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락가락 페루2-3(친체로/쿠스코)
2012.1.31(화) 계속
살리네라스를 떠나 친체로(ChinChero)에 도착한 시간은 16:50경. 버스에서 내리자 마자 길 건너편에 친체로 마을로 들어가는 입구 표시가 눈에 띠게 설치되어 있어 이 곳에선 누군가에게 길을 묻거나 헤맬 필요가 없었다.
마을 입구다.
길 한가운데 설치된 수로가 인상적이다. 이 수로는 마을 전체를 관통해 거미줄처럼 얽혀 있다. 이 수로는 이미 잉카 제국 시대에 설치된 것으로 지금까지도 주민들의 중요한 수원이 되고 있다고한다.
직조 작품을 전시한 기념품 삽에 들어 갔다가 안마당에 직접 직조 기술을 볼 수 있는 현장이 눈에 띠어 허락 을 구한 뒤 들어가 봤다.이들이 입고 있는 의상도 전통의상인데 마을 주민들은 모두 전통의상을 입고 있었다. 관광객들을 의식한 듯하다. 개중에는 모델이 되어 주고 돈을 받는 주민들도 있는 눈치다.
이들의 직조기술에 대하여 뜀도령이 논평한 것을 주워 왔다.
남아메리카 원주민들이 그들의 생활에서 가장 발달시킨 기술부문으로 유적지를 돌아보면 너무나 쉽게 인정할수밖에 없는 돌로 집을 짓는 기술과 천을 짜는 기술이라고 한다. 특히 직조기술은 수천 년 전에 만들어진 빠라까스문화의 천이 세계에서 가장 세밀하게 짜여진 천으로 기네스북에 기록될만큼 뛰어난 전통기술을 가지고 있단다. 이들은 주위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인 야마, 알빠까 같은 동물의 털 혹은 목화를 재배해서 옷을 짜입었다는데 모든 원주민 여자들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털 뭉치와 실 잣는 팽이를 가까이 두고 있다 손을 써서 하는 일을 하지 않을 때는 항상 실을 꼬았다고 하는데 그럼 도대체 언제 휴식을 취하는겐지 이쪽 사람들이나 옛날 우리네 여인들이나 별반 차이가 없는듯 ...
이들은 천을 짤 때는 항상 두 겹으로 꼬아 만든 실을 사용했고, 천을 짜는 기구인 아와나 역시 아주 단순했다는데 두 개의 막대기에 씨실을 맨 다음 한쪽 끈을 매어 벽이나 나무에 매달고 다른 한쪽은 허리에 걸고 앉아서 작업을 했다고 한다. 뭐, 더 많은 이야기거리가 있지만 이정도만 기억해도 될듯해서 여기까지만(내가 가지고 있는 책에는 다나와있다.푸핫)...
마을 주민을 위한 것인지 아님 관광객들을 위한 것인지 여기에도 초가 파라솔(?)이 여러개 설치되어 있다.
이 곳에도 기념품 가게가 늘어서 있는데 오얀타이탐보와 마찬가지로 기념품 가게들이 관광객 수를 상회한다. 먹고 살 수 있으려나? 참 나도 별걸 다 고민하고 자빠졌다.
마을로 깊숙히 들어가 보자니 경사진 길을 오를 수밖에 없었다.
우리네와 시골풍경이 비슷하다. 채마밭인듯한데 무엇을 재배하는걸까.
거의 다 올랐다싶자 광장이 나온다. 돌바닥으로 된 큰 광장이다. 이 곳엔 많은 수의 노점상들이 직물같은 기념품들을 늘여놓고 손님을 기다린다. 하지만 이들은 짜증날 정도의ㅗㅎ객행위 같은 것은 하지 않는다. 볼람 보고 살람 사삼이다. 이들에 대하여 남아 있는 좋은 인상의 하나다.
그 위로는 성당이 보인다. 허리가 귀를 넘어선 노파가 성당앞을 계속 돌아보는걸 보면 이 곳의 성당을 관리하는 어른인 모양이다.
