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낭여행/13 일본 the 4th

친구 만나러 도쿄로 2-1(닛코)

코렐리 2013. 7. 7. 22:04

2013.06.23(일)

머리부터 발끝까지 짓눌러대는 늦잠의 유혹을 떨치고 자리를 터는 것도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다. 니코로 가기 위해 5시에 깨비작 깨비작 일어난 우리는 준비를 마치는대로 마사유끼를 깨우기 위해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전날 피곤해 하던 모습을 기억하며 깨우기 미안스러워질 것 같았던 우려와 달리 마사유끼는 진작 준비를 마친 뒤 나를 위해 인터넷을 뒤져 엘피샵을 찾아내 교통편까지 소상하게 조사한 자료를 내게 주었다. 아, 이런 감격. 어쨌든 우리는 아침식사를 기차 안에서 해결하기로 하고 서둘러 숙소를 나섰다. 아침 7시 10분에 니코로 가는 기차를 타기 위해 도부 아사쿠사역으로 갔다. 아래 사진의 오른쪽 베이지색 건물이 도부 아사쿠사역.

 

특급열차는 1시간50분(2,720엔), 쾌속열차는 2시간 20분(1,320엔)이 소요된다. 까짓 30분 차이에 두 배의 교통비를 쓰느니 우리는 쾌속열차를 타기로 했다. 표를 구입하고 있는 뜀도령군과 마사유끼군.

 

도시락을 사러... 어 이거 뭐하는 짓이셈? 뜀도령은 원래가 시커먼 사람이니까 그렇다 치지만 일본인들은 교통법규를 철저히 지키는 줄 알았는데 마사유끼군이 무단횡단을 주동하넹? 고발한다고 사진 찍으니 포즈까지? 이래도 되능겨???

 

편의점에서 도시락을 구입한 뒤 다시 역을 향해 길을 건널땐... 에라 모르겠다. 아래 장면은 보복 고발용으로 뜀도령이 찍은 사진. 자알들 한다.

 

우리를 태우고 갈 도부 닛코행 쾌속열차.

 

열차 안에서 냄새 풍기고 먹어도 될까 은근히 걱정했다. 한국에선 은근히 눈총받을 시추에이션이지만, 이 곳에선 열차 내에서의 도시락을 먹는 모습이 아주 흔한 모습이었다. 그렇다면야... 나는 가장 먹음직해 보이는 장어덮밥을 한국에서도 장어는 비싸지만 일본에선 특히 비싸다. 장어덮밥 도시락의 가격은 자그마한 크기에도 불구하고 980엔. 음료로는 산토리 맥주. 뜀도령은 아침부터 맥주를 마신다며 잔소리하지만 나를 이렇게 만든 원흉은 뜀도령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들은 다 안다. 나도 댁이 베려 놓기 전까지는 이러지 않았거덩?

 

어쨌든 우리는 거주하던 동네를 떠나

 

방송탑도 지나

 

닛코로 향해 달렸다. 한참 가다 만난 이 마을을 사진으로 담아온 데는 이유가 있다. 카스카베역(Kaskabe Sta.)이 속한 이 동네가 바로 크레용 신짱(노하라 신노스케)이 사는 떡잎마을의 모델이 된 곳이라는 것이 마사유끼의 설명. 아, 그럼 이 역은 떡잎역이고, 떡잎유치원(후타바 유치원)도 이 마을에 있다는 얘기. 그럼 신짱 아빠(노하라 히로시)가 근무하는 떡잎상사는 워디에 있능겨? 열차타고 출근하더만. ㅡ,.ㅡ;

 

일본인들은 다 조용한 줄 알았다. 목소리가 커서 시끄러운 사람들은 십중팔구 오사카 사람들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은 있지만 그래도 우리가 보기에 그들은 조용하다. 어느지역 사람들이었는지는 몰라도 메스키타의 한 레스토랑에서 혼자 아침 식사를 하고 있을 때, 단체 관광객으로 보이는 30여명의 일본인들이 포크와 나이프 부딫히는 소리 하나 없이, 필요한 대화는 필요한 만큼의 성량과 단어만을 사용하는 모습을 보고 감명을 받은 기억이 있다. 그런데 도쿄에서 출발한 이 열차 안에서 사람들의 목소리는 무척 상기되어 있었고 시끄럽기까지 했다. 의아해서 마사유끼에게 말을 던져봤다.

