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낭여행/12 페루·네덜란드 the 2nd

야시꾸리 암스테르담 1

코렐리 2012. 2. 13. 18:12

2011.1.28(토)

예감부터가 좋질 않더니 출발하기 2~3주 전부터 휴가전선에 이상기운이 감지되기 시작했다. 젠장부르스! 직장에서 돌아가는 상황을 보니 2주 계획을 축소해야할 상황이 급기야 발생했고 뜀도령도 건강상의 문제가 있어 휴가일수를 줄이고 싶어했다. 15박16일의 계획을 10박 11일로 잠정 조정결정을 한 뒤 뜀군과 나는 항공권 귀국일 조정에 관해 알아 보았다. 대충 알아보니 대충 35만원 안팎의 수수료 경비가 소요된단다. 중간기착지로 미국 애틀란타를 거쳐 들어가야 하는통에 ESTA 신청경비 4만5천원까지 감안하니 260만원짜리 항공권이 아니라 300만원짜리다. 말이 10박11일이지 가는데 이틀 오는데 이틀이다. 거기에 300만원짜리 항공권? 이건 가느냐 마느냐를 생각할 문제였다. 항공권을 새로 구입하는 문제를 알아봤지만 이제 출발이 임박한 때라 별반 차이 없었다. 그러던 중 뜀도령한테서 영양가 있는 소릴 들을 수 있었다. 네덜란드항공이 비행을 코앞에 두고 대박세일 가격으로 항공권을 모사이트에 올렸단다. 207만원이면 이 이상 쌀 수도 없는 가격이었다. 뜀도령의 인터넷 손품발품 덕에 어쨌든 출발하게 되었다.

 

출발

1월 28일 14:55 인천 출발 → 11시간 40분 비행 → 1월 28일 18:55 암스테르담 도착 후 17시간 55분 환승 대기

1월 29일 12:30 암스테르담 출발 → 12시간 45분 비행 → 1월 29일 19:15분 리마도착

귀국

2월 5일 21:15 리마 출발 → 12시간15분 비행 → 2월 6일 15:30 암스테르담 도착 후 2시간 15분 환승대기

2월 6일 17:45 암스테르담 출발 → 10시간 25분 비행 → 2월 7일 12:10 인천도착

 

이것 봐라? 암스테르담에서 17시간 55분 환승대기? 이거 대박이다. 환승대기시간 4시간만 남아도 무조건 입국하는 나다. 하물며 18시간이면 구경하기에도 결코 부족한 시간이 아니다. 돌아올 때는 환승대기시간이 아주 짧고 일정도 우리가 생각하던 그대로다. 우리는 망설임없이 새로 이 표를 구입하고 기존 구입 항공권을 환불신청했다. 취소수수료 18만원 정도는 용서할 수 있다. 이걸 다 감안해도 기존에 구입한 항공권보다 훨씬 저렴하다. 나는 금요일 아침 떠날 차비를 한 채 출근했다. 퇴근하면 공항이 가까운 부모님 댁에서 하루 빈대 낄 참이었다. 출근 복장 당연히 약간 날라리양아치 스타일이다. 다음날 부모님 댁에서 나온 덕에 아침겸 점심까지 얻어먹고 공항으로 떠났다. 뜀도령이 지각할 때가 다 있넹? 점심도 못먹었단다. 그 덕에 항공권을 발권받은 뒤 점저까지 얻어 먹었다. 줄서서 식권을 구입하려는 뜀군.

 

얻어 먹은 것은 짬뽕. 값 만만치 않다.

 

우리를 태우고 갈 네덜란드항공의 항공기. 4년전 이집트로 가기 위해 네덜란드항공을 이용했을때의 서비스는 정말 끔찍했었다. 개별 모니터도 없고 기내식은 형편없었다. 게다가 기내식으로 나온 파스타는 두 번 다시 먹고싶지 않았다. 하지만 이 번 여행에 그 형편없던 서비스 정도는 각오하고 있었던 바였지만 서비스는 놀라울 정도로 달라져 있었다.

