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여행7
1월 25일(목)
이 곳 아우랑가바드는 별로 볼 것도 없고 해서 원래는 까칠자매의 의견대로 인도 영화를 한 번 보고자 했으나 시간이 애매했다. 이미 자이푸르에서 영화를 한 편 본 그들의 말에 의하면 인도에서는 영화와 관객의 하나됨이 유별나다고 했다. 춤추고 음악이 나오는 장면에서는 모두가 발을 구르고 손뼉치며 즐거워하고 주인공이 슬퍼하면 함께 울며 영화속 희로애락에 동화되어 가는 모습을 보면 영화 자체보다 오히려 감동적이라고 한다. 결국 영화는 못보고 원래 내가 짜 둔 일정으로 계속하기로 했다. 아침식사로 토스트와 라시를 먹고 빤자끼를 찾아갔다. 빤자끼에는 깜강에서 끌어올린 물로 돌리는 물레방아가 있다. 무굴정원도 꾸며져 있어 휴식을 취하기에 좋았다. 사각으로 조성된 연못에는 생선이 대따 많고 기념품가게에는 그나마 다른곳보다 살게 좀 나와 적잖이 물건도 구입했다. 나는 여기서 선물로 돌릴 메탈제 페이퍼나이프를 왕창 샀다.
빤자끼에는 수피수행자였던 바바 샤 무자파르의 무덤인 다르가 사원이 있어 들러보았다.
약간의 헌금을 냈는데 개신교로 따지면 안수인지 뭔지 공작새 꼬리로 만든 빗자루같은걸로 머리릴 툭툭 친다.
용재야! 아프냐? 미소를 짓는걸 보니 그렇진 않은 모양이군. 표정 봐라 히히히...
그 곳을 나와 엉성한 원액 주스가게에서 파인애플 주스도 한 잔 하고 나서... 졸라 맛있고 졸라 싸지만 졸라 달아 미치겠다. 인도인들이 단 것을 좋아하는 이유는 바로 먼지를 많이 먹기때문이란다. 우리는 먼지 많이 먹으면 삼겹살 먹듯이...
우하야!
파인애플 과수를 음하고 나서 립하여 도보로 비비 까 마끄바라까지 갔다. 도시의 약간 외곽진 길을 걷는 것도 적잖은 즐거움을 주었다. 가는 길에 한 공과대학이 있길래 들렀는데 건물이 체육관을 포함해 달랑 세개에 불과했지만 정문 좌측에는 엄청 큰 자전거 보관대가 있어 학생들이 쉴 새 없이 들락거렸다.
생긴지 얼마 안되었나보다. 새로 지은 건물에 아직 칠이 되어 있지 않았다. 학생들은 우리 학교에 왠 외국인인가 해서 신기해 하고 있었다. 세명의 여대생이 우릴 보며 뭐라고 뭐라고 하는데 웃으며 손을 흔들어 주니 자지러진다. 나 혼자 있으면 꼬시고 싶은디... 전기전자실험실이란델 들어가 보았다. 아무것도 없이 덜렁 방한 개만 있었다. 인도의 우수한 인재들이 이러한 열악한 환경에서 키워진다고 하니 역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비비 까 마끄바라 입구에 도착해 점심도 못먹어 배고프길래 옥수수를 샀다. 찰옥수수에 익숙한 우리가 찰기 없이 대충 흐물거리는 옥수수가 맛있을리 없었다. 근처에서 하릴없이 어슬렁거리는 염소에게 던졌더니 냉큼 집어 물고 어떻게든 먹어보려고(양손이 필요하지롱) 애쓰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 보았다.
원래 이 곳은 크게 기대를 하고 온 곳은 아니다. 일명 가난한 타즈마할. 타즈마할을 보았다고 해서 안보고 넘어갈 수도 없는 곳이지만 막상 와서 보면 98% 부족한 느낌이다. 헐! 무굴제국의 황제 아우랑제브의 첫 째 부인 라비아 우드 다우라니의 무덤인데 효자였던지 그 아들이 1679년에 어머니를 위해 지은 무덤이란다.
그래도 돔은 꼴에 대리석이란다.
