛이 보였다. 그게 이스탄불 시내의 불빛인줄 알았다. 알고 보니 이 곳이 이스탄불행 버스를 탄 것은 맞지만 이 곳이 이스탄불 시내가 아닌 것만은 확실한 것 같았다. 여기에서 아타튀르크 공항으로 가려면 어찌 가야 하는지 사람들에게 물어봤지만 이 곳에선 이상하리만치 영어를 아는 사람이 없거나 알아 들어도 설명을 못했다. 버스 정거장이나 택시 승강장도 안보였다. 터미널 건물내 내가 버스를 탔던 '메트로사' 직원에게 물어보니 뭔가 설명을 하려고는 하는데 영어가 딸리는지 자신도 답답해한다. 에구 복장터져.... 조금 지나니 자기네 회사 버스 한 대를 가리키며 타란다. 그러더니 버스 차장과 안전기사에게 뭐라고 뭐라고 이야기를 나누더니 되었다는 시늉을 한다. 알고 보니 이 곳은 우리나라로 치면 서울 가까이 있는 죽전정도 되는 모양이었다. 이 버스가 에센레르 오토갈로 간다는 것이었다. 한국에서도 지방에서 서울로 오는 고속버스를 타려면 강남 터미널로 가는 버스가 있고 동서울 터미널로 가는 버스가 있듯이 이게 그런 모양이다. 이런 젠장. 그럼 표팔면서 물어봐야 될거 아냐... 씨.
어쨋든 앙카라에서 여유있게 출발한 관계로 약 3-40분가량 더 가야 했지만 암만행 비행기를 타는데는 여유가 있게 공항에 도착했다.
두 번째 방문한 터키였지만 이 곳 터키는 가는 도시마다 분위기나 문화가 상당히 많이 다름을 알 수 있다. 내가 회교권에서 가장 관심을 갖는 것 중 하나는 바로 모스크와 회교문화다. 특히 곡선을 강조하는 터키의 웅장한 모스크(술탄아흐메트 자미나 예니 자미 같은...)들은 다른 어느 회교국에서도 볼 수 없는 독특한 양식의 건축이지만(카이로에서 어중띠게 술탄아흐메트 자미를 흉내낸 모스크를 제외한다면...) 이는 그 어느 회교사원과도 비교하기 어려울만큼 아름답고 독보적이다. 찬란한 동서양의 조화된 유적과 유물을 보유한 이스탄불, 어디서도 볼 수 없는 독특한 풍화를 겪은 자연환경과 혈거 문화를 아직까지도 고수하고 있는 신비의 땅 카파도키아, 자연과 완벽하게 조화된 고풍스런 마을의 모습을 아직까지도 간직하고 소중한 유산으로 이어갈 샤프란볼루, 수도 치고는 규모도 작고 화려하진 않지만 터키의 중심인 앙카라. 이 들 도시에서의 느낌들은 같은 나라 안이면서도 조금도 같지 않다. 놀라운 일이다. 이 곳 터키는 아무래도 들를 기회가 더 있을 것 같다. 가급적 많은 도시를 더 들러볼 생각이다. 신비의 땅 터키여 나는 요르단으로 넘어 간다. Adi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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