"일본사람들도 시끄러울 때가 다 있넹?"

마사유끼가 웃었다.

자기자신을 늘상 다스리기만 하기 보다는 가끔은 이런 일탈도 있어야 사람 사는 냄새와 맛이 좀 더 나지 않을까.

 

신기한 모습도 보인다. 열차 중간에도 조종칸이 있는데 그 이유는 어느 일정 지역에 도착하면 도부 닛코로 가는 부분과 다른 곳으로 가는 부분으로 열차가 양분된다. 양분된 열차는 각기 독립된 동력을 깔고 앉아 각자의 길로 떠난다. 우리는 열차가 양분되기 전 닛코로 가는 후면칸으로 자리를 옮겼다. 멋모르고 멍하니 있다간 엉뚱한데로 가 하루를 허탕치기 꼭알맞다. 아래의 사진은 열차를 양분하며 갈라져 떠날 채비를 하는 운전기사 양반의 분주한 모습. 이 분이 우리를 닛코로 데려간다.

 

도부 닛코역에 도착한 우리는 어느 티켓을 구입하는 것이 맞는지 한동안 우왕좌왕했다. 유적지와 교통편 모두가 한꺼번에 해결되는 올닛코패스를 구입하 고자 했지만 이런 제도는 없어졌단다. 우리는 교통카드만을 구입했다. 린노지를 첫 방문지로 잡고 버스부터 타기로 했다. 버스는 오래지 않아 도착했다.

 

린노지에 도착하자 마자 하차한 버스 앞에서 별난 포즈를 취하는 뜀도령군. 누가 말릴꼬.

 

린노지의 입구에는 쇼도 스님이라는 분의 동상이 서있고

 

그 아래에는 용틀임을 하며 입으로 물을 뿜는 물동이가 있다.

 

이 곳에서 린노지는 물론 도쇼구의 표까지 묶어 판다. 어차피 다 보고 가야 할 것들이다.

 

린노지의 본당인 삼불당은 공사중이라 건물의 외양을 볼 수 없었다. 닛코 최대의 건물이며 최고의 건물이라 하는데 볼 수 없으니 아쉽기 짝이없다. 그나마 외부 막이에 실물크기의 그림으로 그려 놓았으니 그 형태와 모양새를 가접적으로나마 볼 수 있도록 해 놓았다. 여기에 모셔진 삼불은 아미타여래, 천수관음, 마두관음을 말한다고 한다. 삼불당은 원래 후라타산의 삼신과 일체로 받아들여져 후라타산 신사 옆에 세워져 있었으나 1871년 메이지 정부의 신불 분리정책에 의거 현 지점으로 이축되었다고 한다.  

 

삼불당 앞에는 큰 향로가 있는데 여기서 뿜어져 나오는 향을 무슨 의식처럼 손으로 모아 쐰다. 남들이 하니까 나도 해봐야지. 뭔지 모르지만 좋은 일이겠지 뭐.

 

입구 위에 걸려 있던 거대 현판이 안쪽에 내려져 전시되어 있다. 초록 바탕에 온통 금칠이다.

 

원래는 촬영금지. 여기까지 와서 아무것도 기록에 담지 못하는게 억울해 아무도 없을때 슬쩍... 도촬 성공. ㅡ,.ㅡ; 

 

삼불당 후면으로 나가면 볼 수 있는 이 철탑은 스타워즈에 루크가 탔던 나오는 반란군 전투기 처럼 생겼다. 천하태평 국가안위 기원의 의미를 담고있는 소린토라는 이름의 이 철탑은 도쿠가와 막부 3대 쇼군 이에미쓰의 뜻에 따라 덴카이 스님이 건립했다고 한다. 높이 13.2미터의 철탑 내부에는 1,000여부의 경전이 들터 있다고 하는데 어느정도나 온전하게 보존 되어 있을까?

 

삼불당과 소린토탑을 지나 

 

오른쪽 길로 빠지면

 

도쇼구로 연결된다. 도쇼구 입구에서 셋이서 한 컷. 왼쪽부터 뜀도령, 마사유끼 그리고 나.

