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 이베리아8-3(그라나다)
2011.3.23(일) 계속
알함브라 궁전을 나와 식사를 마친 뒤 가장 먼저 간 곳은 알바이신 지구다. 성질 급한 사람은 이 곳과 카테드랄을 보지도 않고 다음 도시로 휙 넘어 간다고 하지만 이 곳에 다시 올 이유는 두 가지다. 새벽에 호텔을 찾느라 헤맨 곳이 바로 이 알바이신 지구였는데 궁전에서 내려다 보니 그 경치가 무척 아름다워 새벽에 본 골목과 낮에 보는 골목이 어떻게 다른지 보고 싶기도 했고, 또 하나의 이유는 고지대인 알바이신 지구에서 건너편 고지대인 알함브라 궁전이 건너다 보이기 때문이기도 했다. 새벽에 찾아 다니던 그 호텔 근처에 조성된 소박한 공원이 있는데 건너편 궁전이 보이는 이 사진을 찍은 곳이 바로 그 공원이었다.
주변 경관도 조용하고 아름답다.
주변에 지어진 집들도 예쁘다.
이 곳에서 건너다 보이는 궁전은 그저 성벽과 카를로스 5세 궁전의 네모진 건물 외곽, 그리고 산타 마리아 교회의 종탑 일부분이었다. 사실 건너다 보이는 궁전보다는 사진을 찍은 위치의 주변이 더 볼만하다. 지금 이 사진을 보자면 가이드 책자에는 이 공원에서 궁전을 보기를 권했지만 자리를 다른 곳으로 옮겨 보았으면 어땠을까 하는 궁금증이 새삼 생긴다.
한동안 골목을 더 누비고 다니다 보니
여행자들이 모여 즐길법한 광장이 나온다. 지금은 아침 저녁으로 제법 쌀쌀하니 그렇지 않을 테지만 여름 밤이면 많은 관광객들이 이 곳을 메워 음식과 맥주를 즐길 것 같다.
카테드랄을 향해 길을 내려가며 골목을 걸어보는 여유를 즐겼다.
전 날 해매던 느낌과는 당연한 이야기지만 느낌이 사뭇 다르다.
같은 골목이라 하더라도 새벽의 이른 시간에 조명을 받은 골목도 지금 생각해 보면 무척 운치가 있었지만 적게 남은 휴식시간을 해결하기 위해 호텔을 찾아 다니던 때의 느낌에는 여유가 없었으니 다를 수밖에 없었다.
다만 한가지 이 때 햇살이 약했는데 좀 더 당렬한 햇살이 들었다면 더욱 그 느낌이 좋았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이 것만도 어디냐 하는 생각이다.
내려 갈수록 골목에 상가가 눈에 띤다.
상가 골목을 지나 바로 눈에 띠는 건물이
그라나다의 카테드랄이다.
입구를 찾기 위해 카테드랄 주위로 빙빙 돌며 외곽을 구경했다.
이 곳 역시 골목 안에 틀어박혀 있는 관계로 전체적인 윤곽을 보는 것은 쉽지 않다.
입구를 찾다 한 바르를 지나자니 바르에서 세워 놓은 홍보용 동상이 눈에 띤다. 나귀 등에 맨 맥주통과 나귀 주인의 손에 들린 맥주컵이 인상적이다. 이걸 보니 맥주가 땡긴다.
카테드랄의 정면이다. 다른 카테드랄과 마찬가지로 정면의 출입문이 이 곳도 굳게 닫혀 있다.
그라나다의 카테드랄(대성당)은 16세기 전반부터 18세기 초반에 걸쳐 건설되었다고 한다. 고딕양식과 르네상스 양식이 혼재되어 있는 짬뽕양식이다. 이 곳을 보면 르네상스 양식인 듯하고
이 곳을 보면 영락없는 고딕양식이다.
이 곳이 출입구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이 곳이 카테드랄 부속 왕실예배당 입구였을걸 아마...? 왕실예배당으로 들어가기 전 한 노파가 아이 둘을 데리고 구걸을 하고 있었는데 영어도 곧 잘 하는 편인데다 왠지 인상이 인텔리전트한 인상이 보여 더욱 안쓰럽게 느껴졌다. 그냥 지나치지 못해 가지고 있던 동전 한 닙 주고 안으로 들어갔다. 왕실예배당은 제단이 3단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최상위에는 십자가에서 피를 흘리는 형상이, 좌로는 십자가를 진 모습 우로는 죽어 십자가에서 내려진 그리스도의 주검을 형상화했다. 세례자 요한의 잘린 목과 살로메의 모습, 독수리 문장, 대리석 관 등이 놓여져 있어 볼만하다. 지하에는 그들의 무덤이 있다. 이상하게도 그 곳에서 찍은 사진이 거의 없다. 촬영 금지였던가??? 이 내용을 메모로 남겨둔 걸 보면 사진 촬영이 금지되어 있었던 것이 틀림 없다. 기억을 못하는걸 보니 나도 늙긴 많이도 늙었군. ㅡ,.ㅡ;
왕의 예배당에서 카테드랄로 넘어간 시간은 17:15이었다. 1시간 15분을 왕실 예배당에서 보낸 모양이다.
