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낭여행/11 중국 the 3rd

칭다오로 땡땡이 2-2

코렐리 2011. 10. 15. 17:44

2011.9.9(금)

그다지 멀지 않을거라 생각하며 마냥 걸은 길은 사색과 산책을 좋아하는 나로서도 결코 짧게 느껴지는 거리는 아니었다. 가다 보면 해군박물관이 나온다. 해병대 출신인 내가 중국해군의 박물관이 궁금할 턱도 없으니 통과. 해군박물관을 그대로 지나치면 해변도로에서 내륙쪽으로 길이 이어지다가 다시 해변도로로 휘어져 길이 통한다. 해변도로로 다시 통하면 바로 루쉰(迅)공원이 자리하고 있다. 바닷가 지형을 이용해 이름만 달아 조성한 공원인데다 돌아오는 길에 또는 다시 지나는 길에 들러 보자는 생각에 또 그냥 지나쳐 샤오칭다오(小靑島), 즉 작은 칭다오라는 이름의 작은 섬을 향해 계속 걸었다. 

 

샤오칭다오는 섬이되 이 곳까지 닿는 짧은 도로가 건설되어 있어 도보로 갈 수 있는 곳이었다. 길을 따라 걷다 보면 루쉰공원 저 안쪽이 들여다 보인다. 

 

가다 보면 인적이 그다지 많지 않은 곳이지만 식당도 있고 그 야외 테이블에서 때 아닌 음식을 즐기는 현지인 가족들도 눈에 띤다. 해산물을 파는 식당인데 여러개의 붉은 물통을 길게 늘여 놓고 여기에 각종 해산물을 담아 전시한 채로 판다. 그 중 특이한 것이 바로 이 투구게였다. 투구게를 처음으로 보는 것 만으로도 신기한데 이걸 먹으라고 파니 더욱 재미가 있다. 해보진 않았지만 뒤집으면 입고 있는 갑옷을 빼면 먹을 것도 없을 것 같다. 물론 먹을거 아니니 내 알바 아니지. 투구게와 생선이 완전 따로 논다.

 

식당의 빈 나무화분 안에는 불편할 것 같은 공간 안에서도 편안하게 낮잠을 즐기는 고양이가 팔자 좋게 늘어져 있었다. 발치에 병뚜껑과 잔쓰레기가 눈에 거슬려 치우고 찍으려다 감각이 예민한 어르신 낮잠만 방해될 듯한 생각에 그냥 찍었다. 그래도 뽀샵은 안한다. 뽀샵한 사진과 연출한 사진을 싫어하는 탓이다(남들이 들으면 뭔가 사진을 좀 아는 사람인줄 알겠군) 더 중요한 이유는... 귀찮아서... 

 

애걔걔...! 돈과 시간을 투자해 굳이 들어가지 않아도 해군 박물관 내부에 보일거 다보이네 그래. 함정 구조는 내게도 뻔하고 각종 설치 미사일과 무기들은 가짜 투성이고... 그저 궁금한게 하나 있었지만 잠수함 내부 말고는 그닥...

 

 

육지에서 섬으로 연결되는 다리를 걷다 보면 보이는 풍경이다.

 

아래의 사진이 육지에서 섬으로 연결되는 다리. 바로 이 곳에 샤오칭다오 공원 매표소(15위엔)가 있다.

 

 

자그마한 섬 전체를 공원으로 조성했다.

 

뒤쪽으로 돌아들면 조용하고 한적하다.

 

혼자 왔으니 기념으로 셀카 한컷.

 

바다의 여신인지 뭔지 모르겠지만 하프를 든 글래머 아줌마의 동상 하나가 홀랑 벗은채 바다를 향해 서 있다. 섬이라고 말하기도 부끄러울 정도로 작은 이 곳 한바퀴 돌고나니 볼거 다봤다. 그냥 산책 겸해서 왔다고 말하면 괜스리 온 곳은 아니란 소리 정도는 할 수는 있는 곳이다.

 

이 번엔 왔던 길을 되돌아 약간 내륙쪽으로 들어가 소어산 공원으로 가봤다. 주택가로 돌아들면 언덕 위에 빠꼼이 나무 사이로 꼭지를 내민 전망대가 눈에 들어온다.

 

표(15위엔)를 사서 길을 오르면

 

전망대의 누각이 나오는데 나무를 이용해 정성들여 만든 곳이 아니고 죄 다 콘크리트와 돌로 만들었다. 3층으로 세워진 누각 안에는 전망대 꼭데기에 오를 때까지 기념품 가게들이 자리잡고 계단만 빼고는 진열품만 빼곡하다. 물론 구매욕을 자극하는 물건은 전혀 없다.

