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낭여행/07-08 이집트

이집트여행9(기자/샤카라/카이로→바하레이아)

코렐리 2008. 2. 15. 17:47

2008년 1월 6일(일)

이 번 여행의 가장 핵심이되는 피라미드를 보기 위해 여행중에도 어지간히도 별렀다. 이 날이 바로 그날이다. 인도까지 가서 타즈마할을 못봤다고 하면 안간거나 다름 없듯이 피라미드도 안보고 가면 이집트여행은 안한거나 다름없지 않은가. 피라미드 관광도 여러군데를 들러야 하는 관계로 투어를 운영하고 있지만 투어는 별로 하고싶지 않았다. 데리고 다니며 떨궈놓는 여행이야말로 정말 따분하다. 교통편이 없거나 아주 드물지 않는 한 현지인들과 섞여 짤짤거리고 싸돌아 다녀야 직성이 풀리는 나로선 직광(이런말 없지 아마?)을 해야 만족감을 느낀다. 기자지구에 있는 3개 피라미드 외에도 샤카라와 멤피스 등 남부 지역의 피라미드와 유적도 봐야 하니 하루동안 둘러 보려면 조금이라도 서둘러야 했다. 하루동안에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이 날에야 알았다. 하루가 더 주어진다면 남부의 피라미드군까지 모두 보고싶지만 그렇다고 사막투어를 포기할 순 없었다. 어쨋든 서둘러 아침식사를 마치고 사다트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기자역에서 내렸다. 일단 기자역에서 내리면 그리 멀지 않을 줄 알았다.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버스를 타고 더 가야 한단다. 기자시도 작은 도시가 아니었다. 기자의 피라미드군까지는 버스타고 25분을 가야 했다.

 

버스에서 내리니 피라미드부터 보였다. 바깥에서만 보아도 무척 감동적이다. 쿠푸왕의 피라미드(왼쪽)와 카프라왕의 피라미드(오른쪽)가 바로 보인다. 아래 사진의 위치에서 10분 정도를 걸어

 

매표소로 가면서 점점 크게 보이는 피라미드를 보면서 상당한 감동이 느껴진다. 내 눈앞에 펼쳐진 모습이 믿기지 않는다. 내 눈으로 실제 보게 될 줄이야...

 

입장료는 40파운드로 매우 저렴하지만 이건 그냥 바깥에서 피라미드를 볼 때 뿐이고

 

피라미드의 내부까지 들어가려면 쿠푸왕의 피라미드 한군데만 100파운드(17,500원)이나 된다. 사실 뻔할 뻔자다. 들어가 봐야 돌 사이 통로와 공간 하나 뿐이다. 뻔히 알지만 안 들어가 볼 수도 없다. 그걸 노렸는지 입장료도 무척 비싸다. 우리는 가장 큰 쿠푸왕의 피라미드만 내부를 들여다 보고 나머진 바깥에서만 감상하기로 했다.

 

쿠푸왕의 피라미드 앞에서 한 컷.

 

여기가 들어가는 입구. 이 구멍은 피라미드 내부의 통로로 연결되고 계단도 설치되어 있지 않은 급경사의 통로를 올라가면 떨렁 방 하나가 나온다. 물론 그 안엔 아무것도 없다. 아래사진의 입구에서 카메라는 모두 맡기고 들어가야 한다. 아무것도 있지 않은 피라미드 내부에서 사진촬영이 왜 금지되어 있는지 도대체 이해가 안간다. 사방천지에 벽화나 부조같은건 전혀 없고 밋밋한 돌텡이 천지인데 뭐가 상한다고 카메라 플래시를 두려워 하는지. 이건 오버라고 생각된다. 이 구멍은 도굴꾼의 피라미드를 도굴하기 위해 이 굴을 파낸 도굴꾼의 이름을 따서 알마문의 굴이라고 일컬어진다고 한다.

