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낭여행/11 스페인·포르투갈

하이 이베리아10-2(코르도바)

코렐리 2011. 4. 18. 11:31

2011.1.25(화) 계속

메스키타를 나와 바로 앞 로마다리를 건너 본 것은 11:30경이었나 보다. 다리가 콘크리트로 보강되어 있기는 하지만 모양새가 무척 특이하고 육중한 것이 무척 튼튼하고 안정감 있어 보인다. 강물의 흐름을 받아들이는 쪽은 반원형으로  보강되어 있고

 

강물의 흐름을 지나 보내는 방향으로는 뾰족하게 보강하여 물의 흐름을 원활하게 한다.

 

뒤돌아 찍은 사진이다. 메스키타의 개조된 지붕이 오른쪽에 보이고 왼쪽으로는 도착 첫 날 보았던 탑도 보인다. 스페인을 돌아다니며 항상 보이는 모습이지만 오래된 건축물들에 대한 보수작업으로 인해 감상하는데 있어 항상 옥에 티를 남긴다.

 

다리를 건너서 뒤돌아 보니 메스키타의 개조된 지붕의 형태가 눈에 더욱 잘 들어 온다.

 

기념 촬영 안할 수 없지. 근데 찍어 놓고 보니 왜 이렇게 궁상맞어 보이냐. ㅡ,.ㅡ;

 

자그마한 성채처럼 보이는 이 건축불이 다리 끝에 설치된 갈라오라탑이다. 탑이 높기나 하면 코르도바 시내를 시원하게 내려다 볼 수 있을텐데 이 정도 높이면 올라가 봐야 메스키타 지붕도 제대로 안보일 것 같았다. 3유로나 내고 들어갈 매리트는 없어 보여 그냥 통과.

 

이 번에는 알카사르와 투우박물관을 찾기 위해 다리를 되돌아 다시 건넜다. 스쿠터를 타고 순찰 준비를 하는 코르도바의 경찰들이 보인다. 뒤 배경으로 보이는 벽이 알카사르를 둘러싸는 담벼락이다. 알카사르까지 도착해 매표소까지 확인한 나는 투우박물관부터 찾아 보기로 했다. 알카사르는 이미 찾아 냈고 투우박물관이 바로 근처에 있으니 투우박물관부터 관람하기로 했다. 지도를 따라 가다 보니 갑자기 배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전날 맥주 여섯캔과 안초비, 홍합, 올리브 열매를 먹어댔던 것이 장에서 부담을 느낀 모양이었다. 사실 장이 약한 탓에 음주 담날이면 화장실을 정확히 3번 가는 탓에 평일에 술마시면 담날 출근이 두려워진다. 다급한 상황은 갑자기 찾아오는데 이 날도 어김없이 같은 상황이었다. 생각을 바꾸어 알카사르 매표소로 돌아가 표를 사고 안으로 들어가 화장실을 찾는 것도 그다지 신속한 방법이 아닌듯했다. 그보다는 근처에서 찾아 보는 것이 빠르겠다는 판단이 섰다.

 

과연 조금 더 가니 무언가 매표소가 있었지만 뭐하는덴진 모르겠다. 다급한 이 상황에도 얼핏 모양새를 보고 이 곳이 투우박물관이라는 지레 짐작만 섰다. 이 때 상황은 일단 들어가고 볼 일이지 이런거 저런거 가리고 자시고 할 때가 이니었다. 매표소에는 다행이 늘어선 줄도 없고 얼쩡거리는 사람도 없었다. 매표소는 유리판 아래 반원형 구멍을 뚫어 매표원과 객을 갈라 놓고 몸을 낮춰 소통해야 하는 그런 까칠한 형태가 아니고 자그마한 카운터 하나 놓고 단정하게 생긴 남녀 매표원 두 명이 근무하고 있었다. 손님도 없는 곳에 둘씩이나 매표소에 근무하면 심각한 인력 낭비라는 쓸데 없는 생각까지 하는 이 순간은 그리 여유있는 순간이 아니었다. 급히 10유로 지폐를 한 장 꺼내 내밀었다. 표를 한 장만 주면 되느냐고 재확인하는 매표원의 친절은 내게 있어 다급한 나의 시간을 잡아먹는 고약한 짓이었다. 그 때 후장에서 뭔가 새나가는 것이 느껴졌다. 태연한 척 하던 나도 이젠 정말로 다급해졌다. 새나온 것이 단순히 기체였는지 건더기를 수반한 액체였는지를 확인부터 하고 만일 후자라면 신속한 조치가 있어야 했다.

"화징실은 어딨나요?" 태연한 척 하느라고 죽는줄 알았다.

