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낭여행/10 모로코

모로코 여행9(다데스협곡→고르시 투드라→메르주가 사막)

코렐리 2010. 3. 5. 18:53

2010.1.25(월)

07:30에 조식 제공 예정이고 08:30에 다시 길떠나기로 했으니 늦잠은 잘 수 없었다. 06:30에 일어나 씻고 대충 짐싸놓고 식사부터 했다. 흔히 보는 빵과 베르베르인들이 먹는 전통 팬케익, 홍차, 주스, 올리브, 치즈와 각종 소스로 비교적 푸짐한 아침식사가 준비되어 있었다.

  

다들 부지런하고 나만 게으른지 출발 예정시간 08:30에 맞춰 짐을 싸고 나왔지만 이미 다들 차에 올라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죄도 없이 미안해졌다. ㅡ,.ㅡ; 사막으로 가는중에 방문한 아래의 농토와 마을이 있는 곳은 TANGIR라는 곳이었다. 압둘이라는 이름의 안내인이 우리 팀을 이끌고 농작물에 대한 설명과 함께 마을로 안내했다. 나는 여기서 데미안과 장난치다 부둥켜 안은채 둘 다 넘어졌다. 뒷주머니에 꽂아 둔 카메라가 걱정되서 꺼내 보았다. 액정으로 표시되는 화면의 우측 하단이 검게 변해 있었다. 여행도 아직 마치지 못했는데 카메라가 망가진 것이 아닌가 놀라기도 많이 놀랐다. 렌즈 덮개가 어긋나 덜 열린채로 렌즈를 가려서 생긴 문제였다. 사용할 때마다 렌즈 덮개를 강제로 마저 열어줘야 했다. 그러잖아도 본전뽑은 카메라여서 바꿀 때도 됐다고 생각했던 차였는데 이 기회에 좀 좋은걸로 살까보다.

 

 

  

 

마을로 들어가 봤다.

 

마을 초입부터 따라다니던 소녀가 있었다. 누군가(닐이었나 항민이었나 모르겠넹) 소녀에게 5디람인가 얼마를 줬다. 돈을 받은 소녀가 못마땅한지 소녀가 대뜸 1유로를 달라고 했다. 준 사람이 어이없어했다. 외면하는 우리 팀을 이 소녀는 '원 유로, 원 유로"하며 열심히 따라다녔다. 만만해 보였던건지 맘씨가 좋아 보였는지 소녀의 표적은 파블린에게로 돌아갔다. 한동안 외면하던 파블린도 인내력이 바닥났는지 얼마를 줬는지 모르지만 어쨌든 파블린도 삥뜯겼다. ㅋㅋ 

 

이윽고 압둘에게 안내되어 간 곳은 카펫 직조공장이었다. 내부가 제법 운치가 있었다.

 

닐이 찍어준 사진.

 

주인은 직접 제작한 카펫을 연신 들고 와 순양모로 짠 것이라며 보여 준다. 멋도 모르고 따라 왔는데 카펫 공장 주인은 우리에게 카펫을 팔고싶어 했다. 아무 생각 없이 들어온 일행은 모두들 눈치만 보고 있었다. 계속 보여주는 카펫을 계속 보는 것도 부담스럽고 나갈 분위기를 만들어 내야 했다. 사실 배낭 메고 다니는 여행객들이 카펫을 살리 만무하지 않은가. 나는 모두에게 물었다. 카펫 살거야? 모두가 고개 도리도리다. 나는 주인에게 예술 작품과도 같은 카펫을 보여 줘서 감사하다는 인사와 함께 먼저 나왔다. 뒤통수가 왜 이리 거시기하냐. 뒤이어 모두가 뒤통수를 긁으며 따라 나왔다.

 

이윽고 들른 잡화점. 데미안은 베르베르인들이 머리에 쓰고 다니는 수건을 사고싶어했다. 주인이 데미안에게 검은 수건을 권하며 머리에 씌워 주었다. 어쭈그리? 꼭 페르시아 왕자라도 되는 것 같은데? 데미안은 진작부터 안내인 압둘이 쓰고 있던 수건이 진작부터 탐이 났었던 모양이다. 데미안은 수건을 내려 놓고 가게 주인 앞에서 가이드인 압둘을 보고 가진 수건을 팔라고 했다. 주인이 아마도 그 대목에서 거시기했을 것 같다. ㅋㅋ. 결국 200디람인가 얼마를 주고 압둘의 수건을 사더니 무척이나 좋아하는데 내 보기엔 압둘이 훨씬 더 좋아하는 눈치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데미안보다는 압둘이 훨씬 잘한 장사인 것 같은데...     

