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낭여행/14 이란

좌충우돌 낭만의 이란 6(야즈드)

코렐리 2014. 10. 21. 17:05

2014.9.8(월)

야즈드로 가는 야간버스에 올라 자리를 찾아 앉으니 조금 후 한 왜소한 남자가 옆자리에 앉았다. 조금 후 산더미같은 덩치에 털몽둥이 같은 팔뚝을 가진 남자가 좌석표를 들고 내 옆자리의 사내를 보고 뭐라고 뭐라고 하자 그는 곧 일어나 다른 자리로 갔고 그 산더미가 내 옆에 앉았다. 옆에 앉기에 덩치가 부담스러운데다 까칠까칠한 털몽둥이 팔이 내 팔을 건드려 불쾌감이 내 신경을 수시로 건드렸다. 그는 피곤한 사람이었다. 쓰고 있던 모자를 내려 얼굴을 덮고 자려는데 털몽둥이로 내 팔을 툭툭 건드려 깨웠다. 자신의 스마트폰에서 내게는 관심 밖인 자신의 가족사진과 이런저런 사진을 내게 보여주더니 내걸 보자고 한다. 아~ 젠장. 무시하고 자려고 했더니 깨운다. 짜증을 내봤지만 그는 웃으며 계속 스마트폰 속에 가진 사진을 보자는 시늉을 했다. 할 수 없이 보여줬다. 내 휴대폰 속에는 조카들의 사진과 내 오디오룸 사진, 그리고 마드라세 한에서 찍은 사진이 전부였다. 그 중 제수씨가 필리핀에서 조카 재희 함께 찍어 휴네폰으로 보내준 사진을 보더니 엄지손가락을 치켜 올리며 대단한 미인이라는 시늉에 "wife?" 하고 묻는다. 아니라고 하면 이 사진을 내가 왜 가졌는지 설명을 해야 하는데 그가 아는 영어는 단어 한두개 뿐이니 설명해도 이해 못하고 이해할때까지 뭔가 해야한다는 것이 끔찍해 고개를 끄덕인 뒤 자려 했다. 그가 곧 나를 다시 깨웠다. 아직 출발하지 않은 버스 안으로 누군가 올라와 승객들에게 차례로 손을 내밀고 있었다. 화가 났다. 그에게 돈을 주면 또 장난을 칠 것 같아 그만 두었다. 나는 한동안 털몽둥이를 노려본 뒤 다시 잠을 청했다. 무척 피곤한 저녁이었다. 차가 달리는 동안 자다 보니 중압감이 느껴졌다. 털몽둥이가 자면서 몸이 있는대로 내쪽으로 기울은 탓이었다. 짜증을 내자 아차 싶은지 털몽둥이가 다시 자세를 교정하고 제자릴 잡았다. 짖궂은 사람이지만 나쁜 사람은 아니다. 하지만 내가 피곤하니 나쁜 노믕로 보이는건 어쩔 수 없다. 좌석을 잘못 잡아도 이렇게 심하게 잘못잡기도 흔치 않다. 우여곡절 끝에 새벽 5시가 되어 야즈드 버스터미널에 도착했다. 버스에서 내려 대충 지도를 봤다. 터미널은 외곽지대에 있었고 호텔에 일찍 가봐야 워낙 이른 시간이어서 어차피 체크인도 안는 애매한 시간이었다.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지도를 조금이라도 제대로 봤다면 걸어서 가보겠다는 생각은 하지도 않았을게다. 나를 붙잡으려던 몇 몇 택시기사들을 뿌리치고 대충의 시내 방향으로 걸어봤다. 적잖은 시간을 걸어본 뒤에 다시 가이드북을 펼쳐 지도를 보려 했지만 깨알보다 작은 글씨를 보기에 가로등 조명은 그리 밝지 않았다. 택시를 타기로 했다. 나중에 밝은 곳에서 지도를 다시 보고 알았지만 엄청 멀다. 길에서 시간을 버린 뒤 택시를 타고 야즈드 구시가지 실크로드 호텔에 도착한 시간은 여전히 이른 아침인 07:00 

 

호텔 외관이 정감있어 보인다. 손님들을 위해 마침 신선한 빵을 사서 차에서 내리는 사장을 만났다. 빵냄새가 보통 구수한게 아니었다. 사장에게 인사를 건넨 뒤 빵에 코를 대고 흠씬 냄새를 들이키니 하나 내준다. 나즈메가 챙겨준 빵으로 아침식사를 해결할 참이어서 사양했다.

