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해로 개병대 모여라 2(항주)
2014.2.21(금)
간밤엔 무슨놈의 고급 호텔이 난방도 안해 주네 어쩌네 투덜거리며 잤다. 아침이 되니 제 양친을 만나 안부를 여짜운 뒤 돌아온 인회군이 그제야 뭔가 알았다는 듯 온풍기를 켜 보였다. 아 씨 젠장. 해보지도 않고 가보지도 않고 단정하는 멍청한 습관 아직도 개 못줬군. 다행이도 나만 바보는 아니었는지 간밤에 떨며 잤다는 동기들 몇 있었다. 바보들! 친구가 되어 주고 멍청한 짓까지 같이 해줘서 고맙네. 혼자만 그랬으면 존장 쪽팔릴 뻔했잖아. 만쉐이!
아침식사를 마친 우리는 항주(항조우)로 이동했다. 가다 들른 휴게소에서 담소를 나누는 승춘군, 을영군 그리고 영표군. 화제가 뭐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승춘군과 을영군 표정은 영표군의 구라에 이미 말려 들었음을 말해 준다. 군생활 할 때부터 입만 벌리면 동기들을 자지러지게 만드는 실력은 내심 여러번 부러워 하던 터다... 도대체 유머섞어 쉬지 않고 얘기 보따리를 풀어내는 그 입심은 어디에서 나오는지 궁금하다.
이걸 뭐라고 부른다더라? 어쨌든 이름은 잊었지만 껍질을 까서 먹는 이 열매? 뿌리? 맛은 생겨먹은 모양새 만큼이나 없다.
구라 하면 성대군도 그 못지 않다. 무슨 얘기가 이리도 재미가 있었을까. 성대군이 아침부터 소주병 따서 들고 다니며 친구들을 강제로 먹인건 생각난다. ㅋㅋ 나도 먹었다.
여그가 간다고 했던 뇌봉탑인갭다. 성황각이라고 쓰여 있는거 같은데 뇌봉탑이 맞는건가? 그리 알고 사진은 찍었다만 부족한듯 없는듯한 확신은 뭐임? 으쨌든 일정표엔 그리 나와 있고 고지대에 우뚝 서있으니 그런갑다 한다. 그게 맞다면 이 탑은 20세기 초 지진으로 완전히 붕괴된 것을 2005년에 재건한 것이란다. 으째 청나라에 공구리(콘크리트) 기술이 있다는 얘긴 들어본 적이 읎다 했지. 이거 공구리 탑인 탓에 해 본 생각이었다.
어쨌든 항주가 내려다 보이는 전망이 나쁘지는 않다만 항상 중국은 뿌연 공기가 문제다. 멀리 봐도 될걸 쪼금만 보여주고 선명하게 보여줘도 될걸 뿌옇고 희미하게 보여준다.
중국 여섯개 도시를 싸돌아 다녀 봤지만 어디에서도 맑은 하늘은 본 적이 없다. 한국은 아직까진 깊은 산중 시골로 들어가면 푸른하늘 은하수 하얀 쪽배에 달님속 계수나무 엽기토끼도 다 보일만큼 푸르고 깨끗한 하늘이 아직은 있는데 여긴 음능게벼? 여기선 별은 고사하고 달은 보일까 몰라.
승춘군, 평원군과 함께 한 컷.
1층엔가에는 섬세하게 만들어진 인형과 성곽 그리고 집들이 모여 거대 디오라마를 구성하는 전시물이 있다. 거의 10미터 가까이 설치해 놓았는데 그 기획력도 대단하지만 만듦새가 놀랍도록 섬세하다. 재미있는 것은 3차원 공간을 활용했지만 비스듬하게 2차원적으로 제작함으로써 공간을 절약하는 아이디어도 놀랍다.
어딜가나 조용하게 미소만 짓는 통에 있는지 없는지 확인해야만 알 수 있는 재혁군. 이따금 회심의 미소와 음흉한 눈길 속에는 뭐가 들었는지 확인이 안된다. 두툼한 저 패딩 점퍼 속에 너구리 몇마리 넣고 다니는거 아녀? 아님 말구. 여기서 사고를 치고 집에 연락이 가야만 그제야 중국에 와있다는 사실을 가족이 알 수 있는 사람이면 내 얘기 틀린거 아니지 아마? 뭐? 출장을 가? 예라이... 어? 내 얘길 꼭 들은거 같잖아? 뭘보나 이사람아.