인도의 아이들은 다들 예쁘다. 우리 일행이 아기들 귀엽다고 손을 흔들어 주니 아빠가 데리고 와서 대화가 시작되었다. 사진을 부치겠으니 이멜이나 주소를 적어달라고 했더니 영어를 잘 못알아 듣는지 어디 어디 어디로 놀러가면 좋다고 잔뜩 적어준다. ㅡㅡ;
부인이 상당한 미인이었다.
이날 다시 뭄바이행 야간 기차에 몸을 실었다.
침대칸에서 잠자리를 준비하는 모습. 은정이 사진이 예쁘게 나올때도 있군. 이건 분명히 어둠 속의 희미한 불빛땜시 생기는 착시현상이다(퍽!*$$%@*^&*$%#&*윽!) 여기 들어와서 이거 읽어볼 일은 없겠지(^.^;)
잠자리 들기 전 셀카 한 컷. 나는 여행을 다니면 면도는 일부러 안하고 다니지만 씻지도 못하고 잠자리엘 드니 몰골이 가면 갈수록 심각하군. 이게 나의 본 모습임을 나의 지인들은 대부분은 모르리.
1월 26일(금)
새벽이 6시가 되어 드디어 여정의 마지막 코스인 뭄바이에 도착했다. 뭄바이에 처음 도착해서 본 뭄바이역사는 외벽에 조명을 받아 매우 강렬한 인상을 주었다. 사진을 찍을랬더니만 가방 깊숙히 있는데다가 다들 피곤해서 호텔가는 택시에 몸부터 싣고 보자는 분위기였다. 잠이 덜 깬 상태로 택시를 타고 Shalimar 호텔로 갔다. 그러고 보니 이 곳 인도에서 진짜 택시처럼 생긴 택시는 처음 타본다. 다른 도시는 오토릭샤나 사이클 릭샤 또는 템포만이 있고 택시라고 하는 것이 찝차인데 call 로 운영이 되었다. 그런데 이곳은 택시가 진짜 택시같이 생겼고 다른 차종이나 다른 도색의 차는 전혀 없이 영국산이라고 하던데 약간 고전적인 모델이다. 검정도색이고 택시 마크와 지붕은 노란색이었다. 택시를 타고 도착한 호텔(샬라미르 궁전 호텔)은 이제까지 다녀 본 곳 중 가장 꾸질꾸질했다. 방은 콧구멍만했고 내벽 높은 곳에 인색하게 뚫인 작은 창밖으로는 그나마 밖이 내다 보이는 것이 아니고 어디론가 통하는 건물 내부의 일부 통로였다. 호텔에 도착한 시간은 아침 7시. 아직 아침식사가 제공되지 않는 시간이었다. 도착하고 우선 기차 안에서 자는둥 마는둥 한데다 오랜 시간동안의 여정으로 모두가 피곤해했다. 그래서 2시간씩 자고 나서 9시에 아침을 먹었다. 이 곳은 별도의 식당이 없어서 각자의 방으로 음식을 배달했다. 들어온 음식은 토스트와 라시. 이 곳이 최악의 호텔이란건 밤에 잘 때가 되자 알 수 있었다.
아침을 먹은 우리는 택시를 타고 인디아게이트로 갔다. 마린드라이브도 가서 거닐어 볼 작정이었다. 택시타고 게이트 오브 인디아를 향해 가는동안 마린드라이브를 지나가면서도 그 곳이 그 곳인지도 몰랐다. 나중에 그 곳이 마린 드라이브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터키에서 카파도키아행 고속버스를 타러 가기 위해 걸었던 보스포러스해협과 분위기나 풍경이 유사했다. 볼 것 이미 본데다 별로 특이할게 없으니 굳이 다시 찾아가진 않았다. 그 뒤로도 택시타고 몇 번을 마린드라이브를 통해 다녔으니 말이다. 이 곳 뭄바이는 택시미터기가 있어 요금 협상을 해야 하는 고단함이 없었다. 사기치는 인간도 있기는 했지만... 게이트웨이 오브 인디아는 우리 나라의 독립문이나 개선문 비스미리한 형태였지만 규모면에서는 엄청났다. 1924년 영국 조지 5세 방문을 기념으로 세워졌단다. 뱃길을 통해 장거리를 오면 이곳을 관문으로 했다고 한다. 호텔 넘어 왼쪽으로 국빈이 머문다는 엄청 럭셔리한 타즈마할 호텔의 끝자락이 보인다.