 

 

안에 들어가면 오랜 분위기를 머금은 흙벽 건물과 문들이 눈에 들어오고

 

 

안으로 한 번 더 들어가면 사각 건물 가운데는 정원으로 꾸미고 식당은 벽없이 정원과 마주하고 있어 상당한 운치를 낸다. 시리아 다마스쿠스의 한 게스트하우스에서도 본 적이 있는 형태로 오길 잘했다는 생각부터 들었다.

 

 

정원에는 페르시아식 평상이 놓여져 있어 휴식을 취하기엔 더 없이 좋았다. 이 집에서 키우는 고양이인지 두마리가 마당에서 노닌다. 안아보려 했더니 낯을 가린다.

 

사장은 무척 친절한 사람이었다. 아직 체크인도 하지 않았는데 게스트들에게 제공되는 아침식사를 권했다. 나는 사양하고 나즈메의 정성이 미안해서라도 버릴 수 없었던 빵을 먹었다. 나즈메군한텐 미안한 얘기지만 신선한 빵과 과일을 포기하고 먹는 이 빵은 맛이 없었다. ㅠㅠ 눈물젖은 빵이군.

 

옥상에는 침대가 두 대 놓여진 자그마한 방이 하나 있었다. 주인은 피곤하면 그 방에 올라가 쉬어도 된단다. 장거리 버스를 타고 아침일찍 도착하는 게스트들을 위해 준비한 공간으로 주인의 세심한 배려가 엿보인다. 내가 도착하기 전 먼저 와있던 젊은 중국인 청년이 주인에게 체크인 가능한 시간과 방이 있는지 등 여부를 붇고는 내게 와서 말했다.

"사장한테 물어보니 체크아웃 상황을 봐야 방이 있는지 여부를 알수 있다고 하는데 어쩌실래요? 전 다른 호텔로 가 알아보려 하는데..."

방이 모두 찼으니 나오는 말이었을테지만 방을 얻지 못할 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였다. 체크아웃 하는 사람이 그 많은 투숙객 중 하나도 없을 가능성은 없다는 생각이 들었고, 만일 그런 일이 흔하다면 게스트하우스 사장은 우리에게 진작 다른 호텔을 알아보든지 보장없이 기다리든지 알아서 하도록 옵션을 줬을 테지만 그는 그런 경고는 하지 않았다. 방이 없을 가능성을 아주 배제는 못하지만 만에 하나를 염두에 둔 대답인 것으로 판단이 되었다. 나는 다른 게스트하우스를 찾기도 귀찮고 이 곳 게스트하우스가 마음에 들어 남기로 했다.  이층에서 한동안 휴식을 취한 뒤 다시 내려왔다. 옥상의 방은 더워서 오래 있을 수도 없었다. 11:00쯤 체크인을 위한 카드를 작성한 뒤 침대 청소를 해야 하니 좀 기다리라 했다. 나는 기다리기 싫어 주변을 둘러보기로 했다. 아래 사진은 게스트하우스 후문으로 통하는 통로.  

 

게스트하우스에서 나가면 바로 보이는 자메 모스크(Jameh Mosque) 미나렛이 정문 위에 높이 솟아 있는 독특한 형태다. 이 곳의 다른 모스크들도 미나렛이 이러한 형태로 세워져 있었다.

