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락가락 페루 6-2(리마)
2012.2.4(토) 계속
호텔로 다시 돌아와 잠깐 쉬었다. 마침 한국인 청년 김진수군이 우리와 한 방에 배정되어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뜻밖의 고향친구였다. 우리에겐 이 날 저녁이 마지막이라 자축을 할 참이었고 저녁식사 후 진수군과 그 자축에 함께 하기로 했다.
휴식을 취한 뒤 우리는 16:10경 산 프란시스코 성당(Iglesia y Convento de San Franscisco)으로 다시 갔다.
외부에서 보면 돌은 그다지 많이 사용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건축자재 대부분이 콘크리트로 보이지만 파사드는 매우 아름답게 장식되어 있었다. 파사드 위 가운데는 성 마리아인 것 같고 오른쪽은 프란시스 성인일테고 그럼 왼쪽의 성상은 누구일까.
바로크와 안달루시아풍의 건축양식을 취하여 1546년부터 100년 이상 걸려 지어졌다고 한다. 메인채플 외에 15개의 소규모 채플이 메인을 중심으로 둘러져 배치되어 있고 지하에는 묘지가 있다. 세 차례의 대지진을 겪은 뒤 보수되었으나 상당부분은 온전히 보전되어 옛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고 한다.
카타콤(지하묘지)과 수도원도 있다고 하는데 우리가 몰라서 성당만 보고 나왔을까 아님 개방을 안한걸까.
소규모 채플들의 모습을 일부 담아왔다.
아시시의 성 프란시스코 채플
아란사수의 성 마리아 채플
이 성당엔 유독 비둘기들이 많이 난다. 성령의 상징인 비둘기가 성당 건물에 까마득하니 무언가 상징적인 의미가 있는 듯하다.
17:00쯤 다시 카테드랄(Cathedral)로 갔다.
카테드랄에는 결혼식이 있었는지 하객과 들러리 처녀들이 눈에 띤다.
그 덕에 열린 카테드랄 안으로 들아가 봤다. 아마도 이 곳은 메인 채플은 아닐게고 소채플인듯하다. 내부는 아담하지만 화려하고 섬세한 장식이 인상적이다.
크리스마스 예수탄생의 디오라마를 한여름에 보니 이색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호호 추운 겨울이 아닌 헥헥 더운 여름의 크리스마스라.. ㅎㅎㅎ
벽화와 성상도 눈에 띠지만 원형을 강조한 천장도 무척 아름답다.
화려하고 아름다운 제단.
다음으로 들른 산토 도밍고 교회 및 수도원(Iglesia y Convento de Santo Domingo).
핑크색 성당건물이 이채롭다.
성당의 메인 채플에서는 역시 결혼식이 거행되고 있었다.
1549년에 건립된 이 성당은 식민지 시대 교회 중에서도 여러 차례의 지진을 겪은 뒤로도 외부 보존상태가 가장 원형에 가깝다고 한다. 그러나 내부는 손상을 입어 보수한 것이 오늘에 전한다고 한다. 이 교회에서는 매일 리마의 가난한 이들에게 246개의 빵과 50마리분의 양고기를 나누어 주었다고 한다. 1551년에는 이 교회 안에 최초의 대학인 산 마르코스 대학이 설립되었다고 한다.
아래 사진의 성인은 페루의 가장 중요한 성인 산 마르틴(San Martin de Poress). 리마의 성당이라면 거의 어김없이 이 성인의 성상이 안치되어 있다. 1579년 스페인인 아버지와 파나마 출신 흑인 여성 사이에 태어난 산 마르틴 성인은 여러가지 기적을 보여 주었는데 겸허하고 소탈해 리메뇨(토박이)의 귀감이었다고 한다.
행복한 날을 맞이한 신랑과 신부의 모습. 덩치들이 크다.
바로 옆에 자리한 소채플. 분위기와 화려함의 정도에서 현저한 차이가 난다.
섬세한 천장 장식.
안으로는 수도원으로 연결된다.
이 곳은 다른 곳의 건물들과 달리 스페인풍의 향기가 짙게 밴듯하다.
기둥에 박힌 아줄레주(Azulejos: 이베리아 반도의 아랍식 타일)가 지진에도 온전하게 보존되었는데 이 아줄레주는 스페인 세비야로부터 건너온 물건이라 한다.
섬세하고 아름다운 아줄레주. 모로코의 그것에 비하자면 손색이 있지만 스페인 본토의 아줄레주에 비교해 결코 모자람이 없는 작품이다.