타즈마할 호텔
이 곳에서 엘리펀트 섬으로 들어가는 배표를 구입해 승선했다.
이 날은 독립기념일로 최대의 국경일이다. 군함의 퍼레이드를 볼 수 있었다.
가다 보니 돛을 단 어선 한척이 눈에 띠는데 해무에 희미하게 모이는 모습이 아름다워 한 컷 담았다. 뱃길 한시간(내가 가진 가이드매뉴얼에 11km라고 하는데 훨 더되는 것 같다)이면 그리 먼거리도 아니었지만 바다를 보는 것 외에는 달리 할 것이 없고 보면 적잖이 긴시간으로 느껴지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엘리펀트섬에 들어가 석굴사원 매표소에 가니 원숭이들이 무척 많이 싸돌아 다니고 있었다. 북부에서 본 것들과는 달리 얼굴이 하얗고 조금 잘생겼다. 그래봐야 원숭이지만. 인간을 하도 가까이 해서 그런지 먹을것을 주길 바라고 사람들을 쫓아다닌다. 심지어 들고 튀는 놈도 있다. 저리 가라고 소릴 질렀더니 난쟁이 반바지도 안되는 놈이 꾸부정한 폼으로 두손을 치켜들고 이빨을 드러낸 채 인상을 쓰면서 엉겨 붙으려 할만큼 여기 애들은 간이 배밖으로 나왔다.
각하, 주변머리는 없고 앞가르마를 하신 헤어스타일이 어디서 많이 뵌것 같습니다요. 호섭이 같군요.
한 녀석은 누군가에게 잡혀 있다가 탈출한 모양이다. 허리에 끈이 감겨 있는데 오래 전 새끼때 그랬는지 지금은 오목하게 끈감긴 곳이 살을 파고 들어가 짓물러 있었다. 저 끈을 제거해 주지 않으면 고통에서 벗어날 방법이 없는데 그녀석의 얼굴표정과 동작으로 봐선 그 고통에 익숙해져 있는 것 같았다. 이 근처에 배회하는 원숭이인 만큼 주변에서 많은 사람들이 보았을텐데 이 고통스러운 광경을 방치한다는데 어이가 없었다.
이 곳 엘리펀트 섬에는 석굴사원이 볼거리인데 이 곳 사원은 450-750년에 걸쳐 조성된었다고 한다.
가장 아름다운 조각인 춤추는 시바신이다. 조각이 아주 섬세하고 춤추는 모습은 역동적이고 우아하다. 한 번 눈을 대니 떼기가 쉽지 않다. 이 곳이 훼손되어 있는 것은 포르투갈 군인들이 이 유적의 조각들을 사격의 표적으로 삼았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이런 야만적인 행위에 화가 났다. 하지만 이만큼이라도 보존할 수 있었던 것도 인도의 복이 아닐까싶다.
삼면에서 시바신의 얼굴을 볼 수 있는 뜨리무르띠 조각 역시 압권이다.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아 플래시를 터뜨리면 거의 허옇게 나와 더 형제를 알아보기 힘들다. 부두 가까이에 있는 모조 설치물을 찍어 왔으니 어떤형태인지 학실히 보자. 근데 작품성은 따지지 말자 어디까지나 흉내낸 설치물에 불과하니까.
이것이 유명한 시바신의 부인 빠르바띠의 조각인가보다. 아님 말구.
구경 끝나고 나올때 경은엄마의 행복한 모습 포착. 여행 내내 소녀같은 모습이었다. 그래서 누님이라고 안부르고 누나라고 불렀다. 그 표정에 담긴 행복한미소를 항상 담고 사시길 바랍니다.
