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카 레코드샵 순례기 3
2015.11.7(토)
아침 6시에 일어난 것은 전 날과 같았지만 이 날은 조금 서둘렀다. 6시 40분쯤 도착했을까. 헉. 건물 출입구가 닫혔다. 그 앞에 몇 명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전 날 내 앞의 앞에 서 있던 아자씨도 눈에 띤다. 오늘은 내가 육빠(여섯 번 째)다.
조금 지나니 뽀글뽀글 뽕머리 헤어스타일의 디스크유니온 직원이 인사하며 사이드 문을 열어 건물 안으로 안내했다. 뭐라고 뭐라고 하는데 아마도 7시반부터 번호표를 배부한단 소리겠지 뭐. 어쨌든 바닥에 주저앉아 책 좀 보다 보니 얼추 시간이 지나 간다. 전 날 코트까지 입고 나와 더웠던 기억에 이 날은 셔츠 하나만 달랑 입고 나왔는데 걸을 땐 몰랐지만 가만히 서서 시간을 죽이자니 한기가 은근히 몰려와 약간의 후회가 되었다. 하지만 9시에 매장안에 들었을 때는 열기가 후끈한 탓에 땀이 다 날 지경이었다. 어쨌든 표 받았으니 밥묵으로 가야지.
이 날엔 시장통길로 가지 않고 대로변 쪽으로 갔다. 가다 보니 밤샘 영업을 한건지 아님 일찍 문을 연 부지런한 가게인건지 라멘가게가 영업중이었다. 왠지 맛있을 것 같아 이 집을 아침식사 장소로 정했고 디스크유니온에서 입장 번호표를 받았으니 다시 라멘가게로 돌아왔다.
한 테이블에서는 밤새 술을 마신 중년의 두 남자가 혀꼬부라진 토론으로 열기를 내고 있었고, 또 한 테이블에는 네 명의 30대 중반 정도의 처자들이 담배를 피우며 음식을 기다리고 있었고(일본은 길거리 흡연이 금지되어 있고 아직까진 음식점 흡연에 관대하다), 나처럼 혼자 온 중절모의 한 청년은 혼자 카운터에 앉아 얌전하게 라멘을 호로록거리고 있었다.
라멘가게는 실내가 왠지 어슬프게 보이지만 나름 포스가 있어 보인다.
주문한 츠케멘과 맥주. 이 집 라멘 맛은 좋은데 납품 받은 것인지 1인분씩 포장된 면이 큰 광주리에 담겨져 식당 한켠 바닥에 놓여져 있었다. 내가 사장이라면 직접 면발을 뽑지 않는다는 광고까지 해가며 저런거 보여 주지는 않을텐데...
만두도 하나 시켜 먹었다. 콩알이라 불러도 무색하지 않을 정도로 작지만 짭짤하고 맛있다. 얘 덕에 맥주도 한 잔 더 마시고.
다시 돌아와 보니 번호표를 받은 뒤로도 이 곳에서 아직도 기다리는 사람들도 있었다. 여덟시가 조금 넘은 시각인데 아홉시까지 기다리려면 거 만만찮게 따분할텐데. 어쨌든 내 알바 아니고... 바로 앞 자판기에서 따뜻한 커피 한 잔 뽑아 이 번에는 길 건너편 골목을 쑤시고 다니기로 했다.
길 건너편에는 오래된 일본 재래식 집들이 많아 무척 볼만하다.
어린 시절에는 이런 집들이 서울에도 종종 눈에 띠곤 했었다. 그래서 그런지 남의 땅에서 왠지 모를 어린 날의 향수를 느끼게 하니 이 아니 묘한가 싶다.
서울에도 이렇게 생긴 가게방 참 많았었다. 지금은 보기 어렵지만...
골목을 돌아다니다 보니 온천장이 눈에 들어온다. 오호라. 여그서 돌아가기 전 온천이나 좀 즐기다 가야겠다. 생각은 했지만 그 후 그럴 시간은 없었다. 아무 생각없이 쭐레쭐레 걷다 보니 어느새 8시40분이 넘었다. 다시 디스크유니온으로 발길을 돌렸다. 첫 날과 비교하자면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줄 여섯번째 자리를 꿰찼다.