  

다시 길을 달려 도착한 곳은 고르쉬 투드라(Gorges Toudra: 11:20)

   

이 곳은 바위절벽이 까마득한 곳이었다.

 

아래로는 맑은 물이 풍부하게 흘렀다.

 

자료를 뒤져가며 열심히 둘러보곤 하던 나에게 내가 알거라고 생각했는지 파블린이 물었다.

"어이, 윤! 여기 폭포가 있다는데 거 어딨는지 알어?"

"몰라, 여기 폭포 있어?"

"저쪽 입구에서 있다고 들었거든?"

나도 보고싶어졌다. 저 멀리에서 오는 여행객 두사람을 마주지나치다 말고 물어 보았다.

"오는 길에 혹시 폭포 못보셨나요?"

"폭포요? 그런거 못봤는딩?"
무슨소린지 궁금했다. 절벽을 둘러 보고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절벽 이 곳 저곳에 허연 물자국이 있었다. 우기에 비가 많이 오면 그 곳이 물이 흘러 떨어지는 모양이었다. 나름 짐작을 파블린에게 말해주었더니 고개를 끄덕인다. 

  

식사를 하기 위해 차가 있는 곳으로 돌아와 야외 테이블에 자리잡고 앉았다. 물에 갓 씻어 뭉텅뭉텅 썰어낸 야채에 올리브를 곁들여 샐러드로 내놓았다. 제법 맛있다. 타진을 주문했는데 다 먹고 나니 음식 사진 찍기를 잊었다. 맛은 아주 좋았다.

  

식사를 마치고 13:00경 다시 길을 떠났다.

  

길가다 말고 사막 한가우네서 수컷들의 한바탕 물버리기를 한 뒤 다시 계속 달렸다. 이럴 땐 남자들만 있는게 편하군. ㅋㅋ

 

사막이 보이기 시작했다. 모래 사막이 아닌 아래 사진의 사막에 진입하자 수다쟁이 파블린이 이브라힘에게 물었다. "이브라힘! 이것도 사막이라고 생각해?" 이브라힘은 그렇다고  했다. 파블린이 무척 실망하는 눈치였다. "모래만 끝없이 펼쳐진걸 보려구 왔는데..." 웃음이 나왔다. 그는 여행 자료조사는 고사하고 아무것도 모른채 온 것이다. 메르주가 사막 사진을 보고 온 적이 있는 나는 메르주가 사막에 모래언덕뿐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아느척을 하려다가 혹시 몰라 입다물고 있었다.

 

머지 않아 해가 질 것같다.

 

이제 모래사막이 시작되는 곳으로 들어섰고 그제서야 파블린의 기분이 좋아지기 시작했는지 수다의 농도가 짙어졌다.

 

사막 한가운데 호텔이 하나 있었다. 그 안으로 우리가 탄 차가 들어갔다.

 

 이 곳에서 대충 씻고 물을 하나 샀다. 물값이 물값이 물값이... 12디람. 어으윽...!

  

호텔 뒷문으로 나가 보니 우리를 태우고 갈 낙타 다섯 마리가 기다리고 있었다.

  

배낭을 손잡이에 걸어 놓고 올라탔다. 베르베르인 가이드의 안내대로 올라탔다. "꽉 잡아요." 가이드가 경고했다. 괜한 소리로 치부했다. 가이드의 지시에 따라 낙타가 뒷다리를 꿈지럭거리며 일어나기 시작했다. 급작스레 몸이 앞으로 쏠렸다. 중심을 잡으려고 했더니 이번엔 앞다리가 꿈지럭거리며 내 몸이 뒤로 확쏠렸다. 몸이 앞으로 쏟아질뻔(?) 했다. 혼비백산한 내가 그제서야 손잡이를 꽉 움켜잡았다. 베르베르인 가이드가 웃었다. "그러게 꽉 잡으라고 했잖아."

  

한마리씩 꿰차고 모두가 올라타자 뒤에서부터 한마리씩 일어나 낙타 행열의 진이 갖춰졌다. 사막 어딘가에 있는 우리 숙소로 가기 위해 길을 떠났다.  

 

해가 지는 모습은 구름에 가려 볼 수 없었다. 한 시간여를 베르베르인 가이드가 가는대로 낙타를 탄채 계속 따라 갔다. 사막도 이런 모래사막 체험은 내게도 처음이었다. 가는 코스는 항상 똑같은지 우리가 가는 길에는 낙타 똥만 즐비하게 깔렸다. 사막에서는 이것만 모아도 연료가 충분히 될 것 같았다. 낙타 이동 경로는 모래언덕이 많았다. 수시로 자그마한 낙타똥이 데굴데굴 모래언덕 아래로 굴러 내려 가는 우스꽝스러운 모습이 보였다. 여자 셋만 모이면 쇠똥만 굴러가도 우스워서 뒤집어진다는데 여기 다섯명이 모두 여자였다면 어땠을까. 피식!

