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여행8(카이로)
2008년 1월 5일(토)
아침을 열차안 객실에서 맞았다. 멀찍이 해가 뜨는 것을 클로즈업해서 한 장 찍어 봤다. 한국에서는 중국으로부터 몰려오는 황사에 종종 온천지가 뿌옇곤 하다. 이집트는 사막으로부터 불어오는 바람을 타고 오는 모래먼지는 늘상 이집트의 하늘을 이렇게 뿌연 하늘로 만들어 낸다. 열차는 어김없이 연착했다. 기자역에 도착하기 전 한 시간이나 정차한 채로 시간을 지체했다. 아마도 차량기지나 역 규모가 작아 원활한 열차 교통정리가 되질 않는 모양이다.
기자역에서 내린 우리는 정보를 얻은대로 지하철을 타고 고고학박물관에서 그리 멀지 않은 Sun Hotel로 을 찾아가 체크인 했다. 지하철을 타고 나서 한참을 가다보니 왠지 모르게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누군가 "여기엔 왜 남자는 우리밖에 없고 여자만 있는거지?" 그제서야 뭐가 잘못되었는지 알 수 있었다. 회교국인 이집트의 지하철 여성칸이었던거다. 갑자기 당황하고 쪼발리기 시작했다. 다음 역에서 서둘러 내려 다음 칸으로 가서 다시 올라탔다. ㅡ,.ㅡ;
사다트역에서 내린 우리는 호텔을 찾아갔다. 밖에서 보니 호텔 건물과 입구가 꾸져 보인다. 건물 전체가 호텔인 것은 아니고 9층인가에 있었다. 엘리베이터가 금고문짝모냥 열라 개성있게 생겼다. 일반 문짝처럼 손으로 잡아 당겨 열게 되어 있는데 엘리베이터가 완전히 내려 오면 그제서야 문을 열 수 있다. 일단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가서 뒤돌아 보면 문쪽 방향으로는 아무것도 없어 엘리베이터가 올라가면서 내부 벽이 어떤 재질이고 어떻게 생겼는지 다보인다. 일명 누드 엘리베이터. 어느 공간은 엘리비이터와 벽의 간격이 거의 없는 반면 어느 부분은 벽이 움푹 들어가 있다. 엘리베이터 타고 올라가거나 내려가던 중 과격하게 장난하다 벽쪽으로 밀렸다간 사람이 벽과 엘리베이터 틈새에 끼이기 꼭알맞다. 도대체 안전개념이 없는 골때리는 엘리베이터다.
엘리베이터 작동 모습을 뜀도령의 블로그에서 퍼왔다.
체크인하고 들어온 호텔방. 싸고 깨끗하다. 사진은 5인용 도미토리를 우리가 홀라당 차지했다. 1인당 20파운드. 결국 방 하나 100파운드에 체크인을 한 셈이다. 바깥이 지저분해 보이긴 하지만 전망이 안좋은 대신 시설은 깨끗하고 싸다. 화장실과 샤워실은 공용. 더운물 잘나오고 시설 깨끗하고 싸면 최고지 뭐. 카이로에서 전망 좋아봐야 거기서 거기다.
이 때까지도 나는 감기때문에 목소리도 나오지 않고 기침이 심해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아스완에서 구입한 감기약. 한국에선 이런거 애들만 먹지만 이집트에선 애나 어른이나 이거 공용이다. 애들은 작은 숫가락으로 하루 세 번. 어른은 큰숫가락으로 하루 세번 먹으라고 써있다. 우끼는 건 어려서 한국에서 먹던 시럽 감기약하고 조금도 안틀리고 맛이 똑같다.
체크인하고 방에 짐을 푼 뒤 가벼운 차림으로 호텔을 나섰다. 이 날은 이슬람 지구의 유적지들을 최대한 많이 돌아볼 참이었다. 우선 이집트 도착 첫날 도보로 가보려고 했다가 넘 멀어서 지쳐버린 가마 후세인부터 들러 보기로 했다. 길을 건너 가마 후세인 방향으로 가서 택시를 잡아탔다. 어김없이 택시비를 협상해서 5파운드를 줬다.
막상 도착해서 보니 도대체 얼마를 더가야 하는지 모르겠지만 가마후세인은 다음에 들르자고 했던 그 장소에서 불과 200-300미터정도 떨어진 곳에 있었다. 어이가 없다. 아래 사진은 가마 후세인의 전경.
