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낭여행/13 일본 the 5th

도쿄 레코드샵 순례기5(다카다노바바/우에노)

코렐리 2013. 12. 18. 16:47

2013.12.9(월)

도쿄 레코드샵 순례 마지막 날이다.  숙소에서 나오기 전 백팩과 캐리어 가방에 남은 공간을 들여다 봤다. 대략 80장 가까이 수납해 넣었다. 십여장 더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이 날은 마지막으로 한 두 군데만 더 들르기로 했다. 그동안 사용한 숙소를 대충 정리한 뒤 체크아웃을 하고 짐을 맡겨 두었다. 우리는 신오쿠보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다카다노바바역에서 내려 아침 겸 점심을 먹을 곳부터 찾아 보았다. 해장을 하고 싶었다. 그럴만한 곳을 찾아 봤지만 없다. 전날 시부야에서 들어갈까 말까 하던 돈부리집이 이 곳에서도 나왔다. 프랜차이즈 식당이었던 모양이다. 바람소리군은 부타동을, 나는 직화구이 규동을 주문했다. 먹다 보니 사진을 안찍었네? 배고파서 바뻤나벼? 대신 아직 먹기 시작하지 않은 바람소리군의 부타동을 대신 찍었다. 와사비와 무즙을 같이 얹어 내놓는다. 특이하지만 맛이 괜찮은 집이다.

 

18th visiting: Disc Union in Dakadanobaba

열 여덟 번째이자 마지막 방문지: 디스크 유니온 다카다노바바점

레퍼토리: ★★★★

가      격: ★★★★★

※ 이 곳에서 재즈만 보았으므로 다른 장르의 레퍼토리는 잘 모름. 다만 재즈 레퍼토리와 가격을 동시에 가장 만족시켜 주었던 집으로 기억됨. 평가 내용은 사견임을 밝혀 둠.

 

아침 식사를 한 뒤 찾아간 곳은 역시 디스크 유니온 다카다노바바점.

 

이 곳에 들어가니 레퍼토리는 아주 좋은 편이면서 가격도 매우 저렴했다. 게다가 연말 세일 10%까지 주니 감격에 쓰러질 판이었다.

 

오자마자 들렀어야 했던 집이다. 그랬으면 아마도 이번 음반구입 경비가 훨씬 저렴하게 들었을게다. 하지만 지나간 일이고 나는 그래도 여기서 15장 정도나 집었다. 누군가 내게 물어보면 내 가 본 중엔 가장 먼저 추천하고 싶은 샵이다. 우리는 다카다노바바에 있는 한 곳을 더 방문하기로 했지만 헤매기만 하고 찾아내지 못했다. 지도상으로는 우리가 잘 못 찾아간 것 같지는 않았는데 아마도 없어진 가게인 것 같다. 다른 지역으로 한군데 더 들를까도 생각해 봤지만 시간도 애매하고 더 들러도 더 이상 쑤셔 넣을 공간도 없었다. 명색이 도쿄 레코드샵 순례니까 사지 말고 구경만 하러 한 군데 더 간다? 가면 자제하기 쉽지 않을 것 같았다. 이 번 도쿄 레코드샵 순례는 이것으로 종료하기로 했다. 마지막으로 구입한 레코드를 들고 숙소로 다시 돌아온 시간은 대략 14:30 정도. 바람소리군은 이제 곧 나리타 공항으로 떠날 준비를 해야 했다. 나는 하네다 공항으로 거리가 가까운데다 바람소리군보다 두 시간 뒤의 항공편이었다. 시간이 나만 남았다. 이 곳에서 시간을 죽이자고 멍때리거나 공항에 일찍가서 광팔고 쉬느니 이 짐을 죄 다 들고라도 구경을 다니기로 했다. 이걸 누가 말려? 나도 못말리는데.

 

바람소리군과 작별 아닌 작별을 한 뒤 하네다 공항과 같은 방향인 우에노로 갔다. 93장이나 되는 레코드음반이 거의 전부인 거창한 짐을 코인라커에 쑤셔 넣고 카메라만 손에 쥐니 날아갈 것 같았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장부터 가보기로 했다. 역 바로 건너편이 우에노 재래시장이다. 

 

안으로 쭉 들어가 봤다.

 

일본에서 문어가 한국보다 싸다고 하던데 사실인가보다. 문어 다리 하나에 2,800엔. 다리 하나 굵기가 장난이 아니다.

 

견과류... 이야... 이거 한 봉 하구 편의점 맥주 사다 길바닥에 퍼질러 앉으면 죽이는뎅.

 

수산물 시장의 풍경.