"안 쪽에 있어요." 매표원은 자신의 바로 뒤쪽 통로를 친절하게 알려 주었다.

내어 주는 잔돈과 표는 확인이고 자시고 대충 점퍼 안주머니에 구겨 넣었다. 황급히 움직이지도 못하고 후장을 의식하며 팔자걸음으로 걸었지만 마음은 여간 급한게 아니었다. 화장실에 도착하니 이거 또 한 번 난감 모드에 빠지고 말았다. 보통 화장실엔 남녀구분을 그림으로 표시한다. 이 곳엔 "신사"와 "숙녀"로 표시되어 있었다. 문제는 이게 에스파뇰로 표기되어 있었고 나는 에스파뇰을 모른다는데 그 심각성이 있었다. 들고 나는 사람이 있었다면 알았을테지만 이 곳엔 수캐 한 마리도 없었다. 그 와중에도 나는 "시뇨레(신사)", "시뇨리(숙녀)"... 하던 이탈리아 작곡가 레온까발로의 팔리아치 시작 첫 부분 가사가 생각났다. 이탈리어와 에스파냐어가 상당부분 유사하다는 말을 주워 들은 기억이 있어 시뇨레와 비슷한 것이 어느 것인지부터 보았다. 비슷하긴 한 것 같은데 어느 것이 남자 화장실인지 알 수가 없었지만 왠지 느낌이 끌리는대로 가봤다. 황급히 문을 열고 들어가 확인해 보니 그저 기체의 농간이어서 긴 한숨과 함께 체내의 이물질을 쏟아냈다. 이 때의 행복감 역시 비할바 없었다. 일 다 보고 손 씻고 나올 때까지 화장실에 오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변기 한 개와 샤워실 한개만 달랑 있는 작은 화장실이라 잘 들어 온 건지 잘 못 들어온건지 알지도 못한 채 개운한 기분으로 배를 두드리며 다시 매표소 쪽으로 걸어 나갔다. 이 통로엔 화장실 외엔 아무것도 없었다. 매표소를 통해 들어 오는 50대 정도의 숙녀가 들어와 나를 마주치고 지나 화장실 쪽으로 갔다. 나는 내가 다녀온 화장실이 맞게 들어갔던 것이었는지 확인하고 싶었다. 나는 뒤로 돌아 그녀가 들어가는 곳을 유심히 봤다.

'젠장 내가 방금 나온 곳으로 들어가는군. ㅡ,.ㅡ;'

하마터면 변태 취급 당할 뻔했다. 나는 매표소 바로 앞에 있는 거대 마굿간 건물부터 가보았다. 아치 형태로 통로를 뚫어 양 옆으로 말들의 휴식 공간을 만들어 놓은 이 건물은 그야말로 말들의 호텔이었다.

 

밖으로 나와 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여긴 또 뭐하는데임?

 

이 곳은 말들이 퍼레이드를 벌이듯 쇼를 벌이는 곳이었다. 관련 사진들이 몇 장 전시되어서 알았다. 근데 이게 전부였다. ㅡ,.ㅡ; 이 곳은 관광지로서의 만족감을 준 곳이 아니라 천금같은 화장실을 쓰게 해 준 곳으로 내가 가 본 곳 중 가장 볼만한 3유로짜리 화장실인 셈이다. 대략 어이없음.

 

이번엔 알카사르로 가 보았다. 알카사르는 14세기 초 알폰소 11세가 개조한 무하데르 양식의 성이다. 레콘키스타가 한창이던 시절에는 왕 부부가 거주했으며 1490년부터 1821년까지 카톨릭의 이단 심문소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얼마나 많은 엄한 사람들이 죽어 나갔을까. ㅡ,.ㅡ;

 

바깥을 내다 볼 수 있는 성곽을 따라 올라가면 메스키타 지붕의 일부도 볼 수 있고 하얗게 칠해진 건물 안 쪽 중정 안에 꾸며진 스페인식 정원도 내려다 볼 수 있어 아주 좋다.

 

 

이 곳은 그다지 크지 않은 부지에 만들어져 있어서 그런지 건물 자체가 오밀조밀 붙어있고 연결되어 있어 약간은 미로처럼 얽혔다.

 

성곽 위에서는 건물 바로 옆쪽으로 널찍하게 꾸며진 정원도 내려다 보인다.

 

왕부부가 거처했던 곳에는 예배당으로 보이는 방도 보이고

 

로마시대의 작품으로 보이는 모자이크도 보인다.

 

왕이 머물렀던 시기는 레콘키스타 시기였기 때문인지 건물과 놓여진 가구들은 비교적 소박해 보인다.

