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여행/공연전시후기

제 3회 레코드페어 참관기

코렐리 2013. 5. 27. 11:14

2013.5.25(토)

오랫동안 기다렸던 제 3회 레코드페어. 장소는 1회 때와 마찬가지로 논현동 플래툰 쿤스트할레. 블루노트군의 가게 리빙사로 가 함께 출발했다. 도착시간 대략 09:30정도. 블루노트군과 함께 간 덕에  seller의 자격으로 문열기도 전인 이른 시간에 들어가는 혜택(?)을 누릴 수 있었다.

 

밖에는 참관을 위해 일찍 도착한 애호가들이 줄을 지어 서기 시작했다. 문이 열리자 예상했던대로 사람들 대부분이 이 번 행사에 맞춰 새로 찍어낸 엘피 음반들에 관심이 쏠렸고 모두가 줄을 지어 이 음반부터 확보하고자 했다. 일찍 들어온 덕에 나와 "엘피와 음악사랑" 회원들은 가장 먼저 이 음반들을 확보할 수 있었다. 이상은의 공무도하가는 초도물량이 이미 다 소진되어 추가분을 접수받았다. 난 물론 이미 확보한 뒤의 일이다. 하지만 누군가의 제보로 이 음반들을 열어 보았을 땐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음반이 죄 다 심하게 휘어져 플레이 했을 때 이리울렁 저리울렁거리며 디스크 춤을 추었고, 게다가 서울전자음악단의 음반은 음의 찌그러짐 현상까지 있었단다. 김포의 엘피공장에서 찍어낸 이 번 음반들은 퀄리티가 매우 조악해 실망을 떠나 당혹스럽기까지 하다. 지난 페어때 이 공장에서 찍어 선보였던 조동익의 "동경" 앨범은 시행착오를 거치고 배워가며 만들어 냈지만 비교적 좋은 퀄리티로 선보였었였다. 하지만 이 번엔 웬일인가. 기술적인 문제는 동경을 찍으며 해결했을 것 같고, 아마도 일정에 쫒겨 프레스 직후 엘피 형태가 제대로 잡힐 때까지 반듯하게 굳혀야 하는데 그 과정의 시간이 너무 짧았던 것 같다. 어쨌든 많은 사람들이 이 사실을 알지 못한채 돌아갔지만 나는 현장에서 바로 환불 조치했다. 제작자측에서는 신속히 홈페이지에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공지했다고 하는데 난 이미 환불해 버렸으니 문제가 보완된 뒤 기회를 놓치는건 아닌지 살짝 걱정이 앞선다. 미선이, 서울전자음악단, 이상은의 음반은 많은 기대를 했던 것도 사실인데 어쨌든 아쉽다.  

 

이 번 페어가 제 3회라면, 정작 3회인줄 알았던 작년 가을걷이 행사는 2.5회(비공식 페어)였던 모양이다. 지난 2회와 2.5회에서는 정말 횡재를 많이 했었던 탓에 이 번 페어에 대한 기대도 덩달아 커졌고 이 번 페어를 기다리기도 많이 기다렸다.

 

이 곳에서 좋은 음반을 적잖이 걷어온 것은 사실이지만 이 번 행사에 맞춰 찍은 음반 퀄리티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도 그렇고, 꿈속에서도 그리워 하며 은근히 기대했던 아이템 중에서는 하나도 발견하지 못한 것도 역시 개인적으로는 무척 아쉬웠다. 

 

그 아이템들이란 바로 레드 제플린, 핑크 플로이드, 롤링 스톤스, 비틀스 영국 초반, 김정미의 초반, 김두수의 약속의 땅이나 자유혼 하나라도 나와주길 기대했던 것은 지나친 욕심이었는지도 모른다. 하긴 페어에 40~50대의 중년보다는 20~30대의 젊은층이 많은걸 보면 그런 아저씨틱한 음반은 거의 나오지 않을 수 밖에 없지 않나 싶긴 하다.

 

어쨌든 그리 넓지 않은 행사장에는 많은 사람들이 다녀갔다. 이틀동안 열리던 전과 달리 이 번엔 단 하루 열린 탓에 행사장 인구밀도가 매우 높은 편이었다. 음악애호가들이 내뿜는 열기와 콘테이너를 쌓아 개조해 세워진 전시장은 2개 방향의 벽면을 털어 열었음에도 불구하고 한낮의 열기로 내부가 무척 후끈했다.