 

쿠푸왕은 이집트 고왕국 제 4왕조의 2대 왕으로 재위기간은 BC2589~BC2566 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피라미드의 규모는 높이 146.5m, 밑변 230m 로 건설되었으나 꼭데기 부분이 무너져 현재는 높이가 137.2미터로 이집트에서도 가장 큰 피라미드를 남기고 있다. 위 사진들과 아래의 사진은 바로 쿠푸왕의 피라미드다. 헤로도토스에 따르면 2만명의 노동자가 3개월 교대로 20년 넘게 건설되었다고 하면 페트리는 2.5톤의 돌을 230만개가 사용되어 된 것으로 계산했다고 한다. 단층으로는 210단으로 만들진 것이 현재는 203단만 남아있다. 쿠푸왕의 피라미드는 밑변 각각의 끝이 정확하게 동서남북을 가리키고 있으며 오차는 매우 미미하다고 한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기에 피라미드 건설에 투입된 노동자들은 강제로 동원된 노예들이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내가 본 한 다큐멘터리에서는 발견된 유물중에는 '피라미드 건설사업으로 인해 일자리가 주어져서 파라오께 감사하다'는 낙서가 있었다고 한다. 이 것은 국가적인 공공사업이라는 반증이며 노동력이 노예들이었다는 설을 뒤집는 일이라고도 말했다. 그렇다고 과연 그렇게 단정 지을 수 있을까. 공사현장 한 구역의 노예들을 총괄하는 관리자가 한 낙서라면?

 

쿠푸왕의 피라미드를 보고 나서 오른쪽으로 돌아들면 허연 고깔모자를 쓴 카프라 왕의 피라미드가 보인다.

 

카프라왕의 피라미드를 배경으로 한 컷.

 

카프라왕의 피라미드는 높이가 143미터라고 한다. 사실 카프라 왕의 피라미드는 쿠푸왕의 피라미드보다 엄청 작은줄 알았다. 실제로 규모는 쿠푸왕의 것과 비교해 약간 작다고는 하는데 꼭데기가 아직까지도 온전해 143미터에 이른다고 하니 3대 피라미드 중 가장 큰 높은 셈이다.

 

경찰과 그 교통수단인 낙타

 

쿠푸왕의 피라미드를 배경으로 한 컷.

 

카프라왕의 피라미드 꼭데기의 고깔모자같은 꼭데기 부분은 피라미드의 원래 모습의 일부분이고 필요한 석재를 충당하기 위해 뜯어간 탓에 아랫도리는 홀랑 벗겨진 상태란다. 문화재 보호니 저쩌니하는 개념이 없던 시대의 만행이었지 않았을까싶다. 희안한건 밑에서부터 벗겨내 윗부분을 남겨두었는데도 어떻게 지지되길래 무너져 내리지 않는지 희안할 따름이다.

 

이 곳에서는 피라미드 관람 중 식당을 만날 수 없는 관계로 과일과 빵, 물을 준비해 가서 맨카우라 왕의 피라미드에서 먹었다. 소풍 온 기분이다. 점심을 해결하고 나서 우리는 기자의 3대 피라미드 중 가장 작은 맨카우라왕의 피라미드를 보고 바로 뒤에 있는 여왕의 작은 피라미드로 올라갔다. 3개의 피라미드를 동시에 볼 수 있는 곳으로 가기 위해서는 위해 대부분 쿠푸왕의 피라미드 앞에서 자신들이 타고 온 관광버스나 택시 등을 이용해 한참을 이동해야 한다. 그러나 뜀도령이 정보력을 동원해 찾아낸 곳이 있는데 바로 아래 사진의 피라미드에 올라가면 3개의 피라미드를 동시에 볼 수 있다. 두 명의 관광객과 한 이집션 가이드가 벌써 사진을 찍고 내려온다. 이 곳은 사람들이 몰라서 그런자 찾아 오는 사람이 없다.

 

아래 사진은 그 곳 중턱에서 3대 피라미드를 향해 찍은 사진. 보이는 형태는 이 곳이 차량을 이동해 가서 흔히들 보는 형태(전에 사진으로 본 적이 있음)보다는 훨씬 감각적이었다. 아래 사진 왼쪽부터 맨카우라, 카프라, 쿠푸.

 

위 사진을 찍기 위해 올라 가자 아래 사진의 두 사람이 올라가면 안된다는 말인지 뭔지 뭐라고 떠들어대기 시작했다. 그들과의 거리는 좀 떨어져 있어 실갱이할 것도 없이 싹 무시하고 올라갔다. 이집션 가이드와 관광객이 올라갔다 내려올 때까지 아무 말도 않던 그들이 우리가 올라가니 지랄 난리가 났다. 우리는 그 곳에서 사진을 몇 장씩 찍었다. 그들이 쫓아와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 때는 이미 우리가 볼 일을 다 본 뒤였다. 방금의 그들은 박시시를 주었고 우리는 안주었으니 올라가면 안된다는 것 같다. 그냥 무시하면 될 일이지 굳이 싸울 필요도 없었다. 

