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리랑 카~~~!(4-2: 골)
2014.6.5(목)
이 곳 골이 나의 마지막 여정이나 다름 없었다. 물론 다음날엔 서울로 돌아오기 위해 콜롬보로 가야하지만 공항 가는길에 들르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이 곳에서는 하루종일 빈둥거리기로 작심했다. 잔잔한 파도소리에 눈이 떠졌다.(07:40) 이 곳은 전망으로 보나 집 자체의 아름다움으로 보나 잘 잡은 숙소였다. 그러나 결정적인 흠이 있었다. 개미가 많은 것 같다. 이게 개미한테 물린걸까 아님 다른 무언가가 날 괴롭힌걸까. 자다 보면 수시로 뭔가 무는게 문제다.
주인 아줌머니가 준비해 준 아침식사.(08:00) 빵과 계란 그리고 바나나. 그리고 홍차. 아침식사로 이 정도면 훌륭하다.
아침 식사 후에는 게으른 걸음으로 이 마을 성벽 위를 밟아 천천히 걸어봤다. 탁트인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과 파도소리가 이래저래 찌든 몸을 깨운다.
이 곳에는 이슬람 사원이 하나 있다. 이따금 이 곳을 드나드는 무슬림들이 보이는데 희고 긴 옷에 하얀 밥그릇을 뒤집어 쓴 듯한 모자의 의상이 한 눈에 무슬림임을 보여준다.
생각같아선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바위까지 건너가 보고 싶은 생각도 든다.
혼자 털레털레 걷던 중 셀카 한 컷.
이 곳은 스리랑카가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유럽적인 모양새의 가옥들이 많다.
조금씩 흩뿌리는 비에 우산을 쓰고 돌아다니면서도 사람 구경은 왜 이리도 재미가 있냐.
평화롭게 풀을 뜯는 말도 보이고.
아무데나 카메라를 들이대면 쓸만한 사진이 나올 정도로 이 곳은 아름다운 곳이다. 여행중 하루종일 빨빨거리고 쏘다니는걸 좋아하는 내가 오죽하면 이 곳에서 2박 3일간 아무짓도 안하고 머물렀을까. 한없이 릴렉스해지고 싶기만 한 곳이다.
이 곳엔 무슨놈의 바닷가에 갈메기는 없고 까마귀만 지천에 날아다닌다.
요새 성벽을 타고 한바퀴 돌다 보면 시계탑이 나온다. 돌로 만들어져 육중한 아름다움을 과시한다.
이 곳엔 바닷가인 만큼 바람이 많이 분다.
요새 성벽 입구 위에 올라서니 마을 안쪽과 바깥쪽이 훤히 내려다 보인다.
이 곳에 오기 전부터 론니 책자에서 사진으로 보고 강한 호기심을 느끼게 했던 시계탑이다.
신뢰감을 주는 돌소재, 웅장함을 느끼게 하는 높이, 요새와 어우러진 안정감, 세월의 흔적을 머금은 외벽이 이 시계탑에 호감을 느끼게 하는 요소다.
탁 트인 곳이다 보니 요새 성벽 저 끝자락에 선 여행객이 낭만적으로 보인다. 야~ 게서 나도 낭만적으로 보이냐?
나는 요새 성벽 위로 한바퀴 돌 작심이었다.가는 곳마다 한 사물을 다른 각도로 보여주는 재미도 좋지만 새로운 경치를 계속 내놓아 보기만 해도 즐겁다.
성벽에 면한 사구역 등이 계속적인 성벽 밟기에 지장이 생겨 일부는 내려와 마을 안쪽으로 걸을수 밖에 없었다.
독일 교회. 묘하게도 불교국가인 이 곳에 골의 요새 안에는 불교사원은 없고 교회와 모스크만 있다는 사실이 재미있다.
유럽적인, 아니 독일적인 냄새가 물씬 난다.
교회는 자그마하고 아담하다.
교회에서 나와 계속 걷다 보니 결혼하는 커플들의 웨딩사진을 찍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카메라맨, 조명, 감독자도 있다. 카메라를 든 채 한 장 찍고 싶어 얼쩡거리고 있자니 감독자로 보이는 이가 찍고 싶으면 찍으란다. 커플들을 향해 눈짓으로 물어봤다. 모두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여 응답해 준다. 신부들의 화려한 전통의상이 인상적이다.
이 곳도 유럽식으로 지어진 교회인데 영국 성공회 교회가 아닌가싶다. 십자고상형으로 지어 사방으로 건물이 튀어 나왔다. 유럽 고딕양식이 곳곳에 도입이 되었다. 스테인드 글라스와
뾰족한 아치형 천장 등이 그러하다.
가다 보면 기념품 큰 상점이 나온다. 호감이 가는 기념품들이 적잖이 눈에 띤다.