주변에는 카페와 식당이 즐비하고 바로 앞에는 잔디와 분수, 그리고 정원수가 심어져 있다.
우리는 일단 사원 안부터 들어가 보았다. 사원의 왼쪽 골목으로 들어가 빙빙 돌다 보니 우측으로 돌아서야 입구가 있었다. 50% 확률이 빗나갈때 기분이 제일 거시기하다. ㅡㅡ;
신발을 맡기고 들어가 보았다. 돔이 있는 대부분의 회교사원과 마찬가지로 바닥에는 카펫이 깔려 있고 기둥과 조명 자체가 장식이 된다.
우아한 대리석 장식
노인들이 한 쪽 구석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이 곳 이집트의 회교사원은 신도들에게 있어 예배의 장소 뿐 아니라 휴식의 장소로도 활용되는 모습을 종종 본다.
일반적으로 성전은 경건한 곳이므로 함부로 자빠져 디비는 것은 금기사항일테지만 이들은 누워서 천정을 바라보며 휴식을 취하는 모습을 종종 보게 된다. 나는 가톨릭 교도지만 사원에서 자빠져봤다.
자빠져서 줌으로 끌어당겨 찍은 천정의 수많은 샹들리에 중 하나
그 안에 그려진 문양은 지극히 회교적이다. 뭐라고 써있는걸까? 코란의 한 문구가 아닐지. 피사체가 우측으로 치우쳤다. 나도 중앙에 찍을 줄은 알지만 끌어당겨 찍은 관계로 쉽지 않더라는...
무언가 의미를 담고 있을 장식들이 섬세하고 우아하다.
이 곳은 한 쪽 끝에 따로 위치한 여러개의 홀 중 하나. 성인의 유골이 모셔진 곳인 것 같다. 사원의 이름으로 미루어 후세인 성인의 유골을 모신 곳이 아닐런지. 아님 말구!
동영상 제공 : 뜀도령
한 노인의 기도하는 모습이 경건하다.
다른 홀로 통하는 문에 금속으로 장식된 문양. 스뎅인가?(무식! 퍽!)
이 것은 성인의 유골과 유물에 관한 내용이 아닐른지. 아님 역시 말구.
사원입구를 찾기 위해 사원 왼쪽 골목으로 들어서면서 발견한 통닭구이집. 냄새도 좋고 맛이 좋아 보여서 들어가 보았다. 그런데 이거 도대체 뭐라고 써있는건지 알아야 소개를 하지.
맛은 기깔나게 좋기는 하드만. 구운 통닭에 이집션 샐러드, 그리고 밥을 시켜서 먹었다. 모래빵과 요구르트는 물론 기본메뉴.
이거 유럽의 카페들을 흉낸낸 것일까. 밥을 먹고 나서 차를 한잔 마시기 위해 다닥다닥 몰려 있는 카페촌에서 하나 골라 앉았다.
건물 바깥으로 테이블이 나온건 똑같지만 분위기는 유럽의 카페들과는 다른 독특한 이슬람적 분위기가 있었다.
운치는 있지만 뭔가 정리가 안된 듯한 이 분위기와 느낌이 장점이라면 장점이다. 아래 사진 오른쪽에 보이는 누런 건물은 가마후세인의 일부.
여기서 길을 건너면 곧바로 가마 아즈하르이다.
길을 건너 가마아즈하르로 가서
이 건물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어보았다. 기껏 폼잡고 서있었더니 어떤 아저씨가 지나가는 통에 나는 머리만 살짝 나왔지만 이 사진이 덜 작위적으로 보이고 더 자연스러워 보인다.
입구를 들어서면서 올려다 본 구도가 맘에 들어 한 컷.
아저씨. 좀 비켜 주지 남 사진 좀 직을려고 하면 앞에서 얼정거리는건 무슨 플레이셔?
이 곳은 돔도 지붕도 없고 대리석 바닥과 회랑만이 있다. 청소를 열마나 열심히 했음 바닥이 반작반짝 빛나고 기둥이 비쳐져 보인다.
이 곳도 무척 아름다운 건축물이다.
이 곳소의 회랑에 설치된 등은 가마 후세인의 그것과 도 달라 담아 보았다.
한 쪽에 코란이 잔뜩 꽂혀있는 서가가 있어 하나 뽑아서 폼을 잡아봤다. 터번쓰고 폼 좀 잡아볼걸 그랬다.
뭐라고 써있는건지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좋은 말이겠지.