 

 

미나렛을 이고 있는 정문을 아래서 올려다 본 사진. 장식의 섬세함이 입구에서부터 넋을 놓고 들어가는 시간을 지연하게 만든다. 미나렛의 높이는 48미터. 15세기에 지어진 이 사원의 정문은 이란의 모스크 중에서도 가장 높다고 한다.

 

 

안으로 들어가면 사각 뜰이 있고 모스크는 그 사각형태로 지어져 있다.

 

벽과 천장 전체에 모자이크로 장식된 문양은 정교함과 섬세함이 보는이의 넋을 놓게 만든다.

 

여백이 전혀 없는 벽면과 천장의 문양이 가진 섬세함은 중동의 다른 국가의 모스크에선 그다지 흔하게 볼 수 없는 형태다.  

 

규모가 크지 않은 모스크지만 이 곳에 들르면 절대 간과할 수 없는 아름다움이 있다.

 

규모가 크지 않은 모스크지만 이 곳에 들르면 절대 간과할 수 없는 아름다움이 있다.

 

기념사진 한컷.

 

미나렛과 본당.

 

이곳을 나오면 주변에 중요한 유적이 밀집되어 있어

 

아무생각없이 즐기며 돌아다니면 되는 곳이다. 구시가지 구석구석의 이국적인 분위기가 방문객을 행복하게 만든다.

 

바지리 하우스(Vaziri House) 이란의 정원은 어딜 가나 가운데 pool을 두고 있어 물을 좋아하는 그들의 성향이 엿보인다.

 

아무생각 없이 구석구석 다니다 보니 호기심을 자극하는 곳이 있어 들어가봤다. 이맘 무사의 아들 Gaefar의 무덤으로 그는 살아생전 이 곳에서 살았다고 한다. 안에는 그의 관이 놓여져 있고

 

더위를 피할 겸안으로 들어와 쉬고 있는 내게 마을의 원로로 보이는 이들이 차를 권했다. 나는 의심없이 차를 고맙게 받아 마셨다. 이란인들은 이방인에게 베풀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어서 이런 경우 편안하게 받아들이면 된다는 사실이 나로 하여금 이란이란 나라를 더욱 좋아하게 만든다. 나중에 돈을 내라는 양아치질을 질기는 뭐뭐 나라의 사람들과는 다른 정직하고 친절한 사람들이기에... 현지 방문자와 기념사진 한 컷

아래 사진의 탑은 일종의 에어컨디션 역할을 한다. 중동지역에서 흔히 볼 수있는 건축형태의 일부인데 탑을 통해 들어오는 공기를 식혀 실내 온도를 낮추는 역할을 한다고 한다. 이 탑이 도시 미관을 더욱 좋게 한다.

 

놀이터에서 노는 아이들도 정겹기만 하다.

 

마을 사람들의 살아가는 모습도 볼 수 있는 이런 곳이야말로 내가 선호하는 여행지다.

 

얼핏 모로코의 구시가지 마을을 연상시키기도 하지만 이 곳의 골목은 모로코의 구시가지 골목에 비하면 엄청 넓다.

 

출입문도 독특하고 예쁘다.

 

 

다음으로 들른 곳은 알렉산더의 감옥. 아래 사진 왼쪽이 알렉산더의 감옥이고 오른쪽이 12 이맘의 무덤이다. 바로 옆에 두고도 12이맘의 무덤이 이 곳인줄 몰라 어지간히 찾아 다녔다. 나중에 이곳이 바로 그 12이맘의 무덤이란걸 바로 근처 information center에서 알게 되었는데 간판도 없고 내부 수리를 위해 문도 굳게 닫혀 있었기 때문이었다.

 

어쨌든 이곳이 왜 알렉산더의 감옥으로 불리는지 모르겠지만 함 들어가 봤다.

 

기념품 가게도 볼만하다. 산물건은 없다.

 

기념품 가게에서 내다 본 바깥 마당.

 

지하로 내려 가면

 

골방같은 곳이 나온다. 이 곳이 바로 그 감옥이란 곳인가...?

