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여행/공연전시후기

보로딘현악4중주단(2007. 5. 8)

코렐리 2007. 5. 10. 16:25

드문 기회가 왔다. 볼만한 공연이 도대체 없어 공연에 관심을 끈지 적잖은 시간이 지났다.

스프링실내악축제라는 것을 한다는 광고를 어디선가 얼핏 보았다.

강동석이 음악감독이 되어 이루어지는 축제라나.

그 중 눈에 들어오는 실내악단이 있었다. 보로딘 4중주단의 연주였다.

공연일자가 5월 6일과 5월 8일이랜다.

허구헌날 밤늦게 퇴근하니 5월 8일은 글렀다.

그래서 일요일인 5월 6일자 공연 티켓을 찾아 보았다. 전석 매진이랜다.

하기는 최소 7만원짜리 로열시트가 4만원이니 어느 누군들 관심을 안가지겠나.

할 수 없이 5월 8일자 공연을 뒤져 보니 적잖이 좋은 자리가 많이 남아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5월 8일은 어버이날인만큼 다들 바쁜 모양이다.

어차피 외국에 계신 노인네들께 전화 드리고 나면 더 이상 매일 일이 없는 나는 이날 저녁에 농뗑이칠 각오로 표를 구했다.

당일이 되었다. 7시 20분쯤 땡땡이 쳐서 세종문문화회관으로 갔다. 7시 50분에 도착해 좌석표와 교환했다.

세종문화회관은 공연장이 무식하게 크고 음향상태가 개판이기로 악명이 높은 곳이라 잘 가지 않는 곳이지만 체임버홀은 아담하고 음향상태가 좋았다.

팸플릿을 사고 보니 이틀간의 공연 중 내가 진짜보고싶은 공연은 5월 6일 일요일 공연이었다. 이 날은 보로딘 현악사중주 2번, 쇼스타코비치 현악사중주 1번, 브람스 피아노 5중주였다.

내가 본 공연은 미아코프스키 현악사중주 13번(듣기에도 생소하다), 베토벤 현악사중주 9번, 슈만 피아노 오중주 였다.

보로딘과 쇼스타코비치의 현악사중주는 꼭 현장에서 들어보고 싶었고 게다가 보로딘 사중주단의 연주라면 더 바랄 것이 없지 않은가 말이다.

그래도 내가 본 공연은 생소한 희귀 러시아 곡을 보로딘 사중주단의 연주로 듣는 것에 만족할 수 있었다.

 

1st Violin Ruben Aharonian

2nd Violin Andrei  

Viola Igor Naidin Abramenkov

Cello Balentin Berlinsky

 

내가 알던 보로딘 연주자는 하나도 없었다. 이젠 내가 알고 있던 멤버들 모두가 은퇴하고 완전히 교체되어 있었다.

 

나는 앞에서 두 번째 자리에 앉았다. 대규모 오케스트라의 공연인 경우 오케스트라 음향의 집중점인 중앙 10번째 줄에 앉지만 이 것은 현악 4중주인 관계로 가까이서 볼 참이었다.

드디어 단아한 차림을 한 네 명의 연주자가 각기 악기를 들고 나왔다.

첫 곡은 미아코프스키의 현악사중주

무척 생소한 곡이었고 작곡가 이름 조차도 몇 번 들어 번 기억만 얼핏 있는 것 같았다.

처음 듣는 현대음악 치곤 귀에 익숙하게 들어왔다.

이 번에도 어김없이 공짜표를 얻어서 한 번 와 본 매너를 모르는 사람들이 악장이 끝날때마다 박수를 치는 어이없는 일이 첫 곡이 끝날때까지 세 번 연속 이어졌다.

1st 바이올리니스트가 약간 짜증이 나는 듯 박수 소리가 나는 쪽을 쳐다보곤 했다.

어이가 없는 것은 이런 사람들이 50-60명 정도는 되는 것 같았다.

무식하면 눈치라도 있어야 할텐데 이런 것을 파악하는데 1곡이 완전히 끝나고 두 번째 곡으로 넘어가서야 악장간 박수 소리가 사라졌다.

심지어 내 앞에 앉은 어떤 아줌마는 맨 앞에 앉아서 졸다가 남들이 박수치는 소리에 깨서는 같이 열렬하게 박수를 치고는 다음 곡이 시작되자 다시 머릴 기대고 졸고 있었다.

이런 공짜손님들때문에 공연문화가 제자리 걸음을 하는게 아닐까. 젠장. 표를 못구해 발을 동동 구르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이다 헨델 할머니때는 정말 공연을 볼 사람만 왔는지 그날의 공연장 관객 매너는 함께 했던 내가 더 없이 즐거울 정도로 끝내 줬었다. 이 번엔 아쉽다.

 

두 번째 곡이 시작되었다.

이 번 곡은 슈만의 피아노 오중주였다.

4명의 보로딘 단원과 함께 나온 피아노 연주자는 Rudmila Berlinskaya라는 러시아 출신 피아니스트였다.

나이 마흔 다섯은 충분히 넘어 보였는데 굉장한 미모의 소유자였다. 1악장이 시작되면서 그녀의 피아노는 왠지 모르게 쳐지는 듯하고 소리가 작아 답답하게 들렸다. 어차피 1악장은 내가 그리 좋아하는 파트가 아니었다. 내가 좋아하는 3악장과 4악장에서는 무슨 힘이 넘쳐났는지 정열적인 연주를 보여 주었다. 게다가 3,4악장은 흥이 나는 파트가 아니던가.

 

약간의 휴게시간 후 베토벤 9번 라주모프스키가 연주되었다. 역시 힘있는 연주였다. 알코르 곡으로는 차이코프스키의 안단테 칸타빌레였다. 러시아 곡이 적어 아쉬워했던 내게는 생각지 않은 굳 서비스였다. 역시 러시아인의 현악기 속에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영혼이 숨어있나보다. 소리가 깊고 정열적이다. 만일 조금만 더 일찍 이들의 내한 소식을 들었다면 일요일 공연도 보았을테지만 어버이날 공연은 표가 좀 나중에 매진된 관계로 나도 볼 수 있었다. 그나마 감사해야징 ^^;

 

5월 31일에는 알반베르크 사중주단의 고별공연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크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