어느 나라를 가든 그 나라의 서민시장통은 반드시 들러보는 내 습관대로 눈에 띠자마자 들러 보았다. 우리 어렸을때 어머니 손에 이끌려 구경다니던 바로 그런 분위기가 정겹다.
이거 가지인 것 같은데 허옇다.
이건 멀까
나일강에서 잡힌 물고기들. 복도 없지....
여기서 오렌지를 샀다. 2킬로를 샀다. 가게는 소년 혼자서 지키고 있었다. 사진은 협상 끝에 우리에게 오렌지를 싸게 판 뒤 뒤늦게 온 할머니로부터 "왜 그렇게 싸게 팔았느냐(아랍어라서 못알아들었지만 틀림없이...)"고 야단치는 할머니와 야단 맞는 손자의 정겨운(?) 모습을 가다말고 뒤돌아 찍었다.
전통문양의 카페트 가게. 섬세함에 있어서는 터키에서 본 그것과 비교해서 쪼매 좀 거시기하다.
이 곳도 카펫가게인데 가게 자체는 재미가 있지만 구매력을 자극하는 구석은 없다. 있어도 안사지만.
유모차에 물건 놓고 행상하는 할아버지가 조는 모습이 여유로와 보이기 보다는 애처러워 보인다.
전에 들러 놓고 도 뭔지 몰랐던 즈웰라문. 당시 즈웰라문에 대한 안내판을 찍어가 놓고도 몰랐더라는... ㅡ,.ㅡ
여기가 가마 사리흐 탈라하이였던것 같은데...?
출입문
바닥에 모래가 어석어석하다. 그냥가기 섭섭해서 그냥 한 번 잠시 들러봤다.
이건 방석가게인가...?
길고 긴 시장골목을 따라 것는 재미가 쏠쏠하다.
가다가 이름모를 자그마한 사원이 눈에 띠는데 입구가 고풍스러워 한 장 찍었더니 어느새 노인이 한 쪽 구석에 잡혔다. 의도한 바는 아니었지만 가장 맘에 드는 사진 중 하나가 됐다.
가게가 왠지 모르게 마술사의 집같은 분위기가 풍겨 쥔장한테 허락받고 한 장 찍었다. 머리 뒤쪽에 걸린 쟁반인지 뭔지하는 장식물은 마치 오오라처럼 보이더라는... 오오라 치곤 넘 큰가?
야채만 파는 골목
야채를 이렇게 섬세하고 정성스럽게 쌓아 놓은 건 난생 처음 봤다. 아까워서 어디 팔겠나?
빵가게
푸줏간. 육중한 도마가 재미있게 생겼다.
가마 아즈하르로부터 즈웰라문을 통과하여 이 시장골목을 계속 가다 보면 이러한 오래된 소규모 사원이 종종 눈에 띤다.
이 사원에 골목이름이 나와 있어 기억하기 위해 찍어보았다. 스로게야 거리란다.
여긴 케익도 판다.
석탄가게.
한글이 반가워 차에 카메라를 들이 댔더니 주인이 얼른 와서 포즈를 취한다. ㅍㅎ
도로가 나오자 좌회전으로 돌아 계속 가마 리파이와 가마 무하마드 알리, 블루모스크가 밀집된 거리를 향해 걸었다. 가다 보니 해괴망칙한 모습이 포착됐다. 모래빵을 나무로 만든 틀에 쌓아 먼지가 자욱하고 쓰레기가 널린 바닥에 아무렇게나 방치되어 있고 주인은 어디갔는지 없다. 가장자리에 깔린 빵들은 이미 블럭바닥에 닿아 먼지와 키스까지 해가며 친하게 지내고 있다. 냄새까지 나는 이곳에 방치된 빵을 알고도 사먹는걸까. 더 황당한 것은 이 곳을 며칠 뒤 다시 지나갈 기회가 있었는데 이 장면과 독같은 장면을 똑같은 이 장소에서 다시 목격하게되니 어이가 없다. 이거 운반하다 만거여 아님 파는거여?
이 곳이 유명한 가마 리파이(왼쪽)와 가마 무하마드 알리.
들어가 보고 싶었는데 문이 굳게 잠겨 있었다. 안에 사람이 있어 물어보니 오후 5시까지만 개방한댄다.
이 곳은 반드시 들러봐야 할 곳인만큼 담번에 오면 시간이나 절약하기 위해 근처에 있는 블루 모스크의 위치까지 확인하기 위해 뒤편으로 넘어갔다. 아래의 사진은 주상복합아파트인게벼.
