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렐리 2007. 5. 27. 11:23

1월 27일(토)

이 날은 뭄바이에서의 아니 인도에서의 마지막 날이다. 최대한 즐기자는 생각이었다. 아침에 씻고 용재와 나는 여자들을 기다렸다. 머머머 하느라고 늦는... 도비가트를 가는 것으로 예정이 되어 있었다. 택시를 타려는데 아침에는 운행을 잘 하지 않는다며 사기를 치는 놈이 하나가 있었다. 미터기 요금으로 가지 않으니 100루피를 내란다. 나는 지도를 보고 호텔로부터 게이트오브 인디아까지의 거리와 호텔로부터 도비가트까지의 거리가 큰 차이가 없다고 판단하고 조금 더 주면 되는줄 알았다. 그러나 지도를 보고 판단하면 안되는건데... 글쎄 도비가트는 굉장히 가까운 곳에 있었다. 이런 배신감이 있나. 아침부터 기분이 완전히 잡쳤다. 그러나 이미 주기로 약속을 했으니 식언을 할 수는 없었다. 너희들은 사기를 치지만 한국인은 사기를 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줘버리고 말았다. 잘먹고 잘죽어라. 도비가트는 세계최대규모의 빨래터이다.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그 곳에서 두들겨 패기식 빨래를 하고 있었는데 의외로 전부 남자들이었다. 이 곳은 인도의 최하층민들이 밀집되어 빨래로 먹고 사는 곳이다. 가으럽에게 물어보니 이 곳 출신의 사람이 출세를 하면 신분의 굴레를 벗어날 수 있는지를 물었는데 그렇게 되기도 어렵지만 설사 출세를 한다 하더라도 도비가트 출신이라는 사실은 죽을때까지 따라다닌다고 했다. 인도의 추악한 카스트제도는 공식적으론 없어졌다고는 하나 관습적으로는 고스란히 남아있는 현실을 말해 준다.

이 곳에선 눈에 띠게 사진을 찍었다간 봉변을 당할 수 있다고 해서 안보이게 슬쩍 찍느라 애먹었다. 아닌게 아니라 자신들의 생활모습을 관광객들이 카메라에 담아가는 것을 반가와 하지는 않을 것 같았다.

 

 

 

 

이 곳을 떠나 하지 알리의 무덤까지 걸어서 가기로 했다. 나는 워낙 걷는 것을 좋아해서 그러고 싶어 슬쩍 제안해 본건데 의외로 모두들 그러자고 한다. 도비 가트에서부터 한 거지소년이 돈을 달라길래 주었더니 또 몰려든다. 어린 거지들을 따돌리는데 상당한 애를 먹었다. 거지가 하도 많아 겁이 날 지경이었다. 30분 가까이 걸으니 거지가 없는 깔끔한 거리가 나왔다. 우리는 이 거리를 기분 좋게 걸었다.

 

가다가 예쁜 가게에서 생과일 주스도 한 잔씩 마시고...

 

 

이 길 끝에 다다르니 작고 예쁜 공원이 하나 있었다. 근처 바닷가의 썪은 갯내가 물씬 뭉겼다.

 

 

바닷가에 길게 콘크리트 도로가 놓여져 있고 바다 한가운데 하얗게 회교사원이 눈에 들어왔다. 그 곳이 바로 하지 알리의 무덤이다.

 

입구

 

 

하지알리의 무덤사원 안에서 경은엄마와 까칠자매

 

이 곳을 보고 나서 타즈마할 호텔로 가면서 다시 들른 인디아 게이트, 규모가 하도 커서 가까운 곳에서는 전체 모습을 담을 수 가 없었다.

 

 

 

우리는 타즈마할 호텔에서 럭셔리한 식사를 하기로 했다.

이제까지 다녀본 고급 식당에서 들어간 경비로 봐서 제아무리 비싸도 1인당 3만원정도면 뒤집어 쓸 줄 알았다. 까칠자매는 따로 계획이 있다며 별도의 여정을 즐겼다. 타즈마할호텔내 정원에 설치된 식당이 운치가 있어 보여서 그리로 가려고 했더니 입구에 REGIDENT onLY랜다. 나 참 디르브서... 그래서 호텔내 인도정통식당으로 자리를 옮겼다. 식당에 들자마자 웨이터의 질문은 이 호텔에 묶으십니까였다. 제길. 보면 모르냐? 행색이 배낭여행자 행색이지. 이 곳이 엄청 고급 호텔이란건 알지만 궂이 그걸 묻나 싶었냐. 두명이 몰려와 빼주는 의자에 앉자마자 어디서 듣도보도 못한 스낵부터 한 접시 나왔다. 맛과 향이 굉장히 고급스러웠는데 야채를 이용해 튀겨 만든 것 같았다. 그걸 내려 놓고 웨이터가 돌아가자 우리는 메뉴판부터 집어들었다. 묻지도 않았는데 내려 놓은 그 메뉴판은 식사메뉴가 아닌 술메뉴였다. 엄청나게 비쌌다. 부자들은 식전에 으례 와인부터 한 잔 하는 모양이다. 괜찮은 포도주 한병 먹자면 20만원 가격이 붙어 있다. 맥주를 보니 1병에 만원 가까이 한다. 그것도 작은걸로. 북극 얼음으로 만든 것으로 보이는 1리터들이 생수 한 병에 2천원정도 하는데 그것도 고급스러운 천 커버로 상표가 보이지 않도록 주둥이만 나오게 포장해 내온다. 그동안 거의 고급식당과 중급 이상의 식당만을 골라서 다녔지만 우리나라에서의 평범한 식사만큼도 안되던 가격이었다. 그러다가 국빈호텔에서의 가격은 우리나라 호텔과 비교했을때 두 배 정도 되는 것 같았다. 가으럽 말로는 이 곳이 7성급 호텔이라고 하는데 그건 아니다. 이탈리아에 공식 7성급 호텔이 하나 있고 두바이에 비공인 7성급 호텔이 전부인데 언제 7성급이 또 나왔단 말인고? 어쨋든 나는 제안했다.