 

 

가면서 찍은 동영상. 장난삼아 찍은 동영상 뉴스에 소개된 내용중 일부는 정정.

 

파블린은 루마니아인이 아니고 불가리아인이었다. 사실 이 때까지 내가 잘 못 알고 있었다.

 

낙타 이동중에 찍은 사진들은 대부분 심하게 흔들려 흐릿하다. 아래의 사진은 가이드가 찍어준 사진.

 

 

날이 어두워지기 시작하니 카메라의 흔들림이 더 심하다.

  

 

드디어 발견한 우리의 사막호텔 메르주가 텐트.

 

낙타는 탈 때 못지 않게 내릴 때도 어수선했다.

 

 

 나를 태우고 다녔던 녀석이다. 치하를 했지만 시큰둥하다. 싸가지 없는 쉬키.-->요건 애칭. 그중 제일 잘생겼다.

 

텐트 내부다. 짐을 푸는 항민의 모습.

 

근처에 진짜로 이 사막에 사는 아이들이 있었다. 간만에 보는 관광객들이었는지 세 아이가 침입해 우리가 신기했던지 따라 들어와 한참을 노려보다 갔다. 한 아이는 들어오자 마자 북부터 두드려댔다.

 

간식거리라도 있어야 줄텐데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었다.

 

가이드가 곧 차를 가져왔다. 차를 마시며 음식을 기다렸다. 그는 구수한 이야기꾼이었지만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ㅡ,.ㅡ;

 

이 날의 메뉴는 타진이었다. 닭고기와 야채를 넣고 푹 익힌 타진의 모양새가 무척이나 화려하고 볼만했다. 배가 고픈데다 맛도 좋았으니 저녁식사는 두말 할 것 없이 행복했다.

 

저녁식사가 끝나고 차가 다시 나왔다. 재탕한 차인지 식전에 마신 것보다는 맛이 못하다. 가이드는 천막 안에 있던 북을 가져다 연주하는 방법 중 가장 기본적인 타법을 우리에게 가르쳐 주었지만 쉬이 익숙해지질 않았다. 나중엔 재미로 마구잡이 연주를 했지만 그런대로 웃으며 즐길만했다. 이 곳 사막에서 가이드 노릇 할려면 다재다능해야 했다. 영어는 물론 요리도 잘해야 하고, 음악도 할 줄 알아야 하고, 한 시간 이상 낙타를 몰고 사막 모래 위를 걸을 수 있는 체력도 겸비가 되어야 하니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모두들 북을 하나씩 꿰차고 연주 아닌 연주들을 시도해 보았다. 나는 손바닥이 아파 중간에 그만 두었지만 닐은 아랑곳 하지 않고 신명나게 열심히도 쳐댔다. 한 사람의 제대로 된 연주(가이드)와 다섯명이 두드려대는 연주는 사막의 고요함을 깨는 소음중에도 흉칙한 소음이었다. ㅡ,.ㅡ;

 

화장실이 어디 있느냐는 말에 모두가 웃었다. 지나친 우문이었나 ㅡ,.ㅡ; 하긴 낙타똥이 지천에 깔렸으니 인간의 똥을 담을 화장실이 무의미하기도 하겠다. 늦은 밤이 되자 진짜로 똥눌때가 문제였다. 으슥한 곳으로 가서(사막 한가운데 으슥한 곳이어딨나.. 걍 안보일 때까지 가는거지) 어쨋든 땅을 파고 주저 앉고 나면 왠지 뒤가 썰렁했다. 이상한 짐승이 와서 똥꼬를 물기라도 할 것 같은 ㅡ,.ㅡ; 말해 놓고 나니 누구나 막상 겪으면 느낄... 쪽팔리지만 사실이다. 

저마다 매트리스를 두 개씩 깔고 담요를 세 개정도 덮고 잠자리에 들 준비를 했다.

사막의 냉기를 알기에 출국 전 미리 준비한 침낭을 꺼내 쓰고, 내게 주어진 배게는 건강을 위해 일부러 배게를 쓰지 않는 습관대로 머리에는 베지 않고, 발의 피로를 풀어주기 위해 침낭 아래 두고 발을 높였다. 내 머리 아래에 배게가 없는 것을 발견한 가이드가 물었다.

"배게를 갯수 맞춰 보냈는데 못받았어요?"

침낭에 덮인 발을 들어 그 밑에 있는 배게를 보여 주자 모두가 또 한 번 웃었다. 내가 넘 튀게 사나? 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