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어학연수5(지난)
2010.6.27(일)
아침에 일어나 시내 활보용 작은 가방을 따로 꾸려 둘러메고 호텔프론트에 짐을 맡긴 뒤 호텔을 나섰다. 호텔은 시내 중심가를 약간 벗어난 곳이어서 금방 번화가로 연결이 되었다.
호텔로부터 내가 가고자 하는 바오투추엔까지는 버스로 몇 개 정거장을 가야했지만 일부러 걸어 본 이유는 적당한 식당을 찾아 아침식사를 해결하기 위해서였다. 조금 걷다가 발견한 골목길. 골목길이야말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구경거리 중 하나다. 여기서 아침식사를 해결할 참이었다.
고만고만한 노점 먹거리들이 대부분이어서 뭘 먹을까 고민하던 차에 눈에 띠는 만두집 하나가 있었다. 안쪽에는 만두피 반죽과 비벼낸 소를 이용해 만두를 빚는 작은 공간이 하나 있고, 밖으로는 이 만두를 찌는 시설과 판매대가 있었다. 그다지 깔끔해 보이지 않는 벽에는 정부 기관 등에서 인증한 것으로 보이는 듯한 패가 세 개 붙어 있어 호감이 갔다. 이 곳 말고 다른 테이크아웃 고기요리집에도 이런 것이 잔뜩 붙어 있는 것을 이 골목 직전에 본 곳이 하나 있어 처음 보는 것은 아니었지만 사실 그게 뭔지는 모르겠다. 사람들이 이 곳에 줄지어 만두를 사가는 걸 보고 만두 5개를 달라고 했다. 어느게 어느 소가 들어간지 알지 못해 그냥 하나를 찝어 한 가지만 골랐다. 얼마냐고 물으니 치마오(7角)라고 한다. 처음 들어보는 소리가 이해되지 않아 되물으니 마오도 모르냐고 되묻는다. 외국인이라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간다고 했더니 그제야 웃으며 벽에 붙은 작은 칠판에 적힌 가격을 가리키며 어디 사람이냐고 물었다. 아항! 치지아오(7角)! 중국에선 돈단위를 표기할 때와 말할 때가 다르다. 예을 들어 인민폐 "5위엔"이면 기록할 때는 5元이지만 실생활에서 값을 부를 때는 "5콰이"라고 말한다. 그 하위의 단위는 각(角)인데 이것을 말할 때는 마오라고 말하는 것을 오늘 처음 들어본 것이다. 1위엔 5각이면 보통 "이(1)콰이우(5)"라고 말하기 때문에 위엔단위를 벗어난 단독 "각" 단위는 오늘 처음 들어본 탓이다.
거 참 엄청 싸군. 7지아오이라면 개당 130원정도다. 5개를 봉지에 담아 골목골목 누비며 우물우물 먹다 보니 금새 다 없어져 버렸다. 간단하게 아침식사를 마친 셈이었다. 처음 이 만두를 베어 물었을 때는 짠 맛과 간장의 강렬한 향만 느껴졌다. '아침부터 줄서서 사가는걸 보면 그들에겐 맛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이건 좀 별로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두 번째 베어 물었을 때의 느낌은 풍부한 맛에 무언가 깊은 것이 와 닿는 느낌이었다. 단 맛과 인공 감미료에 내가 너무 길들어 조미료를 쓰지 않은 것에 적응이 안되었던 모양이다. 촌스럽긴... 아침부터 정감넘치는 골목 시장길을 거닐며 맛있는 만두를 물고 다녔던 기억은 19일간의 중국 생활 중 가장 즐거운 순간이기도 했다.
골목을 벗어난 나는 19번 버스를 타고 바오투추엔의 입구에 도착했다. 표(40위엔)를 사서 안으로 들어가 봤다.
이 바오투추엔 공원도 규모가 꽤나 큰편이었다.
바오투추엔은 많은 양의 물이 지하로부터 뿜어져 나오는데 오래전부터 이 곳 지난 사람들은 바오투추엔에서 솟아 나오는 물을 식수원으로 썼다고 한다. 초당 1600리터의 물이 솟아오르는만큼 그 풍부함과 20cm까지 파워풀하게 솟구치는 물줄기가 볼만했었다고 하는데 지금은 물이 솟아 흩어지는 정도이고 솟구치는 물줄기는 볼 수 없었다. 바오투추엔은 천하제일천이라고 물릴 정도로 중요한 물공급원이었다고 한다. 이 곳은 명대와 청대의 건축물들과 함께 보존되어 다섯개의 샘 주변을 공원으로 조성해 놓은 것이다. 아래 사진의 이 곳엔 연못을 조성해 놓고 금붕어를 풀어 놓아 많은 사람들이 물아래를 내려다 보며 한가롭게 쉬고 있었다. 나도 잠깐 앉아 더위를 식히는데 이따금 방향을 바꿔가며 분수처럼 뿌려대는 인공 물줄기가 멀건히 앉아 쉬는 사람들을 공격해 놀래키곤 한다. 설계자의 짓궂은 프로그램에 욕하는 사람은 그래도 없었다.
