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두수 김의철 공연 관람 후기
2012.12.8(토) 17:00
70년대와 80년대의 포크의 명인들이 나서서 오래간만에 공연을 준비 했다. 그 이틀간의 공연 중 하루인 12월 8일을 선택했다. 토요일임에도 불구하고 행사가 있어 이 날 출근했다가 오후 3시 반쯤 부랴부랴 퇴근한 나는 그 덕에 성남시민회관엘 처음으로 가봤다. 난생 처음 가보는 성남은 생각보다 완전 시골같은 분위기였지만, 의외로 길은 좁고 복잡해 엄청 밀렸다. 날은 왜그리도 춥던지... 그래도 윤연선, 김의철, 김두수 그리고 민중가수인 윤선애의 합동공연을 보겠다는 생각에 속은 더워질대로 더워져 있는 나였다. 출연진은 물론 모두 좋은 가수들이었지만 내겐 김두수와 김의철의 공연이 가장 기대되는 코너였다. 공연 시간이 임박해 객석으로 들어오는 사람들은 대부분 50대의 사람들이었지만, 아주 간혹 10대와 20대의 젊은 포크매니아들도 보이니 신선한 느낌이 든다. 그래도 나와 동행한 바람소리군은 상당히 젋은 축이었다. 작지 않은 공연장은 처음엔 썰렁한듯 하다가 반 가까이 객석이 들어차고 오후 5시가 되자 누군가 무대로 나왔다. 갱년기의 모습을 한 김의철이었다. 머리는 이미 시원하게 광을 내고 있는 모습. 그가 가장 먼저 무대로 나와 인사하고 진행했다. 첫 가수는 윤연선. 그녀도 오래간만에 공연무대에 섰는지 감개무량해 하는 모습이었다. "얼굴"로부터 시작한 그녀의 목소리는 왠지 변한 것같은... 외모도 알아보기 쉽지 않지만 젊은날보다 미모는 오히려 좋아진듯하다. 기다리던 김두수의 코너가 오자 나도 숨죽이고 그의 공연을 지켜봤다. 그의 트레이드 마크인 벙거지 모자를 푹 눌러써 얼굴은 보일듯말듯한 그가 부르는 독창적인 창법과 분위기의 노래를 무대에서 직접 보고 들으니 명불허전이라는 말이 실감된다. 그동안 얼마든지 찾을 수 있었던 그의 공연을 왜 이제서야 보게 되었을까. 다 좋은데 당연히 불러줄 줄 알았던 보헤미안은 부르지 않고 자신의 코너를 마치며 일어섰다. 엉? 팸플릿에도 들어있는 곡이었는데? 함께 간 바람소리군과 나는 너무나 섭섭했다. 그는 객석에서 외치는 앵콜 요청도 등으로 반사하며 들어가 버렸다. 히로시마 원폭 구름같은 머리를 한 타악기 아트스트도 나오고, 어린 신예 포크 아티스트도 소개되고, 4명의 아저씨들로 구성된 낯선 중창단도 소개되었다. 거의 끝무렵 작은 체구의 중년 여가수 하나가 나와 노래르 불렀다. 제목이 뭐였더라? 무척 익은 곡이었는데 기억이 나질 않는다. 작은 체구에 어울리지 않게 짙은 호소력과 에너지를 내뿜는 그녀의 목소리에 입이 딱 벌어졌다. 그녀가 바로 윤선애였다. 역시 윤씨들(윤연선, 윤선애, 윤상철---얘는 아닌가?)이 노랠 잘하는군 김의철과 함께 부르는 개작된 상주아리랑을 포크 풍으로 불렀다. 이 것은 대단한 선물이었다. 원래 아리랑이란 한을 머금은 슬픈 곡이지만 아름다운 선율이 공통적이지 않은가. 상주아리랑이 포크로 되살아 났지만 그 아름다움은 전혀 퇴색하지 않았고 게다가 그 슬픈 감성마저 그냥 가슴으로 파고 들어와 뜨거워진 내 눈 을 타고 더운물을 쏟아냈다. 볼을 타고 내려와 입술끝을 적신 눈물이 간간하다. 이들의 이 곡을 다시 들을 기회가 올까. 윤선애와 김의철에게서 의외의 감동을 받아 지금도 그들의 목소리와 노랫말이 아삼삼하다. 아래의 사진은 클래식 기타를 연주하는 김의철의 모습.
공연이 종료된 뒤 김두수와 김의철을 찾았다. 포크의 명인들이지만 매니아들이나 찾는 가수들이다 보니 보디가드나 공연 기획사의 제지가 전혀 없어 팬으로서 만나기가 수월했다. 기념으로 김두수씨와 사진 한 컷.
이 번엔 김의철씨와 한 컷.
나의 애장반인 김두수의 보헤미안. 이걸 가져간 이유는 사인을 받기 위한 것이었다.
지금은 희귀반이 되어 버린 이 음반을 내밀자 서명을 해주며 감탄한다.
"허, 이런걸 다..."
앞면에 인쇄된 서명이 있지만 뒷면에 서명해 준 사인은 앞면과 똑같다는 것은 당연한 일인데도 왜 그리 신기하던지...
김의철씨는 내가 내민 재발매반에 서명을 하다 말고 흠칫한다. 그가 날보며 이야기한다.
"사인을 해본지가 너무 오래되어서 잊어버렸어요."
" ㅡ,.ㅡ; "
음반 레이블에 그의 서명이 인쇄되어 있지만 약간은 다르다. 크게 펼쳐 놓은 김의철 석자 중 "의"자의 "ㅇ"을 "ㅢ"자의 위가 아닌 아래로 떨어뜨린 탓에 아무 글자도 아니게 되어 버렸다. 함께한 바람소리군이 내민 씨디에 서명할 때에서야 감을 잡기 시작한 것 같다. 그 뒤 분장실로 찾아온 한 여성팬은 그의 LP와 CD 모두를 다 들고와 사인을 받았다. 이제서야 김의철씨는 사인에 다시 활발한 감을 잡고 있었다. 하지만 좋아좋아 세상 어디에도 없는 김의철의 실수 사인반은 나만 갖고 있질 않은가 말이다. 누구와 도 바꾸지 않을테다. 어쨌든 저렴한 공연을 값지게 봤으니 이 하나만으로도 행복한데 음반에 사인까지 받았으니 더 바랄게 없는 행복한 공연관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