이건 뒤편으로 돌아 나와서 찍은 사진인데 가마리파이였는지 가마 무하마드 알리였는지 가물가물하다.
그 건너편에는 블루 모스크가 있는데 터키에 있는 블루 모스크를 모방해 만들었단다. 바깥에서만 보아도 예술적으로 터키의 그것과는 비교도 안되는 모습이다. 그래도 이집트에선 명물이니 함 들러봐야 하지 않겠나. 호텔로 돌아오기 위해 택시를 잡았다. 이 곳에서 호텔까지는 비교적 거리가 멀어 7파운드에 합의를 보았다. 이상하게도 택시기사는 내가 예상했던 코스로 가지 않고 다른 길로 가고 있었다. 그러더니 결국 후세인 호텔이라는 듣도보도 못한 곳에 내려 주려고 했다. 그가 잘못 들었던 모양이다. Sun호텔이라고 얘기했더니 내가 후세인 호텔이라고 말했다며 우기기 시작했다. "나는 후세인 호텔을 모르는데 어떻게 내가 그렇게 말할 수 있나? 자기가 묵는 호텔 이름을 모르는 사람도 있더냐"고 반문했더니 할 수 없이 다시 방향을 틀었다. 정말로 적지 �은 거리를 생판 다시 이동해야 했다. 저녁 6시 30분까지는 호텔로 돌아가야 했다. 선상에서의 댄스공연과 이집션 부페식사를 예약해 두었기 때문이었다. 간신히 시간에 맞추어 도착했다. 팁으로 3파운드를 더 주었다. 호텔에 도착하니 우리를 태우고 갈 택시가 와서 대기하고 있었다.
우리가 예약한 배는 멤피스호였던가보다.
와서 보니 그 드물게 보던 한국인 관광객들이 자리를 메우고 있었다. 음악이 연주되기 시작했다. 정통음악을 선호하는 나로서는 전통악기에 전자올갠을 같이 연주하는 퓨전은 반갑지 않았다.
이집트의 수피댄스는 터키의 그것과는 달리 회전 속도가 빠르고 종교적 색채가 적어보였다(모르고 하는 소린지 모르겠지만) 댄서도 무척 느끼하게 생겼다.
계속 돌면서 자바라처럼 생긴 치마를 들썩여가며 머리는 들어갔다 나왔다 하며 춤을 추다가
마지막에는 치마를 한겹만 손으로 돌리며 객석을 돌았다. 이 아저씨 느끼하게 생긴대로 이 아줌마 저 아줌마를 찾아 어깨에 다정한척 손을 올리고 느끼한 눈으로 쳐다봐 가며 춤을 계속 추었다. 솔직히 터키의 수피댄스처럼 경건하고 우아한 맛은 없고 좀 자발머리 없어보인다.
수피댄스가 끝나자 발리댄서가 나왔다. 난 좀 예쁘고 색시한 댄서를 기대했는데 발리 댄서도 느끼하게 생기긴 마찬가지였다.
나와 눈이 마주치자 날 끌어 잡았다. 나는 이런 상황에서 잘 적응하지 못하는 편이다. 이미 내 직전에 잡힌 한 한국인 남자가 극구 빼서 분위기가 은근히 썰렁해진 상황이라 나는 주저없이 따라 나가 주책을 떨어봤다.
부페식사 메뉴는 열가지 내외정도로 많지는 않았고 맛은 그런대로 괜찮았다. 댄스공연이 끝나고 식사도 끝나자 가수들이 나와서 노래를 불렀지만 모두가 피곤한 기색이다. 배에서 내리고 싶지만 배는 아직 나일강을 계속 돌아다니고 있었다. 22:00가 되자 누가 공연을 하거나 말거나 관객들 대부분이 테일블에 엎드려 자고들 있었다. 호텔로 돌아가 물을 사러 나온 뜀도령과 나는 전통적인 아랍식 찻집을 들러보았다. 여기서 홍차를 한 잔씩 마시며 현지인들과 섞여 늦은 밤의 여유를 즐겨 보았다. 주인장은 돋보기 안경을 쓴 30대 후반정도였는데 좋은 인상을 가진 사내였다. 1잔에 단돈 1파운드(170원) 그 곳 사진을 �도령이 찍었을텐데 블로그에 빨리 올려야 훔쳐오지. 어이 뜀가야! 빨리 사진 블로그에 올리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