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낭여행/16 쿠바

카리브해의 열기와 음악 속으로, 쿠바여행 5(산티아고 데 쿠바)

코렐리 2016. 11. 1. 17:07

2016.9.13.(화)

오전 9시에 아침식사를 마치고 부족한 잠을 보충하기 위해 다시 들어가 11:00까지 더 잤다. 이렇게 게으른 여행도 생전 처음 해본다.  

 

햇볕은 쨍쨍 모래알은 번쩍.

 

옥상에서 내려다 본 거리 풍경

 

이 날은 모로성에 가기로 했다. 택시를 수배하려고 세스뻬데스 공원 방향으로 나갔다.

 

가는 길에 기념품 시장이 열렸다. 대충 들러봤다. 사도 어차피 아바나에서 살테니 유혹에 넘어가는 일은 금물이었다.

 

공원으로 나가니 한 택시기사가 접근해 온다. 20쿡 내란다. 나는 15쿡을 제시했다. 타란다. 우리나라 마티즈 차다. 에이 젠장 차부터 보고 협상할걸. 구형 근육질 차를 타고 싶었다. 손잡이를 잡고 문을 여는데 놀라 자빠지는줄 알았다.

"이거 내가 이런거 아닌데요?"

문 손잡이가 그냥 떨어져 버린다. 택시 기사가 웃으며 다시 끼워 살짝 걸치더니 웃으며 운전석으로 다시 돌아가 문을 열어 주고 타란다. 헐. ㅡ,.ㅡ;

 

어쨌든 가면 된거지 뭐. 이 곳의 택시 마크는 참으로 희한 하고 재밌다. 얼핏 보면 타지 말란 소리 같다. 영어를 모른다고 설마 No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읍겄지?

 

택시를 타고 도시 밖으로 나가

 

 20분 정도는 교외로 빠져 나간 것 같다.

 

 

바닷가 외진 곳에 관광지 냄새가 나는 곳에 다다랐다.

 

기사는 몇시까지 와야 된다는 둥 부담을 주거나 하지 않고 편안하게 구경하고 오란다. 조금도 탐나지 않는 구형 자동차의 그림도 보이고

 

조금도 탐나지 않는 모자도 걸려 손님을 기다리고. 이 곳에 와서 모자를 하나 살까 하다가 품질을 알 수 없어 이마트에서 만오천원 주고 산 모자를 쓰고왔다.  그만도 한참 못하다. 백화점에서 비싸게 주고 산 모자는 작년 미얀가 폭우 속에서 망가뜨려 먹었고. ㅠㅠ

 

조금도 탐나지 않는 부채도 걸렸고. 체 게바라를 몰랐다면 동네 뒷골목에서 코뭍은 돈 2,000~3,000천원 삥이나 뜯을 깡패 정도로 오해할 엉성한인물의 초상화가 그려진 부채도 있고. 

5분 정도 걸어 들어 가면 모로 성이 보인다.

 

 

모로성 입구.

 

카메라 사용료 포함 입장료 5쿡.

 

들어가자 마자 만나는 엉성한 마네킹에 엉성한 대포. 기압 빠져 갖구. 대가리 박아!

 

옛날 우리 장수들이 쓰던 칼하구 이걸로 붙으면 누가 이길까. 가끔 궁금해진다. 내공을 쓰면 칼끼리 부딫히면서 이런건 두동강 나버리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이게 가벼우니까 먼저 날렵하게 찌르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구식 총. 정확성이 얼마나 될까. 5미터만 벗어나면 적을 쓰러뜨릴 보장이 없어 보이는 물건들이다.

 

나무창살 틈으로 내다 보이는 바깥 풍경.

 

포탄 창고에서 나무박스에 포탄을 가득 담으면 

 

밧줄로 연결된 포탄 박스를 당겨 밖으로 내간다. 미련하긴.

 

어쨌든 밖으로 나왔다.

 

입구에서 요새로 들어서면서 보이는 풍경. 3D 촬영.

 

적을 향해 콧구멍을 내민 대포.

여기저기 다 둘러 보고 내려 갈 수있는 곳까지 내려가 봤다.

