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낭여행/15 일본 the 7th

오사카 레코드샵 순례기 1

코렐리 2015. 11. 10. 11:48

2015.11.5(목)

겨울에 떠나려던 레코드가게 순례를 금년엔 당겨봤다. 디스크유니온 오사카점 오픈식을 보기 위해 일정 뿐 아니라 목적지도 바꾸었다. 항공권은 10월 초에 이제 막 30,000이 꽉 찬 마일리지를 이용해 TAX 5만여원만 들였다. 디스크유니온 오사카점 오픈일이 확정됨에 따라 뒤늦게 마일리지 항공권을 검색하니 선택권이 축소되어 김포공항이 아닌 인천공항에서 출발하게 됐다. 숙소는 떠나기 직전 호텔예약사이트를 통해 오사카에서 여행자들 사이에 가장 평이 좋다는 ARK 호스텔로 정해 예약했다. 시시각각 떠날 날이 다가오면서 도통 느리적거리는 시간의 등을 떠밀어 억지로 쫓아내느라 나도 애 많이 먹었다. 드디어 결전의 날 11월 5일이 왔다. 이 날 오후 반차를 쓰고 6(금)일과 9일(월) 휴가를 냈다. 사무실에서 오전 업무를 마치고 15:10발 오사카행 항공기가 나를 기다리는 인천공항으로 가기 위해 서울역에서 공항철도에 올랐다. All Stop Train을 이용하니 두시간 정도 남겨둔 채 인천 공항에 딱 도착했다. 자동발권을 받았다.

 

값싼 항공권을 찾다 보면 대개 외국항공을 이용하게 되는데 그래서 항상 열차를 타고 이동해 100번대 이후 탑승구를 이용했지만 이번엔 대한항공편이라 이동이 없었다. 습관이 되지 않은 앞번호 탑승구라 기분 묘하다.

 

배고프다. 오전근무 마치고 바로 오는 통에 점심을 먹지 못했다. 던킨에서 샌드위치와 요거트쉐이크 샀다. 맛있게 생긴 롤샌드위치는 야채와 닭고기를 둘러싼 전병이 살짝 젖어 눅눅하고 닭고기 양념은... 맛이... 에이 씨. 

 

나를 싣고 오사카로 날아갈 항공기. 이 번에도 기다렸다가 꼴찌로 탔다. 헉. 성수기도 아닌데 자리가 다 찼다. 헐.

 

대한항공을 싫어하는 이유 중 하나는 기내식이 맛없어서다. 전일본공수를 타고 단거리인 도쿄를 가도 정식을 주는데 대한항공에서 오사카로 가는데 나온 기내식은 삼각김밥에 파인애플 쪼가리 하나. 아이구 캄솨합니다. 음료수는 맥주를 선택했는데 선택권은 제법 있었다. 카스, 하이트, 맥스, 버드와이저, 아사히. 아사히를 달라고 할까 하다가 바로 옆자리 일본인 때문에 왠지 자존심이 상했다. "맥스 주세요." 속으로는 그나마 그중 가장 먹을만한(좋은 맥주라고 생각하진 않지만 그나마 가장 나으니까) "아사히 주세요."였는데... 쩝. 그래도 맥스는 먹을만 하다. 기내에서 영화 한 편 보기에도 시간이 모자란다. 음악을 듣기로 했다.

 

항공기에서 내려 모노레일을 타고 입국심사장으로 이동. 아 젠장. 오사카 들어가는 인간들 왜 일케 많냐. 집에 가만히 앉아들 있지 왜 다 들 나와서 날 게롭히냐고. ---> 이 생각 모두가 다 하겠지? ㅋ. 어쨌든 지그재그로 길게 늘어선 줄을 한참만에 줄이고 줄여 내차례가 오는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었다. 심사를 마친 뒤 뒤돌아 보았다. 아직도 지그재그 줄은 겹겹이 공간을 가득 메운다. 므흣!

 

교토까지 가는 JR익스프레스 열차에 올라탔다. 약간 헤맨 통에 일반 표를 끊고 신오사카에서 내려 추가 정산했다. 역에서 다시 우매다로 가는 열차로 갈아탔다.