문이 열리고 뽀글이 뽕 헤어스타일의 직원 안내로 매장에 들어서자 마자 방문객들을 멈춰세우고 뭐라고 뭐라고 안내 멘트를 했다. 손짓발짓을 보니 여기엔 뭐가 있고 저기엔 뭐가 있고... 그런 말인 것 같았다. 이미 어제 와서 다 둘러 봤으니 알거 다 안다고 나름 생각했다. 하지만 이 말을 알아듣지 못한 나에겐 치명적인 실수를 야기하게 되고 만다. 나는 핑크 플로이드가 수납된 곳부터 달려갔다. 이 날은 일본 희귀 라이선스를 선보이는 날이다. 이 곳에 오기 전부터 디스크유니온 오사카점 오픈 안내 페이지에는 조니 미첼, 닐 영, 핑크 플로이드 등의 희귀 일본 라이선스들의 사진이 나열되어 행사에 내보일 것을 예고하고 있었고, 내가 이 곳 디스크유니온 오사카점 오픈식에 오도록 만든 결정적인 음반은 바로 핑크 플로이드의 Atom Heart Mother 레드왁스반이었다. 이미 영국반과 한국 라이선스반을 갖고 있지만 전부터 무척 갖고 싶었던 음반이었고 음반을 사러 3년간 도쿄의 레코드샵들의 할인행사 시기를 빌어 쑤시고 다녔지만 손아귀에 들어오긴 커녕 실물도 본 적이 없는 물건이었다. 그런데 행사 물건은 내가 뒤진 곳에는 수납하지 않았고 펑크와 80~90년대 락음반 수납 구역 맨 앞에 두고 있었다. 뒤늦게 알고 봤지만 내가 원하는 물건은 하나도 남아 있지 않았다. 이미 누군가 100장은 족히 되어 보이는 희귀 일본 라이선스반들을 카운터에 내려놓고 계산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 안에 문제의 음반인 핑크 플로이드의 Atom Heart Mother 레드왁스반도 있었다. 난 그 자리에서 꼭지가 돌고 말았다. 희귀일본라이선스반들은 대부분 영국 초반 값을 상회하고 있었다. 헐. 어쨌든 이 사람이 가진 음반들을 보고서야 내가 엉뚱한 곳만 헤맸다는 사실을 인지하게 된 것이었다. OTL 아~ 좌절, 멘붕, 심쿵, 나 좀 잡아라 쓰러진다~.
난 그에게 물어봤다.
"이것들 다 어디에 있었어요?"
그는 일본말로 뭔가 대답을 하는데 내가 한 말을 못알아 들었는지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킨다. 자기꺼란 소리였다.
"그게 아니고 이거 다 어디에서 가져 온거냐구요?"
그는 또 손가락으로 자길 가리켰다. 그제서야 그 뒤에서 계산 대기를 하던 다른 사람이 뭐라고 귀띰을 해주니 그제서야 펑크와 80~90년대 락음반 수납 구역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아하, 거기에 있었군. 이때 알았다. 그 때 잠깐 고민을 해 봤다.
'이거 하나만 양보해 주시면 안될까요? 한국에서부터 디스크유니온 오사카점 오픈 정보를 접하고 왔는데 사실 이게 가장 갖고 싶은 물건이었거든요.'
라고 정중하게 이야기 해 볼까 아니면 자존심을 수호할까. 결국 자존심 수호 차원에서 그만 두었다. 의사소통이 원활한 가운데서도 궁색하게 남에게 아쉬운 소릴 하기가 좀 그런데다 "Where did you get these records?" 같은 초간단 영어도 못알아 듣는 사람과 의사소통을 시도하자면 장시간의 뻘주미네이션을 감당해야 하고 거절당하면 그건 또 무쉰 개쪽 중에도 상개쪽이란 말인가. 그래 기회가 또 오겠지. 너 가지세요. ㅠㅠ
그래도 한 가지 위안이 되는 것은 문제의 그 음반엔 OBI가 두 개가 있어야 온전하다. 하나는 Atom Heart Mother를 의미하는 "원자심모" 한자 표기가 된 OBI인데 이건 제대로 깨끗하게 달려 있었다. 하지만 핑크 플로이드 일본 방문 기념으로 발매됬다는 의미의 "래일기념" 한자 표기의 OBI는 없었다. 그래 난 나중에 OBI가 완벽한 것으로 구할거다 라며 나 자신을 위안해 봤다.