 

 

 

 

여기서 삼각대 놓고 셀카촬.

 

 

이 곳 모로성은 블랙펄을 이끌고 쳐들어오는 해적 잭 스패로우로부터 마을을 지키기 위해 1693년에 건설된 요새로 르네상스식 디자인이 적용되었고 1997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단다. 그러냐. 근데 잭 스패로우가 실존 인물이더냐. 나도 몰라.

 

아래서 올려다 본 요새. 친절하게 계단 만들어 놓으면 공략을 막자는거냐 쌍수를 들어 환영하자는거냐.

 

어쨌든 다시 올라옴. 우물도 보인다. 지금은 막아 놓았지만 우물에서 나오는 물은 짭짤했을꺼이다.

 

허이! 코렐리 병사 대포 한알 장전하고 조준하랑께.

 

일겠뜸다요. 일발 장전 뻐~~~ 불발. 이러고 혼자 주책 떨고 잼게 놀다가 갑자기 두통을 스치는 무언가가 뒤통수를 갈겼다.

 

아이고. 내 가방 가방 워딨는겨. 가장 처음 갔었던 위층 발코니부터 가봤다. 청소하던 아주머니한테 물었다. 영어를 못하시니 나도 모르게 영어로 말함서 손짓 발짓... 그녀는 양손바닥을 내보이며 어깨를 들썩였다. 갑자기 뛰어다니는 날 보더니 유적지 관리 아줌마들 중 한 명이  날 보고 에스파뇰로 말함서 손가락으로 가방을 그려 보였다. 무슨 말인지도 모르고 그렇다고 했더니 요새 아래쪽을 가리켰다. 분실물 습득에 관한 무슨 통신이 있었나보다 했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내가 당시에 가방을 갖고 있지 않고 있는걸 그녀들이 봤고 가방을 멘 채 요새 아래로 내려가는 걸 그 전에 봤던 모양이다. 어쨌든 작다고만도 할 수 없는 요새를 거꾸로 쓸고 다니며 서치라이트를 켰지만 마음은 급하기 짝이 없었다. 여권은 다행이 숙소에 두고 나왔지만 가이드북(가이드북 없으면 여행 뷁!), 지갑(가진 전액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300달러나 들었으니 잃어버리면 밥값, 물대신 마시는 칵테일과 맥주값, 공연 쫓아다니는 입장료 등 작잖이 줄여야 한다. 지금은 풀렸는지 모르겠지만 신용카드도 안먹힌다는 이 곳. 심란하지 않을수 없었다. 아 젠장 저 아래서 셀카 찍은 그 곳에 가방 놓고 그냥 온 것 같았다. 그 곳부터 가봤다. 아, 없어. 망연 자실.... 하고 있는데 한 스페인 처자와 가이드인지 남자친구인지 이 곳 현지인 커플(?)이 내게 가방을 내밀었다. 어이쿠 세상에 이렇게 고마울데가. 나는 몇 번이나 치하의 인사를 하고 그들과 헤어졌다. 올라오다 보니 누군가 만나면 주려고 챙겨온 물건이 있었다. USB와 펜을 선물로 주고 다시 헤어졌다.

 

날이 뜨거워서 가급적이면 걸음도 나답지 않게 천천히 걷던 내가 이리저리 뛰어다녔으니 참. 옷은 땀으로 이미 다 젖었는데 과장 좀 심하게 섞으면 물에 들어갔다 나온 정도였다. 엄청나게 목이 말라 물부터 샀다. 1리터짜릴 사서 1/3은 마셨나 보다. 택시 기사를 만나 있었던 이야기를 너절하게 늘어놨더니 그걸 다 들어주며 다행이라는 표정을 지었다. 화장실도 가고 싶어졌다. 화장실이 어디 있는지 아느냐 물어보니 나를 바로 옆 고급 레스토랑으로 데려가더니 한 직원에게 부탁하고는 안으로 들어가 일 보고 나오란다. 들어갔다 나오니 고맙고 미안하고 쉬고도 싶고,. 물로는 가시지 않는 갈증을 채우고 나가야 할 것 같았다. 나는 카리브해가 내려다 보이는 레스토랑 테라스에 앉아 택시기사를 친구처럼 앉히고 나는 소프트 드링크를.