 

우매다에는 JR우매다역, 니시(서)우매다역, 히가시(동)우매다역, 한큐우매다역 등 역이 복잡하게 뒤얽히고 한큐백화점등을 모두 지하도로 연결해 복잡하기 짝이 없다. 호텔은 니시우매다 역에서 1개 역만 가면 되지만 나는 호텔에 투숙하기 전 디스크유니온 오사카점 위치부터 정확히 확인해야 했다. 아침 7:30부터 입장 번호표를 배부한다니 아무리 늦어도 7:00까진 도착해야 할 것으로 생각되었고 그러자면 길을 몰라 헤매면 낭패였기 때문이었다. 우매다의 도로는 복잡하게 사통팔달 뚫려있고 지도는 단순하게 그려져 있었다. 지도를 보고도 엉뚱한 방향으로 가서 졸헤맸다. 젊은날 오사카에 처음 와서 사람들의 불친절에 좋지 않았던기억이 있어 누구에게도 길을 묻지 않을 생각이었다. 그런데 한 중년 남자가 지도를 보며 두리번거리는 날 보더니 발길을 멈췄다. 망설이다 그냥 가는 것 같더니 되돌아 왔는지 어눌한 한국어가 뒤에서 들렸다.

"어디 가고 싶으세요?"

엉? 친절한 사람도 있네? 젊은 날 처음 오사카에 왔을 때 길을 물으면 열에 여덟아홉은 눈도 마주치지 않고 지나가 버렸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영어를 못해서였을까. 하긴 90년대 한국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어쨌든 그는 내가 선 위치가 어디쯤인지를 일러주고 가야할 방향을 말해 주었다. 어찌나 고맙던지. 친절하기 짝이 없는 교토 사람들과 오사카를 비교해 말하곤 했었지만 이런 선입감을 깨 준 또 다른 사람들을 다른 곳에서 만났다.

길 가다 중년의 한 여인네한테 길을 물었다. 약도를 들여다 보며 갸웃거리던 그녀는 한 샵에서 나오던 남자를 붇잡고 약도를 디밀었다. 남자는 한참동안 지도를 들여다 보며 방향과 위치 파악을 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는 다시 자신이 나온 샵 안으로 소릴를 질러 사람을 불러냈다. 역시 중년의 세련되고 예쁜 여인네가 나왔다. 알고 보니 이 곳은 댄스 교습소. "영화 쉘 위 댄스"에 나옴직한 미모의 그녀가 다시 약도를 한참을 들여다 보며 위치파악에 애를 썼다. 헐. 나 하나때문에 세 사람이 머리를 맞댄 셈이다. 나의 첫 오사카 방문경험에서 받은 좋지 않은 인상과 오사카 시장의 망언 때문에 생긴 선입감이 한순간에 와를르 무너져 버렸다. 나 단무지 맞다. ㅡ,.ㅡ; 그동안 오사카를 욕한 내가 무안해졌다. 곧이어 약도를 보며 찡그리던 그녀의 얼굴이 환하게 무너지며 손가락으로 허공을 마구 찔러가며 나로선 알아 들을 수 없는 일본말로 내게 친절하게 설명했다.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건 눈만 껌뻑거리는 방법 말곤 대충 감으로만 듣지 확신이 없다는 표현만 할 수 있을 뿐이었다. 남정네가 영어로 다시 설명했다. 어찌나 고맙던지... 아래 샵이 바로 그 댄스교습소.

 

적잖은 거리를 걸어 일러준 길로 가서야 내가 얼마나 얼뚱한 곳에 가 있었는지 알 수 있었다. 한참을 가야 했다. 시장통을 좋아하는 나는 이 시장통이 마음에 들었다. 운치있는 이자카야도 많고 밥먹을 곳도 있어 보였다. 이 곳에서 저녁에 술 한 잔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럴 기회는 일정상 없었다. 바로 이 시장통 입구 옆에 문제의 샵이 있었다.

 

으앗 여기닷!. 거의 한시간 가까이 헤맨 끝에 찾아낸 디스크유니온릐 낯익은 간판!

 

여기다 여기.

 

호기심에 안으로 들어가 봤다. 반쯤 열리다 만 셔터 안으로 막바지 오픈 준비가 한창인 샵 내부의 부산한 손놀림과 발놀림들이 들여다 보인다. 아~ 들어가 봤으면...

 

어쨌든 이 곳을 나와 숙소 방향으로 발길을 돌렸다.