약간은 기울어진 앞마당의 십자가이 낡은 모양새가 성당과 출생을 같이 한 것 아닌가 생각해 보게 만든다.
건축학적으로 굳이 의미를 부여하기 어려워 보이는 이 종탑은 식민시대로부터의 세월의 무게를 이고 왔는지 쳐다보기 심난한 모양새를 하고 있었다. 그저 특이한 모양새라면 그리 높지 않은 키에 거의 대등한 상하 규모. 그리고 12개로 나뉘어 뚫린 종소리 방출 구멍이다.
성당 안은 무척 낡아 있고 그 안의 성화와 제단은 결코 작품성을 논할 수준이 되지 못한다. 역시 고단하고 한많은 식민시대의 감당하기 어려웠던 무게에 시달려 힘겹게 오늘을 버티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 뿐이다. 사진 촬영이 금지되어 있는 이 성당 안에서 나는 간이 콩알만해져 찍지 못하는 사진을 뜀도령이 용케 찍어 하나 얻어왔다.
이건 내가 찍었다. 용감한 척 하며 큰소리 친답시고 나 혼자 중얼거렸던 기억이 난다. "바깥을 찍는데 안될건 뭐여?"
성당 앞마당에는 잔디로 새파랗게 뒤덮여 있어 성당을 따스하게 감싸는듯한 느낌을 주는 것이 이 성당에 대한 정감을 느끼게 한다. 그 하단은 역시 잉카시대의 석벽이 남아 있어 당시의 모습을 짐작하게 한다. 건물이 온전하게 남아 있다면 얼마나 멋졌을까. 누가 성당 세우지 말라고 했나. 왜 남의 소중한 유산을 파괴하나. 혼내조야대죠 잉.
멀찌감치 떨어져서 보니 서부극에 나올 듯한 성당의 모양새다.
성당을 나서 기념품 가게를 어슬렁 거리다 모자 하나 사서(10솔) 써봤다. 쬐금 비스므리한듯도 하고...?
눈에 확 띠는 인형 하나 발견했다. 여자 인형만 주구장창 눈에 띠다 이걸 보니 사고싶은 생각부터 들었다. 낡아빠진듯한 옷과 헤진듯한 모자, 수작업으로 만든탓에 일정치 않은 손가락과 발가락, 진짜 머리카락... 이런 것들이 강하게 나의 호감을 끌어냈다. 값을 물어봤다. 주인은 어디 갔는지 없고 그 집 아들이 나와 나를 맞아 주는데 도통 말이 통하지 않는다. 값을 물어 보는데 20솔을 말하는건지 200솔을 말하는건지... 써보라고 수첩을 내밀었더니 20oo로 표기한다. 이건 또 뭐냐고? 난 200이라고 하는줄 알고 일단 포기했다가 흔치 않은 남자 인형인데다 귀엽기 짝이 없다. 설마 200솔일 리는 없고 다시 가서 돈을 내밀어봤다. 20솔이었다. 이런 젠장. 이렇게 착한 가격인데 말이 안통해 그냥 올 뻔했다. 피리, 차랑고, 팬플룻 등 같은 모양의 인형이 각기 다른 악기를 들고 있어 모두 사고 싶었다. 하지만 나의 짐에는 한계가 있었다. 가져와 놓구선 결국 여동생 줘버렸지 아마... 지금 생각하면 조낸 아깝다. ㅜㅜ 카를로스야 너 짐 잘있냐?
인형을 사느라고 열중하다 거래를 마치고 뜀도령을 찾아 갔더니 그새 현지인 친구를 하나 사귀고 있었다. 아래 사진의 식사중인 어르신.
크고 맑은 눈망울이 내게 말을 걸어온다. "아찌! 이 이상한 아저찌하구 친구야?" 근데 지금 생각해 보니 이 어르신 여자인지 남자인지 모르겠다. 여자 애같기도 하고...