 

이곳에는 독일과 이탈리아에서 온 관광객들과 이란 현지인들이 앉아 있었다. 

 

내가 들어가자 이란 현지인이 같이 사진찍자는 제의를 하더니 이내 다시 독일과 이탈리아에서 온 관광객들까지 끌어들여 단체사진이 됐다. 애 우측에 앉은 남자가 이란 현지인인데 그는 영어는 거의 하지 못하는 사람이면서도 사람 사귀는데는 무척 적극적인 사람인 모양이다. 그의 제의로 어차피 서로 연락을 주고받지도 않을 연락처를 주고 받았는데 그는 영어를 하지 못하는 사람이라 괜한 시늉에 불과하다지만 이것도 재미다. ㅎㅎ

 

이탈리아인 관광객이 내가 가진 가이드북을 보고싶어했다. 내가 가진 책은 중동의 국가들을 모두 취급한 탓에 정보는 그다지 디테일하지 않다. 하지만 그녀는 뭐가 ㅡㄱ리 볼게 있는지 한동안 열심히 들여다 봤다.검은 티셔츠를 입은 독일인 관광객이 같이 들여다 본다.

 

이 번엔 여자들만 모였다. 오른쪽 세명과 왼쪽 한명은 이란인 모녀 3대. 나머지 여인네들은 이탈리아와 독일의 관광객들 

 

귀여운 이란의 소녀들과 한컷.

 

이 곳을 나온 나의 주변 탐색은 계속 됐다.

 

라리하 하우스.

 

라리하 하우스의 스테인드글라스와 유리를 걸친 창문이 감각적이다.

 

라리하 하우스의 내부.

 

중동지방엔 중소 도시의 중앙이나 초입에 거의 대부분 시계탑을  설치한다. 시계탑은 도시에서 일종의 랜드마크 노릇을 툭특히 하곤 하는데 방문하는 도시마다 각기 다른 시계탑의 모양새를 비교하는 것도 무척 재미가 있다.  

 

뱃속에서 시계가 울려오기 시작한지 오래지만 지나는 길에 좋은 식당이 있어야만 식사를 하는 나의 여행습관상 늦은 점심을 먹기 위해 오래된 집을 이용한 전통 레스토랑인 말레크 오 토자르를 찾았다.

 

바자르 안에 내가 굳이 찾고자 했던 식당과 호텔이 있는데 이 날은 바자르가 쉬는 날이어서 분위기가 휑뎅그렁하다.

 

식당 내부는 세련되고 우아한 전통 가옥의 실내 장식을 갖고 있어 들어가자마자 만족도가 무척 높아졌다. 이 때 시간이 오후 2시 40분. 점심이 아니고 점심겸저녁인 '점저'다.

 

기념촬영도 한 컷. 워낙 늦은 시간이어서 나 말고는 손님도 거의 없었다.

 

이 곳 메뉴판에서 나의 눈을 멈추게 만드는 메뉴강 있었다. 이름하야 카멜케밥. 뭐시? 낙타고기라고라? 이거봐라? 이거 함 먹어보자 했더니 그 메뉴가 지금 불가능하단다. 나의 메뉴는 할수없이 양고기 케밥으로 바뀌었다. 구운 양고기를 접시에 올리고 그위에 버터 볶음밥을 올리고 그 위레 샤프란으로 물들인 밥을 얹었다. 허브와 이란식 피클을 곁들여 올렸다. 이란식 피클은 단맛이나 신맛이 없고 짭짤해 우리의 오이지와 맛이 매우 흡사하다. 호감가는 맛이다.


이 곳을 나와 식당에서 멀지 않은 아미르 차크마크 컴플렉스로 가봤다. 택시를 타고 구시가에 진입할 때 본 가장 인상적인 건축물이었다. 