이 곳이 뭄바이의 명소 중 하나인 포트 구역(Fort Area)이다. 건물들이 유럽풍이다. 거리도 깨끗해 유럽에 온 착각이 든다. 인도인들은 아리아인종인 만큼 얼굴만 하얗게 바꾸면 이곳은 완전히 유럽이 된다. 여자들은 유럽인들보단 훨씬 예쁘다. 근데 남자들은 왜 별로지? 이 분수대는 후마뜨마 촉의 이정표다. 촉은 거리(Street)를 말한다.
바로 이 주변의 건물들만 유럽풍인데 그 중 하나를 찍은 사진이다. 찍을땐 몰랐는데 용감하게 대로를 뛰어들어 무단횡단하는 사람이 주연이 되어 있었다. 나 파파라치 아닌디. 사실 인도만큼 교통질서가 개판인 곳도 없다. 인도 전역의 어느 도시에서도 건널목엔 길이 막히지 않는 한 차가 쌩쌩하게 달린다. 건널목은 아주 드물고 있더라도 신호등 있는 곳은 거의 없다. 신호등은 장식물이라 차들도 사람도 신호를 무시했다. 여기서 교통질서를 지키려고 고집했던 나는 마음의 상처를 받았다. ㅜㅜ 인도에선 길을 건너려면 목숨을 걸어야 한다. 사람이 길을 건넌다고 속도를 줄여주는 자상한(?) 운전자는 절대 없다. 이런 장면은 이상한게 아니다. 경찰관이 봐도 소 닭보듯한다. 혹시 벤허라는 영화의 하일라이트인 마차경주 중 자신의 마차가 작살난 한 기수가 달려오는 마차를 피해 요리 조리 몸을 피하다 결국 마차에 짓이겨지는 참혹한 장면을 기억할 것이다. 이 얘기가 갑자기 왜 나오는지는 묻지 말기를.
고속국도로 나가면 상황은 더욱 골때린다. 나는 이걸 시간차공격운전 방식으로 명명했다. 즉슨, 1차선 국도상에서 앞차를 추월할때의 상황을 말하는 것인데 한국에선 앞 차를 추월할때 반대편차선에서 마주오는 차가 아예 안보이거나 저 멀리에 보일때만 하는 것이 1차선 추월이다. 한국사람들이 추월시 얼마나 신중한지는 인도에서 파악했다. 인도에선 아니다. 눈짐작 계산으로 추월이 가능하다고 판단되면 망설임없이 차선을 넘어 속도를 내되 결코 서두르지 않는다. 상대편 차도 이 차가 추월해서 다시 진행방향 차선으로 들어가는데 지장이 없다고 판단되면 절대 브레이크를 밟아 속도를 줄여주는 자상한 행동은 하지 않는다. 이런 인도에서 살아 돌아온 내가 대견하게 느껴진다.
각설하고, 엘리펀트 섬에서 돌아온 우리는 모하틀리 시장을 거쳐 밥먹으러 갈 계획이었다. 모하틀리 시장의 지도상 위치에 가보니 공사중이었다. 점심은 아푸르바 레스토랑(Apooruva Restaurant)에서 먹었다. 이 집 역시 상류사회 사람들이 다니는 유명한 집으로 특히 뭄바이덕이 유명하다. 인도에서 돼지고기나 쇠고기를 먹는다는건 어차피 상상도 못할 일이고 기껏 먹으면 양고기나 염소고긴데 이건 정서에 안맞고 그나마 입에 대 본 고기가 닭고기뿐이라 적잖이 기대하고 갔다. 그런데 이케 모야. 여기가 상류사회 사람들이 다니는 곳? 냉방도 안되어 있고... 늦은 시간이라 손님이 없었다. 그래서 그런지 약간은 정리가 안된 어수선한 느낌이 든다. 좌석이 4개짜리 밖에 없어 자리를 만들어 준댄다. 우리는 2층이 있는 것을 보고 그리로 가겠다고 하니까 그러라고 한다. 이층으로 올라가 문열고 드니 이 곳은 냉방이 빵빵하고 잘 차려 입은 인도인들이 가족과 함께 식사하고 있었다. 바라나시까지는 겨울이라 추웠지만 뭄바이는 남방이라 무척 더웠다. 갑자기 열이 받았다. 진작 이곳으로 안내해야 옳지 않은가 말이다. 하긴 우린 불가촉 천민이었지. ㅡㅡ; 음식을 주문하고 나서 여자들은 밖에서 사 온 포도를 세면장에서 씼어 봉지째 꺼내놓고 먹고 있었다. 