카테드랄 내부는 고딕양식으로는 스테인드글라스를 제외하면 거의 보이지 않는다. 제단은 르네상스 양식으로 장식했는데 그 화려함과 섬세함은 사치라는 표현으로 대신할만 하다.
여러층으로 나뉘어진 제단 위는 궁륭형 지붕으로 덮여져 있고 장식은 황금빛이 찬란하다.
제단의 후면은 여러 층으로 분리되어 스테인드글라스와 성화를 전시했지만 모두 높은 곳에 위치하고 있어 개별 작품 감상은 불가능하다. 큼지막한 작품들이지만 워낙 높이 있으니 작게 보이는 탓이다. 그래도 특별한 손님들은 보여 줄 참인지 층마다 난간이 설치되어 있다. 그래도 작품감상은 일정 거리 이상 떨어져서 전체적인 윤곽을 봐야 하는데 그러기엔 난간과 작품 사이의 공간이 너무작다. 까딱하면 감상하다 말고 떨어지고 말겠다. 그래서 안올려 보내 주는걸로 알고 감사하게 생각하겠음.
이따금씩 이들의 건축물 안에서 느끼는 것은 건물을 이렇게까지 높게 짓는 이유는 교회의 권위와 성직자의 권력을 과시하기 위함이었을테지만 이런 곳은 어지간한 추위에도 내부가 끔찍하게 춥다. 이 곳은 남유럽이니까 그런다 치지만 중부유럽과 북유럽에선 겨울에 어쩌나 몰라. 그 어마어마한 경비를 물어가며 난방을 할 리는 만무하고...
이 곳에 들어설 때 가장 기분이 좋았던 것 하나는 오르간 연주가 계속 이어져 관람하는 동안 내내 신비롭고도 경건한 마음이 들어 이 곳에서의 감상은 더욱 기억에 남는다. 어마어마한 규모이면서도 장식이 아름다운 이 파이프 오르간의 연주를 들을 수 있었지만 도대체 키보드는 어디에 설치했는지 연주자의 모습이 보이질 않는다. 설마 음악 틀어 놓고 사기치는건 아니었겠지... 사실 이런 정도의 대성당이면 그저 자그마한 성당에서 합창단에 맞춰 연주하는 그런 정도의 엉성한 연주는 아니니 실제 연주를 들었다면 컨서트를 다녀 온 셈이 되기 때문이다.
이 곳에도 여러개의 소예배실이 상당수 설치되어 있는데 그 중 몇 개만 카메라에 담아 보았다.
카테드랄을 나오면서 기념품으로 성물을 찾아 보았다. 카테드랄을 들를 때마다 성물판매처를 들러 보았지만 사고 싶은 성물은 거의 없었다. 3월에 조카 준상이의 세례식이 있기 때문이었다. 이 곳은 앙증맞은 성물이 제법 많았는데 아주 작은 인형 세개를 집었다. 구유에 누운 아기 예수, 여성 인형과 남성 인형으로 모두 3개를 골랐다. 가격 3유로. 짐작으로는 마리아와 요셉으로 성가족 세트가 아닐까 했지만 양을 안고 있는 요셉상은 한 번도 본 적이 없어 요셉인지 아님 전혀 상관도 없는 목자(카톨릭에서는 예수를 목자로 표현 하기에 세 개의 인형이 각기 다른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확신이 들지 않아 판매원에게 물었다. 준상이에게 줄 선물이니 그 의미를 알고 가야 할 것 같았다.
"이 인형이 누구져? 요셉인가요?"
나도 모르게 독일식 발음(요제프)으로 불어보았다.
"예, 맞아요."
"그럼 이 인형은 마리아겠군요."
나도 모르게 이 번엔 영어식 발음(메리)으로 물었다. 나 짐 머하는거냐? ㅡ,.ㅡ; 판매원은 약간의 웃음을 보이며 맞다고 대답했다.가격이 무지하게 착하다. 개당 3유로인줄 알고 10유로를 내놓았더니 7유로를 거슬러 준다. 알고 보니 1세트에 3유로였던 모양이다. 잘샀다. 예수 탄생을 표현한 3개의 인형은 그야말로 앙증맞기 짝이 없다. 말과 소가 함께 있으면 더욱 좋을뻔했다.
