쫄쫄이 학암포
2011.8.13(토)
LP음악동호회 엠티 덕에 싸돌아 다닐 일 하나 더 생겼다. 그노므 역마살 어디 갈까. 목적지는 태안 학암포. 그동안 서로 픽업해 주며 이동했지만 이 번엔 합류하기 위해 정해진 장소로 가기 보다는 차 없이 개별 출발 하는 사람들이 몇 생겼다. 그 중 하나가 바로 나. 07:20 서산행 시외버스를 타기 위해 서울 남부터미널로 갔다. 이른 시간이어서였는지 아침 때울 방법이 없어 암담하다가 07:00가 되어 하나 둘 먹거리점들이 문을 열기 시작했다.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잔과 도넛 10원어치 사서 아침부터 해결했다.
언제나 그렇듯이 떠나는 항상 기분좋고 설레기까지 한다. 가보지 않은 곳이면 더하다. 학암포는 이 번이 처음이다.
두 시간여에 도착한 서산 시외버스 터미널. 여기서 일부 집결해 장을 보기로 했다.
서산에서 만난 릴리수군과 캐모마일군. 또다른 일패를 만나기 위해 대형마트 푸드코트에서 커피 한잔.
릴리수군과 캐모마일군이 부천터미널에서 아침으로 먹다 남은 샌드위치와 천도복숭아. 내꺼까지 사서 남가 왔다는데 그런갑다 하구 먹어주는게 예의지 아마?
민이군 가족과 권태기군이 한 대의 차량으로 도착했다. 마트에서 장을 본 것들을 전부 민이군 차량에 싣고 이들 일행은 아점 먹으러 식당부터 찾고 우리 세 명은 택시 타고 학암포로 고고씽.
드디어 도착한 학암포. 간만에 바닷가 오니 좋긴 좋다. 와서 보니 벌써 점심시간일쎄. 여긴 어디가 잘하나... 왠지 고만고만해 보인다. 민이군 일행보다 우리가 먼저 도착했다. 어디서 먹을까 하다 고등어조림이나 뭐 이런 것들은 바닷가니까 무난하겠지 하는 생각에 간판 보고 하나 골랐다. 우리가 고른 집은 입구부터 꼬질꼬질, 안에 들어가도 꼬질꼬질, 주인아줌마 인상은... ㅡ,.ㅡ; 자리에 앉아 나온 반찬은 먹을까 말까 고민되는 수준. 그래도 아줌마 영어는 어찌나 잘하시던지.
"고등어 조림 2인분과 된장찌개 1인분 주세요."
아줌마는 주문한 저의 얼굴을 빤히 보며 복창으로 주문을 재확했다.
"고등어 조림 2인분, 된장찌개 1인분요!"
주문을 마친 뒤 화장실 간 사이 릴리수군과 캐모마일군 말로는 나 화장실 간 새 다시 한 번 오셔서 또 한 번 주문을 확인하셨단다. 그런데 한참만에 나온 음식은 고등어 구이와 김치찌개. 아줌마에게 물었다.
"이거 어떻게 된거예요? 우린 고등어 조림하구 된장찌개 주문했는데?"
"분명히 고등어 구이 2인분하구 된장찌개 주문하셨는데?" ---> 우기미 정신 투철하신 아주머니 "분명히"란다. 그럼 우리 세사람이 똘비인거지. ㅡ,.ㅡ;
"근데 왜 그나마 1인분예요? 김치찌개는 주문도 안했는데 왜 나왔어요?"
"원래 고등어 구이에는 김치찌개가 딸려 나와요. 고등어만 먹으면 퍽퍽하잖아요."
나온 고등어를 보니 신선도 완전 제로에 어찌나 바싹 구우셨던지 물기도 없어 보이고 표면은 까무잡잡하다. 서울서 먹는 고등어 백반은 1인분에 1마리를 주는데 여긴 왜 1마리지?
"고등어는 1마리가 2인분예요?"
"네." 그럴만하게 짜기는했다. 바닷가라구 너무 믿었나보다.
한참만에 나온 음식 다시 기다리자니 지루했다. 다시 나올 음식도 두려웠다.
"그냥 이거 먹을게요. 된장찌개 취소해도 돼요?"
"그럼 우리가 주문을 잘못 받았으니 취소해 드릴게요." 마치 자신의 실수가 전제조건이었다는듯한 말투. ㅡ,.ㅡ;
맥주 두 병과 함께 어찌어찌 밥먹고 나오는데 말씀하시는 금액이 2만6천원.
눈치빠른 릴리수군 대충 계산이 예상을 초과하자
"2만원대 초반일텐데요."
아줌마 왈
"제가 어차피 확인해요." ---> 아줌마의 확인은 못믿어요.
