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낭여행/15 미얀마

불교의 나라 미얀마1(인천→양곤)

코렐리 2015. 8. 7. 13:54

2015.7.18(토)

미얀마와 라오스는 뜀도령과 함께 오랫동안 거론되었던 여행지였다. TV를 안보니 뜀도령 얘기 듣고 나중에야 알았다만 한국인들에게 일반화되지 않았던 라오스가 '꽃보다할배'라는 프로그램에 소개되면서부터 엄청나게 많은 한국인들이 즐겨하는 여행지가 되었다나. 그래도 우리에겐 미얀마가 남았으니 그리로 가기로 했다. 

항상 그렇듯이 가서 받으려던 비자는 미얀마에선 통하지 않는단다. 군부통치로 아직까지 정치적으로 닫혀있는 국가이다 보니 사전에 미리 비자를 받아야 했다. 뜀도령이 이것저것 알아봤다. 한남동에 있는 미얀마 대사관에 함께 들러 미리 가서 비자를 신청했다. 비자가 발급된 여권을 찾기 위해 반차휴가까지 내야 했다. 아 머냐고 이거 시작부터 번거롭게스리. 좋은 여행이 될려고 그랬나보다 위안하며 떠날 날을 기다렸다. 그다렸다기 보단 어찌어찌 시간이 갔다. 당시엔 업무가 바빠 야근을 밥먹듯 하다 보니 시간이 가는줄도 모르다가 떠날 때가 된게다.

 

새벽 5:00에 일어나 대충 채비하고 30분만에 집을 나섰다. 홍대역에서 이제 막 진입하는 공항철도를 놓치지 않으려고 헐레벌떡 달렸지만 승객을 대충 실은 열차가 나의 도착과 동시에 출발했다. 밉쌀~

뜀도령한테서 문자가 왔다. 엥? 내가 놓친 그 다음열차 타고 홍대로 진입중이란다. 켁!  차라리 잘됐군. 같이 여행 간 적 많지만 공항으로 가는 열차 안에서 만나보긴 처음이었다. 함께 공항에 넉넉한 시간을 두고 도착해 발권부터 받았다.

 

수 십 번도 더 타본 셔틀트레인. 여정의 일부니까 사진에 담는다. 사실 여기서 찍는 사진이 재미는 있다. 달려가다 보면 휘어진 레일의 곡선도 보이고 유리에 비쳐진 탑승객들이 한꺼번에 보이니 사진 기술이 없는 나로선 이 사진도 재미가 있다. 뜀군은 떠나는 이마당에도 뭐가 그리 바쁜지 통화중.

 

우리를 태우고 양곤, 아니 중간경유지인 하노이로 델꼬갈 비행기.

 

탑승시간이 되면 줄서는 것도 싫고 일찍 타봐야 공기도 별로고 좁아터진 곳으로 들어가 비행대기시간 때우는 것도 싫다. 실컷 놀다 줄이 완전히 업어지고 내가 꼴찌 되겠다 싶으면 그때 탑승구로 들어간다. 이 번에도 그랬다. 갑자기 내 이름을 부르며 달려오는 직원.

마음씨가 고우면 대박이 잘 생기는 법이다. 내 자리에 누군가 이미 앉아 있다 ---> 이코노미석에 내 자리 없다 ---> 나와 중복된 승객은 나보다 먼저 타버렸으니 기회는 날아가고 없다. 대한민국 만쉐이! 클래스 업그레이드. 티켓을 새로 내준다. 엉? 티켓이 뻘겋게 변했다.

"성수기 오버차징이라 업그레이드 해드렸습니다."

너무 좋아 미소짓다. 벌어지는 입이 뒤통수까지 찢어져 두통 위아래가 분리되는 줄 알았다. 소시얼포지션이 있는데 촌티를 낼 순 없지. 짐짓 아닌척 표정관리했다.

"어? 그래요. 감사합니다."

이제부터 대접받는 모드 들어간다.

"어험, 이리오너라."