 

시트마다 개별모니터가 달려 있음에 놀랐고 한국어로 더빙한 영화를 많이 수록하고 있음에 다시 한 번 놀랐다. 기내도 비교적 깔끔해졌다. 항속고도에 이르고 슬슬 출출해지기 시작하니 음료수부터 돌린다. 하이네캔 맥주가 과거에 사용했던 고전적이 레이블을 달고 출시되었던 모양이다. 한국에서 하이네캔 알미늄 4병 들이 세트 한정판을 기다렸다 구입했는데 그 중 하나가 아래 사진의 옛 레이블을 달고 있었다. 작은 캔이라는 사실에도 갖고 싶은 물건인데 디자인이 마음에 들어 돌아가며때 환승대기때 한 캔 사든가 아님 기내에서 안먹고 챙겨둘 작정이었다. 하지만 리마로부터 돌아 올 때 캔맥주 파는 곳은 없었고 기내에서는 한국인 승무원이 서빙했는데 줄 때마다 따서 주니... ㅡ,.ㅡ; 갈 때 네덜란드인 승무원은 따지 않고 그냥 줬는데... ㅡ,.ㅡ;   

 

기내식 비빔밥이다. 아주 맛이 좋다. 달라진 서비스가 눈에 띤다.

 

항공기 소음 속에서 영화를 보려니 집중이 되질 않는데다 마침 선택한 영화마다 재미가 없었다. 음악 채널로 돌려 보았다. 비지스의 베스트 음반 파일을 모두 다 듣고 난 뒤

 

비틀스도 하나 다 듣고

 

CCR도 다 듣고

 

핑크 플로이드 Dark Side of the Moon까지 다 듣고 하니 시간은 잘 간다.

 

오우 제발.... 네덜란드 항공의 파스타는 오우! 노우! 노우! → 그렇다고 안먹으면 어쩔건데? → 배고파서 다먹었다. 잉~~! ㅡ,.ㅡ;

 

창공 위에 구름을 깔고 그 위에 앉아 창 밖을 내다 보니 땅거미.... 아 젠장 땅거미가 아니고 하늘거미잖아. 하늘거미? 그런게 있었나? 없지 아마? 이거 뭐라 불러야 되능겨? 암튼 아름답다.

 

아싸~~~! 드됴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도착했다. 예정시간보다 1시간 25분이나 이른 17시30분경에 도착했으니 이 곳에서 구경하고 쉴 시간도 늘었고 지겨운 비행시간도 10시간 15분으로 단축할 수 있었다. 오랜만에 발바닥을 땅바닥에 붙이며 편안해 하는 뜀군.

 

나도 땅을 밟고 흐믓해졌다.

입국심사대에 가서 섰다.

"입국 목적이 뭡니까?"

"리마로 가는 중입니다. 18시간 뒤에 다시 출발 예정이라 호텔 찾아 갑니다."

"문제가 없군요. 도장 쾅!"

 

입국한 뒤 4년전 이집트에서 돌아오며 이 곳에 들러 한국에 전화하려고 전화카드를 구입했다가 가게 여주인과 실갱이했던 기억이 났다. 그 가게가 지금도 있는지, 그 까칠녀가 아직도 이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지 궁금했다. 당시의 감정이 앙금으로 남은 것도 아니고 그저 돌이켜 보면 웃음 나오는 에피소드의 현장을 다시 한 번 보고 싶을 뿐이었다. 하지만 찾을 수 없었다. 이미 적지 않은 시간이 흘렀으니 그새 변화가 있었던건지... 

 

시내로 들어가지 않고도 뭔가 볼게 있을지 공항 밖으로 나가 봤지만 눈에 들어오는 것은 공항시설과 호텔들 뿐이었다.

 

다시 공항 안으로 들어온 우리는 시내로 가는 열차를 타기 위해 표를 구입하고(2인 9.1유로) 열차에 올랐다. 

 

4년전에는 열차가 새거였고 실내도 깔끔했다. 이 날 탄 열차는 청소상태도 엉망이고 실내는 구질구질했다. 다른 열차도 마찬가지였다. ㅡ,.ㅡ; 에이, 지저분한 분들 좀 깨끄이 쓰시지. 뜀도령도 불만의 표정이...

 

15분 정도 달려 중앙역에 도착했다. 고전적인 모양새의 중앙역 전경.

 

가고자 했던 유스호스텔로 가기 위해 전화 걸기를 시도했다. 4년전 10유로를 주고 구입했던 전화카드도 잊지 않고 가져왔다. 카드를 넣으니 웃기는 소리를 한다.

"이 카드는 사용할 수 없습니다."

