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의 마녀, 그녀와의 만남
2012.11.29(목)
LP음악 동호회 회원이신 키도사님에게서 얻은 정보로 블루스 싱어 한영애씨를 가까이서 볼 수 있었다. 피플 인사이드에 출연할 한영애씨를 자신의 음악카페인 마이웨이에서 촬영한다고 방송국 측에서 팬 참석을 부탁해 오더라고. 요즘 일이 바빠 빡빡하게 살다 보니 하루이틀 그러잖아도 쉬고싶던 차였다. 지난 여름도 해외 여행 포기했고 이 번 겨울도 마찬가지. 1년 내내 포기한다는 것은 내게 있어서는 최대의 비극이다. ㅡ,.ㅡ; 핑계김에 하루 휴가를 냈다. 사인을 받기 위해 그녀의 음반 6장을 챙겼다. 카메라에 얼굴 들이밀고 싶지는 않았지만 평일이라 팬클럽에서도 거의 참석을 못했단다. 결국 키도사님 등에 밀려 얼굴을 들이밀었네 그래? 젠장. 막간에 뒤에 앉으신 키도사님이 내게 카메라를 들이댔다.
"왔으면 증명사진이라도 찍어야죠. 그래야 사인 받은 음반도 진짜라고 확인할 수도 있잖아요."
허~~ 그런가요? 헴. 그럼...
인터뷰는 백지연씨가 했다. 두 여자의 스타일이 판이하게 다름이 재미있다. 어쨌든 백모씨가 관심의 대상은 아니고 내가 좋아하는 싱어를 가까이서 본다는 것과 음반에 사인을 받는다는 것이 중요한 일이다. 난 숨을 죽이고 무슨 이야길 하나 숨죽여 들어봤다.
의외로 술도 안마신다고. 말하는 내용은 외모와 달리(?) 소녀같은 이야기들을 한다.사실 그녀를 칭할때 소리의 마녀라 부른다. 허스키한 목소리에 최고의 한국적 블루스를 부르는 그녀의 카리스마에서 비롯되었을테지만 마녀란 호칭은 그녀의 외모도 어느 정도는 반영되었으리라 생각하면 주인공한테서 칼맞을 소린가? 어쨌든 뮤지션으로서 존경받을 만한 카리스마를 가진 것만은 분명한듯하다. 제작자 중 한 명이 내게 팬으로서 보내는 메시지 와 신청곡 하나 적어 달란다. 뭐라고 써야 하나 잠깐 고민하다가 고도의 아부로 결정했다.
"블루스의 여왕은 베시 스미스(Bassie Smith)가 아닌 바로 한영애씨 당신이라고 생각합니다. 신청곡: 달"
이거 너무 냄새났나? 내건 채택이 안돼고 팬클럽 소속의 20대 초반의 젊은 처자가 보낸 사연이 채택되었다. 하긴 신선도 면에서 나같은 늙다리하구 비교가 되겠어?
된장과 고추장꺼정 담아 주변인들에게 선물한다는 말에는 선입감과는 전혀 다른 생활양식이 아니던가. 이거 어디까지 믿어야 좋을지 망설여진다. 내가 넘 의심이 많나?
그게 뭐가 중요하냐. 어쨌든 50분짜리 프로그램을 위해 2시간여에 걸친 촬영이 마쳐지고 나는 곧바로 그녀에게 다가가 팬임을 자처하고 음반과 펜을 들이밀었다.
사실 드문 기회다. 공식 사인회 같으면 1장 사인 받기도 어렵다. 나 말고 사인을 받은 사람은 모두 2명. 내민 음반에 모두 자신의 흔적을 넣어 준다.그녀는 내가 가진 그녀으 음반을 보고 약간은 므흣한 모양이다. 신촌블루스 음반은 안가져가고 그녀의 해바라기 시절 음반과 솔로 음반만 챙겨갔다. 하지만 정작 그녀의 가장 희귀반인 0집은 아직 만져보지 못했다. 하지만 음악적으로는 아직 성숙하지 못한 시기의 희귀반을 수십만원 주고 살 생각은 없어 쥐어 볼 생각도 안했다. 그걸 빼면 해바라기 시절 중의 1장만 빼곤 죄 다 가졌으니 그녀도 흐믓해 한 듯.
키도사님보구 함께 포즈 취해보라 하고 카메라를 눌렀다. 사진은 이렇게 찍으면 안돼죠 잉.
이렇게 찍어야 안돼는가. 근데 다 좋은데 사진을 후지게 찍었군. 각도에 문제가 있어 후면 조명을 너무 먹었고 게다가 흔들리기까지. ㅡ,.ㅡ;
어쨌든 므흣한 내 음반들. 한영애의 1집.
2집. 이 음반이 가장 많이 팔렸지 아마? 벼룩시장 나가보면 안굴러 다니는 곳이 없을 정도였다. 지금은 그 정도로 굴러 다니진 않는다. 이젠 벼룩시장에 좋은 음반은 잘 안보인다.
살짝 안보이는 음반인 3집.
이건 고가반은 아니지만 맘먹고 손에 쥐려면 쉽게 들어오지 않는 2장짜리 라이브 앨범. 내 주변에 이거 부러워 하는 사람들 은근히 있다. 여봐라. 이거 사인반이다. 음허허...
솔로 이전의 해바라기 시절 1집.
아마도 이게 3집일껄 아마? 2집도 구해야 하는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