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의 중앙아시아 우즈베키스탄 4(부하라)
2019.8.1.(목)
아침이 되어 숙소에서 준비된 아침식사를 한 뒤 08:00가 되어 하루 일정을 위해 나섰다. 조금 가다 보니 라비하우스에 면한 인공호수와 분수가 보이고 바로 그곳에 이집트신전 같은 멋진 호텔이 보였다. 일단 비싸더라도 이 곳에 머물러야겠다는 욕망이 강하게 일었다. 하루 북박비를 물으니 1일 55달러. 간밤에 묵었던 창문도 없는 답답한 게스트하우스가 50달러였는데 이 곳이 55달러라니. 우리는 다시 돌아오겠다고 한 뒤 숙소로 다시 돌아가 짐을 찾아 나왔다. 방값은 이미 어제 지불했고 체크아웃 시간은 오지도 않았다. 가방을 찾아 나오며 창이 있는 다른 호텔로 가겠다고 하니 주인이 서둘러 말했다.
"오늘 창이 있는 다른 방에 머물던 사람들이 체크아웃 할거예요. 돌아오시면 그 방이 청소되어 있을거예요."
핑계거리가 궁색해진 나는
"죄송하지만 그 곳으로 가야 할 다른 이유가 있어요."
아쉬워하는 주인을 뒤로하고 나오기에 참 이안했지만 돈 내고 묵는 곳인데 만족도는 아무래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첫째 창이 있어서 좋고 깔끔하기로도 더 바랄 것도 없는데다 호텔 전체 공간이 기막히게 운치가 잇었다.
삼성 에어컨이 있으니 시원할거라는 기대만큼은 곧 실망으로 바뀌었다. 디자인이 구리고 싼티가 심한 이유는 뭐냐. 아니나 다를까 다른곳도 마찬가지지만 이 나라 에어컨들은 시원찮기가 짝이 없었다. 이놈도 성능이 시원치 않다. 중국이 만든 짝퉁으로 강하게 의심이 든다.
욕실도 깨끗하고 감각적이다.
창에서 내려다 본 사각 안뜰.봄과 가을엔 이 곳에서 식사하거나 음료를 마시면 카페 이상이겠다.
이렇게 멋진 호텔은 우즈베키스탄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이고 55달러 밖에 안한다는 것도 대박이었다.
라비하우스에 면한 광장과 공원이 바로 면해있는 것도 대박이었다.
칼론모스크와 미나렛으로 가는 길에 있는 바자르도 제법 볼만했다.
바자르 바로 옆에도 모스크가 두 개 바라보고 있었지만 이 곳들은 가이드북에는 설명조차 없다. 그다지 중요한 곳은 아닌 모양이지만 그렇다고 그냥 지나치기도 섭섭한 곳이다.
육중함을 자랑하는 칼론 미나렛(좌측 원형 탑)과 모스크(오른쪽) 이란의 시아파 모스크 양식과 거의 흡사하다.
이 곳에서 대권도를 수련중인 청년들이 보였다.
한국의 대학생들이 이 곳에서 다큐를 찍고 있었다.
학생들이 다가와 내게인터뷰를 청했다. 카메라 앞에 나서기를 좋아하지 않는 나는 영봉군에게로 돌렸다. 고등학교 체육교사라고 하자 인터뷰에 안성맞춤이라며 학생들이 환호했다. 인터뷰에 응하는 영봉군. 대한민국의 체육인 양성과 생활체육 문화 등과 우연찮게 이 곳에서 본 이방인들의 태권도 수련 모습에 대한 소감 등을 이야기하는 영봉군의 언급은 논리적이면서도 청산유수였다. 허, 스포츠 해설가로 나서도 손색이 없겠네. 박수 짝짝짝...
일단 칼론 모스크로 들어간다. 티켓은 바로 건너편 유적인 미르아랍 마드라사통합으로 파는데 두 사람 입장료 6,000숨, 카메라 반입비 2,000숨 별도다.
규모가 큰 모스크다. 사각 뾰족한 아치, 푸른 돔, 그 속에 박힌 푸른 타일의 조화가 아름다운 모스크였다.
우리는 구석구석 둘러보았다.
영봉군이 함께 가자 해서 동반했지만 취향이 다르지 않을까 무척 걱정을 했다. 영봉군 역시 요모조모 뜯어보는 섬세한 여행자였다. 다행이다. 다봤다. 뭐하냐 빨리 가자... 이러면 사람 미친다.
