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레코드숍/펍 순례기 10
2017.10.12(목)
안갈까 생각도 해보았지만 궁금해서 미치겠다. 길포드에 두 번이나 갔었지만 그 때까지 문을 열지 않았던 샵이 궁금해 쓰러질 지경이었다. 런던에서의 실적이 저조하다 보니 더욱 그러했다. 약간의 늦잠을 즐긴 뒤 08:15에 일어났다. 09:00에 아침식사를 한 뒤 10:00 길포드에 전화를 시도해 봤다. 그러잖아도 이미 두 번이나 다녀왔는데 막상 찾아가 역시 문을 닫힌 문을 보면 완전 멘붕된다. 10:31이 되어서야 길포드의 Collectors Record Center 통화에 성공했다.
지하철 타고 워털루역으로... 런던의 지하철은 규모도 작고 지붕이 휘어져서 퇴근시간이 되어 만원열차에 담은 몸이 문가에 있으면 몸을 지붕 곡선에 따라 휜 자세를 취해야 하니 불편하기 짝이 없다. 역시 지하철은 대한민국이 세계최고다.
워털루역에서 표 구하고 나니 바로 길포드로 떠나는 기차시간이 임박했다. 열심히 떠남서 셀카 한 컷.
저 멀리 배터시 발전소가 보인다. 봐도봐도 싫증이 나지 않는 이유는 핑크 플로이드 때문인가 보다.
12:15 길포드 도착했다. 그동안 문닫았던 문제의 가게 하나 방문하자고 여기까지 다시 온 내가 우습다. 그런 보람도 별로 없었다. 생각보다 비싼 가격에 당황함.
이 곳에서 구입한 음반들. 절대 저렴하지 않다.
런던으로 돌아와 16:00 숙소 도착 후 음반을 내려놓고 다시 나와 포토벨로 마켓으로 이동했다.
이 곳은 거리 자체가 볼거리였던데다
레코드 가게 몇 군데 방문하는 것과 기념품 구입이 목적이었다.
찾아 다니던 가게 중 하나 People's Sound Records다. 밖에서 가게 간판을 찍으니 불쾌한 얼굴로 남의 가게는 왜 찍냐고 묻는다. 무척 퉁명스럽다. 가게 주인인 모양이다. 음반 구입을 위해 레코드 가게들을 방문중이라고 답변하고 가게 안으로 들어가려고 하자 찾는게 뭐냔다. 클래식, 록, 포크 찾는다 했더니 그런거 없단다. 그 시키 졸라 불친절하네. 잠깐 보기나 하겠다고 하고 들어가니 제지는 하지 않는다. 힙합, 랩 등. 레코드도 빈약하고 씨디 위주의 가게였다. 주인넘이 레게스럽게 생긴 이유를 그제서 알았다. 레게 취급하는 새퀴드ㅜㄹ은 왜 일케 하나같이 불친절하냐. 불쾌한 기분을 억누르고 보여줘서 고맙다고 하자 이미 찌푸린 인상으로 고개만 살짝 까딱거린다. 죽여버릴라.
이 쯤 위치에 레코드 가게가 하나 더 있어야 했다. 근데 없다. 없음 말구. 구경이나 함서 살만한 기념품이나 보기로.
어둠이 깔리기 시작하자 가게들이 문을 닫기 시작했다.
영국의 상징물 중 하나인 빨간 우체통이 이색적이다. 아직도 아날로그 편지가 왔다갔다 할까.
자석 15개 구입했다. 15파운드 소요. 착한 가격이다. 전 에 산 것들은 실수였나보다. 기념품은 꼭 이곳 포토벨로 마켓 샵에서 사길 추천한다. 엄청 싸다. ㅠㅠ
민생고 해결을 위해 찾은 태국식당.
똠양꿍에 콜라. ㅡ,.ㅡ; 아 씨 더럽게 맛없네.
맥주 마시러 이동할 차례다. 19:15 홀본역으로 갔다.
20:00 유서깊은 펍. 프린세스 루이스 도착했다. 이 곳은 빅토리아 시대부터 운영해 온 유서깊은 펍으로 신분별로 구역을 나누어 놓았던 공간 칸막이도 그대로 설치되어 있고, 벽은 유리장식으로 되어 있으며 벽은 고급스러운 목재로 장식되어 있어 꼭 가볼만한 곳이다.
펍간판.
빅토리아풍의 전통있는 펍.
실내는 나무와 금빛 세공의 유리로 뒤덮인 실내.방 아닌 방 여러개로 분리되어 있었다. 음식 주문은 2층으로 가야...
전통의 명성에 걸맞지 않게 전통의 캐스크 에일은 한가지뿐이었다. 전통있는 펍이라는 이름이 아깝다.
오늘은 할 수 없이 케그 에일로 가 보기로 했다. 새뮤얼 스미스의 India Pale Ale을 마셨다. 알콜농도 5%. 탄산개스를 인위적으로 캐그통에 맥주와 함께 혼입한 캐그 에일은 역시 탄산기가 강해 자극적이었다. 색깔은 앰버. 깨끗한 투명함이 아름다운 맥주다. 캐그 에일이지만 거품은 당근 금방 꺼짐. 혀끝에 닿는 단맛이 기분 좋고 호프향이 아주 좋다. 잔향은 매우 긴편이라 만족스럽다. 에일 치곤 라이트한 바디감이 상쾌하다. 잔모양은 밑에서부터 올라가면서 좁아지다가 넓어졌다가 다시 좁아지는 형태다. 과일향 두드러져서 좋고, 단맛과 쓴 맛의 훌륭한 조화에 호감이 간다. 캐스크 에일은 구수한 맛과 시큼함이 두드러지는 반면, 캐크 에일은 달고 쓰고 시큼한 맛은 비교적 탄산기로 인해 적게 느껴진다.
이 번엔 가볍게 사이더로.
Cider Reserve 알코올 5.2%. 브리티시 에일 치고는 거품이 풍부하고 섬세한 편이다(캐그 맥주이니 당연) 맥주 색은 필스너를 보는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엷다. 밝은 황금색이다. 잔모양 동일하다. 호프향이 비교적 강한 편이며, 구수한 몰트향도 강조되었고, 과일향도 강조된 기분좋은 조화에 캐러멜 항까지 조화를 맞춰 달달하기까지 하다. 그러나 달달하기 때문에 마시기에 기분은 좋지만, 그러나 한 잔에서 끝내는게 현명하다. 맛있는 사이다?
숙소로 돌아와 래쉬포드를 다시 만났다. 어린이 영어와 정신상담 프리랜서로 활동중인 친구다. 누군가 음반 버리면 사진찍어 보내줄테니 필요한거 골라내면 보내 주겠다고. 허~ 사귀어 둘 필요도 있는 사람(?)인거 같다. 그러고 보니 돌아와서 한 번도 연락해 본 적이 없다. 이쨌든 각설하고. 밖으로 일이 있어 나가는 레쉬포드. 돌아오면 맥주 함께 마시기로 약속하고 저녁 8시에 지하 카페에서 만나기로 했다. 어차피 혼자서라도 한 잔 할 셈이었는데 이노므 인간 11:30까지 안나타났다. 헐~ 쥐삘라. 난 몰라 인제 잔다. 깨웠다간 뒈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