외국에서 그래도 고급식당이라고 왔으니 매너만큼은 지키잔 소릴 했다가 얻어 터지는줄 알았다. ㅇㅇ 난 자꾸 우리를 향해 못마땅한 표정으로 째려보는 웨이터의 눈치를 보았다. 결혼도 안한 아줌마들이여. 정말 대단해. 나도 어글리 코리언! ㅜㅜ 음식은 장난이 아니게 맛이 좋았다. 뭄바이덕, 치킨 탄두리, 랍스터 탄두리, 베지터블 프라이드 라이스, 치킨 프라이드 라이스, 프레시 주스, 코크... 이렇게 해서 800루피어치의 음식을 시켰다. 근데 어딜 봐도 오리고긴 없었다. 웨이터에게 뭄바이 덕이 어딨냐고 물어보니 노른노릇하게 튀김옷을 입혀 튀겨놓은 생선을 가리키며 여기 있잖냐고 반문했다. 아항. 뭄바이 덕이 생선 이름이었구만. 졸라 부들부들하고 어느 생선도 이렇게 촉촉한건 못먹어봤다. 음식맛이 장난이 아닌데 다만 한가지 아쉬운건 맥주가 없다는 거였다. ㅋ~~~! 이 곳에서 식사를 마치고 난 우리는 소화도 시킬겸 슬슬 걸어 나왔다. 나오다 보니 웬 성당이 있었다. 밖에서 보는 건축 양식은 너무나 평범해 보였다.
설마 이 곳이 성 토머스 성당? 문패를 보니 맞네그려?
계획에는 없었지만 어차피 지나가는 길이니 한 번 들러보기로 했다. 안에 설치된 대리석조각은 정말 섬세했다. 가이드매뉴얼에 꼭 들러보라는 말이 있었지만 나는 feel이 오지 않으면 안간다. 그래서 계획에 잡질 않았는데 역시 들러볼만 했다.
이 곳을 떠나 물어물어 찾아간 곳은
뭄바이대학.
대학의 시계탑이 빤히 보이는데도 엉뚱한 길로 접어들어 법원 뒤뜰로 들어서
경찰관에게 물어보니 친절하게 대학근방까지 데려가 입구 방향을 알려주고 갔다. 이 곳은 워낙 관광명소라 경비실에서도 실없이 드나드는 사람들에 대한 제지가 없었다.
시계탑이 특히 명물이라 한다. 건물은 유럽풍의 건물이며 무척 아름답고 화려했지만 대학의 규모는 아주 작았다. 건물 몇채만 달랑 있었다.
여기서부터 까칠자매들은 나의 계획과 관심사가 달라 코스를 달리했다.
우리는 포트 구역으로 돌아와 시장 구경을 했다. 나는 막간을 이용해 Rythm House라는 뭄바이 최대의 음반매장을 들렀다. 이 곳에서 그리도 찾아헤매던 사브리 브러더스(Sabri Brothers)의 음악CD가 자그마치 5개나 나왔다. 당근 죄다 샀다. 그 외에도 인도 전통음악을 상당히 많이 구입했다. 다음날 다시 들러서 산것까지 대략 25장 정도 샀나보다. 커피숍 이름이 생각나지 않는데 스타벅스 스타일의 커피숍에서 간만에 맛있는 커피를 마셨다. 저녁식사는 타즈마할 호텔에 있는 딴고르식당에서 할 참이었다. 이 곳에는 전통공연이 벌어지고 무굴제국 황실 요리들이 부페식으로 제공되는 것으로 알고 찾았다. 제길. 가서 보니 없어지고 중국요리점이 대신 들어섰단다. 계획을 수정했다. 좋은 식당을 찾아다녔다. 가는 곳마다 맥주를 안판댄다. 내일은 돌아가는 항공편에 몸을 싣는 날이고 보니 경은이도 경은엄마도 용재도 맥주 한잔을 곁들이고 싶어했다. 그런데 이상하게 가는 곳마다 맥주를 안판단다. 아무리 맥주 마시기 어려운 곳이랜다지만 심지어는 Pub에서조차 맥주를 안팔았다. 그러다가 우연히 찾게 된 카페 몬데가르(Cafe Mondegar). 아니 바로 그 커피숍 근처에 있어서 두어 번 지나가긴 했지만 가이드 매뉴얼에 나온 그 카페인줄은 몰랐다. 원래 계획에도 없었고 말이다. 내부에 들어가니 벽화가 온통 만화인데 이건 너무너무 재미가 있었고 젊은이들이 많았다. 가이드매뉴얼에서 얼핏 본 기억이 있어 뒤져보니 아니나 다를까. 이 곳이 바로 그 곳인데 아주 재미가 있다. 인도의 대학생들이 많이 다니는 곳이란다.