 

첫 날엔 복잡한 지하도에서 어디가 어딘지 혼란스러웠지만 지하도 끝에서 끝까지 다시 되돌아 걷다보니 곧 익숙해졌다. 니시우매다에서 동전 180엔 넣고 표를 받아 1개역 가니 바로 히고바시역. 

 

누군가 블로그에서 시킨대로 9번출구로 나가 오른쪽으로 몸을 비틀면 바로 보이는 골목으로 들어가니 오른쪽에 안쪽으로 푹 들어간 ARK 호스텔 입구가 나온다. 입구부터 운치가 있고 게 앉아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다. 찾기 쉬워 좋다. 

 

직원이 친절하게 맞아준다. 2층 혼성 다인실에 배정해 주었다. 역시 비수기라 그런지 투숙자가 많지는 않았다. 커튼이 쳐져 있어 나름 사생활(?) 보호도 가능하다.

 

방 반대편 끝 주방 겸 휴게실 가보니 밝고 깨끗하다.

 

엉성하게 한국어를 배운 일본인들은 열심히 존대말을 쓰고도 마지막 인사할 땐 반말 하는 모습을 보곤 했는데 여기 안내문 쓴 사람도 마찬가지군. 누군지 친절한(?) 한국인도 다녀갔다. "알았어."

 

인터넷은 자리 차지하는 사람이 임자다. 비수기여서 아무 때나 원하면 쓸 수 있지만 성수기엔 이거 사용하기 쉽지 않겠다. 티븨는 장식용인지 리모트 컨트롤이 없다.

 

욕실 문은 2중으로 되어 첫번째 문을 닫고 잠그면 욕실에 들어가기 전 젖지 않게 탈의 하기 좋은 공간이 확보되고, 샤워 후 옷입기 위해 나올 마른 공간이 있으니 너무나 시설이 편리하다. 사진이 좀 이상하다...? 거꾸로 포스팅 했군. 아 젠장 귀찮아 그냥 가자. 궁금하면 물구나무 서서 보셈.

 

화장실 세면대도 단정하고 창가에는 헤어 드라이어도 하나 놓여져 있고.

 

샤워 후 민생고를 해결하러 나왔다. 숙소 바로 근처 시장통이 있는데 불경기의 탓인지 반은 셔터가 닫혀져 있는데 영업을 마쳤을 시간은 아니었다. 그 곳에 운치 있어보이는 라멘집 하나가 발을 걸었다. 그 식당 바깥 자판기에서 젊은 한국인 처자 둘이서 일어를 몰라 고민하고 있었다. 사실 일본에 오면 일어로 표기된 자판기에서 메뉴 선택을 하는 불편함이 문제였다. 내 앞에서 고민하던 두 처자 중 하나가 내가 오자

"야 비켜비켜~"

하며 물러서 먼저 하라는 시늉을했다. 뭐가뭔지 몰라 고민하다 사람이 오니 물러선게다.

"괜찮아요 먼저 하세요."

하자 아, 한국인이세요. 좀 도와 주세요."

"저도 몰라요. ㅡ,.ㅡ;"

이들도 다시 고민 끝에 메뉴 하나 골라 표를 받은 뒤 들어갔다. 나는 750엔짜리 츠케멘 표와 350엔 짜리 생맥주 표를 받아 들어갔다.

 

짭짤하고 진한 국물과 면이 함께 나온 츠케멘이 맛이 기대 이상으로 좋다. 생맥주는 받고 보니 아쉽게도 산토리가 아닌 아사히다. 알고 보니 이곳 오사카의 식당들이 취급하는 맥주는 열에 아홉은 아사히였다. 아사히는 일본 맥주중 나의 순위 거의 최하위에 있는 맥주이다 보니 섭섭하기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에비수 --> 산토리 --> 기린 --> 아사히 --> 삿포로 ㅠㅠ . 아침 여섯시에 일어나야 하니 생맥주도 세잔만 마시고 자리를 털고 일어나 숙소로 돌아왔다. 잠자리에 들며 서울 하늘의 직장에서 일도 하고 나왔다는 사실에 새삼 놀랐다. 며칠을 보낸 것 같은 긴하루였다. 다음날은 늦어도 7시까지 디스크유니온 앞에 도착해야 하니 6시에는 일어나야 했다. 득템의 투지를 불태우며 일찌감치 잤다. 맥주의 위력에 눌려 잠도 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