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가족여행 1(애월→곽지→한림공원→녹차원→중문)
2010.4.2(금)
오래간만에 떠나는 가족여행이다. 거의 두달 전에 예약해 둔 항공권을 사용할 날이 되었다. 몰려가는 여행일수록 큰 맘 먹지 않으면 쉽지 않다. 각자의 일정을 조정하고 나면 항공권 수배 가능 여부도 알아봐야 하고 이게 맞으면 저게 안맞고 저게 맞으면 이게 안맞는다. 그래도 일단 얘기가 나오면 무조건 저지르고 봐야 한다. 이 번 여행계획은 동생이 짰다. 내가 짜려다 바쁘다는 핑계로 미루다 보니 벌써 동생이 꼼꼼하게도 짜 두었다. 우리가 예약한 항공권도 철저히 분산됐다. 일부는 대한항공, 일부는 아시아나 항공, 도 일부는 진에어... 저마다 각기 갖고 있는 혜택을 최대한 활용하다 보니 항공사도 제각각, 출발시간도 제각각이었다. 저녁 7시 비행기를 타기 위해 사무실에서 조금 일찍 나왔다. 김포공항에 저녁 6시 조금 넘어 도착했다. 일부가 조금 일찍 출발했고 나를 포함한 일부가 7시 비행기, 그 뒤이어 아버지와 어머니의 출발이 예정되어 있었다. 제주공항에 가족이 모두 모인 시간은 21:30이 넘어서였다. 11인승 렌트카를 대여한 우리 가족은 공항을 떠나
찾아간 곳은 고등어회로 유명하다는 애월에 있는 포구횟집. 고등어회에 잔뜩 기대하던 나는 고등어가 없다는 말에 대실망을 했다. 아래 사진은 포구횟집 전경. 그 앞에는 우리가 렌트한 11인승 자동차. 아쉬운대로 모듬회를 주문해 식사를 마친 뒤
근처 예약해 둔 펜션으로 들어갔다. 시설이 엄청 널찍하긴 하지만 그릇이나 컵도 없고 공기난 국그릇도 없다. 뭐야 이거 ㅡ,.ㅡ; 맥주로 입가심을 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2010.4.3(토)
아침에 일어나 짐을 다시 꾸린 우리는 바닷가를 따라 놓여진 해안도로를 타고 가다가 눈에 디는대로 삼복돌판구이란 이름의 식당으로 아침식사를 하기 위해 들러봤다.
바로 앞에는 역시 자그마한 포구가 있어 음식을 기다리는 동안 산책하기도 좋았지만 외지인을 거부하는지 바람이 차고 세다.
값은 저렴한 편이었다.
다 찌그러진 양철 냄비에 김치찌개와
된장찌개가 바글거린다. 약간은 허름하다시피한 이 식당의 반찬도 의외로 깔끔하고 찌개 맛이 아주 일품이다. 제주도에서 자란 돼지 특유의 향이 찌개 안에서 더욱 맛을 냈다. 겉만 보고 별 기댈르 안했던 집인데 의외로 맛있는 집이다.
식사 후에 들른 곳은 곽지 해수욕장. 이 곳은 내가 제주도를 처음으로 와보았던 93년도엔 협재해수욕장에 비하면 거의 알려지지 않은 곳이었다. 비교적 검고 굵은 모래지만 쓰레기 없이 깨끗한 모래사장과 투명하게 맑은 물이 인성적이었던 곳이다. 이 곳에서 성게를 잡아 속을 쪼개 먹던 기억이 새롭다. 지금도 성게가 바위에 붙어 있을까 모르겠다. 주변에는 가게방의 허접한 간판이 난립하거나 많은 사람들 때문에 짜증나지 않는 곳이다. 작년 여름에도 왔었지만 사람이 없어서 좋고, 상업적인 분위기가 적어서 좋고 깨끗해서 좋은 곳이다. 이제 이 곳을 좀 더 적극적인 관광지로 개발하기 위함인지 민물욕장과 조형물을 설치해 놓았다. 아직도 차가운 바닷바람이 조금 거슬리긴 하지만 청명함을 만끽하기에는 손색이 없다.
철지난 바닷가는 제철이 된 바닷가보다는 훨씬 아름답고 기분좋다. 깨끗함은 공유할수록 탁해지게 마련이다. 철지난 바닷가가 좋은 내 나름의 이유다.
다음으로 드른 곳이 제주 한림공원.
가꾸어 놓은 정원의 수목과 꽃들이 예쁘다.
뭐지? 이게 수선화인가?
야자나무의 배열도 좋고
색색의 튤립도 예쁘다.
가는 곳마다 이름 내걸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어딜 가나 흔적을 낸다. 보는 사람들마다 욕할텐데 신경 안쓰이나....
정원 한켠에는 자그마한 연못이 있어 생선도 노닌다.
이쯤에서 아버지는 무릎이 아프다며 차에서 쉬시겠다고 아예 공원을 퇴장해 버리셨다. 어머니 말에 의하면 지난번 8박9일간의 터키여행때도 걷지를 못해 나중엔 유적지 일부 방문을 포기했었다고 하는데 운동 부족인듯. 그 좋아하던 골프는 왜 안치시는지... 설마 무릎이 아파서 못친 다는 말씀은 안하실테죠. 동생 내외도 덩달아 차안에서 쉬고 나머지 식구들은 마음 급한대로 마저 둘러보느라 어지간히도 서둘렀다.
이국적 분위기의 산책길.
태양을 등진 야자수
예년에 비해 늦게 피기 시작한 벗꽃.