 

 

정원으로 나가면 가운데 길게 놓여진 수로를 따라 기둥처럼 다듬어진 정원수가 동화의 세계를 꾸며 놓은듯 아름답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여왕의 병사들에 쫓겨 튀어 나옴직 하다.

 

유대인이 거주하는 마을로 가 보았다. 건물은 모두 하얗고 창문은 서로 마주보는 골목이 아름답다.

 

지금도 창 밖으로 내어 놓은 화분이 정감을 주지만 여름에는 이 화분들의 숫자도 많아지고 화초도 무성해져 무척이나 아름다운 골목으로 조성되는 모양이다. 지금 돌아 보아도 아름다운 골목이다.

 

이 주변 골목은 샅샅이 뒤져 보았다. 이 곳에서 북쪽으로 올라가면 비아나 궁전이 있다고 하는데 이상하게도 시간은 남아돌았지만 가보고싶은 생각은 없었다. 그저 루즈하게 골목을 누비는 것으로 만족했지만 이 도시에선 이상할 정도로 여유를 즐기고만 싶었다.

 

 

 

이제는 마드리드로 가기 위해 슬슬 터미널로 이동할 때가 되었다. 그라나다로부터 코르도바에 도착해 버스터미널로부터 이 곳까지 버스로 이동했었지만 그다지 먼 거리는 아닌듯했다. 걸어서 가면 1시간이 채 걸리지 않을 거리였던 탓에 이 도시를 좀 더 즐겨볼 요량으로 걸어 가 보기로 했다.

 

도시의 분위기를 만끽하며 한참 걸어 다닐때 까지만 해도 정말 좋았다. 음주후 익일 하루 중 화장실 갈 숫자 3회가 아직 채워지지 않았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나는 약간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화장실을 찾기 위해 걷고 또 걸었지만 만만한 곳은 없었다. 공원 안에는 있겠지 싶어 들어가 보았지만 공원에 반드시 화장실이 있는 것은 우리 나라만의 이야긴가 보다. 공원 바로 옆에는 초등학교가 하나 있었지만 철창 우타리로 둘러쳐진 초등학교를 들어갈 엄두는 나지 않았다. 학부형인척 해볼까 생각도 해봤지만 배낭맨 여행자 행색의 학부형이 찾아올리도 만무하지 않은가... 간신히 바르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나는 들어가자 마자 테이블 하나를 잡아 배낭을 내려 놓고 에스프레소를 주문한 뒤 급히 화장실로 갔다. 이 때는 위기상황까지는 가지 않았지만 심히 곤란했던 기억이 있다. ㅡ,.ㅡ; 

 

배면의 카타르시스를 마음껏 즐기며 화장실을 유린한 나는 개운한 기분으로 자리에 앉아 언제 그랬느냐는듯 에스프레소의 향을 즐겼다. 이 집 에스프레소 맛이 괜찮았다.

 

이 곳에서도 연자매를 썼었나보다.

 

공원처럼 조성된 큰 광장이 나오고

 

그 끝에는 시외버스 터미널이 있었다. 이 곳에서 드물게 보는 비가 흩뿌리며 왠지 가는 길을 부산하게 재촉하는듯한 느낌이 들었다. 16:30발 마드리드행 버스표를 끊어 놓고 기다리기를 한시간여 했던 것 같다. 기다리기 싫어 건너편 기차역으로 가 보았지만 기차는 더 기다려야 했다. AVE는 많지만 굳이 서두를 필요도 없었고 값도 넘 비쌌다. 하지만 버스 출발을 기다리는 시간은 적잖이 지루했다.

 

마드리드를 향해 가던 중 들렀던 한 휴게소다. 격납고 같이 생긴 멋없는 건물이지만

 

안에 설치한 조명과 테이블 그리고 감각적인 붉은색의 조화가 시외버스휴게소 치고는 무척 세련된 편이었다. 

 

어둠이 짙게 깔린 가운데 어마어마한 고가도로가 눈을 사로잡는다. 사진이 흔들리고 잘 찍지 못해 감이 오지 않지만 실제로 버스 안에서 본 고가도로는 어마어마했다.

 

마드리드 터미널에 도착한 시간은 21:20이었다. 스페인에 입국하여 마드리드에 도착하던 첫 날 숙소를 찾아 늦은 새벽까지 헤맨데다 찾아 갔던 곳이 폐업했던 탓에 무척 심란했던 기억이 있어 은근히 마음이 부산했다. '오늘은 헤매지 말아야 할텐데...' 이 날 가고자 했었던 곳은 CAT'S HOSTEL이었다. 우선 헛걸음질을 하지 않기 위해 이 곳이 영업중인지부터 알아보기 위해 전화를 걸어 보았다.