공원을 돌다 보니 몇 몇 노인들이 전통악기를 들고 나와 전통음악 연주를 하는데 앉아 즐기기에 손색이 없었다. 나는 가던 길을 잠시 멈추고 사람들 틈에 끼어 앉아 노인들의 음악을 감상했다. 나 말고도 함께 모여 앉아 음악을 듣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고 듣는 모습들은 사뭇 진지했다.
역시 놀러 오신 아주머니 중 한 분이 연주에 맞춰 부르는 노래는 상당한 실력을 자랑했다. 마지막 부분에서 노래가 틀리자 부끄러워 하셨지만 열정과 노련함은 박수를 받기에 충분했다. 후에 등장한 타악기 중에는 목탁 두 개를 고정시킨 것 같은 모양새의 것 있었다. 목탁과 비슷하지만 소리는 목탁처럼 깊고 울림이 큰 소리는 아니고 조금은 가볍고 울림은 약한 것이 귀여운 악기였다. 호기심에 이름을 물으니 "무율"이라는 악기란다.
사진을 찍기는 했지만 이 종의 유래와 배경에 대하여는 알고싶지만 모른다. 궈!(통과!)
이 곳은 청일전쟁 당시 일본군과의 전투에서 승리한 누구라더라 하는 장군의 기념관도 함께 있었다. 그게 5월 3일이었는지 오삼기념비라 적혀있다.
척척 늘어진 버드나무와 곡선의 형태로 놓여진 다리가 운치를 낸다.
이 곳이 물이 솟구친다는 다섯개의 샘 중 하나다. 물이 계속 샘솟는 것은 물의 파동을 통해 알 수 있지만 이야기 듣던 것처럼 위로 치솟는 물줄기는 없었다.
이 곳에는 가족 단위의 나들이객들이 특히 많아 보인다.
이 곳 연못에는 여러개의 샘이 있고 샘솟는 물의 파동이 여러개 보인다. 그 주변에 누각을 세워 보는 이의 눈을 통해 무더운 날을 조금이나마 식혀주는 듯 하다.
물을 뿜는 샘물을 많은 사람들이 내려다 보고 있다.
중국에서는 이러한 홍등이 흔하게 눈에 띠는데 이 것이 가장 중국적인 분위기를 내는 것 같다. 큰 빌딩이나 호텔 같은 곳에도 이러한 등을 몇 개만 달아 놓아도 고전적인 모양새를 갖춘다. 이번에 다녀본 다섯개의 도시 즉, 베이징, 지난, 타이안, 청더, 시안 등에는 도시 내에 자국 전통적의 분위기를 가진 곳들을 도처에서 볼수 있는데 중국색을 내는 다른 많은 것들 외에 이 등 하나만으로도 그것이 가능하다는 사실이 한편 부럽기도 하다. 관광객을 끌어 들이는 것도 무척 중요하지만 다녀가는 관광객들에게 고유문화의 인상을 깊게 심어 주는 것이야 말로 진정한 관광 대국으로서의 자격을 갖추었다 할 수 있을 터인데 우리에겐 전통적인 문화의 향기가 특정 몇 곳에만 있고 그 외엔 너무 없어 도시의 특색이 약하다는 것이 무척이나 아쉽게 느껴지는 오늘이다.
이 곳은 말라버린 샘인지 물의 파동은 없고 물은 썪어간다.
누각 일부를 장식한 동부조. 역사적인 한 장면을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노국(魯國)의 기가 나오는것을 보면 춘추전국시대가 배경이 아닌가 싶다.
셀카 한 컷.
오래된 수상가옥 내부에는 오래됨직한 가구들이 전시되어 있다.
중국의 단청에는 우리의 것과 확연히 다르게 보이는 것 중 하나가 가운데에 산수화같은 그림들이 들어간다는 것인데 공통적으로 그 안의 산수화는 결코 감탄을 자아내는 우아한 그림들은 아니다. 그림 외의 바깥쪽 부분의 채색과 무늬도 그다지 섬세하지 않다. 이들 중국의 고전건축물들은 크고 웅장하지만 섬세함과 우아함 그리고 절제된 아름다움에 있어서는 우리 전통의 것이 몇 수는 그 위에 있음을 알게 된다.