쌍용굴
원령공주에 나오는 요정같은 돌멩이 인간들
쌍용굴의 두 번째 굴. 17년 전에 왔을 때는 달랑 굴밖에 없었던 것 같은데 주변에 조성된 공원이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공원내 이어지는 코스는 분재공원. 성장 억제와 기형적인 성장이 만들어내는 기이한 나무들의 모습은 왠지 절규하는 모습같아 그리 좋아하진 않았다. 어머니가 화초에 관심이 많기도 하고 공원내 코스의 하나이니 들러 보기로 했다.
아래의 나무는 왠지 팀 버튼 감독의 영화에 등장할법한 기괴하고도 신기한 모양새를 하고 있다.
바로 이어지는 민속 마을
역시 어머니가 좋아하는 오래된 항아리들. 내 눈으로 봐도 탐나는 물건들이 많이 눈에 띤다.
한림 공원에서 나와 이동한 곳은 녹차원. 아래의 사진이 녹차원 건물.
전망대에서 내려다 보이는 녹차밭.
이 곳에 세계 각국의 찻잔이 각양각색의 모양새로 전시되어 있는데 시간을 들여 구경해 볼만하다.
이 곳 한켠에서 우리는 녹차 아이스크림 하나씩 먹고 나왔다. 값 장난 아님. ㅡ,.ㅡ;
이 곳을 나와 밖을 거닐자 전날부터 비행기타고 와 돌아다니며 피곤했던지 6개월 된 준상이가 히스테리를 부리기 시작했다. 기분 전환을 위해 어깨에 올리고 이리뛰고 저리뛰어 봤다. 제수씨가 행여라도 애가 다칠까 안절부절... ㅋㅋ
한동안 울음을 그치고 재밌어 하더니 금방 싫증이 났는지 결국 다시 찡얼거리며 불만을 표출하기 시작했다. 역시 아이를 달래는데는 엄마가 최고인지 제 엄마의 품에 안겨서야 울음을 멈췄다. 까칠한 녀석 같으니.
점심을 먹기 위해 들렀던 곳은 항구식당.
자그마한 포구가 바로 앞에 맑은 물을 담고 있어 물새와 학꽁치가 눈에 띤다.
여기서 고등어와... 입맛 쩝.
자리돔 물회. 역시 입맛 쩝.
중문단지 가까운곳에 자리한 펜션. 공간 크기는 전날 묵었던 곳보단 못하지만 갖춘 시설과 깔끔하기로는 이곳이 훨씬 좋다.
짐을 풀고 다시 들른 곳은 중문단지.
하얏트 호텔 앞바다도 인공미가 많이 가미되어 처음 들렀을 때와 비교해 적잖이 달라졌다.
저 멀리서 다가오는 조각배가 인상적인 저녁바다와 정원에 놓인 조명이 밝혀지자 운치를 낸다.
이 번 여행을 기획하고 계획까지 꼼꼼하게 짠 오리군. 아이 안고 사진 찍으랴, 운전하랴, 가이드 노릇 하랴, 걷어 먹이랴... 고생도 많이 했다.
저녁을 먹기 위해 들른 천짓골 식당. 이 집은 돔베고기로 유명한 집이다.
맛집으로 소개된 집 전부 믿으면 바보인 세태지만 이집 같으면 얼마든지 소개되어도 좋을 것 같다.
흑돼지 삼겹살을 주문해 보았는데 거세한 수퇘지였는지 냄새가 거시기하다.
삼겹살에 곁들여 먹는 건데 이름을 뭐라고 해야 하나. 무생채, 파채, 콩나물을 한 곳에 버무려 넣고 은박에 담아 덮혀 고기와 함께 먹는다. 맛은 있지만 이어서 나온 돔베고기에 미치지 못한다. 돔베고기란 수육을 말하는데 그 맛이 기가 막히다. 삽겹살을 통째로 삶아 도마에 통째로 내놓은 뒤 식탁에서 손님이 보는 앞에서 갈로 잘라 준다. 먹는데도 코스가 있다. 굵은 소금에 찍어 맛본다. 담백하고 고소한 향이 코끝을 자극한다. 다음엔 상추에 고기 한 점 놓고 멸치젓을 올린 뒤 마늘과 고추를 쌈장에 찍어 먹는다. 언젠가부터 고기쌈에는 젓갈을 넣어 먹는데 맛들린 나는 훌륭한 수육에 더한 맛좋은 멸치젓이 기막힌 조화를 낸다. 입맛 쩝..! 그 다음엔 상추에 다시 고기를 얹고 마늘과 풋고추를 쌈장에 찍어 먹는다. 우와~~~! 직인다. 사실 쌈과 김치는 상극인줄로만 알았다. 그런데 신김치와 돔베고기 그리고 쌈이 희한하게도 기막힌 맛을 낸다. 이집 강추다. 특히, 돔베고기... 언제 다시 가서 먹나...
우리집안 보물단지로 통하는 준상이다. 생후 6개월 된 아니가 1년된 아이보다 더 크다. 못먹고 못살던 시절 우량아가 건강한 아이로 잘 못 인식되던 시절이 있었다. 선발대회에 나갔다면 우승했을 아이다. 목소리는 기차 화통이 따로 없고, 뭐가 불만사항이 생겨 화가 나기 시작하면 과격하게 울어대는 녀석. 내 눈에도 귀엽기 한량업지만 아무리 봐도 깡패같이 생겼다. 별명은 이미 붙여 놓고 공개는 아직 안했다. "어린이 깎두기"(제수씨가 화내도 어쩔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