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어학연수15-3(시안)
2010.7.9(금) 계속
진용박물관에서 꼼꼼하게 다 둘러 보고 난 우리는 슬슬 걸어서 다시 입구로 나왔다. 조금 서두르면 진시황릉도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하지만 여행중에는 이따금 여유도 필요한 법. 우리는 서둘러 릉을 보는 대신 입구로부터 저 바깥에 버스정류장까지 쭈아악 늘어선 기념품점을 하나씩 둘러보기로 했다. 사실 박물관을 나설때만 해도 나는 절대 물건을 안사기로 작심을 했었다. 왜냐 하면 이런 관광지에서의 물건이 대부분 비싸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나는 입구에서 나오자마자 가장 가까운 곳에 들른 기념품점에서 보기 좋게 사기와 바가지를 동시에 썼다.
기념품 중 가장 중요한 것은 토용 모형이었다. 어떤 것은 세라믹이었고 어떤 것은 흙으로 대충 빚어 대충 구운 것들이었다. 주인은 금속 뭉치로 만들어진 재털이로 토용을 두들겨 패면서까지 견고함을 보여주려고 했다. 손바닥만한 세라믹 궤사용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얼마냐고 물으니 100위엔이란다. 내가 총알 맞았냐 그걸 사게? 생깠다. 그 큰 가게 안에 진열된 다른 코너로 가는 동안 얼마를 원하느냐고 계속 묻는다. 30위엔에 달라고 했더니 흙으로 대충 만들었다는 토용을 내놓았다. 다시 생깠다. 나중엔 그래 좋다 하더니 토용 하나를 내게 쥐어 주었다. 30위엔을 내주고 나니 왠지 뒷맛이 개운치를 않았다.
뜀도령이 들여다 보더니 흐믓하게 웃는다.
"으허허... 이거 흙으로 빚었다는 그 인형 아니오?"
"아닌데?"
"맞대니깐."
"틀림없냐?"
"글쎄 내가 사지 말라고 했잖아요."
역시 뜀도령은 물건 사는데 있어서는 여우고 나는 곰이었다.
"어떻게 알어?"
"이건 색깔도 좀 흐릿하고 첨에 보여준 건 좀 진한 색이고 손 모양도 첨 본거하고 다르자나여."
ㅡ,.ㅡ; 잘샀다며 기분 좋다 말고 손에 쥐고 있던 토용을 바닥에 확 팽개치고 싶은 생각부터 들었다. 아~~~ 젠장.
이 물건을 들고 가서 따져서 세라믹으로 다시 받거나 아님 환불해 오는 방법도 있었지만 이미 밟은 똥 괜스리 손으로 만지면 뭐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밟은 동은 걍 무시하고 기분좋게 더 놀기로 했다.
우리는 계속 기념품 가게를 다니며 토용 몇 개를 더 샀지만 유독 그 물건만은 뜀도령의 설명을 증명하기라도 하듯이 한국으로 돌아와 꺼내 보니 목이 떨어져 나가 있었다. 젠장 나 모르게 알카에다라도 만났구 왔나... ㅡ,.ㅡ;
냉장고 장식용 자석도 몇 개 사고 돌도장 파는 곳을 지나다 세 놈 모두 눈이 꽂힌 곳은 돌도장이었다. 그러잖아도 베이징에서 하나 파려다 말았던 적이 있다. 생각했던 것보다 값이 비싸기 때문이었고 게다가 글자 파는 값은 따로 내야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어허, 이것 보게. 무늬를 새겨 넣은 도장은 오히려 조잡하고 차라리 민무늬를 고르니 값이 더 싸다. 이 곳은 도장과 파는 값 모두 20위엔이란다. 나도 하나 팠다. 파 놓은 도장을 보고 그 안에 새겨진 내 이름 석자의 추라함이여... ㅡ,.ㅡ; 차라리 도장을 사서 내가 파볼걸 잘못했군. ㅡ,.ㅡ;
도장을 파고 난 뒤 나는 중국인의 상술이 얼마나 뛰어나며 내가 얼마나 멍청한지를 실감하게 만든 한 기념품 가게를 들르게 되었다.
가게 주인은 내가 제일 멍청하게 보였던 모양인지 토용 2 개를 내밀며 50위엔에 주겠다고 했다. 내가 처음 30위엔에 주고 사려던 것을 30위엔에 두 개를 내 놓으니 내가 좀 전에 산 것이 얼마나 바가지를 쓴 것인지 실감하게 된다. 아무래도 박물관 입구에서 가장 가까운 기념품점이면 자릿세도 비쌀테니 바가지도 더 심할 터였다. 참 일찍도 깨닫는군. ㅡ,.ㅡ;
어쨌든 30위엔으로 깎아서 샀다.
이 번엔 뒤짐을 진 진시황 인형을 하나 꺼내 보여주며 세라믹으로 만든건데 뭐가 어쩌고 저쩌고 하며 조잘거렸다. 얼마냐고 물으니 100위엔. 20위엔으로 깎아서 샀다.