그래도 이 날 쓸만한 음반들 몇 장 건져왔다. 기대를 했었지만 전 날 빠진 음반들 대신 새로 내 놓은 음반은 없었다. 하지만 전 날 보지 못한 음반들이 몇 몇 장은 눈에 띠어 준다. 아마도 방문객들이 전 날 고르고 골라 선택에서 배제된 음반들이 다시 자리를 찾은 것으로 생각된다. 레드 제플린은 오비아이가 온전한 것들이 두 장 나왔다. 초반은 아니었지만 오비아이가 워낙 예쁘게 생겨 유혹을 뿌리치기 쉽지 않았다. 이미 다 다른 버전으로 갖고 있는 음반들이었지만.
레드 제플린, House of the Holy, 일본반.
레드 제플린, The Song Remains the Same, 일본반.
비틀스, Please Please Me, 70년대 영국 Boxed Stereo반.
레이블.
플리트우드 맥, 영국반.
소니 클라크, Cool Strutting, 미국 United Artist반. 이것도 일본반으로 이미 갖고 있는 음반이지만 아무래도 재즈는 미국반이 제소리를 낸다. 그래서 또 집어옴.
레이블.
소니 클라크 퀸텟. 도시바EMI 61000 시리즈 Japanese Press only반. 이거 집었을 때 나는 거의 흥분지경이었다. 이걸 얼마나 찾아 다녔더냐. 미국에서도 사장된 음원을 일본에서 찍은 음반인데 이제야 손아귀에 들어왔다. OBI가 없는 게 흠이긴 하지만 이게 어디냐. 만쉐이! 만쉐이!
소니 클라크, 킹 레코드 3000시리즈 Japanese Press only반. 이 것도 미국에서는 찍지 않은 초희귀반이다. 이 것 역시 오비아이는 없지만 불만 없다. 이 것 말고도 킹레코드 3000 시리즈의 소니 클라크반이 두 장이 더 있었지만 값이 부담스러워 이거 한 장 만 집었다.
소리 롤린스의 블루노트 1500 시리즈 중 하나인 1542. 이거 샀으니 이제 1500 시리즈는 26장만 더 손아귀에 쥐면 컬렉션 완성이다.
클리포드 브라운과 맥스 로치의 세션. 두 사람의 세션은 이걸로 다 모았다. 역쉬 만쉐이!
전 날과 달리 이 날은 고른 음반을 계산하는데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전날보다 훨씬 방문객이 적은 탓이었다.
이 번에는 어제 들어가 보려다 오픈시간이 아직 오지 않은 관계로 난바지역으로 가는 통에 포기했던 바로 위층 레코드샵에 가 보았다. 이 곳은 수집된 정보에 의거해 방문한게 아니라 바로 위층에 있으니 저절로 알게 된 곳이었다. 스마일 레코드라는 상호명을 가진 이 곳은 간판도 달지 않은 것을 보면 이 곳이 정식 가게는 아니고 일정기간 행사장으로 빌어 쓰는 것 같았다. 진열된 형태도 안정감이 없고 임시로 하는 분위기가 강하게 느껴진 것도 그런 생각을 더욱 부추겼다. 그 큰 공간에 음반을 빼곡하게 진열했으니 레퍼토리가 어마어마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재즈 레퍼토리도 엄청났지만 값은 상당히 부담스러웠다. 너무 음반이 많아 클래식은 보지도 않았다. 하긴 집에 클래식 음반이 가장 많고 오디오방 공간은 점점 없어져 가는데 클래식 보다는 다른 음반들부터 더 사야겠다고 생각한 때문에 이 번 디스크 유니온 오사카점 방문에도 클래식은 일부러 보지 않았다. 보면 또 집어 온다니까... 아래 입간판을 보면 제 3회 뭐 어쩌고저쩌고 써있다. 맞는 것 같다.