 

이 번에는 스핑크스를 보러 갈 차례다. 사실 피라미드와 피라미드 사이는 뻔히 보이고 몇 분이면 걸어서 도달하지만 스핑크스는 울퉁불퉁한 지형속에 파묻혀 있어 어디에 있는지 사람들한테 물어서 가야 했다.

 

우리는 스핑크스가 있다는 방향으로 걸었다. 결코 만만치 않은 거리였다. 스핑크스를 향해 도보이동을 시작하면서 뜀도령이 찍어준 사진)

 

 

 

스핑크스의 뒷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사진제공 : 뜀도령)

 

아래 사진도 뜀도령 제공. 아주 멋지게 찍은 사진이넹.

 

피라미드의 옆모습.

 

사진에서 볼 때는 보통 스핑크스가 카프라의 피라미드를 배경으로 있는 사진들만 봐와서 엄청 가깝게 붙어 있는 줄 알았다. 거리는 상당히 떨어져 있었다. 스핑크스의 뒤쪽 왼편이 맨카우라이고 오른쪽이 카프라이다. 쿠푸는 그 오른쪽에 있어 사진에선 잘렸다. 3대 피라미드를 다 보고 스핑크스를 볼 때 쯤이면 다리가 상당히 아파온다.

 

스핑크스와 카프라를 배경으로 한 컷.

 

그동안 흔히 보았던 사진들이 아래의 사진처럼 찍은 것들인 것 같다.

 

스핑크스의 몸통은 어지간히도 큰데 머리가 매우 작다. 모진 세월 풍파에 이렇게까지 온전하게 남아 있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스핑크스와 오이디푸스에 얽힌 그리스 신화는 모두가 알고 있으니 넘어가자. 스핑크스의 코가 깨진 것은 나폴레옹이 대포의 사격 목표로 지시한 것이 명중해서 그렇게 되었다는 설도 있지만 확실치는 않은 모양이다. 월트디즈니에 의하면 최초 건설 당시 석공이 코끝에 매달려 정과 망치로 다듬던 중 공주와 함께 양탄자를 타고 날아 바로 옆을 지나가던 알라딘의 모습에 한 눈을 팔다가 실수로 콧등을 깨서 떨어뜨린 것이라는 주장을 폈었다(디즈니의 애니매이션 알라딘을 안 본 사람은 무슨 소린지 모르시지? ㅋ). 두 가지 설 중 내 생각엔 후자가 더 설득력이 있는 것 같다. ^.^;

 

3대 피라미드와 스핑크스를 다 보고 나서 화장실을 가려니 이 곳은 아예 책상까지 놓고 경찰까지 끼고 유료화장실인 것처럼 돈을 받고 있었다. 이 만행을 고발하기 위해 한 컷 담았다. 차라리 볼 일 안보고 만다. 우리는 이 유적지를 나가서 해결했다. 

 

아래의 동영상은 뜀도령의 블로그에서 퍼왔다.

 

 

스핑크스 바로 전방에는 후문이 있었다. 버스를 타기엔 정문이 좋았지만 정문으로 다시 가기엔 거리가 상당히 멀었고 후문으로 걸어서 나가 새로운 길을 가보고 싶기도 했었다. 우리는 피라미드의 초기 형태인 계단식으로 지어진 샤카라 피라미드를 보러 가기 위해 교통편을 물어보았다. 이 곳에선 교통편이 없어 우리가 처음 버스에서 내렸던 그 대로가 나올 때까지 아이스크림을 사먹어 가며 쉬엄쉬엄 걸어서 갔다.

 

대로 방향으로 가는 버스가 뭔가 있긴 있는 모양이다. 그래도 역시 걷는 재미에 기냥 걸었다.

 

 

대로변에서 버스를 타고 그리 멀지 않은 마리오테야에서 내려 샤카라행 미니버스로 갈아탔다. 이 버스로 갈 수 있는 곳 샤카라의 근방 어느 한 지점까지는 30분 이상이 소요되었다.