계산해 보니 2만 2천원 나온다.
"오우, 역시 기억하는 것보다는 캘큘레이럴(calculator)이 나아요."
이 아줌마 알고 보니 영어만 잘하신다.
"아줌마, 이변팬션 가려면 어떻게 가야돼요?"
"오우, 제부! 디뤡션(direction) 물어보시는데?" ---> 이렇게 용감한 영어 실력 첨봐요. 제부가 오셨습니다. 이 분도 인상이 ㅡ,.ㅡ;
"여기서 거기 갈려면요 욜케 가시면 거그 나오고 거그서 졸케 가시면 갸가 보여요. 거그서 골케 가시면..."
찾기 복잡한 줄 알았다. 설명 듣느라 머리에 쥐가 다 날 지경이었다. 나라면 이렇게 설명했을거 같은데...
"여기서 해변가로 나가 우회전해서 조금 걸으시면 바로 나옵니다." --- 농담 아님.
어쨌든 시킨대로 가 보니 괜스리 복잡하게 기억했다는 생각이 든다.
바닷가에서 우회전 하니 바로 이변팬션이구만. ㅡ,.ㅡ;
29평짜리 두 개의 룸을 얻었던 것으로 아는데 막상 와서 보니 작은 방 2개실이었다. 방을 큰걸로 바꾸거나 더 얻으려 했지만 더 이상 바꿔주거나 추가로 내 줄 방이 없다는데야 방법이 없었다. 그냥 아쉬운대로 껴서 놀고 껴서 자야지뭐. 하나는 여자방 하나는 남자방. 가족과 부부도 이산가족이 될 판이었다. 친구 녀석이 아는 사람이 새로 문을 연 팬션이 있다며 얻어준건데 그래도 거저 얻어 주었으니 괌운 줄 알고 들어갔는데 생각보단 방이 비교적 큰편이었다.
무엇보다도 방에서 발코니를 통해 내다 보면 바로 바다가 내다 보인다는 점인데, 팬션이구 콘도구를 통틀어 이렇게 바다가 시원하게 내다 보이니 그걸로 대감격이었다.
바닷바람은 시원하고 파도 소리는 은은하게 귀를 자극하고 시각적으로도 새파란 바다 위에 이따금 모터보트가 요란하다.
민이군 부자의 바다 즐기기.
권태기군은 전문 찍새의 길로 들어 서려나 300만원짜리 카메라를 들고 굶주린 사자처럼 피사체를 찾아 헤맨다. 장비 무게는 300만원 이상 하는 것 같더구만.
어촌 방파제를 뜰뜰거리며 돌아다니는 어선.
어촌의 정박된 고깃배들을 보자면 평화로움부터 느껴진다. 이 곳에는 두 개의 해변이 방파제를 중심으로 갈라진다.
사진의 왼쪽에 나무까지 살고있는 바위섬이 바로 학암인 모양이다.
권태기군이 찍어준 사진.
3D 파노라마 기능을 이용해 연속촬영해 편집한 학암포 전경사진.
왼쪽에는 접사를 찍으려는 권태기군이 카메라와 코를 땅에 박고있는 모습이 보인다.
확실히 이 곳 학암포에서 가장 눈에 띠는 아름다움이 바로 이 학암때문인 듯하다.
갈메기는 어찌나 많은지 사람 숫자보다 훨씬 많다. 인간들을 위한 해변인가 했더니 우린 빌붙은거고 바로 이 갈메기들이 주인인성 싶다.
파노라마를 찍을 때마다 등장하는 태기군. 권태롭도다.
바람소리군 부부가 뒤늦게 도착하고 시샵 나으리 마리용군과 마틸다군도 도착했다. 벌써 저녁 먹을 시간이다.
뒤늦게 온 사람들 때문에 다시 들른 학암포는 그 새 물이 빠져 풍경이 완전히 달라졌다. 같은 곳이 새로운 볼거리로 변신했다.
무심코 찍어 배경은 후지지만 구도 하난 끝내주는 사진이군. 좌로부터 마틸다군, 권태기군, 마리용군, 캐모마일군.
민이군 가족.
마틸다군.
물빠진 모래사장의 물자국이 멋진 무늬를 만들어 낸다.
물빠진 곳엔 돌밭도 있어 새로운 풍경을 만들어 낸다.
학암. 그 바위 위에 뿌리내린 나무들이 신기하다.
갈메기들. 모로코에서 사람을 피하지 않고 오히려 먹을거 없나 기웃거리는 갈매기들이 생각 나지만 한국의 갈매기들은 인간에 대해 곤심이 전혀 없고 피하기만 한다.
다시 밀려들어오는 물때문에 또 다시 다른 풍경을 만들어 내니 이 곳 서해바다는 무궁무진한 재미가 있는 곳이다.