 

일단 꼭데기까지 올라 해변과 주택가를 내려다 보면 올라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내려다 보이는 경치는 빼어나다. 뿌옇다는 점만 빼면 말이다.

 

청나라 말기 독일에 점령되었던 지역인 만큼 가옥과 건축물들이 유럽풍으로 지붕을 뒤집어 쓰고 있어 이 곳이 중국인지 의아할 정도다. 

 

천편일률적으로 붉은 지붕이 얼핏 식상하게 보일 것 같지만 사실 그 점이 오히려 이 도시를 아름답게 장식하고 있는 듯하다.

 

3D 기능으로 몇 컷 찍어봤다.

 

지금 봐도 경치 하난 그만이다.

 

대기와 공기만 청명하다면 이스탄불 보스포러스 해협 못지 않게 아름다울 것 같은데 난개발때문인지 중국은 어딜 가도 맑은 하늘을 기대하기가 어렵다.

 

공원 안에 타일로 장식된 고대성어의 유래를 담은 그림이 있다. 바시엔 궈하이 그어시엔 션통(八仙海,各神通: 8명의 신선이 바다를 건넘에 있어 저마다의 신통력을 발휘한다는 고사성어인데, 누구에게 어떤 어려움이 닥치더라도 어떻게든 헤쳐나갈 수 있다는 뜻으로 잘난 척 할 때 써먹을 수 있는 말이다)에 얽인 이야기다.

 

이곳이 왜 샤오위샨(小魚山) 공원인가 했다. 그 답을 상형문자로 표현해 놓은 것 같은데 뭐가 뭔지 알 수가 있나. 그냥 생선에 얽힌 뭔 야그가 있겄지 뭐.

 

소어산을 끝으로(17:30) 슬슬 걸어 다시 숙소로 돌아갔다.

 

이 때까지도 늦은 점심으로 먹은 물만두가 그들먹하게 뱃속에 남아 저녁식사는 건너 뛰게 될 참이었다.

 

숙소로 돌아가다 보니 종샨루(中山路) 대로변에 많은 젊은이들을 줄로 늘여 세운 가게가 눈에 들어온다. 오징어를 꼬치에 구워 파는 집이다. 도대체 얼마나 맛있길래 이렇게 줄을 늘어섰을까 무척 궁금해졌다. 점심으로 먹은 것이 아직도 뱃소게서 출렁거리는 탓에 먹어 볼 기회는 다음으로 미루기로 했다. 

 

오징어 꼬치구이집에서 숙소 방향으로 조금 더 내려가니 어라? 춘허로우(春和樓)도 멀지 않은 곳에 보인다. 종샨로우를 걷다 보니 여러번 나오는 작은 사거리 중 하나에 자리를 틀고 있었다. 이 곳은 내일 점심이나 저녁에 들를 집으로 정했다.

 

19:00쯤 숙소로 돌아 오니 방 안엔 아무도 없었다. 샤워 후 옷을 갈아 입은 뒤 책을 쥔 채 침대 위에 해골을 굴리던 중 한 처자가 새로 방을 배정받아 자신의 몸집만큼이나 큰 배낭을 진 채 들어왔다. 퍼머 머리는 아닌 듯한데 심하게 곱슬거리는 긴 머리를 푸짐하게 어께 위로 드리웠고, 구릿빛 피부를 한 얼굴의 반은 차지하고도 남을 듯 큰 눈이 인상적인 이 처자는 한 눈에 들어 올 정도로 예쁘고 귀엽게 생겼다. 가벼운 인사를 한 뒤 바로 한 처자가 또 들어 온다. 얼굴이 새하얗지만 코 주변으로 약간의 여드름을 달고 있어 조금은 붉게 보이는 얼굴이었지만 역시 귀여운 얼굴의 미녀였다. 독일에서 왔다는 이 처자는 어색하게 서 있던 나와 방금 인사를 나눈 처자에게 악수를 청하며 인사를 건넸다. 나중에 들어온 이 처자는 새로운 친구를 사귀는 데 몸가짐은 조심스럽지만 마인드는 적극적인 듯했다. 통성명을 했지만 독일 처자의 이름은 잊어 먹었다. 낯선 이름은 아니었는데 생각이 잘 나지 않는다. 구릿빛 피부에 눈이 큰 처자는 스페인에서 온 크리스티나라고 했던 것은 기억난다. 스페인 처자는 출입문 쪽 우측 윗침대에, 그 건너편 출입문 쪽 하단 침대에 각기 짐을 풀고는 밖으로 나갔다. 조금 후 독일 처자가 다시 들어와 내게 무언가 말을 하는데 모아 쥔 두 손을 가슴에 포갠 채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며 물었다.

