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여행6
1월 23일(화)
야간기차에서 내려 부사울 역에서 아침을 맞고 택시를 다시 대절해 아잔타로 향했다. 아잔타행 장거리 버스를 6명이 타느니 택시를 대절하는게 싸다는 가으럽의 권유에 택시를 대절한 것이다. 이 곳 택시는 찝차다. 택시 표시는 없는데 이게 승용찬지 택신지 우찌 아노? 좌우지당간 가면서도 중간 중간에 나는 사격을 했다. 가면서 정원이 넓고 예쁜 한 호텔의 아침을 먹었지만 나는 그저 라시(인도식 요구르트)와 과일을 조금 먹었다. 석굴사원군에 도착하여 석굴을 보며 다녔다. 대절한 택시는 어차피 하루종일 우리 차요 우리 기사이니만큼 짐을 그대로 남겨두고 운전사에게 지키게 하고는 표를 들고 입구로 갔다. 이 곳에서 버스를 타고 10분 이상을 들어간다. 훼손되지 않은 인도의 자연을 부분적이나마 볼 수 있었다. 내 옆자리에 앉은 청년 하나가 나보고 인도인이냐고 묻는다. 나는 설사때문에 몸은 척 늘어져 탈진상태였기때문에 누군가 옆에서 말거는 것 조차 반갑지가 않았다. 그 와중에도 나는 좀 어이가 없었다. 보다시피 황인종인데 왜 인도인이냐고 묻지? 첨엔 걍 외국인에게 발을 걸어보기 위해 하는 소린가 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북방인들은 나하고 비슷하게 생긴 모양이다. 버스에서 내려서 매표소로 올라가는 계단은 요리 꾸불탕 조리 꾸불탕 골때리는 지그재그에 완전 급경사였다. 나는 이미 탈진상태인데다 날씨는 바람한 점 없고 햇볕은 쨍쨍 모래알은 번쩍 인간들을 찜쪄먹을 골때리는 날씨였다. 그 길은 다니기 힘들었지만 남들에게 폐끼치기 싫어 이를 악물고 멀정한척하며 앞서 나갔다. 이 곳이 석굴사원군 초입 매표소에서 찍은 사진이다.
그런데 워낙 더운 날이라 나만 탈진한게 아니었다. 모두가 힘들어했다. 그나마 다행이넹(내가 넘 나쁜넘인가?) 하지만 수십개 석굴 사원을 하나도 남김없이 다 보았으니 독종들이다. 아잔타의 석굴군은 대부분 불교사원군이었다.
더위에 지친 일행
첨엔 이런 장면을 보고 든 생각은 저러고 싶을까였는데 모두들 더위에 지치는걸 보면 노인들은 종종 이게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길 옆 새까만 절벽
워낙 오래된 이 석굴에 형태를 알아볼 수 있는 벽화는 거의 없다. 이 정도면 거의 완벽에 가깝다. 처음 이 곳을 발견했을 때는 벽화가 거의 완벽하게 보존되어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벽에 쌓인 먼지를 제거하고공기를 접하면서부터 급속하게 벽화가 훼손되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제 인도사람들도 벽화를 보존하는 방법을 터득했지만 때는 이미 늦은 뒤인가보다.
경은이는 좋겠네. 가는 곳마다 인기가 있어서. ㅎㅎㅎ
어마어마한 크기의 와불상 부조
다리 부분
부처상은 고수머리와 양손을 들어 득도의 순간을 표현하고 있는 점은 우리나라의 그것과 매우 흡사한 형태를 띠고 있다. 다만 우리나라의 경우 가부좌상이 거의 대부분이지만 이 곳 아잔타 석굴군에서 본 부처상은 가부좌상도 많고 생전 처음보는 형태로 의자에 앉은 듯한 좌상이 많다는 것이 이색적이었다. 이곳 사진은 용재가 다 갖고 있넹. 용재야 사진 빠이 보내도.
맛간 나의 불쌍한 모습.
드됴 다봤다.
저멀리 꼭데기에 정자가 있는데 어떤 이들은 거기까지 가는 모양이었지만 누구 하나 가보자는 사람은 없다.
1월 24일(수)
다음날은 다울라따바드를 들러 엘로라석굴군으로 갔다. 코스를 그리 잡은 이유는 다울라따바드가 엘로라 석굴군 가는 길목에 있기 때문이었다. 다울라따바드는 투글라크 왕조의 수도였다고 하는데 아주 자그마하다. 이곳이 성문이다.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이 것은 무엇일까. 망루가 성문 위가 아닌 뒤에 있을리 만무한데...
가다 보니 탑도 나온다 승전탑(찬드 미나르)이라나? 1435년 알라 우드 딘이 따울라다바드 정벌을 기념하기 위해 세웠단다. 근데 뭐가 이리 초라하노?
안으로 들어가다 보니 원숭이들은 먹을거라도 생길 줄 알았는지 우리가 지나가니 몇 놈이 달려와 쳐다 본다.
얼레리꼴레리 똥꼬가 다보인다 다보여 이놈아.
주변을 내려다 볼 수 있는 가장 높은 위치.
그 아래에는 천연해자와 절벽이 있어 천혜의 요새였음을 짐작할 수 있다.
여기 저기 많이 훼손되어 있어서 많은 보수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이 번엔 엘로라 석굴군으로 자리를 이동했다. 점심은 그 곳 입구에 아주 훌륭한 식당이 있어 그 곳에서 먹었다. 치킨 로스트, 칠리치킨, 맥주를 먹었다. 그야말로 환상적인 맛과 즐거움이었다. 점심식사와 유명한 식당간에는 거리와 시간의 애매한 부조화때문에 고민했는데 뜻밖에 이렇게 좋은 식당이 있어 모두가 즐거워 했다. 식당 앞 정원 꽃이 예뻐서 한 컷!