방파제에 걸쳐있는 횟집을 한 군데 골라 야외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점심을 먹었을 때의 악몽을 다시 겪고 싶지 않아 팬션을 나서기 전 이 근방에서 가장 좋은 음식점이 어딘지를 물었었다. 주인장 대답에 완전 OTL. 이 근방은 주민들이 하는 집이라 다 고만고만해요. ㅡ,.ㅡ; 설마 그렇다고 전부 다 똘비하우스는 아닐테지.
다른 집같으면 어른 10명에 아이들 2명이면 어떻게 주문하면 좋을지 질문을 받으면 남아돌게 추천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믿고 맡겼지만 맛은 괜찮지만 양도 적고 기다리기도 배고파 쓰러지기 직전까지 갔다. 간장과 초장만 놓고 타령하는 우리 회원들. 막상 나온 회는 20%부족한 양. 더 주문하고 싶어도 어찌나 느려 터지시던지. 종업원도 안쓰고 일가족이 운영하는 모양이었다. 매운탕에 밥으로 배를 채우려 했더니 1차로 끓이고 나서 매운탕 남비만 갖다 놓는다. 기다리다 못해 다 먹고 나니 가스버너가 나온다. 주인 왈.
"벌써 다 드셨어요?" ㅡ,.ㅡ;
그나마 남은 매운탕도 다시 함 끓이니 제맛 나더라는... 그런데 이 아줌마 12명이라 얘기했는데 왜 그리 적은 양으로 추천해 주셨는지... 우린 맨날 먹는 밥과 회에 식상했다고 생각하신건지, 아님 장사하는데 귀찮아지신건지. 어쨌든 우린 알량하게 먹고 먹은 척 이빨을 쑤셔야 했다는...
먹고 나서 숙소로 돌아가는데 여기저기서 쏘고 난리가 났다. 이제는 여름해변가에선 흔히 목격되는 모습이다.
음악동호회에서 모이면 뭐하러 모이겠나. 음악 듣자는거지. 마리용군이 차에 싣고 온 소형 오디오 셑. 프랑스 유학중 건져온 이삿짐 중 일부에 불과하다. 밤새 맥주 마시며 음악듣고, 배가 고파 문을 연 수퍼를 찾아 승냥이모냥 충혈된 눈으로 찾아 다니다 간신히 구한 라면으로 시장기 때우고... 이날 오전 4시에 잠들었으면 꽤나 일찍 간거지 아마?(작성중)
2011.8.14(일)
주변 식당이 부실하다는 말에 아침이 되어도 아침식사할 식당 찾아 보자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어른들은 라면으로, 아이들은 전날 새벽에 사다 놓은 참기름과 두부, 미리 준비한 김과 햇반으로 해결했다. 엠티 역사상 최악의 궁상이었다. ㅡ,.ㅡ;
아침을 먹으며 궁상을 떨고 있는데 해변이 떠내려 가라며 폭우를 잠깐이지만 엄청 쏟았다. 해장술이랍시고 마시기 시작한 매실주 이게 사람 살짝 환장시킨다. 운전할 사람들하구 애들 빼놓고는 반주모드. 식사가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음악 틀어 놓고 오전술. 역시 음악엔 술이다. 해장술에 취하면 조상도 몰라 본다는데... 알딸딸한 수준에서 정리하고 방을 치운 뒤 체크아웃 했다.
일단 점심을 먹기 위해 서산으로 이동했다. 마지막 식사가 좋으면 그 때까지의 궁상도 용서가 된다며 바람소리군이 애플폰으로 찾아낸 맛집이다.
얼핏 비싼 듯 하지만 서울에 비하면 무척 싼편이다.
나온 꽃게장은 보기에도 그렇지만 밥도둑이 따로 없다. 불그스름한 알이 더욱 풍미를 돋운다. 지금은 산란기 직후라 알밴 게는 없을테니 아마도 냉동게로 담았을터다. 하지만 밧은 최고다. 쩝.
꽃게탕도 국물맛이 기막히다.
여기에다 추가로 입맛을 자극하던 어리굴젖. 담근지 조금 시간이 경과되었는지 조금은 건조한게 약간의 흠이긴 하지만 그래도 기막히다.
1박2일의 엠티 덕분에 코렐리 또 한 번 싸돌아 다녔다. 제목을 쫄쫄이 학암포라 한 것은 먹은게 넘 부실해서였다. 아름다운 경치에 비하면 먹을거리에 대한 추억이 아프다. 전 날 아침부터 저녁까지 먹은게 궁상모드였지만 이 번 행선지도 경치 좋고 좋은 사람들과 함께여서 즐거웠다. 좋다. 아주 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