대기가 뿌연 탓에 전망탑에서도 잘 안보이긴 했지만 항주를 내려다 봤으니 속을 봐야하지 않겄어? 내려들 가자구. 옷차림을 보니 한국여행객들 맞군. 패딩점퍼 아니면 등산복. ㅍㅎㅎ
거 다 그런거지 뭘그려 아, 카메라 들고 설치는 자네는 별거여? 종환군의 미소가 왠지 내 마음을 읽고 그런 소릴 하는 것같은 표정일쎄.
탑에서 내려 오면 청하방 옛거리다.
독사진 한 컷
옛날 호떡장수로 분한 진짜 호떡장수다. 종환군 주니어(지웅)이 그와 거래를 하고 있는 장면이 내 카메라에 잡혔다. 그런데 이 호떡장수 아저씨 사진 올려 놓고 보니 눈을 감았넹? 다른 사진으로 올리려고 이 아저씨 나온 다른 사진 두 장을 더 들여다 보고 골라 보려 했다. 하지만 다른 두 장의 사진 모두 똑 같이 눈을 감았다. 알고 보니 이게 눈 뜬 사진 맞다. ㅡ,.ㅡ; 뭐셔? 못믿겠다라고라?
다른 사진 하나 더 볼텨? 이게 증거사진이다. 하나 더올려? 지면이 식상해질까 안한다.
거리의 화가들 나란히 앉은 이들의 뒷모습은 역시 나란히 묶은 말꼬랑지 머리가 재미 있어서 찍어 봤다.
옛 청대의 모습을 한 찻집. 다 좋은데 최첨단 무선 전화질에서 맛갔다.
뭔 이파리 갖고 이리 꼬고 저리 꼬아 만든 동물 인형들의 섬세함은 쳐다보다 쓰러질 정도다. 물소, 용, 공룡
고슴도치
도마뱀 등 없는게 없지만 하나같이 탐이 난다. 공이 많이 들어서인지 값은 절대 만만치 않다. 중국물가 기준이라면 하루에 몇개만 팔아도 먹고살만하지 않을까. 값도 비싸지만 이걸 가방 속에 구겨 넣어 무사한 상태로 갖고 올 수 있을까?
옛거리라 하지만 그다지 옛스럽진 않고 운치는 있어 보인다.
기다리던 점심시간. 좌로부터 평원군, 재혁군, 그리고 종환군 가족(지웅군, 지혜군, 종환군, 안희숙님)
좌로부터 성대군의 각하(조영이님), 그 뒤에 가려진 주니어(인회군), 승춘군의 주니어(지원군), 을영군의 주니어(석환군)와 각하(김미림님) 그리고 영표군. 우리가 다닌 음식점들에 대해서는 이미 야그를 했으니 음식맛에 대한 야그나 사진은 패쓰!
예로부터 항주에는 미녀가 많기로 유명하다고 한다. 중국 4대미녀 중 하나가 항주출신이라 했던 것 같은데... 어쨌든 항주에 왔으면 서호(시후)를 가로지르는 배는 함 타보고 가는게 정해진 수순 중 하나다. 아래 사진의 석상은 누군인지 몰라도 선비의 기개와 학자의 기상이 엿보이는 걸작인듯하나 누군지 모르겠다. 석상의 옷자락이 휘날리는 것 보니 그 때의 으스스한 날씨가 새삼스레 떠오른다.
배타러 이동하던 중 서호의 한 다리를 지나는 팔동력 보트 한대가 다리 밑을 지난다. 테이블도 있고 술인지 물인지 쟁반 위에는 뭔가 음료가 놓여져 있는게 신선노름이 따로 없다. 그 위에 탄 사람들은.. 깍두기 형님들. 흠좀무...
승춘군, 평원군, 성대군.
으따 그넘 참 잘생겼네 누구여?
성대군, 성대군의 각하(조영이님), 영표군의 각하(최정흔님), 종환군과 을영군의 2세들(석환군, 지혜군) 모습도 보인다. 재혁군의 팔뚝도 보이고.