한바퀴 돌고 나서 원점으로 돌아와
바닷가를 내려다 보니 많은 수의 여학생들이 수학여행을 왔는지 바닷가에 모여있어 어린시절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숙소로 들어가면서 바로 옆방에 투숙중인 중국인 처자 두 명과 게스트하우스 2층으로 통하는 계단에서 마주쳤다. 그들이 중국어로 대화하는걸 어제부터 이미 들어 알고 있었지만 나도 모르게 인사가 한국말로 튀어 나왔다.
"안녕하세요."
그들이 지쩍은 얼굴을 하며 중국어로 중얼거리며 나갔다.
"우리 한국사람 아닌데..."
(11:40) 샤워한 뒤 잠시 쉬었다.
뱃속에서 개구리 소리가 나는 걸 보니 점심 먹을 시간이 되었단 얘기다.
이 곳이 가장 좋아보였다.
자릴 잡고 앉았다.
푸짐하게 고기를 먹고 싶었다. 야채 샐러드 와 진저 에일.
그리고 비프 스테이크를 주문했다. 값도 저렴하고 소스 맛도 아주 좋은데 스테이크가 좀 질긴게 흠이라면 흠이다. 배부르게 먹고 나니 아무생각 없다.
점심을 먹은 뒤 밖으로 요새 밖으로 나가 보았다. 자그마한 고기잡이 배들이 적잖이 보이고 한 어민이 고기를 다루는 모습이 보인다.
어촌의 평화로운 모습.
돌아다니다 보니 한 남자가 접근해 온다. 제시한 금액이 정확히 얼마였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주변 볼거리 세군데 안내 패키지를 제안했다. 나쁘지 않은 금액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래서 제안을 받아들였다. 툭툭에 올라탄 그를 찍자 백미러 뒤로 얼굴을 가린다. 왜그랬을까.
해변을 따라 놓여진 도로를 따라 가는 동안 경치를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30분 정도를 갔을까. 어부들이 낚시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곳이라며 툭툭기사가 나를 데려온 곳이다. 이 곳이 내가 갈까말까 하던 우나와투나(Unawatuna)였다. 우리가 도착하자마자 얼기설기 대충 세운 해변의 한 오두막에서 몇 명으 어부들이 낚싯대를 들고 나왔다. 툭툭기사에게 물었다.
"난 그냥 어부들만 보고싶었던건데?"
"여기서 볼 수 있어요."
"나 저 사람들한테 돈을 줘야 하는거요?"
그는 손을 흔들어 보이며 그럴 필요 없다고 했다.
하지만 분위기는 이상하게 돌아갔다. 이들은 나의 카메라를 위해 포즈를 취해주는 모양이었다. 그렇다면 1,000 루피 정도는 줄 수 있다고 생각하고 그들이 낚시하는 모습을 연출해 주기를 기다렸다.
두 사람이 각기 자리를 잡았고 나머지 한사람이 나보고도 해보라며 나무기둥에 올가도록 도운 뒤 낚싯대를 건넸다. 낚시 바늘에는 빵을 끼워 주는데 이래갖고 고기를 잡을 수나있겠나 참으로 의심스럽다.
낚시 바늘에는 빵을 끼워 주는데 이래갖고 고기를 잡을 수나있겠나 참으로 의심스럽다.
가방과 휴대폰, 카메라 등을 내게서 맡은 툭툭기사가 사진을 찍어 주었다. 한 15분이나 20분쯤 지났을까.
충분히 연출을 해 줬다고 생각했는지 나무 기둥에서 두 사람이 내려오고 내 옆에서 낚시를 도와주던 사람이 젖지 않게 물 속 바위 위에 서도록 도와주더니 짐짓 중심을 잡지 못하고 내 손을 잡은 채 넘어졌다. 그를 믿었던 나도 당연히 물에 빠져 머리만 빼고 다 젖었다. 그의 연기력이 웬지 엉성하다. 일부러 넘어지고 나를 물에 빠뜨린게 틀림없었다. 까짓. 대충 마르고 나면 좀 더 돌아다니다 숙소로 돌아가 샤워하면 그만이지. 물에서 나올땐 비가 오기 시작했다. 그들이 나를 오두막 안으로 초대했다. 괜찮다는데도 옷을 벗기고 내 허리에 천을 두르더니 한 사람이 수돗가에서 대충 내 옷을 헹궈 왔다. 다 시나리오다. 하지만 1,000 루피 정도는 줄 의향이 있었다. 곧 비가 그치고 해가 나기 시작했다. 젖은 옷을 다시 입은 뒤 툭툭기사에게 물었다.
"이 사람들한테 얼마나 주면 되겠수?"
"5,000 루피"
"뭐?" 나는 귀를 의심했다.
"당신 내가 물었을땐 돈 줄 필요 없다고 해서 당신을 믿고 이 사람들 만났는데 도대체 무슨 소리야?"
물론 그의 쉰소리는 믿지 않았지만 황당한 요구에 화가났다.
"이 사람들 가난한 사람들인데 돈 좀 줘야 하지 않겠수?"