 

그는 맥주를 주문했다.

 

애고 죽겠다.

 

한 잔 마시고 나오며 계산하는데 엥? 이게 모야? 내가 가장 좋아하는 락그룹 중 하나 바로 비틀스의 전설 폴 매카트니가 다녀간 흔적이다. 헐. 음악 때문에 이 곳 쿠바 여행을 왔는데 여기서 뜻하지 않은 폴의 흔적을 보다니. 묘할쎄.

 

다시 산티아고로 돌아오는 길.

 

건물 채색이 역시나 요란 뻑적지근한 도시의 입구.

 

다시 돌아온 세스뻬데스 공원.

 

이 번엔 가까워서 미루었던 디에고 벨라스케스의 집을 방문했다. 주인장인 디에고 벨라스케스는 어디 갔는지 없다. 카메라를 사용하려면 입장료(5쿡)에 카메라피(2쿡)를 더 내야 했다. 7쿡 내고 입장.

            

무어식 건축물이라는 이야기는 전술한 바 있지만 그 무어식 건축의 가장 대표적인 특징 중 하나는 창문에 나무로 테라스를 만든 독특한 양식이 그 중 하나다. 스페인이 오랫동안 아랍의 지배를 받았고 그 영향이 스페인의 궁정화가였던 벨라스케스의 집을 여기에 지으며 당시의 고급 건축양식을 여기에 적용했다.

            

건물 가운데 중정을 두고 있는데 이 역시 무어 양식의 일부분이며 창틀의 양식도 무어 양식이다.

            

1522년에 지어진 집으로 쿠바에서는 가장 오래된 집이라고 한다. 주인장은 몇 살인고? 나보다 조금 많겠군.

            

            

호화스러운 실내.

 

방에서 내다 보이는 바깥 풍경. 왼쪽으로는 시청이, 오른쪽으로는 카테드랄이, 정면에는 고급호텔이다. 좌청룡우백호가 이런거냐.

            

침실. 벨라스케스 나으리. 더워서 어떻게 주무셨냐. 나라면 스페인으로 한 달 못버티고 돌아갔을게다.

            

            

            

무어식 뭐라고 해야되나... 평상? 좌상? 옛날 아랍세계 술탄들도 저런데서 놀았다. 후궁들허구 노닥거림서....

            

            

            

            

            

아래층으로 내려가 봤다. 식당.

            

            

주방.

            

1층 응접실과 주방 및 식당이 면한 중정의 정원.

            

            

나으리 행차에 쓰이던 마차. 내가 타면 맞겠군. 개뿔.

            

이 곳을 관리하시는 아줌니들. 사진을 찍으란다. 아, 예.

            

응접실. 이 곳에서 티를 마셨을텐데 더워서 나라면 줘도 안먹는다.

                         

            

            

            

            

            

            

벨라스케스의 집을 나선 나는 항상 가던 그 레스토랑으로 또 갔다. 값도 싼데다 맛은 가장 좋은

            

            

튀긴 빵 어김없이 나오고.

            

이 날 돼지고기가 땡겨서 주문한게 제목이 뭐였는지 모르겠지만 완전 대박. 

            

돼지고기 속에 치즈 넣고 돌돌 말아 익혔다. 맛이 예술이다. 나도 집에서 이거 함 해보고싶은데 오븐이 있어야 해보지. 이런게 4쿡이니 다른 식당을 갈 이유가 없었다.

            

맛있는 돼지고기 요리를 먹은 뒤 찾은 곳은 걸어서 10분 거리의 무제오 델 카르나발. 카니발 박물관이라고 해야 돼나?

            

입장료가 얼마였더라?

            

전시물이 볼거 없는 만큼 입장료가 비싸진 않았던걸로 기억된다.

 

그러나 이 곳의 볼거리는 이런 아프리카의 악기들이 아니라 이 곳에서 벌어지는 공연이 압권이다.