엘로라 석굴사원군은 불교, 힌두교, 자인교 유적이 혼재해 있다. 6세기경 불교 등장 이후 힌두교와 자인교가 차례로 이 곳을 접수했다고 한다. 그 와중에 서로 다른 종교 유적에는 손을 대지 않아 보존상태가 양호하다고 하니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석굴사원군 중 가장 먼저 본 것은 카일라쉬 석굴사원이었다. 이 곳은 신비감이 가득한 곳이었다. 카일라쉬 사원은 인도 예술의 최고봉이라 일컬어진다. 외세의 침략이 많아서 그랬는지 조각들이 많이 훼손되어 있었다.
카일라쉬 석굴사원 입구에서 셀카
안을 열심히 구경하다 보면 많은 인도인들이 우리가 신기한지 계속 말을 걸어온다. 말상대가 시작되면 일행이 모두 모여든다. 그 중 한 집단이 바로 이 초등학생들과 교사들. 이그 구여운 것들.
이 곳 카일라쉬 사원 외에도 다른 석굴 사원은 많았지만 이 곳만큼 아름다운 곳도 달리 없다. 견학 온 어린이들
입장 순서를 기다리는 단체견학 학생들
다른 석굴 도 모두 둘러보았다.
셀카도 한컷. 더위에 얼굴도 익었다.
가는 길에 초등학교 운동장을 지나게 되었다. 일행에 초등학교 선생님들이 많아서 그런지 이 런 곳을 보면 그냥 지나가지 못하고 꼭 둘러 보아야만 직성이 풀리는 모양이다. 오후반 애들인 모양이다. 북소리와 트라이앵글의 소리에 맞추어 체조를 하고 있었다. 아이들은 어딜가나 귀엽다. 이곳 아이들도. 근데 왜 맨발이 이렇게 많지?
가다 보니 계획에 없던 사원 하나가 신기하길래 들러보았다. 내부까지 들어가 볼 생각이었는데 남자만 들어 갈 수 있으며 남자도 상의를 벗어야만 들어갈 수 있단다. 이거 옷을 벗었다가 다시 나와서 주워 입기도 귀찮고 사진 촬영도 안되니 굳이 골체미를 드러내며 홀랑 벗고 돌아다닐 생각도 없었다. 좌우간 그동안 보러 다닌 사원과는 건축양식과 재질이 확연한 차이가 있어 볼만했다.
아우랑가바드 시내의 석굴 사원군은 그다지 볼거리는 많지 않았다.
웃기는 인간 하나는 만날 수 있었다. 석굴 사원을 구경하다가 한 석굴 내에서 함께 촬영을 하자며 접근해 오는 한 남자의 무리가 있었다. 그런데 그 중 문제의 인간 하나는 까칠자매가 예뻐 보였는지 자꾸 같이 사진을 찍으려고 했다. 이 사진만 해도 나와 은정이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찍었는데 큰까칠 어깨에 올린 팔의 손 위치가 위험수위(?)임을 알 수 있다. 술을마셨는지 입에선 술냄새가 나고 이 사진을 찍고 난 뒤에 까칠자매와 사진을 찍어 달랜다.
결국 사진을 찍어주긴 했는데 이놈 생각은 딴데 있는지 양쪽 여인의 어깨에 팔을 걸친 자신의 손의 위치는 역시 위험수위였다. 찍고 나서는 이 정신 나간 놈은 외국인에 대한 호감인척하며 내 볼에다 키스를 하는거다. 난 처음엔 별 미친놈을 다보겠다고 생각했다. 그게 까칠자매한테 키스하기 위해 사전 작업으로 쇼를 한거였다. 이 곳 사원은 약간 높은 계단 끝에 있어서 올라오기 귀찮다고 다른 사람들은 기다리고 우리만 올라 와 있었다. 그들이 이 곳을 퇴장하자 까칠자매와 나 셋만 남았다. 정말이지 이렇게 후미지고 사람이 없으면 범죄가 일어나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었다. 이 곳에 마침 우리의 초대로 따라 나섰던 헬퍼 가으럽이 사원 아래 쪽에 다른 사람들과 함께 있다가 헐레벌떡 달려왔다. 왜그런지 물어봤더니 두 여자(까칠시스터즈)에 대해 한 무리의 남자들이(특히 그눔) 이상한 소리를 하며 웃고 떠들며 나가더란다. 이 곳에 남자가 나 하나만 있다는 생각에 이 성실한 헬퍼는 고객을 보호하기 위해 무슨일 이 없나 헐레벌떡 달려온 것이었다. 아닌게 아니라 이 으슥한 곳에 우리 세사람만 있었던거였다. 이눔아 뭐가 어쩌고저쩌고 재밌게 떠든 내용은 짐작이 간다. 네놈의 얼굴이 여기서 팔릴줄은 몰랐지롱. 에라 이 멍청아 여기서 쪽이나 실컷 팔려라.
그날 저녁식사는 푸드러버에서 먹었다. 괜찮은 음식이었다. 호텔에 돌아와 보니 이 곳은 더운데다 건조해서 아침에 일찍 일어나 빨아 실내에 널어둔 싸파리점퍼(더러워서 못봐줄정도로 먼지와 때에 쩔어 있었음) 내의와 티셔츠, 청바지 양말 등 모두가 완벽하게 말라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