유럽의 기독교 세계가 건축에 있어 이슬람의 빚을 지고 있는건 명백한 사실이다. 돔, 뾰족한 아치 등이 그렇고 포르투갈은 이슬람 지배를 받으며 조악한 기술이나마 타일 분화를 받아들였고 스페인의 알함브라 궁전 역시 이슬람건축의 백미로 손꼽힌다.
우리는 적지 않은 시간을 들여 구석구석을 꼼꼼하게 들여다 보았다.
이 곳을 나오면
바로 건너편에 마드라사 하나가 정면에 마주하고 있다.
이름하야 미르 아랍 마드라사. 이 곳도 필수 코스 중 하나였다.
이 곳을 나와 숙소와는 반대 방향으로 더 올라가 봤다. 길거리에서 파는 도자기도 예술적 수준은 높이 살만하다. 사고도 싶었지만 이걸 사면 도시 이동때마다 거장한 짐을 지게 된다.
더 올라가면 육중한 성곽이 나온다. 아르크 고성이다.
대체 성벽을 왜 이렇게 건설했는지 이해가 가질 않는다.
일단 성이라면 적이 오르기 어려운 구조라야 한다. 이렇게 비스듬하게 축조하면 적으로 하여금 올라오세요. 성 내드릴게요... 이런 의미 아닌가?
이 곳은 중요한 유적 중 하나였다. 하지만 이 곳은 다음날을 위해 남겨두기로 했다. 이미 가장 중요한 세 곳 중 두 곳을 보았으니 오늘 중요 유적을 한꺼번에 다 보면 남은 날이 재미없어지니 저축해 두는 셈이었다.
바로 앞 공원이 이국적인 정원수와 구조를 가져 아름답지만 지친 몸을 쉬게 할 그늘은 빈약했다. 그저 눈요기만 하며 통과할 수 밖에 없는 곳이다.
성곽에서 길을 건너 공원을 가로지러 오면 자그마한 모스크와 아담한 미나렛이 보인다. 이집트 신전을 연상시키는 실루엣이지만 우즈베키스탄 고유의 섬세한 기둥은 그와 다름을 의식하기라도 하는듯하다.
바로 옆 식당에 들렀다. 식당 야외 테이블이 우리의 지친 몸을 강하게 유혹했다.
하지만 아직은 식사시간이 안되었고
이 아담한 모스크 역시 우리를 강하게 유혹했다.
섬세한 천장과 기둥 문양이 눈길을 강하게 사로잡는다.
뭐라고 써있냐면... 에... 몰라
ㅇ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몇 몇 사람들이 예배를 드리고 있었다.
우리는 한쪽 구석에 앉아 시원한 에어컨 바람과 함께 더위에 지친 몸을 쉬며 이따금 카메라 셔텨를 놀렸다. 실내도 작지만 아름다운 모스크였다. 모스크가 우리를 쉬게 해 주었으니 보답으로 도네이션 함에 2,000숨 넣고 나왔다.
이 곳을 나오니 망치를 두드리며 세공을 하는 장인의 모습에서 뭔지모를 아우라가 발산된다. 이슬람교도임을 알리는 모자와 턱수염이 멋진 남자다.
그 옆에는 아기 곤냥이. 잠깐이나마 놀아주니 좋아한다.
장인이 만드는 것은 바로 이 가위. 정말 예쁘다. 사와도 어디 한군데 쳐박힐 것 같아 그만 두었고 달랑 배낭 하나메고 갔는데 부치지 않고는 기내 반입도 안될 물건이라 이래저래 포기했다. 그래도 수제품인데 하나 사올걸 잘못했다.
ㅎ휴식도 필요하고 곱창도 비었다. 봐 둔 식당으로 들어와 자리를 잡았다. 그늘로 자리잡았지만 지열로 후덥지근했다. 그래도 분위기가 상쇄시켜 준다.
일단 시원한 맥주부터 한 잔.
이 더위에 지친 다리를 쉬며 마시는 맥주의 맛은 천상의 맛에 다름아니었다.
병아리콩과 감자, 파프리카가 들어간 닭고기 스프는 그야말로 최고의 맛이었다. 만두처럼 생긴 음식 하며, 이 곳 특유의 소박한 샐러드도 좋고
신선한 야채와 함께 먹는 구운 닭고기도 아주 맛있다. 중식비 12,000숨
지친 다리도 씩씩해졌고, 곱창이 거만해지자 우리는 다시 일어날 힘을 얻었다. 다시 가던 길을 더 올라 시장으로 향했다.
