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 아기의 탄생
어디서 들었을까. 기적은 일상 생활 속에 수시로 발생하는 것이라고 누군가 말한 적이있다. 동생에게서 의미있는 작은 기적이 일어났다. 뒤늦은 결혼에 이제야 아기를 얻은 것이다. 직장 동료들과 술잔을 기울이던중 제수씨로부터 임신한 것 같다는 말을 처음 듣자 눈물부터 왈칵 쏟아지더라나. 보나마나 먼저 간다며 술값 계산할테니 봐달라고 하고는 도망쳤을 모습이 안봐도 비디오다. 뱃속의 아기 사진을 처음 보았을 때 아이가 잘생겼다는 느낌과 함께 나도 은근히 기다려졌다. 남들이 보면 주책도 유분수지, 결혼도 안하고 혼자 살면서 뭐했다고 동생 아이가 생겼는데 내가 열을 낼까.
하지만 세상을 본 아이가 볼수록 예쁘다. 애아빠가 그러면 푼수지만 내새끼가 아니고 조카니까 왠만큼 주책 떠는건 그래도 용서가 될거고 흉잡힐 일은 아닐거라 생각한다. 신생아실 유리 너머로 보이는 조카녀석 이마를 봐도, 머리숱을 봐도 코와 입을 봐도 다른 아기들보다 눈에 띠게 예쁘다. 허~! 짜식.
첫날. 첫대면. 누굴 닮았는지도 분간이 잘 안간다.
첫날 동영상(the first). 왼쪽 눈만 약간 떴다. 꼴에 저도 입달렸다고 하품까지 하는걸 보면 웃기지도 않는다.
첫째날 동영상(the second)
둘쨋날. 뭐가 그리 못마땅한지 인상은 있는대로 찌푸렸다. 뭐야 이거 누가 자꾸 사진 찍는겨?
세쨋날. 동생의 얼굴도 제수씨의 얼굴도 서서히 보이기 시작한다. 오른쪽 눈을 아직 불완전하게 뜬 가운데 왼쪽 눈도 뜨이기 시작했다. 검던 머리카락도 제수씨를 닮아가는지 갈색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보는 사람마다 딸이냐고 묻더란다. 뭐 하나 더 달고 나온 놈입니다. 형네 아이들 셋 모두가 딸이라 이제야 가문을 이을 녀석이 나와줬다.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 자라기만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