이 곳에서 사 온 음반들도 올려 보았다. 사보이 브라운도 나오고 퀵 실버의 음반들이 적잖이 나왔다. 여기서 선택한 음반들이다.
퀵실버매신저서비스, Just for Love, 일본반.
퀵실버매신저서비스, Happy Trails, 일본반.
퀵실버매신저서비스, What about Me, 일본반.
퀵실버매신저서비스, Quicksilver, 일본반.
제퍼슨 에어플레인, After Bathing at Boxter's, 일본반.
그랜드 펑크, Closer to Home, 일본반.
텐 이어스 애프터, Cricklewood, 미국반.
바닐라 퍼지, Renaissance, 미국초반.
레이블.
사보이 브라운, Street Corner Talking, 미국반.
사보이 브라운, Blue Matter, wide-band 초반(mat 2W/1W). 이 음반 보고 쓰러지는 줄 알았다. 언젠간 영국 초반으로 구하리라 하던 그음반. 반질도 극상품이다. 이거 사느라 적잖은 돈 깨졌다.
레비블만 봐도 감격에 겨워 쓰러질 판이다.
오늘은 여기서 끝이다. 음반 내려놓고 또 먹으러 간다. 우매다의 지하도도 이젠 익숙해졌다. 왔다갔다 하며 몇번이고 마주친 분수대. 숙소로 돌아가 이 날 산 음반들 내려 놓고 홀가분한 기분으로 카메라 달랑 하나 들고 가볍게 다시 나갔다.
숙소 근방에는 좋은 음식점에 대한 정보도 없었고 대충 둘러보았지만 첫날 도착하자마자 들렀던 라멘집 외에는 날 유혹하는 집이 없었다. 만만한게 마포새우젓이다. 도톤보리로 간다. 간 집 또가면 식상하고 도톤보리엔 맛집 지천에 깔렸잖아. 도톤보리 입구 들어서자 이 집이 괜스리 눈에 들어온다. 메뉴가 좋아보인다. 망설임도 없이 들어갔다.
들어가자마자 입구에 보이는 화덕에는 닭이 구워지고 있었다.
혼자 왔다 하니 안으로 안내한다. 일본 전통적인 분위기가 많이 있고 주방이 깔끔하다. 카운터테이블로 안내받아 자리를 꿰찼다.
소라를 구워 알멩이를 빼낸 껍데기는 실내 장식으로 사용된다. 센스 만점인걸.
스시정식과 스데끼정식 중 고민끝에 고른 메뉴. 음식값이 착하다. 점심인데 무리할 필요도 엄꼬.
앉은 자리에서 실내를 함 찍어봤다.
여기도 아사히냐. 에비수나 산토리좀 먹자. ㅡ,.ㅡ;
고기가 아주 약간은 질긴게 흠이지만 맛있게 먹고 나온 집이다. 점심 해결. 숙소로 돌아가 지금까지 구입한 판 점검해 1차 짐정리를 할 참이었다.
숙소 근처 시장인데 벌건 대낮임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불황을 단적으로 보여주듯 문을 연 가게는 몇 곳 되지 않는다. 숙소로 돌아가니 다 들 오사카 시내로 나가 숙소에 투숙객은 나 하나 말곤 아무도 없는 것 같았다. 음반에 이상이 없는지 일일이 확인하고 1차 캐리어에 고가의 음반들부터 정리해 넣었다. 젊은 여직원이 내가 앉은 휴게실 겸 주방에 정리를 하러 들어왔다. 50장이 넘는 음반을 휴게실에 쌓아놓고 하나하나 조심스럽게 정리하는 날 본 여직원이 뭔가 말을 한다. 알아 들을 수가 있나.
"일본인 아니고요. 이 음반들 사러 여기 왔어요."
그녀가 환히 웃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 올린다.
음반 확인해 보고 정리하는데만 1시간이 훨씬 넘게 걸린듯하다. 정리된 음반 가방을 침대위에 대충 정리해 놓고 인터넷질 좀 하다 보니 또 저녁 먹을 시간이 다가온다. 좋다 먹으러 나가야지. 도쿄에서도 먹는데 공을 들인건 사실이지만 먹거리가 풍부한 오사카에 왔으니 나도 모르게 먹는 일에 특히 공을 들이게 된다.
