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낭여행/07 캄보디아

(씨엠립4) 앙코르와트 1층

코렐리 2007. 8. 3. 08:31

바이욘을 떠나 툭툭이를 타고 이 여행의 최대 핵심인 앙코르와트로 이동하였다. 앙코르와트는 왕권타툼을 평정한 수르야바르만 2세가 3만여 정예장인들을 동원해 30년에 걸쳐 완성했다고 한다. 이는 앙코르 예술의 집대성인 동시에 석조 건축물로는 인류 역사상 유례가 없는 규모라고 한다. 도대체 이 어마어마한 사원을 짓는데 든 돌은 어디서 구해왔을까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상식을 깨고 정면이 서쪽을 향하고 있는 이유는 지금까지도 밝혀지지 않아 설만 분분한 모양이다. 유적지 이 곳 저 곳을 다니기 위해 지나가면서 200미터는 족히 되어 보이는 해자만 보고도 장엄함에 감동하게 된다. 석조 다리를 통해 건너며 해자를 배경으로 찍은 조각 2점의 사진. 원래 두 조각이 같은 동물의 뒷모습인데 왼쪽 것이 많이 파손되어서 다른 것처럼 보인다.

 

석조 다리의 바닥은 드문드문 콘크리트로 메꿔 넣어 보수를 하였다. 정면에 보이는 앙코르와트의 입구. 생각보다 사람이 그리 많지 않았으며 이곳에 가장 많다던 한국 사람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여행을 다니면서도 이렇게 한국사람이 없는 경우는 처음 보았다. 얼마 전의 비행기 사고가 원인이었다. 일본인과 대만인들만 바글바글했다.

 

해자 건너편으로는 나무가 무성해 유적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거대한 신전을 에워싼 해자는 인간계와 신의 영역을 긋는 경계선이며 성소가 위치한 3층에는 4개의 탑이 사각을 이루며 설치되어 있고 그 가운데 중앙성소의 가장 크고 높은 탑은 4개의 하늘(오늘날 세계를 지칭할때 오대양육대주라고 하듯이 그 당시엔 4개의 하늘이라고 했던 모양이다) 속에 우뚝 솟은 메루산이라고 한다. 메루산은 지상 낙원이며 신들이 거주하는 산으로 죽은 자가 궁극적으로 가고싶은 천계라고 한다.

 

이제 앙코르와트로 들어가는 순간이다.

 

들어서자마자 오른쪽으로 뒤돌아 찍은 유적의 일부

 

일단 입구를 들어서면 좌우로 잔디가 훌륭하게 조성되어 있고 사람들이 다니는 길은 역시 돌로된 바닥이며 난간은 역시 머리 아홉달린 뱀신 나가의 머리와 긴 몸통이었다. 들어서자마자 책부터 뒤지며 유적을 이해하려고 정보를 탐색하는 뜀도령의 모습도 보인다.

 

일단 들어서면 가운데로 길게 연결된 석조바닥을 따라 안으로 들어간다.

 

중간쯤 이런 건물이 양쪽으로 한 동씩 서있다. 뜀도령의 말에 의하면 과거 장서관으로 사용되었던 건물이라 한다. 이 곳 앙코르와트 유적보수는 일본과 프랑스의 자본과 전문가들이 대거 들어와 있다고 한다. 보수해 놓은 몰골이 흉칙하다. 밝은 회색 부분은 콘크리트로 메꿔 넣고 칠을 해 놓은 것이다. 일본의 오사카성을 콘크리트로 마구 훼손해 놓은 일본인들의 작품이 아닐까싶다.

 

본관에 가까이 가면서 보이는 보수구역이 흉물스럽게 보임에도 불구하고 다섯개의 독특한 탑은 보는이의 넋을 빼기에 충분했다.

 

십자형 테라스에 들자마자 오른쪽으로 돌아서 1층 회랑의 부조부터 보기로 했다.

 

서탑문에서 오른쪽으로 돌면 서남갤러리와 남쪽 갤러리를 돌면 길게 조각된 힌두설화의 마하바라타 부조 중 쿠특세트라 전투장면, 라마야나중 전개장면, 수르야바르만 2세의 승전도와 충성맹세, 염라대왕의 심판/천국과지옥를 볼 수 있으며

 

 

 

 

 

 

 

 

동남갤러리로 돌아서면 힌두설화 바가바타 푸라나 중 불로장생의 감로수를 만드는 유해교반(젖의 바다 휘젓기)를 볼 수 있는데 비쉬뉴 신이 악마와 힘을 합해 머리 아홉의 물의 정령 나가의 몸통을 길게 늘어서서 잡고 젖의 바다를 젓는 모습을 표현하고 있는데

 

한 개의 테마가 길게 조각되어 있어 눈길을 특히나 잡아 끈다. 

 

동쪽갤러리의 끝이 악마와의 전투와 비쉬뉴 신의 승리를 표현하고 있다 한다.