 

리빙사 캡틴 블루노트군(좌)과 바람소리군(중) 음악애자군(우) 장사 열심히들 하시고... 바람소리군과 음악애자군은 돈들여 구입했지만 그동안 듣지 않거나 중복되어 내놓은 음반들을 여기서 판매를 시도해봤다. 전술했지만 이 곳은 40~50대 보다는 20~30대가 더 많다. 아저씨틱한 음반 판매시도는 실적 저조. 위로할까 하다가 음반 날아올까 두려워 입다물음. 뒷면에 블루노트군한테서 초저렴하게 구입한 음반이 벽면에서 떼어져 있는 공간이 보인다. ㅎㅎ 므흣!

 

뒤늦게 도착한 민이군(좌)과 나도 촬영 한컷. 푹푹한 열기의 오븐 속에서 나도 거의 익었다.

 

담소중인 바람소리군(중)과 릴리수군(우), 그리고 음악애자군(좌). 이 날 키도사님도, 행복중독증도 다녀 가고, 카페의 오랜 회원 중 한 사람인 안젤로군도 다녀갔는데 사진에 미처 담지를 못했넹.

 

이 날 공연자들 중 마지막으로 출연한 실력파 인디밴드 Four Brothers의 열정적인 무대. 이들의 음악을 들어 보고 음반 한장 구입했다.

 

이 날 걷어온 음반 올려봤다.

 

1. 아트락

아트락 분야에서 두 장 걷어왔다. 전부터 갖고 싶었던 Beggars Opera. 사실 시완레코드에서 발매했던 이 음반은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다.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드는 이 음반의 재킷은 오늘날의 첨단 과학과 과거로의 회귀를 의미하는지 말에 올라탄 우주인의 헬멧에는 달인지 지구인지 알 수 없는 별이 반영되어 보는 이를 당혹하게 만든다. 그동안 알지도 못하던 이 음반을 손아귀에 넣고 싶어한 이유는 재킷 그 자체 때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음반의 재킷은 포스터형으로 제작되어 펼치면 대형 포스터가 된다.  음악이 어떤지는 함 들어봐야 알겠지만 음악이 내 취향에 안맞으면 안맞는대로 그냥 만족할 음반이다. 역시 난 컬렉터의 기질이 있나벼.

 

내 알기로 시완레코드에서 발매한 음반 중 재킷을 포스터 변형 커버로 만든 음반은 이 것 외에는 Crystal Phoenix가 전부다. 이 음반은 오래전 구입해 이미 들어온 터다. 여자 혼자서 기타와 베이스 드럼 등 모든 연주를 하고 믹싱한 묘한 이 음반은 자신의 이름도 감춘채 크리스탈 피닉스라는 그룹(?)이름으로 대체했다. 내 들어본 바로는 음악적으로도 훌륭한 편이다.

 

Fusion Orchestra, Skeleton In Armour

 

2. 포크

Byrds의 두 장 짜리 앨범 Untitled(일본반)

 

이건 알지도 못하면서 순전히 바람소리님이 권해서 구입한 음반이다. 취향이 비슷하니 믿고 사 본거지만 내 취향에 안맞으면 바람소리님한테 자객을 사서 보낼 참이다.

 

어쩌자고 두 장이나 샀는지 몰라도 이 음반 금새 동이 났다. 시간 날 때 함 들어봐야 나도 알겠다.

3. 재즈(전부 다 서울음반)

데이브 브뤼벡, 폴 데스몬드 데이브 밴 크릿의 재회.

 

재킷부터가 눈과 마음을 사로잡는 바니 케슬의 기타 세션 음반. 기타가 리듬섹션이 아닌 솔로이스트로서의 역할을 한 밥시대의 흔치 않은 스타일의 재즈음악. 기타를 비롯한 이들의 연주가 가볍고 산듯해 처음 듣는 순간에도 그들에게 호감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주인공인 베이시스트 찰스 밍거스 외에도 이름만 대면 고개를 끄덕거릴 뮤지션들이 대거 참가한 세션연주. 음반을 들어보니 ㅡ,.ㅡ; 나로선 아직도 아직도 적응이 되지 않는 프리재즈 음반이넹. 갠적으로 프리재즈는 재즈를 표방한 아방가르드라 단정짓는다. 아 적응안돼....!

