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14 부산 the 3rd

2014 부산국제영화제 3

코렐리 2014. 11. 28. 11:24

2014.10.5(일)

10:00 롯데시네마 센텀시티, 얼간이들(The Fool: 러시아)

이번 부산영화제에서 본 9편의 영화 중 운반책과 더불어 가장 재미있게 본 영화다. 아파트단지 관리인인 주인공의 양심적이고 강직한 품성이 자신과 가족에게는 치명적인 짐이 된다는 사회 고발성 영화다.

 

공공부문에 투자되어야 할 정부예산을 이렇게 저렇게 띵겨먹은 고위직들은 그로 인해 발생한 심각한 문제를 애써 모르고 싶어하지만 고약한 하위직의 충성스러운 보고로 할 수 없이 알게된다.

 

수습방법이 어딨겠어. 수습 방법이 없으면 미봉책이라도 써야지. 안그래?

 

아니 왜 조용히 살지 왜 오지랖은 발휘하고 난리냐고.

 

영화제에서는 이 영화의 타이틀을 복수형으로 번역했지만 원어로 된 타이틀은 단수다. 누가 도대체 바보들인데? 영화제작자들이 말하고 싶은 것은 고위층들이 바보란게 아닌 것 같다. 그들은 일반적인 나쁜놈들일 뿐이다. 바보는 단 한사람. 바로 주인공이다. 이런 사람들이 많아야 하고 많지 않다면 대접이라도 받아야 하는데 사회는 그렇지 못하다. 99마리의 원숭이가 외눈이고 단 한마리가 두 개의 눈을 가졌으면 그놈이 병신인거다. 러시아 사회만 이지경이겠는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어딜가나 다 똑같다. 우리도 좀 돌아봐야 하는거 아닌가?

 

이 영화 하마터면 놓칠뻔했다. 11시 영화인줄 알고 있다가 숙소에서 여유 부리다 혹시나 해서 다시 본 티켓에는 10:00로 표기되어 있었다. 당시 시간 09:20. 놀라 쓰러지는 줄 알았다. 짐정리랄 것도 없고 침대위에 널려있던 소지품들 대충 가방에 쓸어담고 숙소에서 제공하는 아침식사도 포기한 채 카운터에 대충 체크아웃 한 뒤 진이 빠지게 지하철 역으로 달렸다. 속이 새카맣게 탔다. 기대했던 영화인 탓에. 약간 늦은 시간에 관리자들의 제지 없이 간신히 골인했다. 아침도 굶고 영화부터 보고 나니 그제서 배가 고파왔다. 해운대로 돌아와 찾은 식당은 "속씨원한 대구탕" 이 집 대구탕 맛은 가히 예술이라 할만하다. 전날 술마신 속을 달래주는 시원한 국물이 압권.

 

남은 시간은 역시 해운대에서 보내고

 

다시 출출해지니 군것질 생각이 난다.

 

사람이 가장 붐비는 집에서 오징어 튀김 몇 개 먹어봤다. 어릴적부터 좋아하던 오징어 튀김이다. 일식집에서 나오는 고급스러운 튀김과 달리 뻐걱뻐걱 씹히는 투박한 맛이지만 어린 시절을 떠올리는 그리운 맛이다.  

 

어묵 맛도 예술이다. 서울 시내 길거리에서 먹는 어묵꼬치 맛은 비교대상이 되지 못한다.

 

14:00 해운대 메가박스, 여름날(One Summer: 중국)

중국영화와 일본 영화는 비교적 볼 기회가 있는 편이라 가급적 보지 않으려 했지만 이 시간에 간신히 구한 표가 바로 이 영화다. 어느 날 밤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들에 의해 붙들려 간 남편을 수소문해 찾아가는 여인의 심란한 과정을 스크린에 담았다. 주연배우가 바로 내 앞자리에 앉았다. 영화 스틸사진을 미리 본 적이 있어 알아볼 수 있었다. 그녀는 갖고 있던 아이패드를 이용해 영화 앞머리에 자신의 이름이 나오는 부분을 사진으로 담고싶어 했다. 누군가 아이패드를 꺼달라는 요구를 하자 그제서야 가방에 넣었다. 적은 나이는 아닌듯하지만 초짜 배우가 틀림없었다.

 

극중 여배우의 복잡한 심리를 섬세하게 표현하고자 했지만 남자인 내게는 그닥 와닿지 않는다. 내가 남자라서 그런가...? 영화가 끝나고 주연배우와 여감독 그리고 극중 여배우의 딸이자 감독의 실제 딸인 아역배우가 무대에 올랐다. 주연배우는 초짜 배우는 아니었고 연극무대에서 오랫동안 활동한 중견 배우지만 영화 출연은 처음이었다고 한다.

 

16:00 메가박스 해운대, 그녀와 함께(Next to Her: 이스라엘)

작년도에 이어 두 번째로 접하는 이스라엘 영화다. 두 개의 영화만 보고 맹신할 수는 없겠지만 이스라엘의 영화는 작년도에 이어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장애아를 동생으로 둔 여주인공.

 

엄마는 딴살림을 차렸는지 자신의 딸들의 생활보다는 자신의 생활과 외모에 집중한다. 온전히 자신에게 동생이 내맡겨진 그녀는 통제되지 않는 동생을 돌보랴 생활비 벌랴, 사회복지사의 눈치까지 봐야하는 고단한 삶의 연속.

 

그런 그녀에게도 사랑이 찾아와 숨통을 터 놓는다.

 

복잡한 심리묘사가 섬세하하다. 마지막 반전은 어렵지 않게 예측이되지만 이를 커버할 만듦새에 박수를 보낼만 하다. 내년에도 이스라엘 영화 최소 한 개는 봐야되겠다. 터키영화, 이란 영화, 남미와 아프리카의 영화도 더 접해보고 싶다. 내년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