 

 

 

전시물을 다 본 뒤 입구 반대편 건물 밖으로 나가면 마당이 있고 그 곳에서 공연을 기다렸다. 드디어 뮤지션들이 도착하고 퍼쿠션 위주로 연주가 이어지며 에너지 넘치는 아프리카 토속전통의 음악이 건장한 사내의 입에서 흘러 나온다.

 

남녀 무용수가 나와 기기묘묘한 춤을 춘다. 장애인을 인도하는 처자의 테마를 가진 내용의 춤인듯하다.

 

관객의 호응을 이끌어내는 것이 이 곳 쿠바 공연의 특징이기도 하다. 이 곳도 마찬가지. 한 외국인 관광객을 끌어냈는데 제법 흉내를 잘낸다.

 

이 번에는 여성 뮤지션의 노래.

 

뒤이은 여성무용수.

 

무사의 춤으로 보임.

 

뭔지 모름. 걍 봤음.

 

이젠 다 나온다.

 

바카르디 박물관. 통과.

 

저녁이 되면 공연을 보고 싶은데 더 이상 갈 곳이 없다고 판단한 나는 어딜 갈까 고민했다. 이틀전 항공권 알아보러 나가다 본 현지인들만의 야외 카페에 혼자서라도 가보기로 했다. 낮에 늦은 점심을 먹었던 레스토랑의 직원에게 이러이러한 곳이 있는데 함께 가면 어떻겠냐고 제안했더니 11시에 일이 끝난단다. 뭔지 모르게 불편해하는 느낌이었다. 가는 곳마다 친구가 생기곤 했지만 이 곳 산티아고에선 이상할 정도로 혼자 놀았다. 같은 여행자들끼리 만나면 그런건 정말 잘 통한다. 레스토랑 직원이 워낙 친절하고 싹싹한데다 수시로 와서 말을 걸어 주니 친근한 느낌에 아무생각 없이 제안한거였는데 부담을 주었던 모양이다. 나는 바로 "넘 늦게 끝나시는구려. 그럼 나 혼자 감다." 라고 하고선 물러 섰다. 내가 넘 오버했다. 나올 때 음식 값 외에 팁 2쿡을 주고 친절한 서비스에 대한 치하를 하고 나오는 것도 잊지는 않았다. 그 야외카페로 혼자서라도 가보기로 했다. 길을 가다 보니 한 노파가 창가에 앉아 인사를 했다. 사진을 찍으란다. 바로 창문 옆 대문이 열리더니 "치노(중국인)" 하며 누군가를 부르는 젊은 처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 치노는 나를 부르는 소리였다. 젊은 처자였지만 뭔지 모르게 백치의 느낌이 드는 처자였다. 안으로 들어와 사진을 찍으라는 시늉을 했다.

 

이게 웬 기회냐 싶어 초대(?)하는대로 함 들어가 봤다.

그녀가 하는 말은 스페니쉬였겠지만 그녀의 손짓과 몸짓으로 아주 간단한 의사소통이 가능했다. 

"치노! 이리로 와봐요."

벽에 걸린 빛바래고 사진 표면이 쪼개지고 갈라진 낡은 사진을 보여 주었다.

"우리 엄마 결혼식 사진이예요."

젊은 시절 노파는 참으로 예뻤다.

남편은 중국인이었다.

"우리 아빠도 당신과 같은 치노였어요"

"치노 아닌디요 ㅡ,.ㅡ:"

"치노 이리로 와봐요."

그녀는 창가에 앉은 어머니(노파)에게로 날 데려갔다. 할머니는 젊은 시절 자신의 사진을 몇 장 꺼내 보여 주었다. 그녀는 혁명도 일어나기 전(사진 속에 보이는 그녀의 부유해 보이는 차림을 보고 하는 지레짐작임)의 행복했던 시절에 대한 추억을 아직도 간직하고 과거 속에 뭍혀 산다는 인상을 강하게 받았다.

그녀들이 사는 집은 허름하고 열악하기 짝이 없었다.

부의 분배나 직업 선택에 있어서는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기회가 돌아가지만 복불복도 있는건지 노파와 처자가 사는 집은 반대편 벽면이 일부 무너져 버렸지만 보수는 하지 않고 방치한 채 살아고 있는데 보수할 의지나 의욕은 없어보였다. 무기력한 노파와 백치인 그녀를 도울 사람도 없고 스스로 무언가 헤쳐 나갈 요령은 전혀 없는 것 같았다.