이 곳에서 쿠스케냐 맥주를 처음으로 먹어봤다. 세련된 병디자인의 하단에는 쿠스코의 돌벽 중 12각의 돌을 형상화했다. 레이블도 세련되었다. 거품이 부드럽고 풍부한데다 특유의 향을 약간 깔고 있어 맛이 아주 좋다. 우린 언제나 이런 맥주 함 먹어보냐. 그립다. 이 맛. 언젠간 수입하겠지.
친체로를 모두 둘러본 뒤 버스를 기다리자니 이 것도 버스인건지 아님 불법영업인지 모르겠지만 써 있는 내용은 쿠스코 여행사가 아니신지...
어쨌든 1인당 3송 내니 일반 버스의 3배나 되는 바가지 요금이지만 안락한 소형버스에 앉아 편하게 쿠스코 레고시호 광장에까지 갔다. 쿠스코 숙소까지 한 시간이 걸려 19:00에 도착했다.
샤워를 하며 대충 세탁까지 마친 뒤 이 날 저녁엔 아르마스 광장에 면한 잉카 그릴로 가봤다.
트리오가 연주하는 안데스음악이 한쪽 구석에서 흘러나왔지만 실력은 기대보다 못하다. 다른 곳에서도 안데스음악 연주를 들어봤지만 오히려 한국의 지하철에서 연주하는 안데스음악 연주자들이 최상급임을 알게 되었다.
이층에 앉아 아래층 바를 내려다 보니 분주하게들 움직인다.
소박한 감자튀김이 기계로 잘라 염분만 갖다 쳐바른 시중의 포테이토칩과는 비할바가 아니게 순수한 맛이다. 게다가 녹색식물을 그대로 갈아 만든 것으로 보이는 소스는 풋내가 살짝 나면서도 상큼해 정직한 맛이 무엇인지를 일깨워 준다. 이걸 찍어서 맥주안주로... 이 것도 살짝 그립군.
이게 바로 페루 정통의 피스코샤워인지 뭔지 하는 칵테일이다. 이건 상큼한듯하면서도 쓴 맛이 나는데 깊은 맛이나 뭔가 별다른 감동까지는 없고 맛봤으니까 되었다. 맛이 어떻든 이것을 맛보고 돌오는 것은 나 자신에게 준 숙제였으니 그거 했다고 생각하면 된다.
음식이 드디어 나왔다. 몇가지 요리가 골고루 나왔다. 이 곳에서 꼭 맛보아야 할 음식 중 하나인 안티쿠초(Anti Cucho: 소심장을 소금과 양념에 절여 구운 꼬치요리. 아래사진 좌측 하단), 타말(옥수수로 반죽해 만든 음식. 하단 아래 네모진 노란 음식), 그리고 가장 오른쪽에 있는 것은 감자를 으께 튀긴 음식이엇던 것 같다. 깔끔하고 맛있지만 전반적으로 감동적일만큼 특이하거나 새로운 음식이라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그러나 안티쿠초는 촉촉하고 쫄깃한데다 조금은 피비린내가 느껴지지만 내겐 새로운 음식이라 기억에 남는다. 기회가 되면 꼭 다시 한 번 맛보고 싶다.
숙소로 돌아오며 부족한 알콜을 달리기 위해 쿠스케냐 흑맥주를 사다 맛봤다. 무슨 맥주가 이렇게 달어? 낮에 먹던 맥주맛과는 완전히 다른 맛이다. 감동과 고통의 차이랄까. 먹다말고 버렸던 것 같다. 밤9시가 되어 뜀도령이 마추픽추로 가는 티켓 문제를 거론했다. 미리 사지 않으면 곤란할거라는 이야기였다. 게다가 무지무지 비쌀거라는... 글쎄... 성수기도 아니고... 내가 조사해 본 바로는 부담스러울 정도는 아닌 것 같은데... 어쨌든 미리 사야 했지만 오늘은 시간상 어려웠다. 어차피 내일 표사고 그담날 가면 돼지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