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낭여행/17 일본 the 10th

도쿄 레코드샵 네 번째 순례기 2

코렐리 2018. 1. 10. 20:19


2017.12.28.(목)

밤새 코를 곯던 옆칸 영감님 때문에 잠을 잘 수가 없었다. 배정된 방 입구 바로 옆 아래칸의 칸막이 침대칸에는 사람이 없었다. 그 자리로 자꾸 눈이 갔다. 정해진 자리를 놔두고 누군가를 위해 배정된 자리를 사용도 하기 전 함부로 사용하는건 예의가 아니지만 방법이 없었다. 다음 사람에게 사용했던 물건을 다시 사용하는 불쾌함을 주지 않기 위해 내 자리의 침구커버를 들고 가 그 침구 위에 덮었다. 사용하지 않은 담요는 한 쪽에 치워 놓고 내 담요를 가져다 그 곳에 눕고 덮었다. 이러면 최소한 이 자리로 올 사람에 대한 매너는 지키는 셈이라고 판단했다. 영감님은 이른 아침에 일어났다. 더 이상 코는 안곯겠지... 자던 자리 침구를 원상복구 해놓고 내 자리로 다시 돌아왔다. 영감님은 바로 옆에서 쉬지않고 부시럭부시럭 소리를 냈다. 그나마 그런대로 계속 잘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규칙적으로 똑똑하는 소리가 크게 들렸다. 곧 멈추겠지 했지만 계속되는 소리가 뭔지 일어나서 보니 손톱을 깎고 있었다. 남들에 대한 배려가 기본 마인드인 일본인 중에도 이런 인간이 있다는데 의아했다. 더 자는건 포기하고 일어나는데 영감님 내게 말을 걸어오신다.

"훼여 아 유 프롬"?

아, 짜증. 대답도 안하고 씻으러 나갔다. 나갈 준비를 마치고 08:40쯤 1층 카운터로 가 상황을 이야기했다. 

"칸막이가 있는 다른 침대칸으로 옮겨주세요."

"미안하지만 자리가 없습니다."

"난 더 이상 이 상황을 견디고싶지 않습니다. 내 옆칸에서 주무시는 영감님요. 새벽에 들어와 불을 켜고는 자고 있는 내게 인사를 하는 것도 이해가 가질 않는데, 옆칸에 주무시면서 코곯이 소리가 엄청나게 커서 잠을 잘 수가 없었습니다. 아주 이른 아침에 일어나시니 코는 더 곯지 않았지만 계속 무언가 하시느라고 쉬지않고 소리를 내는데다 나중엔 손톱까지 깎고... 여행을 많이 다녔고, 많은 게스트하우스는 다녀봤지만 그렇게 남을 배려하지 않는 사람 처음 봤습니다. 만일 자리를 옮겨주시지 않으면 다른 곳으로 숙소를 옮길겁니다."

그제서야 사태의 심각성을 알아차린 모양이었다.

"그 분 오늘 체크아웃 하실거예요."

"그 분 나가시더라도 어떤 사람이 올지 모르는데 칸막이 없는 자리는 싫으니 어쨌든 옮겨 주세요."

"오늘은 그냥 주무시고 내일부터는 자리가 있으니 바꿔 드리겠습니다."

"넹~"

"넹~"

그제서야 기분이 풀렸다. 작년에 작황이 좋았던 기타우라와 지점으로 가기로 한 날이다. 09:10 기타센주행 열차는 170엔, 기타우라와행으로 갈아타는데 다시 470엔. 환율이 폭락했음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대중교통비는 지나치게 비싸다. 유럽에서도 일케 비싼 지하철 이용료는 못 본 것 같다. 10:45 쯤 기타우라와역에 도착했다. 밥부터 먹어야 할 것 같았다. 나름 괜찮아 보이는 집으로 들어갔다.


여기서 뭐먹었더라...? 기억도 안난다. 전혀 감동이 없는 음식이었던 모양이다.



어쨌든 기타우라와점 도착. 우선 여기 오면 실내가 널찍해서 좋다.


일본의 심각한 고질병. 얘들은 자기네 라이선스 초반을 오리지널보다 비싸게 받는다. 견본반이면 상상초월이다. 이거 나 같으면 반의 반값에 줘도 안산다. 유럽 애들이 일본반을 좋아하다 보니 생기는 현상이다. 호갱이 많은 한국에서도 이 값에 팔면 영원히 안팔릴거라고 확신한다. 아니면 말고.






이 곳에서의 금년 작황은 전년도에 비해 엄청 떨어진다.













13:20에 기타우라와점을 나와 전철을 타고 오미야로 이동했다. 13:50 오미야점 도착. 작년엔 시간이 부족해 가 보지 못해 아직까지도 궁금한 곳이다.


이 곳은 도쿄 한참 외곽인데도 가게가 작다. 이 곳도 일본 라이선스의 어마무시한 값이 사람 어이없게 만든다.




이 집도 그냥 그렇다.










이거 하나 마음에 든다. 영국 초반. 커버 상태나 반질은 별로지만 길포드의 한 가게에서 이 음반이 어마무시한 값에 걸려있는 걸 보고 망설였던 기억이 있는데 그 곳보단 훨씬 싸다.




16:15까지 디깅힌 뒤 오미야점을 나와 이번에는 타치가와점으로 가봤다. 17:18 타치가와점 도착.



그냥 뭐~~~
















20:06 키치조지점 도착




어마무시한 넘사벽 음반들. 그러나 그닥 땡기지 않는 음반들.




아이구 반갑습니다. 누님. 이 곳에서는 이게 횡재다. 역시 일본에서 나오니 커버와 반질도 좋고 가격이 완전 환상이다.


여기서도 뭐 그냥 감동은 없고 함 들러볼만은 했다.





이 곳에서 식사 겸 한 잔했다.




메뉴판 참 호감간다.



사케에 얼음 띠워 먹어보긴 또 처음일쎄?


맛있어 보이길래 주문한 안주.


맛은 좋은데 요기하기엔 양이 적다.


젠망. 일본 맥주 중 별로맥주 2위의 아사히 밖에 없다. 그냥 먹자. 섬세하지도 한은 거품도 우라지게 많이 따랐데.


양이 부족해서 주문한 우동 크게에 허그리덩~ 그래~ 묵고 죽자~



12:00 숙소 도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