 

아래 사진에 보이는 곳이 반환점이거나 근처에 종점이 있는지 승객 모두가 버스에서 내렸다. 나와 동승했던 한 이집션은 이 곳에서 내리라고 말해 주고는 버스 기사와 뭐라고 이야기를 나누더니 우리가 원하면 이 버스로 샤카라피라미드매표소까지 데려다 주겠다고 한다. 정규노선의 버스가 노선으로부터 이탈해서 불법 영업을 하겠다는 속셈이었다. 나는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그리고는 버스를 갈아타려고 현지인들에게 샤카라 피라미드를 찾아 가는 법을 물어보려 했지만 이 시골 깊숙한 곳에 영어를 하는 사람은 없었고 이들은 피라미드라는 단어가 없는지 알아듣지 못하는 것 같았다. 우리에게 내릴 곳을 알려 주었던 이집션 동승자는 우리 곁에서 떠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 자기가 안내하겠단다. 그는 이쪽 방향으로 가면 된다며 우리를 끌고 가려고 했다. "방향을 알았으니 되었다. 우리는 당신의 도움이 필요 없으니 그만 당신 갈길이나 가달라"고 했다. 그래도 도대체 우리한테서 뭘 주워먹으려는지 떨어질 생각을 안했다. 경찰이 가까이 있어 그들에게 다시 물으니 방향을 알려 주는데 우릴 따라다니던 그 이집션이 말해 준 방향하고는 전혀 달랐다. 알고 보니 우리가 왔던 길을 기준으로 진행방향 사거리에서 우회전하면 샤카라이고 좌회전하면 멤피스행이라고 한다. 그런데 그 이집션이 얘기해 준 방향은 직진방향이었다. 뻔한 수작이다. 그래서 방향을 바꾸어 버스 승차장으로 가는데 이 인간은 우리에게 사기치려고 했던게 들통났음에도 불구하고 죽을때까지 쫓아다녔다. 드물게 못생긴 데다 씹는 담배를 어지간히 많이 씹어댔는지 이빨은 싯누렇고 아주 지저분한 인상의 소유자였다. "우린 당신의 도움이 필요 없을 뿐 아니라 난 당신이 싫으니 제발 여기서 떠나 달라"고 하며 몸을 밀어 쫓으니 그제서야 제 갈 길로 갔다.(사진제공 : 뜀도령)

 

버스의 진행방향의 우회전길에서 갈아타고 얼마 가지 않아 내리란다. 아래의 장소에서 내렸다.(사진제공 : 뜀도령) 우리는 이 곳에서 인도에서 탔던 툭툭이같은 교통수단(오토바이를 개조해 2-4인승으로 개조하고 천으로 지붕을 씌운 탈것)이 몇 대 눈에 띠길래 이걸 수배하려고 했지만 그들은 우리에게 바가지를 씌우려고 했다. 할 수 없이 버스를 기다렸다. 나중에 알았지만 여기서 협상을 잘 해서 크게 바가지를 씌우지만 않는다면 피라미드 유적 내부까지 돌고 나오는 것을 수배하는 것이 최선이었다. 하지만 그 곳에서 조금만 가면 될테고 당시 시간이 대낮이니 문닫는 문제때문에 못 볼 가능성은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그것은 잘못된 판단이었다. 조금 기다리니 버스가 또 왔다.

 

역시 얼마 안가서 또 내리라고 한다. 거기서부턴 걸어가야 한다는거였다. 거기서 30분 정도는 걸어서 들어가야 하며 교통편은 없다고 했다. 이 곳은 개별 여행자가 거의 오는 일이 없는 탓이었다. 이 길은 관광버스 외에는 다니는 차가 거의 없었다. 우리는 할 수 없이 쭐레쭐레 걸어서 들어갔다. 입구까지 도착할 때 까지 길 좌우변에는 야자수가 빼곡히 늘어서 있고 드문드문 농가가 있어 무척 목가적이고 평화로워 보여 한적한 거닐음의 여유를 즐길수 있었지만 한 편으론 혹시나 일찌감치 문을 닫지는 않으려나 하는 불안감에 조급함이 느껴졌다. 입구에 도착해서 매표소 쪽으로 걸어들어 가는데 멀찍이 모래언덕 너머 샤카라 피라미드가 보인다.