공원이 나오고
그 공원에 어딜가나 파는 화려한 도자기들.
이 곳에도 작은 규모의 마드라사가 있지만 가이드북에는 굳이 설멍을 늘어놓지 않았다.
멋진 이 탑은 무인인가... 뙤악볕 아래 우뚝 선 탑 뒤로
거대 시장이 열려 있다.
어렸을때 가게방에서 보던 스타일의 과자다. 요즘 대한민국에선 이런 과자 내놓으면 한국의 어린이들은 안먹는 과자들이지만 어린시절을 떠올리며 웃음짓게 한다.
자살충동을 느끼는 사람들이 시장을 찾는 이유는 삶의 활기가 넘치기 때문이란다.
자살충동을 느껴 본 적은 단 한 번도 없지만 내가 시장을 좋아하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각양각색의 파스타는 한국시장에선 불가능할정도로 다양하다. 먹음직해 보인다.
안쓰러운 사장님. 식곤증이 노골노골 몰려올 때다. 덥기는 왜그리도 덥던지
어마어마하 규모의 견과류 시장
이슬람권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탑 모양의 향신료 가루
이 곳 빵은 너무 질기고 딱따해서 중동지역에서 맛 본 빵 보다는 거칠어 씹기에 부담스럽고 삼키기에 버겁다.
이런 소시지와 햄은 정말 먹어보고 싶지만 이걸 사다 언제 어떻게 조리해서 먹는다냐.
아이스크림 가게가 나오자 가뜨기나 찌는 더위에 유혹이 확~
그러나 이걸 먹은건 정말 실수였다. 조금 전 먹은 점심이 채 소화되기도 전에 위장으로 쑤시고 들어간 아이스크림 거품은 좁디좁은 위장을 있는대로 팽창 시키느란 아우성이었고 팽팽해진 복부는 사람을 미치게까지 만들었다. 멍청한 실수ㅇ에 대한 아이스크림의 보복은 나로 하여금 최소 한시간은 거동하기 힘들게까지 만들었다. 아이스크림 사진을 찍을 때까진 좋았는데... ㅠㅠ
거대한 과일시장
어마어마한 야채시장. 우리네 농산물과 다른 먹거리들이 신기하기만 하다.
신나게 싸돌아다닌 우리는 호텔 근처인 라비하우스에 면한 공원으로 돌아왔다. 그 곳에는 바보현자라는 노인의 당나귀 탄 동상이 서 있다. 전설인지 아님 이 곳 이슬람의 성인인지...
호텔에서 샤워한 뒤 시원찮은 에어컨 최대로 돌리고 샤워를 한 뒤 한동안 쉬고 저녁을 먹기 위해 공원 호수에 면한 한 식당을 찾았다.
음식을 주문하는 동안 식당에서 키우는 고양이인지 제집처럼 손님 테이블을 돌아다니는 애 하나가 있었다. 동물을 좋아하는 내가 그냥 넘어갈 리 없었다. 교감을 시도해 보았지만 쳐다도 보지 않고 다가가는 이를 개무시한다.
공원 호숫가 테이블에 앉아 분수를 즐기며 한잔 작심하고 마시기로 했으니 보드카도 한 병.
양갈비를 사진 보고 주문했더니 젠장. 구운게 아니고 쪘는지 삶았는지. 육즙의 단맛도, 쫄깃하게 씹히는 식감도 없었다. 그야말로 더럽게 맛이 없었지만 분위기 값으로 생각하고 먹었다. 술값을 제외한 식비는 217숨. 보드카 값하구 맥주값은 기억안난다. 비싸진 않았던거 같은데.
보드카 잠깐새 둘이 다 마시고 맥주를 주문하고 시샤도 주문해 빨았다. 난 이게 왜이리 좋은지 몰라. 120,000숨
다른 테이블에서 놀던 두 독일녀석들이 심심했는지 같이 놀잔다. 지금 다시 보니 자식들 게슈다포 같이 생겼다. 애들은 착한거 같긴 했는데. 이름은 기억이 안난다. 상관없다. 얘들도 내 이름 기억 못할텐데 뭐.
기분 좋게 마시고 기분 좋게 취했다. 각자 먹은거 각자 냈지만 2차를 제안한 우리는 이들과 함께 한 잔 더 하고 2차는 우리가 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