젠장. 4년 됐다고 괄시하냐. 먹고 땡이면 파렴치! 할 수 없이 뜀도령의 로밍폰을 사용하자고 했더니 사용법 아직 숙지가 안됐단다. 하긴 한국어서 오는 전화나 받으면 된다고 생각한 로밍폰의 사용법을 확인했을리 만무. 가지고 있던 동전을 꺼내 다시 시도해 보았지만 전화기 석댄가 넉대가 다 불량이다. 하긴 모바일폰이 대세인 이 판국에 누가 공중전화질을 하겠냐. 그러면 차라리 관리를 이렇게 개판으로 할 것 같으면 아예 철수를 하던가. ㅡ,.ㅡ; 이 곳에서 어디로 가야할 지 몰라 한동안 우왕좌왕하던 우리는 갖고 있던 지도를 펼쳐들고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물어 방향을 찾았다. 정확한 역 이름이 기억나지 않지만 이 곳에서 두 정거낭 떨어진 지하철역 근처에 있다고 했으니 역부터 찾아 볼 참이었다. 전화번호와 전화카드를 찾는 중.

 

엉뚱한 데로 왔는지 역은 못찾았지만 유스호스텔이 여기 어디엔가 있는것 같기는 한데... 여행자로 보이는 사람에게 물었더니 자기도 잘모르겠지만 저 쪽에서 본 것 같다며 아래 사진의 뒷골목으로 들어가 보란다. 고성같은 이 건물은 뭐가 대단한 옛 건물같지만 걍 레스토랑이다.

 

뒷골목으로 들어와 봤다. 엉? 여긴 뭔데 이렇게 사람들이 유독 많아? 이 곳이 알고 보니 그 유명한 암스테르담 홍등가의 초입이었다.

 

기념품 가게들도 전시물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화려한 물건들이 자연스럽게 전시되어 있어 낯선 풍경이 약간은 당혹스럽다. 이걸 구경하면서도 여기다 눈을 대도 되는지 모를 지경이었다. 이 곳은 성에 대해 완전히 오픈된 분위기다.

 

적당한 숙소를 찾기 위해 이리저리 헤매다 보니 홍등가 골목 깊숙한 곳에까지 이르렀다. 골목골목은 비키니를 입은 미녀들이 행인과 눈만 마주치면 썪소를 날리며 들어오라 손짓한다. 눈이 마주치기 조금 부담스럽다.

 

벽화도 무척 화려하다.

 

골목에는 남정네들이 삼삼오오 모여 어디로 갈까 고민중인 모습들도 보이고 이따금 아무렇지도 않게 주변 의식하지 않고 들어가는 손님들도 보인다.

 

숙소를 찾아 다녀 봤지만 이상하게도 빈 방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문이 닫혀있는 한 호텔의 인터폰을 누르니 문이 열리는게 아니고

"예?"

"방 있어요?"

"없어요. 찰칵!"

그게 끝이었다. 원, 참 드럽게 불친절하네.

빈 방을 찾아 헤매다 보니 담광장까지 나오게 된다. 4년만이다. ㅎㅎ

 

담광장 건너편의 아담한 왕궁도 그대로다. 우리는 이 근처에서 아예 벗어나 역 근처에서 숙소를 찾아 보기로 하고 식사할 곳부터 찾았다.

 

사람 많은 곳을 찾다가 발견한 한 중국식당.

 

닭고기 요리와 쇠고기 요리를 주문하고 맥주도 주문했다.

 

특히 쇠고기 요리가 아주 맛이 좋았다. 지금 봐도 군침 돈다. 35.9유로.

 

이 곳을 나오니 백조들이 운하를 따라 유영하는데 도시 속에서 보는 백조의 여유로움이 낯설면서도 환상적인 느낌으로 다가온다. 인간에겐 그들이 위안을 줄테지만 도시의 오염된 물에서 놀아야 하는 이들은 인간들이 원망스럽지 않을까. 잠 만큼은 홍등가에서 자고싶지 않다며 역전으로 가자고 했더니 뜀도령도 동의했다. 유스호스텔 찾기를 포기한 우리는 역전으로 가 여기저기 알아 봤지만 시설 대단치 않은 호텔이 만만치 않은 요금들을 요구했다. 잠깐 잠만 잘 곳으로 120유로는 너무 과하다 싶어 80유로로 깎아 주겠다는 제안도 마다하고 더 다녀봤다. 더 문제는 저렴한 곳은 방을 구할 수 없다는 것이 문제였다. 결국은 홍등가 쪽으로 되돌아 갈 수밖에 없었다.