 

"크리스티나하구 같이 저녁 먹기로 했는데 혹시 아직 저녁을 안먹었으면..."

 

저녁을 같이 먹잔 소리였다. 이들과 저녁을 먹고 같이 논다면 함께 지내는 동안 친하게 지낼 수 있을 것 같았지만 문제는 점심 식사때 뱃속으로 몰려 들어간 음식의 양은 지금 생각해 봐도 대단한 것이어서 그 때까지도 상당량이 위장에 진을 치고 있었던 탓에 음식 먹는 것 자체가 수고로울 것 같았다. 

 

"점심을 늦게 먹은데다 먹은 양이 많아서 저녁은 안먹거나 더 있다가 먹어야 할 것 같은데."

"알았어, 그럼 크리스티나하구 나하구 둘이 먹지 뭐." 하며 곧 나갔다.

 

생각해 보니 나는 간단한걸 시켜 놓고 맥주나 한 잔 하는 방법도 있었다. 어차피 이들에겐 각자 먹은 것을 각자 계산하는 것이 일상화 되어 있으니 비용 걱정도 할 일은 없었다. 혼자 이런 저런 생각에 약간의 후회를 섞고 있던 나는 다시 잠깐 들어 왔다가 또다시 나가는 독일 처자의 뒤꼭지를 향해 이름을 쏘아 돌려 세웠다.

 

"어차피 늦게라도 먹을 저녁인데 지금 같이 먹지 뭐. 내가 오늘 좋은 레스토랑을 하나 찾아냈어. 이 곳 칭다오에서 가장 유명한 집이야."

"정말?"

 

그녀가 반색했다. 내가 함께 하는게 반가운건지 아님 좋은 레스토랑을 찾아냈다는 것이 반가운건지는 문제 될 것 없었다. 새로운 친구가 생기는 일은 어딜 가나 재미있는 일이니까 말이다.

 

"8시에 호텔 입구에서 크리스티나하구 만나기로 했어 거기서 보자구."

 

하고는 그녀가 먼저 나가던 길을 재촉해 방을 나섰다. 나는 책을 더 보다가 약속시간 5분전에 방을 나섰다. 아직 시간이 되지 않아 내가 가장 먼저 나왔다. 입구 옆 벤치에 앉아 조금 기다리다 보니 나는 알지 못하는 한 백인 처자가 밖으로 나와 두 명의 중국인 청년을 만나 중국어로 하는 이야기가 내 귀에 들려왔다. 중국에서  공부하며 알게 된 사이인 듯 싶었다.

 

"두 명이 더 있어. 같이 가도 돼?"

"물론이지. 상관없어"

" 한 사람은 독일 처자고 나머지 한 사람은 스페인 처자야."

 

엥? 그러면 두 명의 룸메이트 외에 이들 세 사람이 더 있었던 모양이었다. 생각해 보니 이거 좀 고단하다. 내가 생각한 레스토랑이란 곳이 숙소로 돌아오며 발견한 춘허로우였는데 학생들로 보이는 이 들 두 중국인 청년들에겐 부담스러운 곳일 수도 있었다. 그러잖아도 외국어로 이야기하며 밥먹자면 밥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분간 안갈 판에 중국어와 영어가 동시에 남발할테고, 여러명 있다보면 대화가 분산되는 것도 어수선해서 싫었다. 게다가 뭐라고 꼭 찝어서 말하기는 어렵지만(말하기 어려운건지 싫은건지 나도 모름) 두 중국인 청년과 백인 처자 사이의 대화와 관계가 왠지 모르게 부자연스러워 보였다. 물론 이상한 관계는 아니고. 어쨌든 여기에 나 자신을 섞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으리라 생각한다. 시간을 보니 두 명의 룸메이트가 올 때가 되었다. 잠깐 머릴 굴려봤다. 간다고 해 놓고 갑자기 안 갈 핑계가 뭔가... 어느새 그녀들이 나와 눈이 마주 치자 내게로 왔다.

 

" 저 사람들 니네 친구들이냐?"

"응, 너하구 약속한 뒤에 어찌어찌 그렇게 되었어."