이 운치있고 낭만적인 수상가옥에는 누가 살았을까 궁금해진다.
수상누각 위에서 셀카 한 컷.
누각 주변의 운치있고 아름다운 건물들. 부채가 장식된 곳에서는 이 곳에 상주하는 한 화가의 작품이 전시되어 팔려 나가길 기다린다. 그닥...
바오투추엔에서 나온 나는 다밍후(大明湖)를 향해 걸었다. 버스를 타고 가는 방법도 있지만 20분 이내의 거리이기도 했고 가는 길이 수로를 끼고 있어 바오투추엔 공원 내부보다 더 아름다운 풍경을 내고 있어 천천히 걷기에 너무나도 좋다. 날이 선선하다면 그야말로 환상적인 길이다. 이따금 물속에서 썪어가는 쓰레기를 건져내는 노인들의 모습이 여유롭고 한가한 모습이어서 한 폭의 그림에 다름 아니다.
이 곳은 공원으로 조성된 곳인데 입구 안쪽에는 다섯 마리의 돌로 세워진 용이 물을 뿜는다. 이 곳은 가이드 책자에는 나와 있지 않지만 시간이 많다면 한 번 쯤 들러볼만도 하지만 오늘은 북경으로 돌아가는 날이고 넓디넓은 대명호를 가능하다면 완전일주로 걸어보고 싶었던 관계로 건너 뛰었다.
이 곳이 다밍후(大明湖)의 남문(30위엔)이던가...? 다밍후는 바오투추엔에서 흘러나온 물이 이곳에 모여 이루어진 호수라고 한다. 호수의 면적은 465,000제곱미터이며 호반에는 원대의 오래된 건물들도 남아있다. 다밍후는 당대의 대시인 이백과 두보가 찾았으며 두보는 745년 서예가인 리용(李邕)을 만났던 일을 시로 남겼다고 한다. 시에 관심도 없고 문외한이니 내용은 통과!.
입구를 들어서면 가장 먼저 보이는 금색 문자의 기념물이 보인다. 뭐라고 쓴건지는 모르겠지만 보기에만도 무척 아름답다. 뭐 좋은 말이 쓰여 있겠지뭐.
연잎으로 뒤덮인 사각 인공연못과 오래된 건물이 어우러져 멋진 풍경을 만들어낸다.
이 안에도 종각이 있는데 유래를 모르니 통과!
다밍후 저 멀리에 보이던 높은 누각에는 꼭 한 번 가보고 싶었다. 다밍후를 한 바퀴 완전히 돌면서 누각에 들러 보려던 나의 계획은 아래의 사진을 찍은 위치에서 좌절되었다. 더 이상 갈 수 없게 철책으로 막아 놓은 것이다. 다시 말하면 돈내고 보는 곳은 여기까지고 건너편은 표를 사지 않아도 들어 갈 수 있는 곳이란 얘기였다. 건너편으로 건너가 보고 싶었지만 공짜구역임에도 불구하고 갈수 없으니 이 아니 묘한 고립인가.
사실 다밍후에서 가장 볼만한 것이 바로 이누각이라고 생각했는데 일단 여기서 막혀 좌절되니 배를 타고 건너는 수밖에 없었다. 왔던 길을 되짚어 길을 건널 수 있는 배편을 알아보았다.
엉성한 배를 타고 다밍후 가운데 있는 섬으로 가는 방편이 있었다. 그 곳을 통해 완전히 물을 건널 수 있는지 물었더니 섬에 내려주고 나면
호수 건너편으로도 간다고 한다. 이거 잠깐 타는데 10위엔이면 넘 비싼거 아닌가? 그래도 다시 걸어서 매표소로 되돌아 가는 지루하고 힘든 코스는 사양하고 싶었다.
아쉬운 것은 바로 눈앞의 누각에 뱃머리를 대는 것이 아니고 상당히 떨어진 곳에 내려 준 것이다. 매표소는 좀 더 가까워졌지만 누각은 한층 더 멀어졌다.
이 때는 다밍후 먼 곳까지 쉬지 않고 걸었더니 다리가 무척 아픈데다 더위에도 지쳐 있어 문제의 누각까지 가겠다는 엄두가 나지 않았다. 점심도 먹지 못한데다 더위에 지친터라 바오투추엔에서 다밍후로 가는 길에 봐 두었던 식당으로 가 보았다. 실내도 깔끔한 것이 괜찮아 보였고 사람도 많은 편이었다. 오후 두시가 이미 넘은 시간이라 늦은 점심을 먹기 위해 이 곳에 온 손님은 나뿐이었다.