 

매표소도 정문으로부터 걸어서 10분 가까이 소요될 거리에 있었고 매표소로부터 피라미드를 향해 길게 우회하는 도로를 보니 심란한 생각이 들었다. 이 곳에서 피라미드까지는 걸어서 30분정도는 족히 될 거리로 보인다. 한 경찰이 우리에게 "표 샀느냐"고 묻는다. "사러 가는 중"이라고 했더니 표를 사느라고 대기중인 관광버스 몇 대를 돌아다니며 총을 맨체 우리를 태우고 가라고 꼬시고 다녔다. 완전 시키지도 않은 오버친절이다. 그는 우리에게 그런 친절을 베풀어 박시시를 받아내려는 속셈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우리도 바보가 아닌 이상 남의 관광버스에 염치없이 빈대붙어 눈치보며 관광할 생각은 눈꼽만치도 없었다. 우리는 또 "당신 도움은 필요 없다"고 말하고 표를 사러 갔다. 그 때 시간이 15:00였다. 문제는 16:00면 모든 관람이 종료되므로 15:30분까지 보고 나와야 한단다. 결론은 30분 내로 보고 나와야 하는데 표를 사서 걸어 들어가는데만 30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데 피라미드 앞에 도달하자마자 나와야 한다는 결론이었다. 당초 버스에서 내렸을 때 택시를 잡든지 아님 인도에서 본 툭툭이 같이 생긴 교통편으로 아예 수배를 했으면 충분히 보고도 남았다. 여기까지 와서 멀찍이 모래언덕 너머로만 보고 가는건 섭섭하긴 했지만 여기까지 찾아 오면서 시골풍경과 서민들의 삶의 모습을 보며 다닌 것은 피라미드를 보는 것 이상으로 즐거운 체험이었다. 우리는 그냥 가기 섭섭해서 근처의 야외카페를 찾았다. 이 곳은 단체여행객들을 상대하는 업소인지 꽤 넓은 공간을 갖고 있었지만 손님은 우리 외에는 거의 없었다. 우리는 여기서 홍차와 주스를 마시면서 여기까지 오느라고 지친 몸을 달랬다.

 

충분한 휴식 후 우리는 호텔로 돌아가기 위해 다시 길을 나섰다. 가다가 멀찍이서 농가에 카메라를 댔더니 무척 싫어한다. 사과의 의미로 손을 흔들었지만 쳐다도 안본다. 사진은 지우지 않고 바로 밑에 지금 올렸다.

 

양떼를 능숙하게 몰고 가는 소년이 있어 사진을 찍었는데 박시시를 요구할 것 같아 재빨리 찍고 시치미를 뗐다. 그래서 그런가 사진이 흔들렸다. 지나 가며 소년에게 한국말로 장난삼아 물어 보았다. "아직도 늑대가 나타났다고 거짓말 하고 다니냐?" 소년은 양떼를 몰고 제갈길을 가면서도 별 이상한 놈 다보겠다는 듯 나와 교차해 지나가며 고개를 돌려 멀끄러미 쳐다본다. 흐흐 나도 참 실없다.

 