이렇게 비쌀 줄은 나도 몰랐지만 이 기회가 아니면 언제 이런 곳에서 밥 한 번 먹어보겠나. 이런 호텔은 한국에도 없고 기왕 왔으니까 1인당 10만원정도 고려하고 럭셔리하게 방구끼며 먹자는 거였다. 여기에 찬성하는 사람들은 아무도 없었다. ㅡㅡ; 결국 우리는 그래도 체면은 있어서 시간 없어 빨리 가야 하니 식사메뉴를 달라고 했다. 가장 싼 메뉴로 골라도 1인당 3만원은 깨졌다. 어쨋든 웨이터들의 최상의 서비스를 받으며 먹는 기분 그런대로 괜찮았지만 한편으론 풍요속의 궁상같아 한편 비애도 느껴졌다. 그 곳 음식 사진도 용재가 갖고 있을 꺼인디...

식사후 우리는 CENTRAL COTTAGE INDUSTRIES 라는 곳에서 마지막 쇼핑을 했다. 이 곳에는 그래도 살만한 물건들이 좀 눈에 띠었지만 역시 가지고 와서 선물을 돌릴때는 왜 그리도 물건이 초라하던지... 전날 갔던 커피숍에서 커피 한 잔 더 하고 음반점엘 다시 들렀다. 다른 사람들은 시장 구경을 더하고 음반점에서 만나기로 했다. 나는 한국의 음반시장이 세계 3대 시장인 관계로 음반값이 가장 싼 나라 중 하나였던 것으로만 알고 있었다. 유럽과 비교하면 최소한 그랬다. 그런데 알고 보니 인도에선 같은 음반을 기준으로 보니 반 값 정도 밖에 안되었다. 하기는 TOP Price 기준으로 장당 5천원에 수입되는걸 보면 인도같은 나라에선 가능할 듯도 싶다. 그러나 CD음에 염증을 느끼고 LP로 돌아선 내게는 별로 달갑지 않은 기회였고 레퍼토리도 적었다. 다만 인도 전통음악이 만일 한국에서 하나라도 눈에 띤다면 얼른 샀을테지만 여기엔 엄청 많아 고르기가 난감했다. 우리는 택시를 타고 다시 호텔로 돌아갔다. 돌아가는 길에 도착 첫 날 찍지 못해 아쉬웠던 뭄바이CST 역사를 카메라에 담았다. 택시 안에서 찍은거라 화면 구도는 고사하고 간신히 몇 장 찍었다. 밤에 조명받은 사진이 진짜 멋있을텐데 아쉽다. 

 

 

 

 

 

공항으로 가기 위해 다시 찝차를 대절했다. 길도 밀리고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다. 우리는 가으럽과 인사를 나누었다. 애썼다고 1000루피를 팁으로 주었더니 극구 안받으려 하길래 친구의 성의니까 받아도 좋다고 하니 그제야 마지 못해 받는다. 공항으로 들어와 모든 수속을 마친 우리는 저녁도 먹고 남은 돈을 쓰기 위해 식당으로 들어 갔다. 나는 닭고기 볶음밥과 맥주를 시켰다. 기다리느라고 숨넘어가는 줄 알았다. 그동안 가는 식당마다 그랬지만 여기선 배고파서 인내력도 다한데다 워낙에 더뎠다. 이 곳에서의 음식도 그런대로 먹을만 했다. 이제는 한국의 매운 음식이 그리워진다. 가는 곳마다 있을 맥주도.... 오는 도중에 비행기에서 나는 그리도 굶주렸던 맥주를 식사때마다 두 캔씩 마셨다.

 

인도여행의 소감을 간단히 정리해 보자면

인도의 문화유산은 엄청 다양하고 정말 위대했던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기대에는 못미치는 느낌이다. 내가 너무 기대를 했던 것일까.

그들의 뛰어난 두되는 나라의 미래를 밝게 하지만 신분제도의 피폐는 두고두고 걸림돌이 될 것 같다.

개발도상국 대부분이 그렇지만 거지와 외국인에 대한 바가지가 일상화되어 있으며 울궈먹고 보자는 태도들은 흠이다.

이 곳 인도의 독특한 분위기는 여행하기에 좋으나 먼지와 공해는 어디서도 보기 힘든 수준급이라 폐가 걱정될 정도다.

인도인들도 마다가스카르인들에게서 느낀 것과 마찬가지로 백인국가의 식민지를 겪어서 그런지 백인에 대하여는 시큰둥하지만 동양인에 대하여 신기해하는 순진함이 있고 특히 한국인에게 호감을 갖고 있어 반가운생각도 들었다.

한국인 배낭여행자도 엄청나게 많이 보았다. 그만큼 이 나라를 매력적으로 생각하는 한국인이 엄청 많은 것 같다.

이 번 여행은 터키 여행 이후 가장 만족스러운 여행이 되었다.

이 곳에서 받은 강열하고 이국적인 분위기는 영원히 잊지못할 추억이 되어...

한 가지 더 하자면 영어공부 다시 해야 될 것 같다는걸 뼈저리게 느꼈다. ㅡ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