두 명의 황제 초상화가 걸려 있어 그 이유를 물어 보았다. 혹시 황제가 다녀간 유서깊은 곳이 아닐까 하는 은근한 기대가 있었지만 실은 그게 아니고 이 곳에 오는 손님 모두가 황제처럼 만족하길 바라는 의미라는 대답에 약간의 실망이 뒤따랐지만 곧 잊고 황제처럼 생각하고 먹기로 했다.
중국에서는 한 가지 요리를 시켜도 양이 많아 한 가지 이상 먹자면 여러명이 가야 유리했다. 그래서 요리 한접시에 밥을 시켜먹곤 했지만 오늘은 남더라도 이 곳에서의 마지막 식사이니만치 두 개의 요리를 시켜 약간의 호강을 해보기로 했다. 지배인쯤으로 보이는 남자 직원이 메뉴판을 들고 왔다. 주재료가 무엇인지는 메뉴판의 한자를 보면 알 수는 있지만 그 주재료에 무슨 짓을 어떻게 해서 만든 요리인지 사진이 없으니 알수가 있나.
"메뉴판을 봐도 모르겠으니 하나 추천해 주세요" 했더니 뭔가 하나를 가리킨다.
이 번엔 내가 야채요리 중에 하나를 골라 칭다오 맥주와 함께 주문해 보았다.
음식이 나오니 푸짐했다. 나는 여기서 이 음식이 다 없어질 때까지 느긋하게 앉아 두시간 한도 내에서 천천히 먹고 나갈 참이었다.
칼로 썰지 않고 깨진 파편처럼 산산조각낸 생오이와 익힌 돼지고기를 섞어 버무린 야채요리 한 접시와 목이버섯과 돼지고기를 주재료로 하고 간장을 양념으로 한 요리였다.
젓가락으로 집어 입 안에 넣은 오이와 함께 딸린 돼지고기 한점이 나도 모르게 눈을 감고 음식에 집중하도록 만들었다.
입속에 든 것들이 혀에 닿는 감촉과 씹는 느낌 그리고 씹으면서 물씬 풍기는 오이의 향 그리고 소량이 첨가된 부드러운 돼지고기가 더해주는 풍부함에 감각을 집중시켰다.
목이버섯 요리는 씹는 순간에 느끼는 촉촉함과 쫄깃함에 더하는 간장의 향 그리고 돼지고기가 더하는 맛의 풍부함이 나 혼자 즐기는 이 작은 맛의 향연에 행복감 충만하게 해 준다.
맥주를 더 주문해서라도 이 요리는 죄 다 먹고 나가겠다고 생각하는 중에 나 외에는 손님이라곤 하나도 없는 식당 안에서 지배인에게 묻는 여직원의 나직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디 사람이래요?"
"몰라."
"안물어봤어?"
"궁금하면 가서 물어보지 그래?"
"대신 좀 물어봐 주면 안돼?"
대충 이런 내용이었다. 나는 걍 모르는척 음식에만 열중하는척 했지만 외국인에 대한 호감 내지 호기심이 그리 싫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나 한국에서 왔어요."라고 묻지도 않은 말을 하면 오버라는 생각이 들어 시치미 뚝 따고 있었다.
나를 궁금해 하던 직원은 자그마한 키에 피부는 살짝 검고 눈은 커서 귀여운 인상의 소유자였다.
그녀가 식사중인 내게 다가와 기어 들어가는 소리로 물었다.
"어디 사람이세요?"
"한국인이예요." 했더니 금새 얼굴이 밝아지고 다른 여직원들도 나와 여직원의 대화에 관심들이 쏠림이 느껴졌다.
"여기엔 왜 오셨어요?" 그녀의 관심이 즐거웠다.
"지금 북경에서 중국어 공부하고 있는데 주말이라 놀러왔어요."
"북경에선 얼마나 살았어요?" 내가 중국어를 얼마동안 배웠는지가 궁금했던 모양이다.
"아직 일주일도 안됐어요" 놀라는 눈치다. 중국어 일주일도 안배우고 어떻게 그만큼 할수가 있는지 의아하다는 눈치였다. 한국에서 이미 공부를 해왔다는 말을 하자 그제서야 웃었다.
할 말이 없는건지 아님 괜한 질문이란 생각인지 뭘 더 물으려다가 그녀가 머뭇거리는 것이 느껴져 내가 먼저 쓸데 없는 너스레를 떨었다.
중국엔 두 번째지만 이 곳 지난은 처음이다. 날씨가 덥지만 이곳에도 바오투추엔이나 다밍후 같이 아름다운 곳이 많아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너는 이 곳에 오래 살았느냐 등의 이야기돠 질문을 했더니 오히려 더 좋아한다.