이제 거의 대로로 나왔다. 오늘의 일정 중 가장 중요한(사실은 이집트여행 전체를 통틀어 가장 중요한) 기자의 3대 피라미드와 스핑크스는 충분히 감상할 만큼 감상했고 샤카라와 멤피스는 꼭 들러 보겠다고 나왔다. 샤카라피라미드는 모래언덕 너머서나마 봤으니 절반이 안되는 성공이었고 멤피스는 아예 가보지도 못했으니 실패다. 그러나 오늘 일정은 찾아가는 과정들과 호텔로 돌아가는 여유로운 거닐음이 너무나도 느낌이 좋았다. 샤카라 피라미드 매표소 바로 근처 카페로부터 나와 걸어서 버스를 탈 수 있는 대로로 다시 나왔다. 들어갈 때는 적잖이 우회를 해서 들어갔었지만 나올 때는 직진으로 계속 걸어 나온 관계로 우리가 처음 버스에서 내렸던 그 곳하고는 거리가 좀 있는 곳이었다. 그 곳에도 일단의 경찰이 있었다. 한 젊은 경찰이 우리에게 도움이 필요하냐고 물었다. 우리는 이미 갈길과 교통편을 알고 있다고 대답하고는 고맙단 말을 한 뒤 길을 건너려 했다. 그도 오버친절을 보이기 시작했다. 자기를 따라 오란다. 나는 그럴 필요 없다고 했더니 자기가 앞서 길을 건넜다. 여기서 버스를 타란다. 고맙다고 했더니 어디서 왔느냐는둥, 구경 잘 했느냐는 둥 미심쩍은 오버친절이 계속되었다. 나는 가급적 그를 외면하려고 했다. 뭔가 냄새가 나기 때문이었다. 그는 내게 "버스 요금이 얼마인지 아는가"를 물었다. 안다고 했더니 1인당 2파운드라고 했다. 1파운드인거 이미 알고 있다고 했더니 그가 2파운드라고  우긴다. 그제서야 그가 노리는게 무엇인지를 알수 있었다. 조금 있자니 미니 버스가 한 대 왔다. 뭐라고 써있는것 전혀 없어 그러잖아도 기사에게 마리오테야로 가는지 물어보려 했다. 버스가 서기도 전에 경찰은 이 버스를 타라고 내게 말한다. 우리가 버스를 타자 경찰은 운전기사에게 아랍어로 뭐라고 뭐라고 수작을 걸었다. 운전 기사는 얘기를 다 듣고는 경찰에게 2파운드를 내줬다. 웃음이 나왔다. 안봐도 비디오다. "야! 지금 막 버스에 올라탄 어리버리한 동양인들한테 버스비가 1인당 2파운드라고 사기를 쳐 놨거던. 쟤네들한테서 부수입 5파운드를 올릴 수 있도록 조치해 놓았으니 나한텐 2파운드만 내 놔라." 했을테지. 마리오테야에 도착한 우리 일행이 버스에서 모두 내리고 난 뒤 나도 내리면서 운전기사에게 5파운드를 주었더니 짐작했던대로 5파운드를 더내라고 했다. 나는 별 이상한 사람 다보겠다는듯 손가락질 하며 버스 문을 확 닫았다. 그는 우리에게 뭐라고 하며 우릴 붙잡으려고 했다. 우린 버스 진행방향하고는 반대되는 방향으로 걸었다. 혼잡한 거리에서 차를 끌고 우릴 따라 올수 도 없는데다 반대 방향으로 안면 몰수하고 걸으니 제가 어쩌랴. 아래 사진은 내리기 전에 찍은 고발용 사진. 개넘식!

 

마리오테야에서 다시 버스를 타고 기자역으로 간 우리는 다시 지하철을 타고 사다트역에서 내려 밥을 먹기 위해 역에서 그리 멀지 않은 Felfela라는 레스토랑을 찾아 갔다. 펠펠라 레스토랑은 패스트푸드점과 레스토랑 두 개가 바로 옆에 붙어 있는데 우리가 들어간 곳은 레스토랑이었다. 입구에 설치된 인형.

 

들어가서 자리를 잡고 앉았다. 사진에 잡힌 노인은 이 레스토랑의 지배인인 것 같은데 그는 매너 좋은 신사였다. 리처드 기어와 줄리아 로버츠가 주연했던 영화 "귀여운여인"에 나오는 호텔지배인을 연상시키는 매너와 몸가짐을 가진 멋진 사람이었다.

 

음식을 주문한 뒤 기다리며 한 컷. 이 곳에서는 다섯 사람이 세가지의 요리와 쌀밥을 주문하고 맥주같은 음료를 시키면 딱 좋았다. 아니 다른 곳도 대부분 1인분의 양이 많아 그렇게 주문하면 딱 좋다.

 

비둘기를 기르는 큰 새장도 아주 멋지다. 이 곳은 럭셔리해 보이고 운치도 있고 음식 맛도 최고지만 음식값은 매우 저렴해서 내가 이집트에서 가 본 음식점 중 최고였다. 누가 이집트에 가더라도 꼭 추천하고 싶다. 싫음 말구.

 

이집션 샐러드. 졸라 맛있다.

 

기본으로 나오는 빵. 엄청 맛있다.

 

주로 고기 종류의 요리를 주문했는데

 

이름이 뭔지 모르겠다.

