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다오 여행 계획
전부터 그렇게도 부러웠다. 여행을 다니다 보면 아침 늦은 시간은 물론 초저녁에도 침대 위에 해골을 굴려가며 자는 서양 친구들 말이다. 그들은 여행에 많은 시간을 투자해서 오는 모양이다. 하지만 내겐 그럴 시간이 별로 없었다. 아니, 거의 없었다. 보름간 한 나라를 조금이라도 더 많이, 조금이라도 제대로 보기 위해 아침 일찍 일어나 7시면 아침 먹고 떠난다. 실컷 구경하고 먹고 즐기고 숙소로 돌아오면 빨라야 저녁 8시 이후다.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강행군으로 초지일관해 왔다. 그러면서도 부러운 것은 서양 친구들의 게으르고 뭉그러지는 여행중의 일상이 한 편 부럽기도 했다. 그걸 처음으로 해 본 곳이 지난 겨울 스페인 코르도바에서였다. 그 달콤함이란 것은 지금도 뇌리에 아주 강렬하게 남아있다. 이 번에 그걸 해 볼 참이다.
명절연휴에 휴가 이틀 얻어 갖다 붙였다. 명절에 여행 떠나 보긴 이 번이 처음인 듯하다. 노인네들이 외국의 형네 집에 가 계시니 명절 숙제(?)가 없어졌다. 숙제 없으면 노는거지. 국내에서 놀자니 명절이라 어딜 가도 썰렁할 것 같아 밋밋하다. 가장 가까운 항공노선을 함 타보기로 했다. 칭다오. 그다지 볼거 별로 많지 않을 것 같다. 그래서 게으르게 뭉그러지기에 더욱 좋은 곳이다. 게다가 뜀도령을 찜쪄먹을 만큼의 매니아는 아니지만 그래도 맥주를 즐기는 나로선 이 것도 아주 좋을 것 같다. 갖 나온 칭다오 생맥주가 그렇게도 맛있다나. 추석 기간은 중국에서도 중추절이라 여행객은 별로 없을 것 같다. 운이 좋으면 게스트하우스의 도미토리 룸을 혼자서 통째로 쓰는 운수도 생길지 모른다. 리스본에서 그래본 적 있다.
이 번에 가면 휴일에 그래온 것처럼 오전 11시까지 늘어지게 잔다. 게스트하우스에 혼자 앉아 책도 보고(여행중에 짐을 줄이기 위해 책은 가이드북 외에 갖고 다녀 본 적도 없다), 하루종일 한거라곤 양말 빨래 외엔 없고 저녁이 되어서는 칭다오 생맥주와 맛있는 음식들을 즐기고... 하는 굼벵이 놀이가 이 번 여행의 목적이다.
그래도 나름 계획이라도 대충 세워 봤지만 대부분 깨질 기본 계획들이다. 그저 정 심심함이 느껴지면 나가 보는거고 아님 뭉그러지고...
제 1일(2011.9.8)
유스호스텔이나 게스트하우스에 체크인. 칭다오 공장견학 예약, 지모루(짝퉁시장), 신호산 공원, 해물시장 저녁식사
제 2일(2011.9.9)
노산 등산(로프웨이 타고 다니니 등산은 아니지 ㅡ,.ㅡ:)
제 3일제 3일(2011.9.10)
중산공원, 팔대관, 화석루, 제2,3해수욕장
제 4일(2011.9.11)
천주교회, 개신교회, 영빈관, 맥주공장, 맥주거리, 칭다오 이빠이.
제 5일(2011.9.12)
소어산, 루쉰공원, 소청도, 잔교, 춘허루
제 6일(2011.9.13)
돌아옴.
계획이랄 것도 없지만 아마도 마지막날 계획 빼고는 반 이상 깨어질 계획인 것 같다. 많이 깨고 가 본 곳이 적을수록 성공적인 여행이 될 것 같다. 낼 떠난다. 따분한 일상이여 당분간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