아치가 아름다운 수도원의 중정에는 소박한 정원이 스페인풍으로 꾸며져 있다.
대리석상의 주인공은... 나도 모름. 걍 작품이 좋아서 찍었음 ㅡ,.ㅡ;
이 곳이 그 유명한 도서관이다.
고풍스럽고 아름다운 이 도서관 안에 진열된 도서 중에는 양피지로 만들어진 장서도 있다고 한다.
이 곳이 산 마르코스 대학의 강의실인 것 같다. 아님말구.
이 곳이 아마도 강의실의 메인 사제석이었던 것 같다.
지하에는 산타 로사(Santa Rosa)의 무덤이 있다.
산타 로사는 1586년 리마 출신의 성녀로 어린 시절 그녀의 베갯머리가 때때로 장미로 뒤덮였으며, 37세로 생을 마감한 후에도 신앙이 두터운 사람들에게 기적이 일어날 때마다 장미꽃이 흩뿌려졌던 이유로 산타 로사라는 이름이 부여되었다고 한다. 페루 경찰의 수호성녀로 매년 8월 30일을 기념일로 한다고 한다.
이 곳이 사제숙소였던 것으로기억된다. 바로크 스타일이 가미된 아름다운 스페인풍으로 지어졌다.
이 제단이 있는 곳은 성 마트틴의 채플로 18세기에 조성되었으며
성 마르틴의 무덤이 있는 곳이다. 제단 앞에는 헌화된 꽃이 놓여져 있고 성인의 의상이 유물로 남아있다.
다시 나온 수도원 건물 2층에서 내려다 보며 찍은 사진 가운데엔 평화의상징이자 카톨릭 성령의 상징인 비둘기가 비행중에 잡혔다.
성당으로 연결되는 계단에 설치된 스테인드 글라스도 아름답다.
성당의 메인 채플
성당 2층의 성가대석
성당 안에서 진행중인 결혼식의 주인공들이 탈 구식 자동차가 성당 앞에 대기중이어서 눈길을 끈다.
이제 저녁때가 되어 슬슬 구시가지 안을 걸어다녔다. 갖가지 색으로 채색된 식민지풍의 건물 사이를 걸어다니는 것도 색다른 재미가 있다.
근처 공원을 둘러본 뒤 저녁을 먹기 위해 식당을 찾았다.
돌아다니며 적당한 식당을 찾다 발견한 한 곳이다. 해산물 함 먹어볼까(21:00)
우리는 카페 안쪽보다는 바깥쪽에 자리를 잡았다.
이 곳에서 맛들린 페루의 맥주 쿠스케냐. 거품으로 인한 목넘김도, 혀 끝에 닿는 맛도, 12각의 돌이 형상화된 병 디자인도 최고다.
전채요리로 주문한 세비체. 이걸 먹자고 계속 찾았는데 이 날에서야 처음 먹어봤다. 회무침에 양파와 옥수수를 함께 버무려 내었는데 새콤한 회무침인 세비체의 맛은 지금도 그립다. 부드러운 생선 회에 사각거리는 새콤한 야채가 주는 청량감은 우리가 먹는 매운 회무침과는 전혀 다른 풍미가 있어 즐기기에 아주 좋다.
우리의 주문을 받았던 올가라는 이름의 여직원이다. 그녀는 영어에 능통하고 지적인 이미지를 가진 우아한 처자였다. 그녀는 동양인인 우리한테서 서비스에 참고하기 위해 이 것 저 것 정보를 캐냈다. 중국인과 일본인들이 구사하는 영어는 본토와 발음이 너무 달라 이해하기 쉽지 않다면서 나름의 고충을 하소연했다. 그녀는 나와의 대화중에 도통 알아들을수 없는 말을 했다.
"저는 도대체 싸메월드를 영어와 다르게 발음하는 그들의 말을 알아 들을 수가 없어요."
"싸메월드가 뭐예요?"
"싸메월드요? 영어를 하시면 모를리가 없는데."
수첩을 내밀었다.
"써봐요."
'same word'
"아항 싸메 월드... ㅡ,.ㅡ;"
한국에선 "맥도널드"가 본토 발음과 거의 같게 발음되지만 일본은들은 "마끄도나르도", 중국에선 "마이당라오"라 발음하니 이걸 누가 알아들으랴. 그녀는 내게서 한국말로 어떻게 말하는지 몇가지 인사법과 질문을 했다.