 

즉석에서 나온 어설픈 핑계가 이들과는 다시 돌려 놓기 어려운 어색한 관계로 만들어 버리고 말았다. ㅡ,.ㅡ;

 

"사실 같이 간다고는 했는데 점심때 맥주를 4병이나 마셨더니 아직도 좀 취한 상태야. 같이 가면 실수 할지도 몰라. 정말 미안하지만 나는 안가는게 좋겠어."

 

그 때 그 낯선 백인 처자가 머릿 속에 나를 한 패로 만들었는지

 

"그럼 도합 여섯명이네."  했다.

 

나는 가지 않을 거라고 이야기 한 뒤 방으로 돌아왔는데 결국 이들과 함께 방을 쓰는 동안 내내 계속 왠지 모를 어색한 느낌이 생겨 이후 함께 찍은 사진 한 장 없다. ㅡ,.ㅡ; 조금 지나니 다이 보어가 조깅을 마치고 돌아왔다. 그는 이미 저녁을 먹었단다. 나는 책을 좀 더 보다가 아주 늦은 시간이 되어서야 시장기가 돌아왔다. 바깥으로 나가봤다. 호텔 바로 앞 자그마한 식당이 바깥에 엉성한 테이블 몇 개 내놓았다. 그 곳에 자리잡고 앉아 생맥주와 양꼬치를 주문했다. 이 곳의 생맥주는 무조건 칭다오 맥주였다. 기다리는 동안 한 청년이 생맥주를 사간다. 웃음이 나올 뻔했다. 중국에선 심지어 취사용 LPG 가스도 위험을 무릅쓰고 비닐에 담아 배달하는 위험천만의 사진을 인터넷을 통해 본 적 있지만 맥주도 비닐에 담아 판다는 말은 어디서 듣도 보도 못했고 지금 그걸 눈으로 보는 중이었다. 이 걸 가져 가면 빨대를 꽃아 봉지를 양손으로 쥐고 먹을라는가? 빨대가 봉지 바닥을 찌르면 골때리겠군. 아님 쏟을 위험성을 감수하고 컵에 질질 흘리며 따라 먹을건가? 그럼 한 모금 마시고 나서 이야기를 나누며 봉지를 손에서 놓을 때는 어떡할거지? 저거 한컵에 따를만큼 큰 그릇이나 컵이 있어서 사가는건가? 혼자 앉아 음식을 기다리며 나도 어지간히 심심했던가 보다. ㅡ,.ㅡ;

 

이제까지 먹어 본 양고기 중 가장 뻣뻣하고 맛이 없었다. 들은 이야기로는 중국에서 파는 양꼬치가 실제로 양고기가 아닌 경우도 많다고 했다. 서울에서 먹은 것과 맛이 다르다면 틀림 없다는 이야기도 들어봤는데... 심지어는 쥐고기도 있지만 양념과 향신료를 뿌려 굽고 나면 그게 그거같아 왠만한 사람들은 모른다나. 습관이 안되고 인식이 덜되어서 그렇지 쥐고기라고 못먹을게 어딨나. 호주인들이 먹는 캥거루나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즐겨먹는 토끼고기나 쥐고기나 모두 다 설치류인데 말이지. 그러고 보니 개는 못먹는군. 식사 아닌 식사를 한 뒤 부족한 알콜량을 채우기 위해 호텔 1층의 바(bar)로 들어갔다. 바 안의 직원들이 전날 왔던 나를 알아 봤다. 덩치 듬직하게 잘 생긴 남자 직원 한 명과 예쁘장한 여직원 둘이었다. 여기서 칭다오 맥주 1병(10위엔), 진토닉 한 잔(15위엔), 말리부 한 잔(20위엔), 글구 뭔가 또 한 잔 더 먹은 것 같은데... 

 

방으로 돌아오니 방안 공기가 쾌적해져 있었다. 낡은 에어컨에서 덜덜거리는 소리가 나긴 했지만 다이 보어가 이리 만져보고 저리 만져 작동이 되도록 뭔가 조작을 시도했던 모양이다. 이 날은 기분 좋게 잘 수 있었다. 서늘해진 방안 공기 때문에 모기의 활동이 상당히 위축 되어 신경거슬리는 비행음도 거의 없었고 자면서 여기 저기서 철썩거리며 잠결에 자신을 학대하는 사람도 없었다. 다만 덩치녀의 수면중 신음 소리는 끊이지 않았다. 어헝~~! 으흐흐흐흥~~~ 냠. 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