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여행2
2006년 7월 15일(토) 오후
두바이 14:30발 비행기는 18:00경 이스탄불 아타튀르크 공항에 도착했다. 환전을 하고
밖으로 나갔다.
공항에서 지하로 내려가 지하철역으로 갔다. 이게 제톤이라 불리는 지하철 또는 노면전차(트램바이)용 토큰.
여기에다 그걸 넣고 들어가 탑승한다. 여기서 졸라 해맸다. 들어가면 표가 다시 나오고 다시 그걸 갖고 가서 하차역에 내던 한국에서의 습관땜시...
아 긍게 이걸 여기다 넣고 안나오면 거그 가서 워쩌냔 말여. 안그려?
일단 승차만 하면 내릴 때는 표를 구입했다는 사실을 증명할 필요가 없었다. 아! 쪼발려.
지하철 승강장. 여기선 지하철을 튀넬이라 부른다.
제이틴부르노(Zeytinbruno)에서 하차하여 트렘바이(tramvay)라 불리는 전차로 갈아탔다. 사진에서 볼 때는 고풍스러운 고물 구닥다리 전차였는데 최근에 죄 다 바꾸었는지 현대적인 모습이라 조금은 실망감이 들었다.
전차 내부. 동양인이 신기한지 연신 눈길들을 보낸다. 트램바이 내에서 내다 보는 건물과 거리의 풍광은 이국적인 분위기로 가득했다. 이따금씩 보이는 회교사원도 그렇지만 유럽지역인 이 곳은 다른 유럽지역과는 구별되는 독특한 분위기가 있는 것 같아 내겐 무척 강렬하게 각인되었다.
열차 안에서 나는 이국적인 도시 정경에 넋을 잃고 내다 보고 있었다.
목적지인 이 곳 시르케지역(Sirkesi)역에서 하차하였다. 이 노선은 여기가 종점이다. 낯익은건 맥도널드의 간판뿐이었다.
골목까지 쑤시고 다니는 트램바이
호텔을 찾느라고 한참을 헤맸다. 아주 가까운 곳이었는데 약간은 구석진 곳에 있는 탓이었다. 아주 좋은 것은 교통이 아주 좋은 곳이라는 점이었다. 유럽쪽에서 아시아쪽으로 가장 가까운 곳이었으니 우리가 계획하고 있는 행선지들의 중심축선상에 있는 셈이었다. 우리가 묵었던 아스토크호텔(Astoc). 후져보이는 이 호텔도 4성급이란다.
호텔을 찾던 도중 음식점을 하나 찜해두었다. 원래 Haci Recep라는 레스토랑으로 갈 작정이었는데 그걸 찾으러 다니기엔 적잖이 늦은시간이었고 배도 고팠다. 가게 바깥으로 까페가 나와 있는데다 사람도 많고 해서 이곳이다 싶었다. Urfalim이라는 이 식당 입구에 ALL KIND OF KEBAP이라고 쓰여 있다. 아닌게 아니라 꼬치에 꽂은 케밥 종류가 상당히 많이 전시되어 있었다. 손님의 주문은 그 중에 고르는 것이고 주문받은 주인은 손님이 가리킨 것을 가져다 요리를 해내오는 식이었다.
뜀도령과 나는 몇가지 요리를 주문했다. 대부분 케밥이었다. 용감하게 양(lamb) 케밥도 시켜보고...나오는걸 보고 양(quantity)에 일단 질렸다. 우선 같이 나온 빵의 크기와 양에 질렸다. 그리고 사람 머릿수대로 요리를 주문했는데 이게 각기 따로 나오는게 아니었다. 우선 쌀을 철판위에 깔고 그 위에 고기면 고기, 야채면 야채를 그 위에 기냥 깔고 철판 위에서 익힌 것 같다.
그걸 통째로 내오는데 그 위에 허여므리한 요구르트를 얹어 범벅이 되고 피자 비스므리하게 생긴 것이 그 위에 또 깔렸다. 그야말로 국물 없는 짬뽕밥이었다. 그래도 생긴게 맛있어 보이길래 양고기케밥(여기선 고기요리를 케밥이라고 한다) 한 개를 접시에 얹어 입에 넣고 씹는 순간 양냄새에 다시 한 번 질렸다. 우에엑! 결국 빵하구 피자 피스므리한 빈대떡하구 쌀만 먹었다. 더욱 고약한 것은 술을 팔지 않아 맥주를 마시고 싶은 소망은 포기해야 했다. 반경 100미터 이내에 사원이 있으면 술을 팔 수 없다는 것이었다. 회교사원같이 안생긴 자그마한 회교사원이 콧구멍 앞에 있었다.