 

아래 사진은 비둘기 요리. 맛이 아주 좋다. 여기에 쌀밥을 추가로 주문해서 먹었다. 약간의 아쉬움도 남지만 만족스러운 하루 일정에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에서의 여유로운 한때를 즐기자면 행복감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밤이 되어 우리는 호텔 가까운 곳 한 아라빅 카페에서 홍차를 마셨다. 그리 분위기 있는 집도 아니지만 그 곳에는 늦은 시간이 되면 지나다니는 차량도 없어 도시속의 호젓안 느낌을 가질 수 있는 그런 곳이었다. 그 곳의 사진을 찍어 두지 않은 것이 후회가 된다. 나는 그 곳에서 물담배를 피워보았다. 담뱃대 맨 아랫쪽 유리병 부분은 물로 채워져 있고 멘위 도자기 부분에는 담배를 놓고 그 위에 자가마한 숯더이 몇 개를 얹어 준다. 이 것은 폐부 깊숙히 빨아야만 연기를 흡입할 수 있었다. 일반 담배보다 건강에는 비교도 안되게 나쁠 것 같았다. 담배를 끊은지 6년이 다 되어 가는 나는 체험 삼아 그냥 입담배만 빨아보려고 했다. 연기가 나올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 옆 테이블에서 물담배를 맛있게 피우던 한 이집션이 내가 헤매는 모습이 답답해 보였던지 나한테서 물담뱃대를 받아 쭉쭉 빨아서 연기가 나오기 시작하자 내게 주었다. ㅡ,.ㅡ; 나는 담뱃대를 받아 고맙다고 한뒤 그가 안볼때 슬쩍 훔쳐 닦은 뒤 빨아보았다. 워낙 간만에 담배를 피운데다 폐부 깊숙히 빨으니 순간 어지럽고 수다스럽게 기침이 나왔다. 늦은 밤이 되어서야 우리는 호텔로 돌아가 잠자리에 들었다. 아래의 동영상은 뜀도령이 찍어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것을 퍼 온 것이다.

 

2008년 1월 7일(월)

아침 여덟시차를 타고 바하레이아 사막으로 가야 하는 관계로 나는 아침부터 서둘러 일행을 깨우고 아침식사를 서둘렀다. 일행중 한 사람이 지나치게 여유를 즐겨 나를 초조하게 만들었다. 당장 나가야 하는데 커피까지 마시는 여유를 보이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들지만 그렇다고 고집을 하는 사람에게 거기서 뭐라고 할 수도 없고... 힘들었다. 나는 그 시간을 이용해 먼저 나가서 사무실에 전화해 급한 업무가 남은 게 없는지 확인하고 뒤이어 나오는 일행들과 택시를 타고 터미널로 갔다. 터미널 건물은 새로 지은 것인지 아주 깨끗하다.(사진제공 : 뜀도령)

 

터미널도 검색 후에 들어갈 수 있었다. 우리 바로 앞에 한국인 대학생 두 명이 표를 구입하고 있었다. 표를 다섯개 달라고 했더니 끝난 것 같다며 잠시 기다리라고 한다. 전화로 확인하고 좌석을 정리하더니 3개의 좌석이 남았으니 두 명 입석으로 가려면 표를 구입하라는 것이다.(사진제공 : 뜀도령)

 

이게 세 명 짜리 표다. 졸라 구리다.(사진제공 : 뜀도령)

 

 

입석은 버스 안에서 표를 사란다. 뜀도령과 나는 장장 다섯시간을 서서 가야 했다. ㅜㅜ

 

반 정도 갔다고 생각되는 지점 사막 한가운데 휴게소가 있었다. 음료수와 과자를 파는데 건물은 완전히 삭았다.

 

이게 휴게소 내부다. 뜀도령 말을 빌리자면 '완전 대박이로세'란다. 뭐가 대박인지 모르겠지만....(사진제공 : 뜀도령)

 

이 버스가 바로 우리가 탔던 그 버스다. 외관은 그런대로 괜찮은데 안은 좀 구리다.

 

창밖으로 보이는 사막 한가운데의 풍경

 

도착하니 예약된 사막투어 전문 여행사에서 마중을 나왔다.