이 곳에서도 맥주는 역시 안팔았다. 알고 보니 이 날이 인도 독립기념일인데 이 날은 술을 팔지 못하게 되어 있단다. 제길. 너무너무 아쉬웠다. 맥주 생각이 간절했는데... 할 수 없이 주스와 음료수 등을 주문했다. 술집에서 술을 팔지 않는 날인데도 의외로 사람이 바글바글하다. 이거야 말로 앙꼬 없는 찐빵이 아닌가 말이다.
벽화는 시사만화가의 작품이라고 한다.
그림 스타일은 어디서 본듯도 하고...
정다운 모녀. 꼭 자매같더라는...
경은이와 용재의 커플반지 과시도....
주스를 마시고 나서 맹숭맹숭하던 중에 안주라도 시켜먹자고 메뉴를 뒤졌다. 앗 과일샐러드. 75루피! 와 싸다. 이거 시키자. 시켜보니 이런게 달랑 하나 나온다. 이게 과일셀러드래. ㅜㅡ
그래도 이 특이한 카페에서 아주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이 곳에서는 티셔츠도 파는데 이 벽화의 그림들과 간판마크가 들어가 있다. 너무나 예뻐서 검정색으로 한 벌 사고 싶었는데 내게 맞는 사이즈가 없단다. 그래서 말았다.
호텔로 돌아오는 길에 그 맛있는 청포도를 한 박스를 샀다. 한 박스도 몇 푼 안한다. 호텔로 돌아온 4명과 곧이어 돌아온 까칠자매와 함께 내 방에서 포도를 씻어 주전부리를 했다. 아우랑가바드에서 비상용으로 먹으려고 작은 인도산 위스키 2병을 사 둔 것으로 맥주를 대신했다. 잠자리에 들기 위해 모두들 흩어졌다. 문제가 하나 발생했다. 가으럽 얘기가 뭄바이는 방 구하기가 어려워 방 한개를 덜 확보했단다. 역시 맹한 친구군. 혹시 방값을 아껴 인 마이 포켓하려고? 에이! 아니겠지. 믿자. 경은모녀 1개, 까칠자매 1개, 용재 1개, 나 1개, 가으럽 1개가 예약되어 있어야 했으나 가으럽의 방이 없다며 용재보고 같이 쓰자고 했던 모양이다. 일이 이렇게 된거 그냥 가으럽한테 방 내주고 용재는 나와 함께 쓰기로 했다. 이 곳이 잠자리로 최악이라는 것은 모두들 방으로 돌아가고 난 뒤에 알게 되었다. 내 방 창문 너머로 영화상영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것도 엄청나게 큰 소리였다. 창문너머는 바로 건물내 극장으로 통하는 길이었던 모양이다. 아닌게 아니라 호텔건물 전면에 필름 형태의 조형물이 설치되어 있고 호텔 앞마당 벽에는 영화포스터가 즐비하게 부착되어 있었다. 세상에나 방음장치도 안되어 있으면서 극장과 호텔이 한 건물 안에 있다니... 어이가 없었다. 당연히 잠을 잘 수가 없었다. 항의를 할까 생각했다가 이 곳이 인도라는 생각에 포기했다. 언젠간 조용해지겠지. 새벽 1시정도가 되니 영화상영이 끝났는지 조용해졌다. 작은 방에 두 사람이 함께 쓰니 공기가 답답해지는 느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