 

사무라이들 신은 신발 좀 보소. ㅡ,.ㅡ;

 

먹음직한 말린 생선알같은 것들은 그다지 비싸지도 않고 맛있어 보였다. 사고 싶었지만 짐은 더이상 아무것도 수용하지 못한다. 조금 아쉽다.

 

게는 머이리 비싼겨?

 

아직도 이런 곳이 있었다니. 운치있는 선술집이다. 옛날식 선술집인데 술집 위로는 생활을 위한 방이 있고 그 지붕으로는 전철이 다닌다. 이건 아마도 일본전철 초창기에 생긴집이 아닌가 싶다. 놀라운건 이자카야 술집과 전철이 다니는 지붕 사이에는 방이 있고 지금도 사람이 살고 있는 것 같다. 흔들리고 시끄러워 어찌 살까. 설마 잠자는 집은 따로 있겠지.

 

소음도 어마어마하고 엄청 흔들릴텐데. 이건 기차길옆 오막살이가 아니고 전철길 아래 공구리방... 아기아기 잘도 잘까...?

 

일본의 겨울해는 우리보다 일찍 졌다. 가로등이 하나 둘 켜지고  

 

어둠이 깔리기 시작했다. 스상에. 아사쿠사의 방송탑이 여기에서도 보인다. 랜드마크 맞군. ㅡ,.ㅡ;

 

나는 우에노 공원으로 가봤다. 이 곳을 둘러 보려면 적잖은 시간이 필요했지만

 

그래도 일부만이라도 시간이 남으니 들러보기로 했다.

 

공원에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청수관음당. 낮이었으면 한 번 들어가볼만도 했을텐데 아쉽다.

 

도리이가 죽 늘어선 진구도 하나 보인다. 얼핏 영화에서도 본 것도 같은뎅.

 

도리이를 따라가봤다.

 

신궁 본관과 연결된다. 나름 운치를 가득 머금은 곳이다. 저녁에 오니 더욱 그런 느낌을 받는다.

 

신궁 본관.

 

이제 슬슬 역으로 돌아가 공항으로 떠날 시간이 되었다. 공원을 돌다 보니 역에서 많이도 벗어나 있었다. 엉뚱한 길로 나간 통에 약간 헤매다 간신히 역으로 돌아와 짐을 찾고 공항으로 갔다.

 

그러곤 돌아왔다. 뻔뻔하게 백팩과 캐리어를 모두 들고 탔다. 음반 밖에 들어있지 않은 짐을 괜스리 부쳤다가 집어 던지면 금쪽 같은 음반 재킷 다 망가지기 때문이었다. 

일본여행은 다섯번을 가봤지만 그동안 잠깐씩 다녀오는 통에 레코드점 들를 기회나 짬은 거의 없었다. 지난 여름 일부러 시간을 내서 한 레코드점을 들러 봤었다. 가격은 환율 하락 덕에 우리와 비슷하거나 조금 비싸거나 어떤거는 조금 싸기도 했던 탓에 적잖이 집어 왔었는데 그게 계기가 되어 이번 레코드점 순례를 다녀왔다. 재즈에 미쳐 있지만 좋은 재즈음반은 국내에 없어도 너무 없고, 일본에는 재즈매니아가 많고 음반도 넘쳐난다는 소문은 사실이었다. 환율이 낮아져 놀러가기도 좋아지고 음반 사기도 좋아졌지만 숙식비와 항공권을 생각하면 음반구입에 드는 경비가 절대 만만하게 볼 일은 아니다. 그저 돈들여 판떼기 뒤지는 관광을 간다면 이건 해볼만한 일이라는 것이 이 번 여행 전부터의 판단이다. 그렇게 따지면 레코드샵과 음반이 이 번 여행의 테마였던 만큼 내겐 더없이 즐겁고 더없이 짜릿한 관광(?)이었다. 음반 득템은 거기에 곁들여 얻은 행운이라고 생각하니 여행경비 대비 음반값을 따질 일이 아닌 것이다. 지금은 일본에서 가져온 90여장의 음반을 들으며 행복해 하고 있다. 걸핏하면 야근을 해야 하는게 오늘의 걸림돌이긴 하지만 그래도 난 틈만 나면 열심히 즐긴다.

그동안 다녔던 여행과는 판이하게 다른 색다른 여행경험, 친구도 만나고 꿈에 그리던 음반을 원없이 만지고 여기에 더해 맛집 여행까지. 도쿄의 레코드샵 17군데를 둘러 보았지만 아직도 안 가 본 곳이 음청 많다. 마사유키군의 말에 의하면 대충만 둘러 봐도 도쿄의 레코드점을 모두 방문해 보려면 최소 보름 이상이 걸린다던가... 내년에도 안가본 곳을 중심을 한 번 더 가볼까 생각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