 

간신히 찾아낸 이 호텔은 값도 저렴하고 홍등가 외곽에 있었다. 도미토리 1인당 25유로.

 

짐을 대충 풀어놓고 못다한 구경을 하기 위해 밖으로 나가봤다.

 

운하를 따라 붉은 등이 길게 빛을 내보낸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정육점 밀집지역인 줄 착각할 수 도 있을게다.

 

흔한 상식에 홍등가에는 실수요자만 드나드니 거리가 비교적 한산해야 하지만 이 곳은 오히려 번잡하다. 전 세계에서 성매매가 합법인 두 나라 중 하나인 네덜란드에서는 성매매가 하나의 산업으로 부상한 탓에 금기시하거나 은밀할 필요가 없는 곳이고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운집했다. 관광상품이라고도 말할 수 있겠지만 연인과 함께 이 곳으로 구경나온 사람들도 적지 않게 눈에 띠니 풍경은 더욱 낯설다.

 

에로틱 박물관도 성업중이고(박물관이라고 뭐 그리 전시할 게 있을까? 근대 이전까지만도 돼지나 양의 내장을 잘라내 한 쪽 끝을 묶어 안전장치로 사용했고 이것이 오늘날 콘돔의 효시가 되었다고 하는데 그런게 전시되어 있을까? 아님 한국의 옹녀처럼 전설적인 여인네의 의상이라도?)

 

에로틱 나이트클럽에서는 라이브쇼도 하는 모양이다. 태국의 뒷골목쇼와 달리 이 곳은 내놓쇼라고 해야 하나... 봐도 후회, 안봐도 후회한다는 태국 뒷골목쇼에 직장 동료들과 함께 호기심에 갔다가 민망해서 일찍 나간 사람, 나가기조차 민망해서 천장만 보다 나온 사람, 열심히 본 사람 다 있었다. 이 곳에 오니 그 기억이 새삼스럽니다.

 

이 시간이면 달리 더 가 볼만한 다른 곳도 없었다. 근처를 더 구경한 뒤 구석구석 다 봤다는 판단이 섰을 때는 이미 9시가 넘은 시간이었다.

 

숙소로 다시 들어갔지만 8인실 도미토리에는 룸메이트 어느 누구도 아직 돌아오지 않은 시간이었다. 밤새 마시려고 샀던 물은 맛을 보니 생수가 아니라 소프트 탄산소다수였다. 기포가 거의 생기지 않는데다 무색이니 당연히 물일걸로 생각한 나태함이 보복으로 되돌아왔다. ㅡ,.ㅡ; 다시 물을 사러 나가기도 귀찮아 말았다. 옷도 이미 갈아 입었고 이미 잠자리에 들기 위해 이미 핫샤워도 마친 참이었다. 이 때문에 저녁때도 아침에도 물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아침에 나가 식사를 할 때까지 가 고역이었다. 잠자리에 들 때 하나 둘 돌아오기 시작했다. 그들과 인사를 나눌 겨를도 없었지만 남자고 여자고 인상 좋은 사람은 없었다. 덩치들도 이따만한 사람들이 태반이고... 잠이 막 들려던 12쯤 되자 바깥이 무척 소란스러워졌다. 오지랖 넓은 나는 도대체 무슨일인지 궁금해 커튼을 제체고 밖을 내다봤다. 수많은 사람들이 어느 한 쪽 방향으로 몰려가는데 마치 축제행렬을 보러 가는 사람들 같았다. 가는 방향은 모두 일정한 한 방향이었다. 그 끝을 보니 라이브 쇼가 열리는 곳이었다. 공연시간(?)이 다 되었던 모양이었다. 나는 다시 잠자리에 들었다. 꿈은 이 상황과 연장선상에 있었다. 뜀군이 벌떡 일어나 옷을 입은 채 문을 열고 나가며 내게 묻는다.

"형은 안볼거죠? 여기까지 와서 본 것도 없이 가면 섭섭하잖아요. 쇼 보구 올게요."

"잠이나 자."

"먼저 자요."

아침이 되니 하도 꿈이 생생해 뜀군에게 물어봤다.

"어제 실제로 나갔다 온거냐 아님 내가 꿈꾼거냐?"

뜀도령이 어이없어 했다. 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