맡겨 둔 짐을 찾기 위해 숙소로 돌아 오니 안에서 사장님이 밖을 내다 보며 나와 눈이 마주치자 미소를 지으신다. 나름 귀엽다. 짐을 찾은 뒤 인사하고 나왔다.
이제 이 날의 일정은 코르도바로 가는 일만 남은 셈이었다. 코르도바로 가는 차량편은 자주 있으니 서두를 이유도 없었다. 배낭을 맨체 그라나다 중심부에서 이리 저리 돌아다녀 봤다.
여기저기 보이는 광장들이 운치가 있어 하릴 없이 거니는 것도 즐길만하다.
시내 버스를 타고 터미널로 가 19:00에 떠나는 시외 버스표(12.81유로)를 샀다.
3시간 정도 소요되어 코르도바에 도착했다. 화장실을 들러 나가려다 말고 거울이 눈에 띠자 극장에서 본 광고 생각이 났다. 완벽한 사진은 화장실에서만 찍을 수 있다나 어쩧다나... 그냥 한 번 생각나서 찍어 봤지만 완벽하긴 개뿔이나... 배경부터가 꾸지기 짝이 없다.
이 곳에서의 숙소는 메스키타 바로 근처에 붙은 알베르헤 후비니(Albergue Jubini)로 결정했다. 메스키타로 가기 위해 아무 버스나 붙잡고 물어봤다. "메스키타 가여?"가 버스 기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어둠이 깔린 시간이었다. 나는 버스 기사 바로 근처에 앉아 메스키타에서 내려 달라고 부탁했다. 버스 기사는 무척 친절했다. 그는 버스 정거장이 아닌 곳에 차를 세우고는 길가에서 연결되는 골목을 가리키며 "이 골목으로 줄곧 가면 메스키타가 나와요." 하며 알려 줬다. 투철한 서비스 정신에 살짝 감동했다.
한참 가다 보니 뭔가 오래된 벽이 길게 펼쳐져 있었다. 모르긴 해도 이게 메스키타가 아닌가 싶었다.
메스키타 건물 벽을 끝까지 따라가니 멋진 탑이 나온다. 가우디보다는 오래된 탑인 것 같은데 아래쪽이 이리 뭉실 저리 뭉실 불규칙하지만 자연스럽고 멋스러운 조각이 탑을 이고 있는데 조명을 받아 더욱 아름답다. 탑에는 뭐라고 써있지만 뭐라고 써 놓은건지 알 턱이 있나... ㅡ,.ㅡ;
탑을 등지고 돌아서면 역시 조명을 받아 환상적이고도 웅장한 메스키타의 전경이 눈에 들어 온다.
방향을 90도 꺾어 안으로 더 들어 가 봤다. 메스키타 건물을 만난 후 세 번째로 보는 모서리에서 만난 마을 사람들에게 후다 레비(Juda Levi)를 물었더니 가는 길이라며 따라 오란다.
세 번째로 만난 모서리에서 안쪽 골목으로 들어가 왼쪽으로 돌자 금방 알베르헤 후비니(Alberge Jubini Hostel: 주소 Plaza de Juda Levi s/n 전화 957-29-0166)가 나온다. 아래의 사진은 문제의 바로 그 호텔이다. 추천할만한 곳이기에 주소와 연락처를 적었으니 가실 분들은 참고하시길...
이 곳에서 이틀을 묵을 참이었지만 우선 하루만 묵어 보기로 했다. 23.27유로를 내고 도미토리를 받았다. 엥? 도미토리를 달라고 했더니 2인실이네? 이 곳에서도 친구 생길 일은 없겠군 하고 생각했지만 이건 잘 못 안 것이었다.
어쨌든 저녁을 먹지 않았으니 민생고부터 해결하기 위해 골목을 쭐레쭐레 돌아다녀 봤다. 이 때의 시간이 거의 10시가 다 되어 가고 있어서 저녁을 먹기 보다는 약간 푸짐한 안주에 맥주를 먹고 싶어졌다. 그래서 찾은 곳이 아래 사진의 레스토랑.
차분하고 우아한 분위기의 이 식당에는 늦은 시간이어서 그런지 아니면 비성수기여서 그런지 손님들이 그다지 많지 않아 무척 조용했다.
나는 이 곳에서 맥주와 함께 뭔지도 모르고 fish 어쩌고 저쩌고 하는 음식을 시켜봤다. 코딱지보다 조금 큰 대구살 튀김 몇 개 접시에 굴려 내놓았다. 신선도도 높고 맛도 좋은데 시켜놓고 보니 넘 알량하다. 그래도 맥주 석 잔을 시켜먹고 기분이 알딸딸한게 빵과 함께 먹으니 배도 적당하게 불러왔다. 느즈막이 숙소로 돌아와 더운 물에 샤워한 뒤 잠자리에 들었다. 더블룸에 욕실까지 딸렸고 여기에 24유로면 감사한 요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