 

도리이를 지나

 

안으로 들어가면 아래 사진과 같은 5층목탑이 있다. 일본에 남아있는 목탑들을 볼 때마다 지금까지도 복원하지 않는 우리 나라 경주의 황용사 9층목탑을 복원하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목탑의 건축 형태는 그다지 복잡해 보이지 않지만 단순함과 단정함의 미학이 깃들어 있다.

 

안으로 더 들어가면 산진고(삼신고)가 나온다. 아래 사진은 왼쪽부터 가미진고(상신고), 나카진고(중신고), 시모진고(하신고)가 나란히 위치한 모습.

 

시모진고

 

나카진고

 

가미진고

 

가미진고의 처마 아래에는 두 마리의 코끼리가 형상화 되어 있다. 무슨 코끼리가 왼쪽에 있는 애는 돼지같이 생겼고, 오른쪽에 있는 애는 매머드처럼 생겼다. 그것도 사연이 있단다. 이 코끼리를 조각한 사람은 실제로 코끼리를 한 번도 본 적이 없으며 들은 이야기를 토대로 이를 형상화했다고 한단다. 그가 들은 이야기는 어땠을까.

코는 밧줄처럼 길어서 이리지리 제 마음대로 휘두르거나 말아쥐어 손처럼 사용하고 입에서는 긴 뿔이 튀어나와 무기로 사용하고, 귀는 엄청 커서 펄럭거리는데 몸은 곰처럼 크고 육중하다. --- 뭐 이렇게 듣지 않았을까. 코끼리 몸에 난 짧지만 수북한 털은 그 때 생긴 오해고... 아님 말구. ㅡ,.ㅡ;

 

산진고 맞은편으로는 신큐사라 불리는 마사가 있다. 여기에는 인간사와도 같은 원숭이의 일생을 표현한 8개의 조각이 둘러져 있다. 나고 나라서 독립하고 이상을 펼치고방황하고 연애하고 결혼하고 새로운 생명이 다시 잉태하고.... 원숭이 조각을 여기에 섬세하게 조각한 이유는 원숭이가 신마를 병과 위험으로부터 보호해 준다던가 뭘 어쩐 다던가

 

여덟개의 조각을 모두 올리자면 식상하고 우리에게 가장 잘 알려진 조각 하나 올려봤다. 나쁜 것은 듣지도 말고 말하지도 말고 보지도 말지어다. 하지만 나는 얘들이 삐따닥하게 보인다. 혹시 이원숭이 놈들 귀를 막으면서 볼거 다 보고, 입을 막으면서 들을거 다 듣고, 눈을 가리고 할 말 말하는거 아녀? 하는 생각이 드는건 내가 그래서 그런건가? 사실 나도 그러고 자란거 같은데?

 

여기 마사 안엔 잘생긴 백마 한마리가 관광객들을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산진고와 마사를 지나면 또하나의 도리이 넘어 진짜로 볼만한 건물들이 나온다.

 

일단 눈앞에 버티고 선 계단을 올라 오면 좌우에는 종루가 하나씩 자리를 잡았고

 

그러면 도쇼구가 어떤 유래를 가진 곳인지 함 살펴 볼까나.

도쇼구는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유언에 따라 지어진 작은 사당으로 지어졌다. 도쿠가와의 3대 쇼군 이에미쓰가 1636년 현재의 규모로 화려하게 증축을 하였다. 총공사비 금 56만8천량으로 오늘날의 가치로(무슨 근거로 환산했는지는 몰라도) 400억엔에 달했다고 한다. 공사는 규모와 섬세함에 비하자면 놀랍게도 1년 5개월만에 완료되었다고 한다. 신불일체가 일반적이었던 종교관을 탈피한 분리정책으로 도쇼구, 후지타라산 신사, 린노지 이렇게 두 개의 신사와 사찰로 분리되게 되었다고 한다. 

아래의 사진은 당시 유일하게 일본과 무역을 하던 서방국가 네덜란드에서 보내온 샹들리에란 한다.

 

두 개의 종루를 지나 오르는 계단 끝에는 요메이몬(양명문)이 출입구를 열어 많은 관광객을 맞는다.

