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14 정선 the 2nd

정선 산속으로 잠적하기 2(작성중)

코렐리 2014. 5. 7. 15:07

2014.5.4(일)

다음날 아침 늦잠을 잔 뒤 다시 정자가 있는 바위로 내려가서 한 짓은 음악을 들으며 맥주 한잔. 낮술도 아닌 아침부터 마시는 맥주의 맛은 예술에 가깝다. 평일에 할 짓은 못되지만 주구장창 연휴인데 뭐가 걱정이랴.

 

우리는 그저 오지 속에 아무것도 없이 길만 뚤린 이 환상적인 곳을 무작정 걸어보기로 했다.

 

고사리.

 

눈길을 사로잡는 들꽃. 이거 민들레냐?

 

헐. 인적이 드문 곳이라지만 이 곳에 웬 낡은 신발이다냐. 주변에 물이 있다면 누군가 뛰어 내렸나 의문을 가져볼 수도 있겠지만 빠져 죽기엔 물이 너무 얕다. 새신발로 갈아신고 사라졌다? 새신발이 어디서 나며 왜 하필 여기냐?

참으로 묘한 일이로세.

 

외진 곳이라 그럴까. 묘한 곳에서의 잡초의 자람이 방해 받지 않는다. 너도 참 묘한데서 나온다.

 

들꽃이 지천에 깔려 도시에서 찌들리고 메마른 감정이 모처럼 미소짓게 만든다. 보기에 참으로 좋다.

 

진달래도 흐드러지게 피었다.

 

두 팔 벌려 자연을 그러안은채 자연을 만끽하며 걷기를 즐기는 바람소리군.

 

우리 나라도 이젠 정말 먹고 살만해졌나보다. 이 오지에 누가 더 온다고 이렇게 도로를 훌륭하게 깔았을까. 이 곳에 도로를 깔지 않았다면 오지도 못했을테지만 그 경치는 어떠할까 상상도 해보는 사치는 이곳이기에 가능하다.

 

병풍같은 산이 눈에 들어오고 그 안에 농가와 밭이 보인다.

 

그리로 들어가 보았다.

 

바람소리군이 은퇴 후에 이 곳에 자리잡고 싶다며 동네 어르신에게 토지 시세를 물어봤다. 산이 병풍처럼 둘러쳐지고 그 아래로 물이 흐르는 환상적인 이 곳. 이 곳이야 말로 좌청룡 우백호 전미사일 후땡크라 생각되었다. 시세는 생각처럼 그리 녹록치는 않았다. 어르신 하시는 말씀은 그저 긍정적인 이야기 뿐이다. 외지인들이 자꾸 와서 시세를 물어본다는 이야기 등... 바람소리군은 외지에서 들어온 이들에 대한 터세가 없는지를 물어봤다. 없긴 왜없겠어. 서울에서도 완전 변두리 토박이들은 서울 다른지역에서 이사온지 20년 넘은 사람들에게도 터세를 부리는 판인데. 다른 동네 주민의 이야기를 듣고 보니 이 곳은 수년전 홍수에 크게 피해를 본 적이 있는 지역이란다.

 

하지만 경치만큼은 동양화가 따로 없다.

 

점심때가 되어 근처 한 음식점에 들러 맛 본 매운탕은... 나도 이 정도는 끓인다. ㅡ,.ㅡ;

 

점심식사 후 돌아가는 길.

 

도로를 따라 걷다보면 이따금 어쩌다 보이는 농가와 화전 말고는 인간의 손길로부터 때가 거의 타지 않은 곳이다.

 

버스정거장이 정겹다.

 

나도 한 컷.

 

방이 없다는 말에 쫓겨날 위기에 처했다가 다락방을 내달라고 조르자 방사장님이 마지못해 방을 내주었다. 별구경 하기 좋게 지붕에도 유리가 박혀 있어 좋다.

 

집 안 어디를 둘러봐도 정겹다.

 

표주박과 짚신 그리고... 그 아래꺼 메고 나가면 망태할아버지 소리 듣는다.

 

좋다. 너무나 좋다. 이게 힐링이 아니면 뭐가 힐링이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