 

이거 뭐야? 비즈니스는 두 번 타봤지만 이런거 아닌데? 1등석? 모니터 크기 보게? 장난 아니네? 좌석을 뉘우면 좌석시트가 쭈욱 펴지고 발판과 맞닿아 완전히 평면이 되고 완벽하게 눕게 된다. 자다말고 생선뒤집기 엎치락 뒤치락도 가능하다. 사실 이정도 누리는건 지상에서 보자면 고시원이나 다름없다. 창공이기에 호텔급인게다.

 

맥주라고 별난거 줄 줄 알았더니 베트남 맥주. 333? 그래, 맥주매니아를 자처하는 나니까 한가지 더 먹어봤다는 데 의를 두자. 맛? 아무리 페일 라거라지만 넘 멩멩한거 아닌지.

 

와인은 고급으로 따라 주더구만. 어쨌든 전채요리.

 

생선요리.

 

디저트로 과일과 치즈. 그리고 와이트와인.

 

영화 한 편 보고 잤다. 음악영화여ㅆ는데 재미는 있었다만 제목이 기억 안난다.

 

그놈의 메르스인지 뭔지때문에 한국인들 왔다갔다 하는게 신경 쓰이는 모양이다. 건강모니터링이 어쩌고... 한국어로 표기되어 있다.

 

도착 후 환승대기장을 찾다 보니 입국장까지 왔다. 우루무치에서 이란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입국했다가 다시 출국하는 경우를 겪은 나는 이 곳에서도 입국 후 다시 출국해야 하는가 싶어 입국심사 대기열 꽁무니를 꿰찼다. 이미 한국에서 비행기 타기 한참 전부터 뜀군과는 한 참을 논했던게 있었다. 환승대기시간 네시간만 넘게 남으면 시내 구경을 위해 무조건 입국하고 보는 나다. 그렇게 해서 많은 도시를 쏠쏠하게 알찬 시간을 보냈으니 하노이에서의 환승대기시간에도 입국할 참이었다. 그런데 공항과 도시간 거리가 멀고 교통체증이 심하면 다시 생각해 볼 일이었다. 환승 대기 시간은 정확하게 4시간. 길 안밀리면 50분 소요된다던가. 그래도 시내 한복판 가서 그들이 먹는 점심이나 먹고 오잔 얘기도 나왔지만 혹시 모르는 교통정체가 은근히 두려웠다. 일단 입국은 했다. 아~ 젠장 입국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나중에 여행 마치고 귀국할 때 이게 치명적인 실수였음을 알게 됐다.

 

어쨌든 입국은 했지만 도심으로 나가 점심을 먹는 일은 포기했다.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공항 청사로 돌아와 커피나 마시며 시간 흘리는 일 뿐이었다.

 

이거 마셨다. 아~ 시간 참 디게 안간다. 해외 돌아다님서 환승 대기시간에 지루해 해보긴 또 처음일쎄.

 

다시 출국해 몇 개 되지 않는 면세점이나 돌아다녔다. 모여 서서 내게 추파를 보내는 처자들과 기념 사진 촬영도 하고

 

뜀군이 사준 아이스크림이었던 것 같은데?

 

어쨌든 시간이 흘러가니 우리를 양곤으로 보내 줄 비행기가 들어온다.

 

지루한 4시간과의 사투 끝에 항공기에 올랐다.

 

어? 기내식 왜이래 이거. 날 배신하는겨? 이리오너라 당장 전체요리 부터 대령하고 샤토 무통 로실드 한 잔 대령하렸다. 예? 여기 양반칸 아니라고요? 아 죄송. 마당쇠가 잠시 안방에 앉아보더니 눈이 노파져서리... 재성함다여.

 

내다 보니 구름 하난 참으로 이쁘다.

 

착륙을 시도하는 항공기 안에서 내다 보니 양곤 땅은 온통 젖었고 비는 양곤땅이 마르는게 걱정되는지 계속 젖을 정도만 내린다. 입국하자마자 가장 먼저 한 일은 환전. 오늘 환전율이 이렇대. 우리는 300달러씩 600달러를 환전했다. 양곤을 떠나 다른 도시로 가면 환전율이 불리하고 우리는 양곤에서 잠만 잔 뒤 담 날 바간행 비행기에 오를 예정이었다. 양곤에서 환전하려면 여기 아니면 기회 없단 얘기. 양곤으로 돌아오기까지의 돈으라 생각하고 잔뜩 바꾸려는 생각이었다.