 

 

하누만의 전투장면

 

아수라의 전투장면

 

 

 

 

 

북쪽 갤러리는 시간이 부족해 보지 못하고 다음날을 기약하고 일단 철수하지 않을 수 없었다. 뜀도령이 호텔로 돌아가 수영하면서 좀 쉬자고 했다. 호텔의 수영장은 아침에도 그랬듯이 아무도 없었다. 아니 호텔 안에 아예 투숙객이 보이질 않았다. 다들 관광을 하고 있겠지. 뜀도령은 쭉쭉빵빵 미녀들이 수영장에 있을 것으로 기대했는지 실망하는 눈치였다. 나는 수영장에 우리 이외의 다른 사람이 있을 거라는 기대는 전혀 하지 않았다. 관광지 호텔 수영장에 사람이 노는것을 한 번도 보지 못했고 난 그저 단지 매일 하는 운동인 수영을 즐겼을 뿐이다. 호텔을 저녁식사를 하기 위해 다시 나선 우리는 낮에 탔던 툭툭이를 타고 바이온 레스토랑으로 가자고 했다. 그랬더니 자기가 아는 식당인 르 그랑드 카페(Le Grade Cafe)라는 곳으로 우릴 데려 갔다. 어이가 없었다. 뭔가 주워먹자는 속셈이 뻔히 보였다. 뭐라고 한마디 할까 하다가 오늘까지만 남들과 다른 식당을 오는 것으로 족하기로 했다. 일단 식당 외관이 럭셔리하게 보였다. 책자에 나와있는 추천 식당들만 다니는 것보다는 묘미도 있을 것 같았다. 

 

툭툭이기사에게 오늘의 일정은 이것으로 끝낼테니 돌아가도 좋다고 했다. 그랬더니 식사하는거 기다렸다가 호텔로 데려다 주고서 일정을 마치겠단다. 식사 후 우리끼리 알아서 돌아다니겠다고 하니 위험하다고 자기가 동행하겠단다. 담날까지 확실하게 예약을 받겠다는 심산이었다. 그 외에도 속셈이 있었지만... 창문에는 유리가 없었다. 많은 외국인들이 이 곳에서 식사를 하고 있었다. 우리도 2층 창가에 앉았다.

 

 

뜀도령은 스테이크를 시켰다. 나는 뭔지도 모르고 이름을 대충 보고 시켰다. 어차피 아는 음식은 먹고싶지 않고 이곳 음식을 먹어보고 싶어서 모르는 음식이름 중에서 하나 골랐다. 시켜놓고 보니까 육회였다. 계란 노른자를 얹어 주는 것까지도 한국과 똑같았다. 4가지 다진 야채를 섞어서 먹도록 함께 놓았다. 신기해서 이게 캄보디아 전통식이냐고 몰어보니 프랑스식이랜다. 젠장. 캄보디아에서 프랑스식을 먹다니. 맛은 한국의 육회와는 전혀 다른 맛이다. 한국의 육회는 양념의 맛을 강조한 반면 이 것은 고기 재료의 맛에 충실하게 양념을 은은하게 했는데 특히 뜀도령이 여기에 푹 빠졌다. 의외로 미식가였다. 함께 주문한 샐러드는 캄보디아식이라고 하는데 씹히는 야채 중 하나는 뭔지 몰라도 약간 질감있는 감촉이 있어 맛을 풍부하게 해주었다. 이 곳에서 뜀도령의 추천으로 먹어본 태국산 싱하맥주도 시켰다.

 

이 놈의 맥주 한 두 캔 먹고 말 것도 아니고 차라리 와인을 한 병을 시켜 먹는 것이 싸다는 계산이 나와 주문했다. 무통 까데인가 뭔가라고 써있다. 와인에는 문외한지만 요즘 슬슬 그 맛이 좋아지기 시작하는데 이 날 주문한 와인도 그런대로 괜찮은 맛이었다. 이거 한병이니까 일인당  5캔씩 마시는 것보단 싸게 먹혔다. 잔이 두껍고 무거워서 마시는 느낌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더라는...

 

이 곳을 나와 전신마사지를 받기 위해 툭툭이 기사에게 마사지하우스에 가자고 했다. 이인간은 우리에게 바가지를 씌우기 위해 홍등이 번쩍거리는 곳으로 데려 갔다. 뷰티풀 레이디가 어쩌고 저쩌고 하길래 무시했는데 결국 이상한데로 데려 왔다. 이자슥이 도대체 여기서 얼마나 받아 먹길래 이리로 데리고 왔을까. 다른 곳으로 가자고 했더니 역시 비스므리하게 생긴 곳으로 데려 갔다. 나는 짜증을 냈다. 그랬더니 할 수 없이 데려간 곳이 이 곳이다. 약간 외진 곳에 정원까지 갖춘 마사지하우스였다. 여기서 마사지 받는데 20불이었다.

 

나는 나이가 좀 지긋한 안마사를 원한다고 말했는데 도대체 내 말을 못알아 듣는 것 같았다. 태국에서 맛사지 받아 보고 느낀 것은 나이가 지긋한 아줌마가 하면 무척 시원했고 젊은 아가씨가 하면 아프기만하고 개운한 맛이 없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skillful"을 강조했는데 그래도 못알아 들었다. 뜀도령이 "Strong!" 했더니 이내 알아듣는다. 조금 기다리니 두사람의 안마사가 들어왔다. 그닥 나이들어 보이지 않았고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다. 나는 1시간동안 마사지를 받으며 술기운에 졸려 잠이 들어버렸다. 내가 생각해도 어이 없슴. 호텔로 돌아온 나는 곧바로 잤다. 맥주 일 잔 더하자는 뜀도령의 꾐에도 불구하고 기냥 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