안녕하십니까.
무엇을 드시겠습니까.
당신의 이름이 무엇입니까. 등 손님을 맞기 위한 기본적인 말들이었다. 이걸 그녀가 진작 배웠다면 우리를 감동시켰을테지만 우리에게서 배우고 있으니 우리 이후의 한국손님들을 감동시키기 위한 작업에 내가 동참한 셈이다. 그녀에게 기억시키기 위해 이걸 영문 철자법으로 기록해 주려니 그게 쉽지 않았다.
나는 그녀에게 사진을 함께 찍자고 제안했다.
내 옆에 서며 그녀가 웃으며 중얼거렸다.
"오 마이 갓!"
낮에 가장행렬에서 본 그 처자는 섹시한 아름다움을 가진 처자였지만 올가는 지성미를 가진 우아함이 그녀의 매력이었다. 음. 내스탈이군. 근데 나이를 감안해도 무식하기 짝이 없는 나한텐 으째 안어울리는 사진이다. ㅍㅎ!
내가 주문한 생선 요리다. 아마도 찐 생선에 버섯소스를 얹어 내 온 것 같다. 부들부들한 생선살을 감싸는 소스의 풍부한 맛과 은은히 콧구멍으로 올라 오는 버섯의 향이 사람 환장하게 만든다. 여기에 밥을 곁들이니 최고다. 아, 이거 어디 가면 다시 맛 볼 수 있을까.
한 시간 정도의 식사를 마친 뒤 다시 아르마스 광장으로 나가봤다. 이 때는 이미 조명이 들어와 카테드랄과
대통령궁이 조명을 받아 낮에 보았던 모습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낸다.
파노라마 기능을 이용해 찍은 대통령궁(왼쪽)과 카테드랄의 모습(오른쪽)이 광장을 더욱 아름답게 만든다.
호텔로 돌아와 샤워를 마친 뒤 우리는 진수군과 함께 근처 맥주집으로 갔다.
여주인이 도통 영어를 못알아 들었다.
이 집 아들과 이야기 하니 눈치 빠르고 귀여운 이녀석 영어는 모르지만 우리의 바디 랭귀지를 능청하게 잘 알아먹고 제 엄마에게 전달했다.
이 녀석은 대충의 눈치가 보통 빠른게 아니었다. 영어로 하나 한국말로 하나 못알아 듣기로는 매한가지니 그냥 한국말로 이녀석과 대화 놀이를 했다. 녀석은 사람의 표정과 말의 느낌으로 의도하는 바를 대충이나마 읽어들이는 영민하고 총명한 녀석이었다.
"어쭈, 주문을 다 알아 듣는데 그래? 너 똑똑해?" --- 끄덕 끄덕
"아저씨가 보기엔 바보같애. 너 바보지?" --- 도리도리
"에이 바보잖아" --- 도리도리
"엄마가 너 사랑해?" --- 끄덕 끄덕
"바보라서 불쌍해서 그런가?" --- 도리도리
"어때? 아저씨 잘생겼지?" --- 도리도리
"이녀석, 이 정도면 잘 생겼지 넌 얼마나 잘나서? 너도 못생겼지?" --- 도리도리
"너 내가 하는말 다 알아 듣기나 해?" --- 끄덕끄덕
귀여운 이녀석 하는 양에 우리는 쉬지 않고 배꼽을 잡고 헤맸다. 진수군은 이녀석을 보고 귀여워 소리를 열 번은 했던 것 같다. 내가 가진 카메라가 무척이나 신기했던 모양이었다. 나는 카메라 작동법을 일러주고 직접 찍게 해 봤다.
직접 찍어 본다. 어디 잘찍나 못찍나...
이런 고얀녀석. 기껏 찍은 사진에서 카메라 주인인 나만 반쪽을 만들어 놓았다. 괘씸한 녀석 같으니. 카메라를 걷어오니 얼굴에는 섭섭함의 표정이 가득하다.
누들 뭐 어쩌고 저쩌고 하는 요리를 시켜봤다. 이게 뭐야. 야채를 푸짐하게 쓸어 볶는 것까지는 참 좋았다. 근데 국수는 삶다 말고 볶았는지 단단한게 아니라 딱딱한게 니맛도 내맛도 아니었다. 혀끝에 닿는 맛은 괜찮은데 씹는 맛은 아주 형편없었다. 페루에서의 마지막 밤은 이렇게 저물어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