"아저씨 600달러 환전해 주세요."

"옛수."

헉! 돈뭉치 다발이 어마어마했다. 우리는 당황했다. 갖고 다니기 불편한 뭉칫돈.

"이게 가장 큰 단위의 지폐인가요?"

물었더니 그제서야 되묻는다.

"큰 단위로 줘요?"

'당근이지 이 웬수야.'

 

가장 큰 단위로 바꾼게 이정도 두께다. 아 젠장 다시 바꾸기 전 돈 사진이나 찍어 둘걸. 어쨌든 갑부 된 기분이다. 가자. 택시 타러.

 

환전 직후 기념사진 한 컷. 이 사진이 미얀마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함께한 촬영이다. 뜀군과 함께 여행하면 서로를 찍어 주지만 함께 찍는 경우는 드물다. 남한테 찍어 달라고 하기도 귀찮고 어딘가에 가면 유적지를 뜯어 보는 통에 각개전투를 하기 때문. 혹시 동행자가 여자였다면 달라졌을테지만. ㅋ

 

양곤 국제공항.

 

택시를 타고 미리 찍어 둔 게스트 하우스인 가든 게스트하우스로 가자고 했다. 택시 기사는 40~50분 후 정확하게 문제의 게스트하우스 앞에 내려주고 갔다. 비수기인데도 방이 없단 소리에 우린 적이 당황했다. 다른 넘버 투로 고려해 두었던 게스트하우스가 바로 근처에 있었다. 바로 오키나와 게스트하우스였다. 지도를 따라가니 바로 나온다. 

 

숙소는 두 군데의 건물을 두고 운영하고 있어 제 또 다른 건물로 우리를 데려갔다. 방이 깨끗하지만 우중충한 느낌이 있다. 하지만 처음 들렀던 곳보다는 훨씬 낫다.

 

욕실도 이정도면 위생상태 최고다.

 

아 배고파 민생고 해결해야징. 음식점이 나올만한 거리를 걸어봤다. 숙소에서 나와 남쪽으로 걸으니 이슬람 교도들의 구역이어서 모스크부터 눈에 들어온다. 깨끗해 보이는 식당은 안나오고 길거리 음식을 파는 야시장은 계속 나온다. 앉아보고 싶지만 위생상태가 심히 좋지 않다. 나름 비위 강한나지만 패쓰.

 

중국음식점이 하나 나오고 늦은 시간임에도 제법 손님들이 있다. 벽에 그림 하나 안걸렸고 조명은 우중충하다. 맥주부터 주문했다. 3년 연속 세계 맥주대회에서 3년 연속 그랑프리를 차지했을 정도로 좋은 맥주라는 이야기는 뜀군한테서 익히 들었다만... 뭐임? 필스너 맥주인데도 거품은 섬세하지 못하고, 제조과정에서 호프는 넣고 끓이기나 한건지 호프향은 거의 없고... 밍밍... 멩멩... 이게 어떻게 그랑프리를? 그것도 3년 연속?

 

볶음밥과 버섯 볶음. 음식은 먹을만 하다. 그렇다고 감동적이진 않다. 중국 본토의 음식보다는 많이 떨어지는 느낌.

 

식사를 마치고 간단하게 한잔 하고자 했지만 마음에 차는 곳은 없었다. 아침 일찍 공항으로 다시 가려면 일찍 자야하니 그냥 들어가기로 했다. 슬 돌아오는 과정에 육교를 올라 샌들 신은 발을 한 채 나도 모르는 사이 각목을 걷어찼다. 육교에 웬 전선이 바닥에 깔렸고, 이걸 보호하기 위해 두꺼운 각목을 대고 고정시켰다. 여기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걸려 넘어졌을까. 넘어질 뻔했지만 안넘어졌다. 문제는 발가락 부상. ㅠㅠ 피가 줄줄... 이거 왜이러냐 징징징...

 

숙소로 돌아오며 찍은 술레 퍼야. 숙소 바로 앞이어서 그랬을까. 바간과 만달레이를 돌고 다시 양곤으로 돌아와 이 곳에서 묵었지만 밖에서 보고 안으로는 들어가볼 시간도 갖지 못했다. 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