 

이 곳이 여행사를 운영하는 부부의 아라비아식 가옥 내부이다. 우리는 이 곳에서 주인이 차려 주는 베두인족의 식사를 하고 사막을 향해 떠났다. 이 여행사의 사장은 전영선씨라는 한국의 젊은 여인이었다. 대학생들 사이에선 여행 프로그램 내용과 제공되는 식사가 좋다고 소문난 집이었다. 남편은 베두인족이고 결혼해서 젖먹이 아기 하나를 두고 있었다. 이 집은 그야 말로 복덩어리가 들어온 셈이다. 우리 말고도 두 팀이나 더 있었다. 찝차 한대당 100불의 요금을 받고 인원수 초과하면 더 받는다. 이 날 하루의 여행사 수입은 담날 점심식사까지 포함해 500불정도이니 한국의 기준으로도 적지 않은 수입이다.

 

이 집에서 늦은 점심식사(투어경비에 포함되어 있었다) 후 세 팀이 움직이는 관계로 찝차 석대가 함께 출발했다. 아래의 사진은 그 곳에서 제공된 베두인족의 5인분 식사. 오이와 토마토, 참치. 감자, 가지, 치즈를 모래빵(모래를 뭉쳐 만든듯한 모양새에 이따금 모래도 씹히고 해서 뜀도령이 붙인 이름)에 넣어서 먹는다. 늦은 점심이어서 그랬는지 무척 맛이 좋다.

 

 

한 베두인족 마을에 들러 장작을구입하는 동안 마을 안에 들어가 사진을 찍으려고 했더니 젊은 배두인족 청년하나가 사진 찍지 말라며 나무란다. 안찍고 말지. 가다가다 먼지가 어찌나 많이 나던지 먼지를 덜 먹기 위해 모두들 손수건으로 두건도 아닌 마스크도 아닌 차림으로 다녀야 했다. 사막에 들어서자 얼마 안있어 검문소가 나온다. 이 곳에서는 들어오는 인원과 나가는 인원을 꼼꼼하게 체크하는 것 같다. 조난 방지를 위한 것으로 생각된다.

 

이 곳은 크리스탈 사막이란다. 이 곳 바위 틈틈이 석영같은 반투명 돌이 많이 보인다. 그래서 크리스탈 사막이라고 불리는가보다.

 

이 곳이 백사막 지역이다.

 

백사막에서 한 컷

 

뉘엿뉘엿 해가 지고 있었다.

 

사막의 모래먼지 때문인지 기대만큼 저녁노을이 화려하진 안았지만 그래도 지는 해를 즐길만했다.

 

해질녁 도로를 배경으로 한 컷

 

(동영상 제공 : 뜀도령) 

 

도착해서 설치한 잠자리에서 한 컷.

 

베두인족 사장은 우리를 위해 요리를 하고 있었다. 닭을 삶고 있는 모습이다.

 

"ㄷ" 자 형태로 천막을 세웠을 뿐 지붕을 덮지도 않았다. 사막의 밤은 무척 추웠다. 그래도 누워서 하늘을 보면 쏟아질듯한 별들을 구경할 수 있다는 점은 오히려 매리트였다. 천막을 그래서 이런 형태로 짓는 것이 아닐까.

 

삶은 닭은 다시 숫불에 구웠다. 차라리 그냥 백숙으로 먹으면 좋을텐데 왜 그럴까 의아했지만 그들의 방식대로 한 번 먹어보자 싶어 참견을 자제했다. 닭 국물은 밥하는데 쓰고 나머지는 야채와 향신료를 넣고 끓여 덮밥을 만들었다. 삶았다가 다시 구운 닭은 반마리씩 그 위에 얹어 주었다. 사막에서 먹는 밥은 매우 늦은 시간이라 시장기때문인지 무척 맛이 있었지만 닭은 무척 퍽퍽하다.

 

그들은 타블라같은 드럼을 치며 자기네 전통 노래를 불러 주었는데 무척 흥이 난다. 가사를 마구 바꾸어 코리아 어쩌고 저쩌고 하는데 환영한다는 말인 것 같다. 우리는 옷을 있는대로 껴입고 현지에서 대여한 침낭 안으로 쑤시고 들어가 그 위에 담요를 덮고 하늘의 별을 보며 잠자리에 들었다. 색다른 체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