공무원들에게도 그녀의 딸에게 줄 직업은 그리 마땅해 보이지 않았다. 나라도 찾기 쉽지 않을 것 같았다.

 

대화도 되지 않고 앉아서 그저 보여주는 사진을 보고 예쁘다는 시늉을 해 줄 뿐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나를 배웅해 주는 처자.

 

낮에 보아 두었던 바로 그 카페로 가봤다.

 

가서 보니 그 널찍한 가든에 남는 테이블은 없었다. 이들은 피처 단위로 맥주를 팔았다. 피처 아래꼭지에는 탭(수도꼭지)이 달려 있는 희한한 형태였다. 자리가 없어 고민하던 중 이 곳 주민인지 말을 걸어오는 사람들이 몇 있었지만 말은 도통 통하지 않는다. 종업원이 왔다. 자리가 없으니 화단에라도 앉아서 먹으려고 피처가 얼마인지 물어봤다. 7쿡이란다. 거의 심각한 바가지 수준이었다. 나는 5쿡이면 되지 무슨 7쿡이오? 하며 5쿡을 줘봤다. 일반적인 종이컵 크기의 비닐 컵에 맥주를 담아 주고는 4쿡을 돌려준다. 헐. 세계에서 가장 비싼 맥주로군. 나는 어차피 일행도 없고 내 주변에서 말을 걸던 사람들에게 한 잔 줄테니 피처 하나 달라며 5쿡을 다시 내주었다. 이 사람들이 좋아 죽는다. 아래 사진은 그 네 명 중 세 명. 내가 더워서 땀을 줄줄 흘리니 내 얼굴에 흐르는 땀을 씻어주는 것까진 좋은데 수건도 아닌 손으로 닦아주냐. 황당 그자체다. 헐. 남의 얼굴은 왜 쓰다듬냐. 가져 오는 맥주는 피처가 아닌 내게 준 작은 사이즈의 맥주 4잔을 가져온다.  이게 뭐냐. 서로 의사소통이 안된게다. 영어를 전혀 할 줄 몰라도 나의 손짓발짓이 안통한건지 안통한 척 하는건지 도대체 알수가 없다. 잔돈은 왜 안주냐. ㅠㅠ 카페의 주인(사회주의 국가니까 주인은 아니었을게고 지배인(?)으로 보이는 사람이 다가와 어디에서 왔냐는 둥 잡스러운 질문을 해왔다.

"영어 할 줄 알아요?" 내가 물었다.

"네. 영어 할 줄 알죠."

손님들이 먹는 피처를 가리키며 물었다.

"도대체 이 사람들이 먹는 피처가 얼맙니까?"

"7쿡요."

"뭐 이리 비쌉니까. 이 작은 잔 하나에 1쿡 받던데 맞는겁니까."

"맞습니다."

어이가 없었다.

이 사람이 다시 내게 이것저것 묻는데 도대체 그의 영어는 알아 들을 수가 없었다. 어순을 마구 뒤집어 가며 대충 단어만 갖다 주워 조합을 하니 명사가 나오면 주어인지 목적어인지 알 수도 없고 정확한 의미를 상황에 맞춰 감을 잡으려 해도 감이 오지 않을 때가 많았다. 이 친구 한 현지인 처자와 나 사이에 뚜쟁이질을 하려고 했다. 아 젠장 어이가 없다.

내가 손사래 치며 난 그럴 생각 없다고 했더니 자기네끼리 도대체 무슨 이야기가 오고 갔는지 나의 상대가 될 뻔한 여자(사진에 없음)는 황당하고 어이없어 했다. 아 씨 뭐냐. 황다하긴 내가 황당하지 왜 니들이 황당하냐. 나 간다. 별로 기억하고 싶지 않음. ㅡ,.ㅡ;

 

아직 초저녁인데 들어가 잘 수도 없고 현지인들과 맥주 한 잔 하겠단 생각도 심한 바가지와 황당한 시추에이션 때문에 도망치듯 자리를 뜨고 나니 갈데가 없었다. 이 작은 도시엔 갈 데가 뻔하다. 돌로레스 광장으로 가봤다. 