 

이 곳은 티무리드스 시대에 야즈드 통치자로 임명된 자랄 알-딘 차크마크-에 샤미(Jalal Al-Din Chaqmaq-e Shami: 아 젠장 뭔 이름이 일케 기억하게 어려울 정도로 기냐)가 건설한 건축물로 물저장고를 중심으로 모스크, 학교, 탁발승의 집, 카라반서라이 등을 가진 광장을 짓고자 하여 생긴 광장의 일부다. 미나렛을 중심으로 여럭의 층을 가진 공간이 다른 곳에서 본 적ㅇ 벗는 독특한 건축양식을 보여주고 있어 호기심을 자극한다.  

 

나무로 만들어진 조형물. 사진을 잘못찍어 삐따닥하게 나왔다. 이건 뭐임? 구시가지를 돌아다니다 보니 골목 안에서도 이게 보이더구만...

 

구시가에서는 멀리 떨어져 있었지만 조로아스터교 사원이 남아있다는 가이드북의 사기에 속아 장시간을 걸어 가보았다. 아래의 사진이 조로아스터교 사원 유적이다. 단순한 형태의 건물 앞에 원형 풀이 있는 인상적인 곳이다.

 

사원 건물 입구 꼭데기에는 조로아스터교의 상징이 새겨져 있다. 거기에 있는 사람은 짜라투스트라인가보다.

 

들어가 보니 자그마한 공간이 있고 사원 안으로 들어가는 문은 닫혀 있다. 뭐임? 개방시간이 따로 있나 안내문을 찾아봐도 그런건 없다. 현지인들도 여기까지 들어와서는 유리창 너머 사원 안으로 활활타고 있는 불을 보고 볼 일 다 봤다는 듯 나가버렸다. 엥? 성마 이거 보자고 15토만을 내라고 한건 아닐테지? 현지인에게 물어봤다.

"여기서 보는게 다예요? 안으로 들어가는 시간이 혹시 정해져 있나요?"

"아뇨. 이게 답니다."

엥? 사기 당한 것 같다. 다만 안에서 타고 있는 불은 700년도안 조로아스터교의 상징으로서 한 번도 꺼진 적이 없는 불이라고 한다. 그래 젠장. 내가 일정 전체를 통해 방문지 중 조로아스터교 유적이 없었으니 이게 유일한 대안이렸다. 안오면 어차피 궁금했을 곳이다. 궁금증 해소로 만족하기로 하고 작으나마 허용된 공간 안에 뭐가 있는지 둘러봤다.

 

아마도 자라투스트라의 초상화인듯하다.

 

경전인가보다. 자라투스라라가 이렇게 말했냐? 뭔소린지는 하나도 모르겠다만...

 

바로 옆건물에는 엉성하나마 자그마한 박물관이 차려져 있었다. 조로아스터교도들의 과거 복식인가보다.

 

이 날의 마지막 일정을 게스트하우스 쪽으로발길을 잡았다. 돌아오는 길에 실크로드 게스트하우스에서 만났던 중국인 여행자를 길에서 다시 만났다. 그는 다른 호텔에 자리를 잡았다고 했다. 그를 다음 도시인 이스파한에서 다시 만나게 될 줄은 몰랐다. 어쨌든 그건 나중얘기고... 가다 보니 가이드북에도 나오지 않는 사원이 보인다. 하지만 바깥에서만 봐도 멋지고 고즈넉한 분위기가 있어 함 들어가 봤다.

 

이게 뭐라고 써있는거냐. 하지라브 모스크인가?

 

안에 들어자마자 정면에 보이는 건물. 물방울 무늬의 돔이 섬세한 곡선을 품은채 타원형의 건물위에 앉은 독특한 아름다움을 가진 거물이 나온다. 이 건물은 본관이 아닌 부속건물인듯하다. 이란에 이렇게 독특하고 다양한 건축물이 있는지는 상상도 못했다. 아무리 생략한다 해도 이렇게 아름답고 독특한 건축양식을 가진 모스크를 가이드북에에 빼먹는다면 넘 심한거 아닌가? ㅡ,.ㅡ; 어쨌든 아무도 없는 이 사원에 혼자 방문한 경험은 지금도 아삼삼하게 그립다.