사자마자 이 아주머니 이 번엔 새로운 진시황 인형을 내놓았다. 한 손은 뒷짐을 지고 있고 나머니 한 손은 히틀러에게 경례한 손이다. 이렇게 튀어 나온 손은 만들기가 어려워 비싸단다. 200위엔짜린데 50위엔에 준다나 어쩐다나... 아주머니는 아까거보다 더 받으려 했지만 또 20 위엔으로 깎아서 샀다.
옆에서 뜀도령과 찬바람은
"잘한다 잘해 쯧쯔..." 하며 잔소리하고
아주머니는
"이 번엔 진짜 좋은거 정말 싸게 드릴게" 하며 나가려는 나를 또 붙잡았다. 하지만 아주머니의 터진 운은 여기까지였다.
어쨌든 기념품이랍시고 산 것들이 모두 바가지 쓴 것 같은 생각만 들었다. 하지만 다음날 알았지만 시안 시내에서는 이 물건들이 훨씬 더 비싼 값에 팔렸다. 사 온 물건들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죄 다 여기 저기 빼앗기고 가장 처음에 바가지 쓰고 산 토용만 남았다. 지금도 오디오 위에 올려 놓은 이 토용은 가져 올 때 모가지가 뎅겅 떨어져 살 짝 올려 놓았다. 하지만 그거라도 남아 있으니 왠지 흐믓하다.
17:50발 버스를 타고 시안 시내로 돌아오는 길은 왠지 피곤해 1시간여 내내 차 안에서 잠만 잤다. 시안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땅거미가 지고 있을 때였다. 숙소로 돌아가는 버스를 타고 밖을 내다 보았다. 반정도도 못가서 발견한 대로변 식당가. 왠지 분위기는 야시장 분위기였다.
"어! 저거저거... 저기서 밥먹을까?"
뛰모령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버스는 우리가 발견한 대로변 식당가 멀지 않은 곳에서 섰고 우리는 서둘러 내렸다.
음 좋아좋아 아주 이국적이고 아주 중국스러워...
아직도 비가 흩뿌리고 있었으니 푸짐한 음식에 맥주 한잔이면 더 없이 행복할 것 같았다.
식당마다 손질한 식재료들을 밖에 내다 놓았고 여기저기 굽고 지글거리는 소리와 냄새에 우리의 식욕은 허기와 죽이 맞아 우리를 안으로 끌어들이고 있었다.
역시 그중 사람이 가장 많아 보이는 곳으로 들어갔다.
우선 시장기부터 달래기 위해 가장 먼저 주문한 것은 볶음밥과 한스맥주. 한스맥주의 맛은 여전했지만 볶음밥은 왜 이렇게 짜냐. 어이 주인장 요리하면서 맛은 본거요?
뒤이어 나온 생선구이. 표면에 향신료를 엄청 뿌려댔다. 찬바람과 뜀도령은 못먹고 나만 수지맞았다. 허허허...
다음으로 나온 오징어 볶음. 찬바람과 뜀도령이 가장 좋아한 음식이 바로 이거였다. 왜? 한국거하고 맛이 가장 비스므리 하니까.
이 매운가재 역시 맛있다. 다 좋은데 이집은 왜 공통적으로 음식이 짠거냐고. 이 가재는 튀긴게 아니고 볶았다. 튀긴 것은 껍질을 까다 보면 안에는 전혀 배지 않은 양념이 손으로 만지작거리다 보면 양념이 뭍는다. 다 까서 먹을때가 되면 손가락을 통해 양념이 밴다. 물론 손 안씼었으면 더욱 짭짤하다. 근데 이건 머리를 제거하고 볶은거라 속으로 양념이 푸짐하게 뱄다. 다 좋은데 짜다.
얘네들은 어떻게 먹을려고 하는건지 오르겠지만 심란한 운명인것만은 틀림없다. 뜀도령은 개구리라 하고 나는 두꺼비라 우겼는데 아무리 네발달린건 책걸상 빼고 다 먹는다는 중국인들이라지만 설마 독있는 두꺼비는 안먹겠지. 그럼 개구리 맞다. 무슨 개구리가 이렇게 흉칙하게 생겼는지 원.
손님들의 주문에 따라 열심히 굽고 있는 주인장... 종업원인가?
다시 버스를 타고 돌아온 시간이 아마도 9시는 넘었을거다.
돌아와서도 우리는 공짜맥주는 어김없이 마셔 주고 샤워한뒤 일찍 잤다. 우리 방엔 이탈리아계로 보이는(지레짐작) 여자가 새 룸메이트로 들어왔지만 잠자리 들 시간이라 눈인사만 잠깐 하고 바로 디비졌다.
내가 산 물건은 사지을 안찍었으니 뜀도령이 산 물건들의 사진을 대신 올렸다. 냉장고 자석. 일부는 내가 산것과 동일한 것도 있다.
궤사용.
입사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