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여행/음악에 관한...

LP와 CD에 관한 진실

코렐리 2007. 4. 26. 14:07

음반매체로서 주종을 이루는 CD를 제쳐 두고 LP를 고집스럽게 고수하는 나를 의아해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CD를 사는데 드는 돈은 아까운 생각이 든다. 그만큼 LP를 선호한다.

CD를 아주 안사는 것은 아니다.

녹음 자체가 최근의 녹음이어서 LP가 어차피 없는 경우와

LP로는 워낙에 고가반이라 할 수 없이 CD를 선택하는 경우가 그것이다.

일부러 그러는 것은 아니지만 나의 많은 지인들은 내가 뭐 하나 안튀는게 없다고 말한다.

생각해 보니 아주 틀리는 얘기는 아닌 것 같기도 하다.

사실 시대를 역행하는 반동분자들은 항상 있어왔지만 지금 LP음악을 듣는 사람들은 비주류 중에서도 특히나 비주류에 속한다.

LP라는 매체가 처음 등장하고 SP가 사라져가던 시기에도 역시 반동분자는 있었다.

녹음을 마치면 일수불퇴요 낙장불입인 SP와 달리 녹음 후 잘못된 부분이나 틀린 부분을 다시 녹음하여 부분적으로 바꾸어 넣고 필요에 따라 잔향까지 함께 집어 넣어 마스터 테이프를 만들어내는 행위는 당시 SP를 고집하던 사람들에겐 조작이니 어쩌니를 따지기 전에 음악에 대한 배신이라고까지 생각했을지 모르겠다.

 

마찬가지로 LP음악을 듣는 사람들에겐 음의 일부를 잘라내는 CD의 만행이 그야말로 음악에 대한 배신에 가깝다. 가청주파수 이외의 모든 음을 잘라내는 MP3 파일은 아예 논외의 대상이다.

CD의 경우 아무리 가청주파수 이외의 음에서 일부가 잘린다고는 하지만 음악을 듣는 이의 느낌이 LP와 같을 수는 없다. 같은 녹음에 대하여 실제로 CD와 LP를 비교해 보면 분명히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바늘이 음반 긁는 잡음, 먼지와 흠집으로 인한 잡음등 LP가 가진 결함이 CD에는 없고 깨끗한 소리를 내니 얼핏 들으면 CD의 음질이 좋은 것으로 착각을 하게 된다.

 

LP를 찾는 많은 사람들의 이유들 중 내가 들어본 내용들은 대충 다음과 같다.

1. LP 재생음은 윤기가 있고 따뜻한 반면에

2. CD 재생음은 건조하고 차갑고 날카롭다.

3. LP의 잡음은 인간적인데 반해

4. CD로 재생되는 음악을 들으면 꼭 찝어내 말할 순 없지만 무언가 하나가 빠진 느낌이 든다(깜빡 잊고 소금을 빠뜨리고 반죽한 빵의 맛처럼?)

5. LP로 인해 과거에 듣던 음악에 대한 향수를 달래준다.

6. CD는 음의 왜곡수준이 심각하나 여기에 비하면 LP음은 원음에 가깝다.

뭐 대충 이런 내용들이다.

 

그동안 모은 LP와 CD 음반들

 

CD가 대략 800장정도 되고 LP는 오디오장 안에 있는 오페라 박스반을 합치면 대충 3000장은 넘나보다. 오디오는 1991년 군대 제대하면서 구입한 롯데매니아 IC회로 오디오다. 나름대로 심혈을 기울인 야심작이라는 말에 샀다. 당시 해군회관에서 50% 할인된 가격으로 구입했는데도 그 때 돈으로도 170만원이 깨졌다. CDP는 몇 년 전 맛이 가서 마란쯔로 새로 구입하고 카세트데크는 버리고 턴테이블(LP-1000)은 모터에서 잡소리가 나기 시작해서 70년대 제작 파나소닉 중고로 구입했는데 또 맛이 갔다. ㅜㅜ  

 

이런 얘기들은 나도 대부분 공감하는 내용이다. 그러나 내가 주장하는 얘기는 조금 다른데 있다.

음의 실체는 파동이다. 아날로그 음악은 파동역학에서 말하는 완벽한 sin곡선의 음파를 모두 갖는다.

CD는 디지털신호의 특성상 0과 1만을 인식한다. 다시 말해 Yes와 No만 가지고 표현하는 세계는 제한되어 있고 결국 모든 것을 담지는 못한다.

또 다시 말해 음을 담되 일부는 담을 수 없어 파장이 가장 짧은 고음역대와 파장이 가장 긴 저음역대가 무시된다.

음의 진동으로 인해 물컵에 담긴 물이 영향을 받아 역시 파동을 일으키는 모습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파장이 긴 저음에 인체가 노출되었을때 이 파동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알게 모르게 느낌으로 다가오게 마련이다.

가청주파수 내의 음은 귀를 자극하고 듣는 이는 음악적 감성으로 이를 반응하게 된다.

가청주파수 이외의 음은 인체에 자극을 가하고 진동의 영향으로 제 2의 음악적 감성(내가 만들어낸 용어ㅡㅡ;)을 자극한다.

마치 개구리의 호흡은 호흡기를 통한 밥법 외에 피부를 통한 호흡을 병행하지 않으면 산소부족으로 죽게되는 것과 같은 이치로 받아들여진다.

따라서 극저음과 극고음이 잘려나간 상황에서는 제 2의 음악적감성이 왜곡된 형태로 받아들여지게 되고 결국 CD재생음에 불만족감을 가지게 된다는 것이 나의 주장이다.

반면에 LP는 모든 주파수의 음악을 모두 담는다. LP가 가진 특징의 하나로 말할 수 있는 것 중 하나가 바로 full frequency 라는 용어이다. 이는 모든 진동수의 음을 모두 다 담은 경우를 말하는데 진동수에 따라 파장이 달라지니 결국 같은 의미다.

 

음의 재생에 있어 CD라는 매체가 가장 취약한 부분 중 하나가 바로 현악기 소리다. 특히 대규모 악단에서 연주하는 현악기군은 듣기 어려울정도의 짜증스러운 소리를 낸다. 소리가 섬세하게 분리되기 보다는 한데 뭉쳐 소용돌이치는 듯한 느낌으로 다가오는데 특히 격렬한 연주일수록 이러한 느낌은 더욱 강하게 다가 온다.

 

CD가 등장했을때 반영구적이라는 말이 나왔었다. 그러나 이 것은 잘못된 말이다. CD에 인쇄된 페인트 안료의 수명은 100년을 넘지 못한다. 그 때가 되면 안료가 녹아내려 데이터 리딩 자체를 불가능하게 만들 뿐 아니라 CD자체에 담겨 있는 정보도 세월의 흐름으로 인해 변질되거나 사라져버리는 문제가 안전성 자체의 문제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반면 플라스틱(비닐)재질로 만들어진 LP는 애장가의 손길만 이어진다면 오히려 반영구적인 수명을 가질 수 있다는 것도 매력의 하나로 보여진다.

 

결국 어느모로 보나 CD라는 매체는 진보된 매체가 아닌 퇴보한 매체라는 것이 LP매니아들의 공통된 견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