이 날 저녁엔 오래간만에 도톤보리 중심부를 대충이라도 둘러보기로 했다.
여러번 왔어도 밤에 와보기는 처음인 것 같다.
헐. 그런데 이게 뭐냐. 사람이 너무 많아 도대체 운신하기가 불편할 정도였다. (지금은 엔화 폭락으로 상황이 많이 달라지긴 했지만) 명동이 중국인과 일본인들 일색이라면 이 곳 도톤보리의 저녁은 중국인들과 한국인들 일색이었다. 여기가 어느 땅인지 헷갈릴 지경이었다.
어딜 가나 사람 많은게 질색인 나지만 그래도 왔으니 대충이라도 둘러는 봐야지.
이 곳은 간판들이 볼거리라 저녁에 와야 진짜 거리의 분위기가 살아난다.
젊은 시절에 와서 보았던 유명한 간판들 아직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들 있어 낯익다.
밥때가 되었는지 슬슬 시장기가 돌기 시작했다.
오늘은 꼬치에 맥주나 한 잔 하고 싶었다. 여기가 이름이 뭐였더라. 다루마 꼬치라던가 뭐라던가 했던 것 같은데...
식당 밖으로 열댓명이 줄을 섰다. 나도 꽁무니를 꿰찼다.
바로 건너편에 보이는 킨류라멘. 맨날 먹어본다고만 했지 이 번이 세번째인데 결국 건너 뛰었다. 너하고 나하곤 인연이 영 아닌가보다.
내 순서가 되었다. 혼자왔다고 영어로 말하니 한국인인지 중국인인지 묻는다. 한국인이라고 말하니 한국어 메뉴판을 주고 카운터 테이블로 자리를 안내했다. 마침 자리가 하나 남은 곳이었다. 옆자리엔 한국인 처자들이 먼저 와 음식을 즐기고 있었다. 내가 가진 한국어 메뉴판을 보고 말을 걸어와 대화가 트였다. 자신들을 중국인으로 보았는지 한국어 메뉴판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맥주와 꼬치 몇 개를 주문했다. 이 집은 튀김꼬치 전문점이다. 반갑게도 이 집은 기린 맥주가 나왔다. 만쉐이!
꼬치 세가지를 시켰는데 두어개씩 나올 줄 알았지만 한 개씩만 나온다. 카운터 안에는 여러명의 조리사가 있는데 그 중 내 주문을 넘겨받은 조리사가 일본말로 꼬치 하나하나를 설명했다. 일본어를 알아야 말이지. 걍 고개만 끄덕거렸다. 얘기 들어도 금방 잊어먹을텐데 뭐. 나는 나온 양을 보고 곧바로 추가주문을 했다.
나온 꼬치들은 뭐가 뭐였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맛은 하나같이 좋다. 하지만 작년 겨울 도쿄 레코드샵 돌아다닐 때 신오쿠보에서 먹었던 꼬치튀김이나 오모이데 요코초에서 먹었던 야끼도리보다 더 맛있다는 느낌은 전혀 없었다. 오히려 그 집들이 더 나은 것 같은데.
이거 하나 기억난다. 명란 튀김.
이 날 이 곳에서 먹은 것이 오사카 여행 중 가장 비싸게 나왔다. 충분히 먹었지만 나도 어쩔 수 없는 토종 조선인인지 탄수화물이 고파왔다. 바로 건너편 킨류라멘집에서 라멘이나 한그릇 먹고 갈까도 생각했다. 줄 선 사람이 많아 박약한 의지를 주저앉혔다. 참자. 참고 자는게 신상에 좋다. 다음날은 클래식 고음질씨디 행사가 있는 날이었다. 클래식은 나도 좋아하지만 씨디는 관심없다. 그래도 새로운 물건이 둘어올 지 모르니 함 가보기는 해야지. 술도 한 잔 거나하게 마셨겠다. 숙소로 돌아가 바로 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