혼자 벤치에 앉아 오가는 사람들을 구경하다 보니 웬 세련된 처자 하나가 다가와 옆에 앉지는 않고 옆 벤치에 앉아 말을 걸어왔다. 보통 키에 머리는 묶었고 갸름한 얼굴에 크지도 작지도 않은 눈은 푹 들어간 데 반해 콧날은 우뚝해 이목구비가 뚜렷하고 눈썹은 길고 갸름하다. 날씬한 체구에 블루진과 티셔츠를 걸쳤고 여러겹 걸친 목걸이 사이로 움푹 파인 티셔츠 넥으로 안보려 해도 골이 살짝 노출되니 나도 어쩔 수 없는 수컷인지 눈이 나도 모르게 그리로 간다. 상세하게 묘사하는덴 그만한 이유가 있다. 그만큼 그녀는 예쁘고 세련된 처자였다. 여행자에게 묻는 뻔하고 실없는 질문과 대답이 오갔다. 말이 트인다 싶으니까 옆자리에 앉는다. 여행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는 것을 중시하는 내 여행 스타일상 이 사람도 블로그에 소개해 보면 어떨까 싶어 사진을 찍어도 되느냐 물으니 난색을 한다. 나도 참 눈치 어지간히 없다. 카메라를 두려워 하는 그녀를 보고서야 나도 눈치를 대충 맞출 수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전화번호를 알려 달란다. 나 낼아침에 떠난다 하니 오늘 만나면 된단다. 나는 일정이 있어 지금 가봐야 한다며 작별인사를 하고 일어났다. ㅡ,.ㅡ; 오늘 저녁엔 왜들 그러냐. 날도 우라지게 덥구만.

 

자리에서 일어나니 내가 갈 데 없다는 걸 알면 늑달같이 쫓아올 것 같아 일단 마르떼광장 방향으로 뒤도 안보고 발길을 잡았다. 도착한 시간은 20:30 정도. 이 곳에서 대박을 하나 잡았다. 이 곳에 재즈 카페가 있었다니. 어쩌면 이 곳에서 재즈카페를 발견한 것은 방금 만났던 그 처자의 덕분인 셈이었다. 전 날 낮엔 왜 못봤지? 아이리스 재즈카페. 공연 시간은 10:30였다. 시간 한참 남았다. 떼워야 한다.

 

타는듯이 목이 말라 수퍼마킷에 들어가 음료수부터 하나 샀다. 음료수를 살만한 가게방 하나 찾는 것도 수월치는 않다. 여긴 왜이러냐 도시마다 환전소가 많지 않아 뙤약볕에 줄을 서야 하고, 물이나 음료수 좀 사자면 한참을 찾아 헤매야 하니 수요가 발생할 때마다 참으로 상황이 난감하다. 음료수 하나 빨고 나니 밥고민이 생겼다. 밥먹자니 먹기 싫고 안먹자니 곧 배고파질 것 같고... 음료수 한 잔 하며 공원에 앉아 꼼짝 않고 앉아 있다 보니 조금은 시원한 느낌이 든다. 밤이면 밤마다 자지 않고 밖으로 나오는 이 곳 사람들이 이해가 간다. 서너살이나 되었을까 싶은 백인 여자아이와 또래의 흑인 여자아이가 뛰어다니며 논다. 두 아이는 공원에 나들이 나와 어울리는 강아지 한쌍을 계속 귀엽다며 따라다니고 쓰다듬고 안고 난리지만 이들의 동심과는 달리 이 강아지(작아서 강아지라 부른다만 어린개는 아니다)들은 발정난 애들이었다. 강아지들은 웬수같은 어린애들로부터 떨어져 즈덜끼리 있고싶어 하는게 역력해 보였다. 어디엔가 이들의 부모가 있을테지만 이 애매하고 곤혹스러운 상황에 관심이 있는건지 없는건지. 민망하지만 선뜻 말릴 입장도 아니니 이 역시 쳐다보기 곤혹스럽지만 외면하기도 참으로 이상스럽다.

