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09 연포

09 연포의 겨울바다

코렐리 2009. 12. 21. 11:29

 2009.12.19(토)

정기모임에서 누군가 별장(?) 이야기를 꺼냈다. 동생이 서해 연포해수욕장 바로 앞에 주택을 한 채 사놓았단다. 이게 화근(?)이 되어 LP음악 동호회 "LP와 음악사랑" 회원들과 함께 주말을 이용한 1박 2일간 연포해수욕장으로의 엠티길에 올랐다. 세상을 꽁꽁 얼려버리기라도 할 것 같던 추위가 조금 누그러져 비교적 푸근한 날씨가 출발기에 좋았다. 4명이 먼저 출발하고 2명이 뒤늦게 현지에서 합류했다. 차 한대로 네 사람이 조잘거리며 서해안 고속도로에 올라 탔다.

  

세시간 못되어 도착한 연포해수욕장에 눈 앞 소나무숲 사이로 보이는 깨끗한 백사장과 수평선을 뒤로 하고 떠있는 섬이 아름답다.

 

철지난 해변가에는 조업을 작파하고 정박된 어선들과 온천지를 희뿌옇게 흩날리는 눈발이 운치를 더한다. 

 

 

배가 정박된 부둣길에 흩날리는 눈은 주변정경과 더불어 걷기에 더없이 좋은 분위기를 낸다. 걷다 보면 눈송이의 찬기운이 얼굴을 찍지만 싫지 않다.

 

십여년 전 처음으로 봤던 겨울바다에서 달달 떨었던 악몽과 달리 의외로 바람도 거의 없고 비교적 푸근한데다 눈발까지 날리니 그 때와 비교하면 극과 극이다.

 

해수욕을 즐기는 사람들도 없고 바가지 요금도 없고 한없이 깨끗한 백사장이 있어 더욱 좋다. 다만 서해바다에서 느낄 수 있는 갯내음의 비릿함이 적다는 것이 아쉽다면 조금 아쉽다.

 

 

바닷가에 왔으니 회부터 먹는게 당연한 예의. 저녁이 되어 바닷가 횟집으로 이동하던 중 어둠이 깔리고 운치가 배가되는 가운데 해변가 자그마한 섬은 아직도 가는 곳마다 우리를 따른다.

 

 

철이 지난 탓인지 손님도 없고 문을 연 가게도 몇 안된다.

 

해지고 난 어둠 속에 희미하게 보이는 수평선과 작은 섬. 그리고 횟집이 늘어선 식당가에서 나오는 불빛이 주변 조형물과 더불어 기막힌 모습이 연출된다.

 

지인의 소개로 가게 된 식당에 앉아 회가 나오기전 주전부리감의 푸짐함이 이 곳의 인심을 읽게 한다.

 

남의 고통을 즐기는 인간의 이기심에 편승해 이어지는 살육과 포식의 향연. 난도질해 죽이고

 

삶아 죽여 인간의 이기심을 충족시키는 일에 나도 동참했다.

 

어찌하랴 이게 행복감을 주니...

 

완전히 어두워진 해변의 운치는 주변 조명에 의해 아드레날린의 분비를 촉진해 괜한 흥분과 행복감을 제공한다.

 

뒤늦게 합류한 시샵 나으리 마리용님의 와인 제공. 아날로그적 감성이 담긴 엘피의 음악과 더불어 마시는 향긋한 와인 한 잔에 행복감이 더욱 배가된다. 프랑스에서 오랜 유학생활을 해왔던 시샵 나으리의 안목이 저렴하고 맛있는 와인의 행복감을 한무더기 선사했다. 탄닌이 조금만 더 많았다면 아주 쬐금 더 행복했을 것 같지만 그건 지나친 욕심이었을게다.

 

2009. 12. 20(일)

숙소에서 새벽까지 와인과 맥주를 마시며 들은 음악에 취해 늦은 아침에야 일어난 일행은 아침 겸 점심 식사를 하고 나서 이부자리를 더 뭉갤 사람들을 남겨두고 해변에 다시 한 번 나가봤다.

 

전날은 보지 못한 한낮의 눈부신 설경과 햇살의 이중주. 부담스러운 햇살에 대항한 보호본능이 눈꺼풀로 안구를 좁혀 뱁새눈화 되어간다. ㅡ,.ㅡ;

  

단체 셀카에 일부가 잘렸다. 나만 나오면 나머진 상관없음. 퍽! 어윽!

 

해변 모래사장을 달리는 경운기와 절벽의 조화가 촌스러움의 극치를 달린다.

 

촌놈 티내느라 서해대교도 처음 탔다. 일박 이일간의 호강을 누리고 돌아오는 고속도로는 일체의 정체 없이

 

주구장창 쉼없는 달림의 연속이니 이 또한 흔치 않게 누리는 호사다.

 

간만에 더욱 즐거운 주말 보냈다. 좋은 곳에서 좋은 사람들과의 이틀간이었으니 더욱 좋다. 뉘엿뉘엿 넘어가기 시작하는 해가 새로운 한 주의 시작을 알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