일인당 1,000루피 이상씩 나눠먹겠단 소린가 본데 어림없는 이야기다.
낚시 연출 외에도 일부러 사람 빠뜨려 놓고 세탁비에 비 피한 돈까지 상대가 부담을 느끼도록 하자는 수작인 것 같은데 사람 잘못 골라도 유분수지. 주변에는 사람도 없어 다른 사람들 같았으면 겁을 먹었을지 모르지만 내겐 어림도 없었다. 나는 소리를 고래고래 질렀다.
"5,000 루피가 적은 돈인줄 아쇼? 내가 바보로 보이쇼? 난 당신들한테 그만한 돈을 줄만큼 서비스를 받은 적도 없어. 1,200루피 받을려면 받고 말려면 말어."
어부 중 한 사람에게 거칠게 돈을 쥐어 준 뒤 내 물건을 툭툭 기사로부터 받아 툭툭에 올라탔다.
"다음 장소로 갈까?"
"지금 날 놀리쇼? 나를 태운 첫 장소로 돌아가시오."
툭툭은 다시 골 방향으로 향했다. 가다말고 들르기로 했던 장 소 중 템플로 꺾어지는 길이 나오자
"템플로 갈깝쇼?" 하고 물었다. 보통 밉살맞은게 아니었다.
"사기 더 치고 싶으쇼? 당신하고 어딜 더 가고싶은 생각이 싹 없어졌으니 돌아갑시다."
또 한군데가 나오자 내 눈치를 살폈다. 제가 그래봐야 까칠한 대답밖에 더 듣겠어.
"돌아 가자고 했잖아."
성채 바깥에 도달했다.
"당신은 날 속였고 내 휴일을 망쳐 놓았지만 툭툭요금은 주겠어."
확실한 기억은 없지만 500루피정도 준 것 같다.
그가 낯색을 바꾸더니 경찰서로 가잔다. 내가 겁먹을 줄 알았던가 보지? 경찰이 현지인 끼고 도는걸 녹록하게 넘어가 본 적도 없는 나다.
"경찰서? 가자구."
요새 마을 안에도 경찰서가 있었지만 그가 몰고 가려는 방향은 그 반대였다. 어딘줄 알고 이놈을 따라 가겠나.
그가 방향을 돌리는 중에 뛰어 내렸다.
"어디가게? 경찰서 저 안에 있잖아."
"다른 경찰서로 갈거야."
"가고 싶으면 당신 혼자 가. 난 당신 같은 사기꾼은 안믿어. 경찰서 말고 어디로 가게?"
그는 곧 다시 툭툭 방향을 돌려 요새 입구 안으로 들더니 한동안 들어가다가 갑자기 툭툭을 세웠다.
"협상합시다." 위협적인 표정을 지었다. 쥐롤하구 자빠졌네.
"협상은 없어. 요금 줬잖아." 내 표정이 아마도 한없이 뻣뻣해서 당황했을꺼이다.
"정말 경찰서 가고싶어?"
"가고싶어"
그의 얼굴표정이 갑자기 허물어지더니 말투마저 사정조로 바뀌었다.
"난 가난하고 애들도 있고... 조금만 더 주면 안되겠수...?"
사람이 한심해 보였다. 말도 더 섞고싶지 않아 200루피 더 주고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숙소로 돌아갔다. 샤워를 한 뒤 발코니로 나가 등받이 의자에 기대 등대를 바라보며 한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여기에 음악과 맥주만 더 있다면 더 이상 무얼 바라랴.
한 것도 없는데 밥시간은 어김없이 찾아왔다. 주변 경치 좋고, 할 것도 없고, 때되면 먹을거리도 찾아보면 있고... 이게 파라다이스가 아니면 파라다이스는 원래가 없는 거다.
다른 레스토랑으로 가볼까 하다가 결국 다시 낮에 갔던 집을 또 찾아갔다.(19:00) 전날 저녁과 같은 실패가 두려웠던 탓이다. 난 이럴땐 의외로 새가슴이라구. ㅡ,.ㅡ; 맥주가 없으니 또 진저 에일 시켜 주시고. 향긋한 새강향과 달콤하고 부드러운 첫맛이 즐기기에 나쁘지 않다. 맥주보단 못하지만...
혼자 왓는데 이런거 켜주면 뭐하냐 싶긴 하지만 없으면 또 섭섭하겠지? ㅋ
골에서의 마지막 식사다. 이 레스토랑의 운치는 물론 음식도 좋아 골에 방문하는 사람이라면 이 근방에선 가장 고급스러운 집이어서 추천하고 싶은 곳이다.
파스타는 어제 먹었고, 스테이크는 낮에 먹엇고... 비스므리하지 않은 걸로 먹자니 선택이 별로 없다. 볶음밥이다. 매콤한게 약간은 달작지근한 맛이다. 맛은 아주 좋다. 식비 1,155루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