폭 7미터, 높이 11미터의 요메이몬은 화려하고 섬세하기 이를데 없다. 여기에 조각된 인물과 동물상이 무려 500개에 이른다고 한다. 용머리를 한 동물은 말의 다리를 갖고 있어 이키 또는 소쿠라 불리는 상상속의 동물이라고 한다.

 

그 좌우로는 담벼락이 둘러져 있고 용마루를 그 위에 덮었는데 담벼락에 테마별로 새겨진 조각들은 화려함과 섬세함이 놀라울 정도다. 이 곳에 얼마나 많은 장인들이 공을 들인 것일까 의문을 갖게 만든다. 아래 사진은 요메이몬의 우측 담벼락이다. 

 

그 아래에는 석등이 길게 놓여져 무척이나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낸다.

 

낱개의 조각을 만들이 갖다 까우고 붙이면서 하나의 테마를 만든듯하다.

 

수많은 인물상과 상상속의 동물 조각이 보는 이의 눈을 압도한다.

 

요메이몬 하단 좌우에는 고위직으로 보이는 인물상이

 

있는데 마치 벌떡 일어나 호령이라도 할 듯 눈이 살아있다. 밤에 혼자 얼핏 보면 산 사람이 앉아 있는 것으로 착각하고도 남을 것 같다.

 

요메이몬을 들어서면 또다른 건물과 문이 눈을 잡아 끈다. 요메이몬을 들어서서 뒤돌아 본 모습.

 

요메이몬을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가라몬(당문). 이 문은 본관을 지키는 문으로 규모는 작지만 화려함과 섬세함에 있어서는 한 수 위인듯하다.

 

문 바로 위 희게 채색된 27개의 인물상은 여럭의 조각을 붙여 디오라마화 한 것이 아니라 한 개의 나무로부터 조각해 낸 작품이라 하니 여기에 들이 공은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그 위 처마 아래에는 승천하는 용과 하강하는 용이 좌우로 포진해 있어 이 것도 역시 볼만하다. 이 문은 예로부터 막부의 쇼군이나 가족 각 지방의 영주 등 고위 귀족에 한해 가능했으며 오늘날은 국빈에 상응하는 사람들만이 이 문을 통과할 수 있다고 한다. 그 외의 사람들은 지금까지도 오른쪽으로 난 입구를 통해 들어간다. 난 통과 못한게 아니고 안통과했다. ㅡ,.ㅡ;

 

이 곳에서 만난 서양인 처자들은 기모노를 체험삼아 입고 사진 촬영에 여념이 없다. 재미있는 모습이다.

 

신요샤(신요차)에는

 

 

세 개의 미코시(신위를 모신 가마)가 안치되어 있는데 미나모토노 요리토모(좌), 도쿠가와 이에야스(중앙), 히데요시 미코시(우)의 순으로 놓여져 있으며 봄 가을 축제때 사용된다고 한다. 천장에는 천녀도가 그려져 있다.

 

측면에서 본 가리몬.

 

 

요메이몬과 가리몬 사이 공간 동영상.

 

요메이몬을 나와 기념촬영 한 컷. 뒤쪽으로 보이는 건물이 혼치도(본지당)이다.

 

계단을 내려와 오른쪽으로 돌면 혼치도가 나온다.

 

혼치도에는 니키류(우는 용)라는 그림이 천장에 그려져 있다. 이 건물 안에서 안내인이 나무토막을 마주쳐 소리를 내며 시범을 보인다. 용의 꼬리나 몸통 등 다른 부위 아래서 소리를 내면 그냥 그소리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용의 머리 아래서 소리를 내면 그 울림이 길고 깊다. 이유가 멀까. 이 사람들도 모르는 것 같다. 뭔가 속임수가 있ㄴㄴ거 아닐까 의심도 해보지만 그런 것 같지는 않다.

 

이 곳을 보면 다 본거다.

 

혼치도를 봤으면 이 곳 도쇼구는 다 본 셈이다.

 

나오다 보니 한 노인 화백이 도쇼구의 요메이몬을 그리고 있는데 그 수준이 예사롭지 않다. 이 분야 전문가이신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