성대군 가족과 을영군의 가족. 행복하고 단란한 가족의 모습이 엿보인다.
서호의 정원을 둘러보고
그곳에 노니는 생선이 무지하게 많다. 생선반 물반이란 말이 이런걸 두고 하는 말일게다.
음하하. 나에게 있어 맥주는 뽀빠이 시금치에 다름 아니다. 이걸 먹어야 힘이 나니 잠깐 가게방 들어가 이걸 들고 나온 사이 무심한 일행은 벌써 뵐랑말랑 저멀리 가버렸다. 일행과 맥주 중 어느 쪽을 선택하라고 한다면... 둘다.
이거 쫄쫄 마시랴 쭐레쭐레 일행 꼬리 밟으랴 숨도 약간 가쁘다. 헥헥...
엥 뭐여, 녹차원이넹?
패키지여행의 특징인 상인들 판매광고 경쳥을 해줘야 하니 보란듯이 입 안가리고 목젖 구경시켜 줘가며 하품 쩍쩍하다가 따라주면 차만 실컷 마셔주고, 나와 눈마주치면 눈 딴데로 돌리며 코딱지 한 번 후벼주고 광고 끝나자 얼씨구나 사지는 않고 나왔다. 한국의 모든 사무실에는 먹지도 않으면서 너나 할것 없이 주고받아 남아도는 중국차가 쎄고 쎘다. 그걸 또사? 공짜로 주면 선심쓰고 함 생각해 보겠으니 제발 사란 소린 마셔! 아, 집에 있는것도 감당 안된당께. 싸게 줄랑게 내꺼 사서 팔을텨?
녹차원에서 다시 이동한 곳은 맛사지 하우스. 만족도를 점수 매기자니 70점 정도 된다. 이 곳에서 마사지를 받았지만 전에 태국에서 무섭게 생긴 아줌마가 나를 이리 뒤집고 저리 뒤집어 만만한 레슬링 상대 마구 다루듯 하던 기억에 비하면 이건 넘 아프기만 하고 개운함이 약하다. 맛사지 후에 만족감을 얻자면 괜스리 예쁜 처자가 날 맡아주길 바라지 말고 무섭게 생기고 떡대가 좋은 아줌마한테 자발적으로 가 아양을 떠는편이 훨씬 낫다.
저녁을 먹으러 간 곳은 한식집 "한라원". 주인이 제주도 출신인가?
왼쪽부터 종환군의 2세들(지웅군, 지혜군)과 각하(안희숙님), 승춘군의 각하(노경희님)와 2세(지원군), 을영군과 성대군의 2세(석환군, 인회군), 그리고 을영군의 각하(김미림님).
좌로부터 승춘군, 을영군, 종환군, 성대군, 영표군, 재혁군, 평원군, 영표군의 각하(최정흔님)와 성대군의 각하(조영이님). 그럼 나는? 사진찍고 있었군. ㅡ,.ㅡ;
삼겹살도 한 점 쐬주도 한잔 빼갈도 한 잔. 민생고가 해결되고 곱창이 거만해졌음을 확인한 가이드는 우릴 싸카쓰 하우스에 델꼬 왔다.
공연을 기다리는 (우로부터) 승춘군 2세(지원군), 성대군 2세(인회군)와 각하(조영이님)의 모습. 얼핏 종환군의 2세(지웅군)도 보인다.
무용수들이 벽에 투사된 영상을 배경으로 춤사위와 무예를 섞어 가며 엮어내는 내용은 대충 항주의 역사를 다룬듯하다. 영사에 투여된 깃발이 악비의 군대 깃발인 것 같은데... 항주가 남송의 일부였던가 보넹? 아님 말구.
서커스도 나오는데 나중엔 천장에 대롱대롱 매달린 인간 나비들이 내려와 볼만한 장면을 연출한다. 저녁에 야시장에서 양꼬치에 맥주나 한 잔 하려던 계획은 너무 늦은 시간에 호텔에 투숙한데다 날씨는 만만찮게 차고 주변엔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에 혼자 설레발치다가 날아가 버렸다. 내 기억엔 자느라고 바빴지 아마? 이건 옳지 않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