 

안에서 찍은 게이트와 미나렛. 높이 치솟은 미나렛과 섬세한 문양, 부드러운 곡선과 강렬한 직선이 혼재해 건축에서 볼 수있는 모든 미덕을 한 몸에 담고 있어 무척 아름답다.

 

안으로 들어가봤다.

 

천장과 기중장식, 벽면 타일모자이크와 문양, 그리고 바닥에 깔린 카펫까지. 모든 것이 섬세하고 평온한 분위기를 낸다.

그 편안함이 이 곳 마을 신도들의 휴식공간 노릇을 톡톡히 한다. 몇 몇 사람이 이 곳에서 몸을 뒹굴며 쉬고 있었다. 나도 쉬어봤다. 한동안 이곳에서 아무생각 없이 둥굴며 쉰 뒤 밖으로 나와 숙소 쪽으로 걸었다. 마침 야즈드 교외 여행 패키지에 참여를 고려하던 참에 자그마한 여행사 사무실이 눈에 들어와 함 들어가 봤다. 안에는 노인 두 분과 소년이 한 명 있었다. 내가 들어가 교외 여행 패키지에 대한 정보를 요청하자 노인은 영어를 하지 못하는지 잠깐 기다리라는 시늉을 하더니 무선폰과 전화번호를 하나 준다. 전화를 걸어봤다. 여행사 사장이 출타중이고 빈 사무실을 대신 봐주었던 모양이다. 카라나크와 초크초크를 포함해 세군데인가 도는데 1인 경비가 180토만이란다. 테헤란에서 쉬라즈로 날아가는 비행기보다 더 비싼 60달러 정도인 셈이다. 초크초크는 조로아스터교의 유적이 있는 곳인만큼 그나마 남아있는 조로아스터교의 문명과 문화를 보자면 이 패키지를 꼭 이용해야 했다. 하지만 향후 이스파한, 카샨, 테헤란의 일정이 그리 여유있는 것도 아니고 아침 여덟시부터 오후 세시까지의 패키지 일정이 내게 얼마만큼의 만족감을 줄지도 의문이었다. 가이드북에 사진이라도 있으면 참조하고 싶지만 그런건 없으니 어떻게 생겨먹은 곳인지 감도 잡히지 않은 탓이었다. 결국 예상을 상회하는 참가비가 나의 결론을 내려 주었다. 포기! 

 

숙소로 올아오니 숙소 정원 테이블에 놓여져 있던 내 짐은 아무렇게나 내려져 있었다. 이거 누구 가방이냔 소리 여러번 나왔던 모양이다. 배정받은 도미토리 방으로 가보았다. 반지하의 도미토리는 무척 널찍하고 널럴했다. 샤워를 하면서 셔츠와 내의 양말빨래까지 마치니 가지가지 개운하다. 여기저기 널어 말리던 중 30대 중반 정도의 프랑스 처자가 안으로 들어왔다.

"나 이거 벗어도 돼?"

머리에 숄을 쓰고 있던 그녀가 내게 허락을 구했다. 이란에서는 입국심사대에 서면서부터 외국인도 여자라면 무조건 머리를 가려야 한다. 가뜨기나 더운데 얼마나 힘들까.

"물론이지. 보다시피 나 무슬림 아니니까 날 의식할 필요는 없다구."

그녀가 머리에 쓴 숄을 벗으며 내는 소리는 거의 비명에 가까웠다. 여자들에겐 이 시즌이 방문하기에 그닥 권하고 싶지 않은 시기다. 그녀와 통성명을 했지만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다. 프랑스 여자 치곤 꽤 큰키(170cm정도?)에 짧은 금발 커트머리, 30대 중반의 매력있는 처자였다. 내가 잠든 뒤 몇 명의 투숙객이 이 방으로 들어왔지만 누가 누군지는 모른다. 알게 뭐냐 아침이면 밥먹고 떠날건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