대낮이지만 맥주는 두 병을 마셨다. 배는 터지기 직전이었지만 기분좋게 그들먹한 뱃속이 뿌듯하다고 생각될만큼 음식은 맛이 있었다. 계산 후 나올 때는 음식값(46위엔)이 무척 싸다는 생각이 들었다.
식당을 나오기 전 화장실을 잠깐 들렀다가 묘한 생각이 드는 시설이 눈에 들어왔다. 바로 츠어수오(厠所)다. 과거에는 기차역 같은 공공장소에 흔히 볼 수 있었다는 문짝 없는 화장실. 이제는 찾아보기 어려운 시설이다. 북경에 처음 놀러왔던 2004년 여름에는 이러한 화장실들이 외국인들의 경악을 의식해 사라지는 추세였다고 하는데 나는 지금 처음으로 이걸 보니 신기한 생각이 들었다. 요즘은 화장실을 지칭하는데 있어 그러한 용어는 거의 쓰지 않고 시쇼우지엔(洗手間) 또는 웨이셩지엔(衛生間)이라는 용어를 쓴다. 한 번은 이러한 시설을 이용하는 남자를 본 적이 있는데 문화적 차이라고는 하지만 익숙치 않은 우리에겐 무척 민망한 장면이 연출된다.
음식을 먹고 슬슬 걸어 나와 18:16 북경행 열차 시간에 맞춰 기차역으로 갔다.
돌아갈 때 역시 입석이라 바닥에 지도를 깔고 앉았다. 바로 내 옆에 앉은 한 커플은 기차를 타고 가는동안 내내 정겨운 모습이었다. 소풍이라도 가는 모양으로 반쪽자리 수박을 꺼내 랩을 벗기고 숫가락까지 꺼내 파먹으며 사랑의 눈빛을 주고 받았다. ㅡ,.ㅡ; 뜀도령이 마침 문자로 시비를 걸어왔다. 하도 중국에 있는동안 뜀도령이 하도 많은 문자시비를 많이 걸어와 무슨 내용이었는지 기억은 안나지만 시비조 또는 약올림조였던 것만은 확실하다. 답장공격을 하던 중 사랑의 밀어를 나누던 여자가 내 문자를 얼핏 보더니 "어잉?" 하며 머리를 들이밀어 나의 휴대폰에 찍한 문자들을 들여다 보더니 "한국인이넹?" 했다. 나같으면 슬쩍 보고 귓속말로 했을 말인데 전혀 감추거나 가리거나 부끄러워 하는 모습이 없으니 오히려 순수해 보여 웃음부터 나왔다.
"중국인인줄 알았네? 한국인이져? 어디서 왔어요?"
뭐가 그리 궁금한지 열심히 묻는다.
"북경엔 왜 가요? 여행중예요?
태안과 지난에 여행차 들렀다가 숙소가 있는 북경으로 돌아가는 중이라고 했더니 잠깐 무언가 생각하더니 고 생각이 났는지
"타이안에 가 봤다면 타이샨도 가봤겠죠? 혹시 그 속담 알아요?
"바시엔궈하이(八仙過海)..."
어디선가 분명이 배운 적이 있는 속담이었다. 네 명의 신선이 바다를 건너는데... 라는 뜻이다. 그녀는 내게 기회를 주기 위해서인지 뒤쪽 4자는 뜸을 들였다.
나는 그녀의 말을 막은뒤 기억을 되살리려 애썼다.
죽어도 생각이 안난다. 배운 속담은 많은데 기억나는건 하나도 없다. 도저히 생각이 안나니 말해달라는 나의 부탁에 뒤쪽 4자를 마저 말해 주었다.
"그어시엔션통(各仙神通)"
말인 즉슨, '여덟명의 신선이 바다를 건널 때 각자의 신통력을 써서 뜻을 이루었다.'는 뜻이다. 의역하면 '누구나 일을 처리함에 있어 저마다의 능력이 있으니 어떻게든 해낼 수 있다'는 의미로 일상 속에서 자주 쓰이는 속담이라고 한다.
이 얘기가 왜 나왔는지 물었더니 이 속담이 나오게 된 배경이 바로 타이샨(泰山)이라고 한다.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지 않을 수 없었다. 타이샨 주변에 바다는 없다. 가까운 곳에 바다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어떻게 타이샨이 배경이 되었는지 물으니 전에는 그 곳이 바다였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전설에 바탕을 두었을테니 황당한 이야기만도 아니다. ㅡ,.ㅡ; 믿거나 말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