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chael Rabin Mosaics 2
전부터 말이 나왔었다.
마이클 래빈(Michael Rabin)의 미공개 녹음이 최초로 LP 출시된다는 이야기를 작년에 들은 뒤 눈이 빠져라 기다렸다. 왜냐면 마이클 래빈이 나를 보통 좋아하는게 아니기 때문이다.
지난 주에 출시되었고 오늘에야 단골인 리빙사에 들러 정성스럽게 업어왔다.
과거(60년대 초?) 캐피톨(Capitol)사에서 마이클 래빈의 바이올린 소품집을 모자이크(Mosaics)라는 이름으로 출시한 바 있다. 이 음반은 구하기도 어렵지만 막상 물건이 나와도 초반을 손아귀에 쥐자면 노력 못지 않게 깨지는 돈도 헐!!!
어쨌든 문제의 미공개 녹음이 그 후속타인 모자이크 2라는 이름으로 출시된 것인데, 어떤 꼬라지로 나올지 참으로 궁금하고 궁금했었다.
아래의 사진이 바로 모자이크 앨범의 후속타로 이 번에 출시된 모자이크 2다. 재킷 디자인은 전편과 동일한 것을 썼지만 모자이크 조각의 색상만 달리했다. 익히 알려져 있다시피 캐피톨사는 미국의 레코드사이지만 얼마전 영국에서 모자이크 앨범을 재발매 출시했고(두 번째 사진) 이 번에 모자이크 2를 발매하는 곳도 역시 영국이다. 영국음반과 미국음반을 비교했을때 음의 명징함과 시원스럽게 퍼지는 사운드에 있어서는 미국반이 영국반을 따라오지 못한다. 심지어 미국의 녹음을 음반으로 출시했을 때 미국 오리지널반보다 영국 라이센스반이 더 비싼 이유다.
이 번 출시된 모자이크 2 앨범에 "Previously unpublished.The lost Capitol Tapes"라 적혀 있는 문구가 묘한 흥분을 일으킨다. 먼 말이냐. 이게 바로 초반이라는 얘기다. 재반이 나온다는 보장은 못한다 할지라도 초반인 것만은 확실하다. 재발매반이라 우기는 사람은 자객을 사서 보내 예의를 갖춰 모시겠습니다.
한국 음악 애호가들의 극성이 극에 달하긴 했나보다. 이 정보를 접한 한국의 애호가들이 업자들을 들들 볶았는지, 아님 수입업자가 출반사에 지극정성을 쏟았는지 우선 찍는대로 한국부터 100장을 보내기로 약속을 했단다. 고맙게도 이 사람들이 약속을 어겼다. 100장을 보낸다고 해 놓고 120장을 보냈단다. 지극정성에 감복한 모양이다. 이런 식의 약속 위반은 얼마든지 해도 좋다. ㅋㅋㅋ 뒤늦게 일본에서도 "왜 얘네만 주냐. 우리도 달라!" 했더니 영국 출반사에서 그랬단다. "한국 애들한테 부탁해 봐. 마저 찍기 전엔 안돼." 일반적으로 한 번 스템퍼를 제작해 음반을 찍으면 1,000장이다. 결국 내가 집어온 이 음반은 그 중 처음 찍은 120장 중 하나인 셈이다. 최소 120번째 이전 프레스다. 영국 데카사(Decca)에서는 같은 스템퍼로 찍은 LP음반들 중에서도 특히 먼저 찍은 일부 음반 재킷 뒷면에 "블루백(Blue Back: 뒷면 청색 사각 테두리)"이라 불리는 표시를 해서 애호가들로 하여금 환장하게 만든 적이 있다. 스테레오 초창기인 1958년부터 60년대 초까지 이런 짓거리를 했다. 지금도 데카사 재킷 뒷면에 이런 표시가 되어 있는 음반을 애호가들이 보면 자지러지고 까무러치고 거의 쓰러진다. 먼저 찍으면 스템퍼의 날카로움이 그대로 비닐 레코드에 전달되어 음의 선명함이 극에 달한다. 다시 말하면 원음에 좀 더 가깝단 얘기다. 재수 없어 찍을대로 찍어 골이 무뎌진 스템퍼로 1,000번째 찍은 음반을 집어 오는 사람은 그 사실을 모를테지만 운 지지리도 없다는 얘기. 까무러치고 뒤집어 질 일이다. 일단 내가 가진 이 음반이 그럴 염려는 죽었다 깨나도 없으니 이 아니 흐믓하랴.
참고로 아래의 사진은 모자이크의 전편에 해당되는 음반을 작년에 영국에서 재발매로 찍은 음반이다. 반주자는 다르다. 전작에선 반주자가 레온 포머스(Leon Pommers) 이 번 출시된 녹음의 반주자는 브룩스 스미스(Brooks Smith)로 되어 있다.
모자이크 2의 재킷 뒷면이다. 디자인이 역시 전편과 완전 똑같다. 아티스트 성명과 앨범명의 위치와 글자체 문자크기, 똑같은 크기의 똑같은 사진... 앨범 일련번호(TSP8801: 전편은 SP8506)와 수록곡에 대한 해설만 다르다. 수록곡 아주 쥑인다.
수록곡은
Devorak, Slavic Dance
Kreisler, Tambourin Chinois
Debussy, La File Aux Cheveux de Lin
Kroll, Banjo and Fiddle
Sarasate, Introduction y Yarantela
Falla, Danse Espanole No.1(La Vida Breve)
Schumann, Vogel als Phrophet(Waldszenen)
Chopin, Nocturn
Wieniawski, Polonaise Brilliante
레이블은 전편인 모자이크 앨범때 사용하던 바로 그 레이블이다. 좋아 좋아. 연주를 들어 보면 도도하고 카랑카랑한 연주가 듣는 이를 압도한다. 음질도 아주 좋다. 마이클 래빈을 내가 좋아하는 이유는 그러한 강하고 개성있는 연주자이기 때문이다. 천재는 요절한다는 속설로부터 그도 자유롭지 못했다. 좀 더 살아서 좀 더 많은 녹음을 남겼다면 또 내가 그의 연주회를 직접 가서 봤다면 어땠을까. 생각만 해도 가슴설레지만 그럴 수 없음이 안타까운 현실이다. 당분간은 거의 매일 듣게 될 것 같다. 즐겁고 행복하다.
요 몇 년간 걸출한 바이올리니스트들의 음반을 독일과 영국에서 많이도 출반했다. 래빈을 비롯한 몇 몇 아티스트의 음반은 나오는 족족 다샀다.
인기있는 소품집 매직 보우(Magic Bow) - 캐피톨(영국 재발매반: 원반은 미국)
브루흐와 비에냐프스키의 협주곡 - 컬럼비아(영국 재발매반)
글라주노프와 파가니니의 협주곡 - 컬럼비아(영국 재발매반)
멘델스존의 협주곡과 라벨의 치간느 - 컬럼비아(영국 재발매반)
파가니니와 비에냐프스키의 협주곡 - EMI(독일 재발매반: 원반은 미국 캐피톨)
차이코프스키 협주곡 - 컬럼비아(영국 재발매반)
내가 유일하게 가진 마이클 래빈의 초반이다. 파가니니 24개의 카프리스 미국 캐피톨 초반. 아래 사진은 집에서 찍어오기 귀찮아서 훔쳐온 것. 내가 가진건 반질이 좀 많이 떨어진다. 하지만 연주 하난 짱짱하고 기백이 넘쳐 한 번 듣고 나면 다른 연주는 귀에 잘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강한 인상을 남기는 음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