 

돌아다니다 보니 갖구운 빵냄새가 진동을 했다. 어디고? 어디고? 여그냐?

 

함 들어가 봤다. 많은 현지인들이 빵을 사간다.

 

나도 하나 샀다. 커뮤니케이션이 안될테니 빵 하나 받아 들고 1쿡 줘봤다 얼마인지 확인하기 귀찮은 거스름돈을 모네다로 잔뜩 준다. 값이 싸기는 엄청 싼 모양이다. 이런거 사먹고 다니는 관광객은 젊은 친구들이라면 모를까 나같은 노땅은 흔치도 않을게다. 암것도 바르지 않은 따끈한 빵. 맛이 상당히 좋다. 길디 긴 빵 씹으며 다니니 노숙자로 보이는 이가 다가 온다. 반 떼어 주니 받아간다. 생각해 보니 빵사진을 안찍었다. 찍고 보니 온전한 빵이 아닌 처참한 몰골의 빵이 카메라에 들어온다.

 

시간 떼우느라 계속 돌아다니다 갈 일도 없는 마르떼 광장 너머로까지 넘어가 보기로 했다.

 

관광객들이 다니는 길은 아니다.

 

평범한 거리만 나온다.

 

다시 돌아온 마르떼 광장.

 

누군지 알고 싶지도 않은 동상들이 몇 개 설치되어 있음은 하릴없이 시간 떼우다 보니 눈에 들어온다.

 

10:00쯤 아이리스 재즈카페의 로비 바에 앉아

 

모히토 한 잔 시켜놓고 찔끔거리며 마시다 보니 얼추 시간이 간다.

 

시간이 다가오자 입장을 허용했다. 드러머가 잠깐 대기실에서 나와 세트를 점검하고 두드려 본다.  곧이어 공연이 시작되었다. 이들의 연주는 아프로쿠반과는 거리가 먼 비밥 재즈였다. 웨스트코스트 재즈의 영향도 적잖게 보이는 이들의 음악 역시 듣는 이를 감동의 도가니로 몰고 가기에 충분했다. 놀라운 것은 이 뛰어난 공연의 관람자는 나를 포함해 겨우 일곱명 뿐이었다는 사실. 감동하기 보다는 훌륭한 뮤지션들의 음악이 이렇게까지 대접을 못받아서야... 하는 안타까움이 앉은 자리를 불편하게 한다. ㅠㅠ 제발 이 사람들 밥먹게 해주세요. 메인스트림 재즈가 이 곳에서나마 살아 남을 수 있도록...

 

 

 

1시간의 공연이 종료되고 나서 아바나의 재즈클럽에서 처럼 2차 공연을 기대했지만 1회의 공연으로 종료되었다. 아쉽다. 관객이 적은 것도 아쉽고 1회의 공연으로 종료된 것도 아쉽고. 숙소로 돌아가는 길은 호세 아 사꼬 거리를 지나야 했다. 한 모형자동차 샵이 눈에 띤다. 완성품의 모형이 무척 섬세한데 이 것은 프라모델을 조립하여 칠한 것이 아니고 순수 수제품이다. 값깨나 나가겠다.

 

1953년의 거리 바로 이 지점 모습과 오늘날의 그 지점 모습을 대조해 걸어 놓은 사진이 인상적이다. 이 곳만 이것을 전시해 놓은 것이 아니라 거리 곳곳에 해당되는 바로 그 지점에 그 지점의 과거와 현재의 거리 사진을 대조해 걸어 놓았다. 수십개나 된다. 그 많은 사진을 보존해 왔다는 사실도 놀랍고 그 사진이 정확하게 그 자리의 과거 사진이라는 것을 알고 이렇게 전시해 놓은 것은 정말 놀랍고 멋진 기획이며 전시다.  숙소로 돌아와 에어컨부터 켜고 샤워후 나오니 세상이 달라 보인다. 12:35 잠자리에 들어 아침에 트리니다드로 떠날 생각만 하며 잤다. 다음날 얘기지만 그게 그리 수월치는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