"캣츠 호스텔입니다."

"한 사람인데 오늘 도미토리에서 묵을 수 있나요?"

"가능합니다."

"알았습니다. 지금 가지요."

일단 헛걸음은 안해도 되게 생겼다. 지하철 1호선을 타고 Anton Martin역에서 내렸다. 밖으로 나가 보니 여러개의 동상으로 이루어진 기념물이 세워져 있는 것부터 눈에 들어왔다. 다시 전화해 봤다.

"Anton Martin역에서 내려 밖으로 나왔는데 큰 동상 같은게 눈에 들어 옵니다. 어떻게 가야 하죠?"

"방금 나오신 입구 반대방향으로 두 번째 좌회전 골목입니다. 이제까지 여행을 다니면서 가장 손쉽게 찾아낸 호텔이었다. 크흐흐... 공사막을 쳐 놓은 창문에 시커먼 고양이가 창가에 미소짓는 건물이 바로 캐츠 호스텔이다. 체크인을 하니 12명짜리 방을 내준다. 전자감응식 열쇄를 받아 배정된 방으로 가보니 불은 꺼져 있었다. 침대는 대부분 비워져 있고 침대를 차지한 몇몇 사람들은 잠을 자고 있었다. 시간은 이미 10시에 가까웠다. 내게 배정된 락커에 배낭을 넣고 늦은 저녁식사를 하기 위해 밖으로 나가 보았다.

 

멀리 갈 필요도 없었다. 호텔 밖으로 나가자 바로 왼쪽에 레스토랑이 하나 있었다. 다른 곳은 가봐야 거의 대부분 카페테리아들이었다.

 

나는 이 곳에 앉아 맥주와... 뭘 시켰더라? 어쨌든 이 늦은 시간에는 식사 메뉴로 두가지 밖엔 안된단다. 둘 다 별로 먹고싶은 음식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굶거나 이 늦은 시간에 어딘가 새로운 식당을 찾기도 싫었다. 제공 가능한 두가지 음식 중 하나가 파스타였고 나머지 하나가 뭐였더라... 도대체 생각나지 않는다. 어쨌든 나는 생각이 나지 않는 그 음식을 주문했다. 참 잘났다. 치매도 아니고 자기가 주문했던 그 음식이 생각나지 않다니. 쩝. 

 

우선 맥주부터 나왔다. 맥주는 언제 어디서 마셔도 맛있다. 안주거리로 돼지껍데기 튀김이 나왔다. 아주 이거 좋아 좋아.

 

나온 음식을 보고 어이가 없었다. 내가 주문한 음식이 나오질 않고 엉뚱한 음식이 나왔다. 이양반 나보다 더 심한 치매로군. ㅡ,.ㅡ;

"아저씨, 나 이거 주문안했어요."

주인장이 당황해 했다.

"잊었어요? 내가 방금 뭐뭐뭐(그 때 먹었던 것이 생각나지 않아서 ㅡ,.ㅡ;) 주문한거 기억 안나요?"

주인장이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기어 들어가는 소리로 말했다.

"왠만하면 그냥 먹지~~~~!"

어이가 없었다. 그냥 먹기로 했다. 생긴건 정말이지 더럽게 맛없게 생겼다. 그래서 주문할 생각도 없었던 음식이다. 포크로 퍽 찍어 한 입 넣어봤다. 맛이 철저하게 생긴 꼬라지에 충실했다. 게다가 형편없는 맛에 다량의 소금이 가세해 배를 곯고 있던 나의 혀를 조롱했다.

'에이 씨뵹.'

그래도 결국 먹긴 다먹었다. 배고파서. 배깔고 자거나 생돈내고 다른 곳에 가서 먹는 것보다 낫지. 짠음식을 먹어서인지 맥주가 많이 땡겼다. 그렇다고 나를 배신한 이집에 더 뭉개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호텔로 돌아와 샤워를 마친 뒤 지하의 카페로 가봤다. 맥주 500CC를 들고 자릴 찾아봤지만 빈자린 없었다. 저쪽 끝에 무료 인터넷 컴퓨터가 4개 설치되어 있어 그중 하나를 꿰차고 앉았지만 고장이었다. 어차피 자리도 없어 그 곳에서 맥주를 마시며 나머지 다른 자리가 자리가 나길 기다렸다. 막상 자리가 생겨 앉고 보니 한글 서포트가 되지 않았다. 한국의 젊은 친구들은 거의 오지 않는 호텔인 모양이다. 별수 있나. 남은 맥주 마시고 그냥 잤다. 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