 

셀로니어스 몽크의 리버사이드반.

 

토니 플래너건, 필리 조 존스, 케니 돌헴 등 이름만 들어도 가슴 설레게 만드는 이들의 음반. Phil Woods Septet, Pairing Off.

 

4. 클래식

마렝 마레의 비올 소품집, 호르디 사발의 연주다. 약간은 건조한듯하면서도 명징한 원전연주를 Astree 레이블의 훌륭한 음질로 담아낸 음반. 턴테이블에 얹어 바늘을 얹으니 연주도 연주지만 명징한 사운드와 넘치는 음장감이 감동의 도가니로 듣는 이를 몰아 넣는다. 이 음반은 원래 블루노트님이 먼저 발견하고 확보한 음반. 말이 부탁이지 거의 강탈해 옴. 빼앗겨 줘서 고마워요. ㅋㅋ  

 

세나 유리낙의 아름다운 목소리를 담은 슈만 가곡집. 그녀의 목소리와 50년대 웨스트민스터의 푸근한 모노사운드가 멋지다. WL초반인데다 상태도 그만하면 웨스트민스터반 치고는 아주 좋은 편인데 상태 않좋다며 개인 소장가가 내놓은 이 음반 저렴하게 가져왔다. WL반 중에서는 비교적 후기반인듯하다. 50년대 중반 정도? 아름다운 아트워크도 눈에 띤다.

 

역시 같은 소장가에게서 구입한 골드마르크 바이올린 협주곡 피터 라이바의 연주 웨스트민스터 XWN 모노반. 일련번호를 보면 스테레오 초창기 시절인 1950년대 후반이나 60년대 초에 프레스 된 모노반으로 보인다. 이 음반은 재반으로 초반은 1950년대 초에 찍은 WL반 중에서도 특히 초기반에 속한다. 연주와 음질 모두 좋다.

 

발터 바릴리가 연주하는 모차르트 신포니아 콘체르탄테 모노 XWN 재반 . 역시 50년대 후반 프레스 추정. 바릴리의 카리스마 넘치는 연주와 웨스트민스터의 푸근한 모노사운드가 그만이다.

 

마지막으로 무리를 해서 구입한 피에르 푸르니에의 바흐 무반주 첼로 조곡(3LPs). 이 음반은 박스반이 아닌 낱장 게이트폴드 형식으로 발매한 1960년 초반으로 도이치 그라모폰의 자회사인 아르히프 레이블도 모회사 레이블처럼 초반중에서도 특히 초도반은 레드 스테레오 로고를 썼다. 

 

3단으로 펼쳐지는 게이트폴드 재킷.

 

 

그 중에서도 스테레오 로고가 상단 휘어진 곡선 박스 안에 들어가면 그 중에서도 특히 초반이다. 내게 이 음반을 준 블루노트님이 알려준 이야기지만 사실 나도 아르히프 초반 여러장 가졌지만 이런 식의 스테레오 표기 음반은 처음봤다. 기존에 본 것들은 우측 중앙에 스테레오 표기를 박스 없이 표기한 것들 뿐이다. 사실 내게 있어 이 번에 구입한 최고의 음반이다.

 

회원들 모두 저녁 7시경 길건너 음식점에서 함께했다. 먹느라고 바빴는지 음식 사진은 하나도 없넹. 날이 더워 수시로 갖다 마신 맥주 몇 잔이 사람을 축 늘어지게 만들었다. 나만 그랬나? 알고보니 바람소리군, 릴리수군, 블루노트군, 민이군, 음악애자군 모두가 그렇더구만. 다른 때 같았으면 3차까지는 갔을게다. 어쨌든 모두가 한아름씩의 행복을 안고 돌아 갔으니 지금은 그 행복을 즐기고들 있으렸다? 아래 사진은 블루노트군의 균일가 음반 중에 나온 전위예술품. 블루노트군이 행사 내내 부채로 쓰더니 선물로 주길래 집에 가져와 잘 모셔두고 있다. 전위예술품.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