식사후 Elma Cayi라 불리는 사과차를 서비스 받았다. I will give you glasses of tea, my friend. Of course it's free. 라는 말에 고맙게 생각하고 마셨다. 음식값 외에는 지불을 하지 않았더니 웨이터가 적이 실망하는 눈치로 우리가 마시다 남은 사과차를 벌컥 들이켰다. 음식값에 봉사료가 포함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 그제서야 알았다. 약간은 당황했다. 여행가이드에는 봉사료가 포함되어 있으니 굳이 팁은 주지 않아도 된다고 적혀 있었다. 그런데 그게 아닌가? 우린 약간의 망설임 후 지금 이미 안으로 들어간 그를 쫓아가 팁을 주는 것도 이상해서 걍 나왔다.
민생고도 일단 해결했겠다 잔뜩 들뜬 초저녁부터 호텔에 쳐박혀 있기 보다는 여행의 기쁨을 만끽하기 위해 저녁식사 후 산책삼아 싸돌아 다니기 시작했다. 에미뇌뉘 부두쪽으로 걸어서 나가봤다. 트램바이를 타고 이 곳으로 오면서부터 느끼는 것이었지만 도시 전체가 상당히 운치가 있었다. 조명이 깔린 밤의 항구 주변 도로는 무척 아름다웠다. 뒤쪽에 자미(회교사원) 미나레(탑)가 보인다.
도로를 걷다가 갈라타 다리에 다다랐다. 갈라타 다리는 위쪽으로는 자동차도로가 있었고 아래쪽으로는 운치있는 카페들이 널려 있는데 아래쪽 길도 다리의 반대편 끝에 걸어서 도달할 수 있도록 연결되어 있었다. 갈라타 다리의 이쪽은 구시가지이고 건너편은 신시가지다. 야경으로 보이는 갈라타다리와 그 밑에 늘어선 카페, 저 건너 보이는 갈라타탑이 화려한 조명을 받아 환상적이다.
우리는 갈라타 다리의 아래쪽 길을 따라 걷다가 운치있는 카페를 골라 그 곳에 앉았다. 가게 바깥으로는 보행로가 있었고 테이블은 그곳까지 나와 있었다. 우리는 바깥쪽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 곳에서 셀카 한 컷.
식당에서 나온 음식물 쓰레기를 이 곳 해협 물에 마구 버린다. 불과 몇년전 우리하고 똑같다. 일부는 아직도 그러지만...
난간에서 보이는 예니자미의 조명받은 모습은 꿈의 궁전같은 환상적인 자태를 선보이고 있었다. 누군가 이스탄불에 간다면 저녁때 꼭 이곳에서 맥주 한 잔 마셔 보라고 권하고싶다. 내게는 두고두고 잊을 수 없는 추억이다. 이 곳에서 먹은 맥주는 터키 유일의 맥주 Efes 였다. 한 모금 마셔 보고 그 맛에 반했다. 은은하게 나는 독특한 향은 양고기 케밥의 그것과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제까지 나도 많은 종류의 맥주를 마셔보았지만 이렇게 강렬하게 인상을 남긴 맥주는 처음 마셔 보았다. 지금까지도 그 맛을 잊지 못하고 있는데 이렇게 맛있는 맥주를 왜 수입을 하지 않는지 모르겠다. 심히 안타깝다. 누군가 터키에 간다면 에페스 맥주 두 캔만 사다 달라고 부탁해야징. 한 캔은 마시고 한 캔은 두고두고 장식물이 될거다. ㅡㅡ;
완전히 해진 뒤에 보니 더욱 환상적이다.
호텔로 돌아오다 길에서 고양이 친구 한마리를 사귀었다. 이 곳의 길고양이들은 사람을 피하지 않는다. 오라고 하니 다가 온다. 머리를 쓰다듬어 주니 무릎위로 기어 올라와 안긴다. 미안한 것은 그에게 줄 먹을거리가 없었다. 뭔가 사서 먹이고 싶었는데 일행의 눈치가 보여 이내 바이바이를 했다. 이 녀석만 그런게 아니고 다른 길고양이들도 다람을 피하지 않고 인간과 교감할 줄을 알았다. 한국에선 고양이가 얼마나 배척받고 있는지를 실감했다. 귀여운 동물인데...
밤 11시가 넘어서야 호텔로 돌아와 씻고 잠자리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