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여행1-2(이주 아타가와: 마사요시 부모님의 초대)
2009.10.10(토) 계속
이주 아타가와의 노천온천에서 더 머무르고 싶기는 했지만 마사요시의 부모님이 기다리실 것을 생각하니 그럴 수도 없었다. 6시 35분에 들어가 온천욕을 마치고 나온 시간은 7시 45분. 40분정도를 더 달려 드디어 마사요시의 부모님이 사시는 시모다 마을에 도착했다. 가던 중 바닷가 호텔 밀집지역에 이수일과 심순애를 연상시키는 테마 동상이 있었다. 사각 모자를 눌러쓰고 망토를 입은 대학생 이수일(?)이 일본 전통 가발을 쓰고 기모노를 입은 심순애(?)가 붙잡는 다리를 냉정하게 뿌리치는 듯한 모습이었다. 이게 왜 여기에 있는지 이 동네 사는 마사요시에게 물으니 자기도 모른단다. ㅡ,.ㅡ; 가는동안 나는 마사요시의 집이 일본의 재래식 집이라면 좋겠다는 생각을 내내 했다. 현지인의 초대로 방문하는 것이니 조금이라도 일본적인 향기가 있다면 좋겠다는 바램이었다. 그 때까지도 마사요시의 부모님 댁이 아파트인지 주택인지도 물어보지 않았다. 초대받는 놈이 이 것 저것 가리는 듯한 인상을 줄 수 있기 때문이었다. 궁금한 채로 가는 것이 더욱 재미있을 것 같았고... 후술하겠지만 마사요시의 집은 내게 기쁨을 넘어 결코 잊혀지지 않을 놀라움을 안겨 주었다. 해안 도로를 따라 달리던 마사유끼의 차는 마사요시의 손가락을 따라 우회전했는데 그 때부터는 숲속에 난 길을 따라 마을이 형성되어 있었다. 이렇게 환상적일 수가 있나... 문제는 전체적인 마을의 모습을 볼 수 없을 정도로 숲이 우거져 마사요시도 헤매고 있었다. 나는 농담으로 물어 보았다. "너네집 어디에 있는지 알고는 있는거야? 혹시 나만큼 모르는거 아니지?" 나의 농담에 진지하게 "아냐 알어" 하는걸 보니 조금 심각하긴 했던 모양이다. 나중에 알았지만 은퇴하신 마사요시의 부모님들이 이 곳에 자리 잡은지 7년이 되었고 이 마을은 아닌게 아니라 밤에 오면 헷갈리게도 생겼다. 드디어 집을 찾았는지 차를 세우라고 하더니 주차 공간을 찔러주자 마사유끼가 그 곳에 주차를 했다. 주차하는 소리에 한 어르신이 나오셨다. 마사요시의 아버님이었다. 인사를 하려고 하는데 도대체 연습한 말이 생각나질 않았다. 어르신이 먼저 "하지메 마시데" 하고 인사를 건넷다. 그제서야 생각이 난 나는 "하지메 마시데. 와따시와 상철 데쓰(처음 뵙습니다. 상철이라고 합니다)" 라고 인사를 할 수 있었다. 인사말을 외우면 뭘하나 실전에서 생각이 안나는데... ㅡ,.ㅡ; 주차를 한 공간의 뒤쪽으로 정원으로 통하는 내리막 길이 있고 그 길 끝에 새어나오는 불빛이 희미하게 집의 윤곽을 비춰주는 아름다운 집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이렇게 아름다운 집일 줄은 생각도 하지 못했는데 이 곳에 초대받은 나는 뛸듯이 기뻤다.
아버님을 따라 내려가 집안에 들어서자 고상하고 우아한 분위기의 여인이 나와 허리를 90도 가까이 꺾으며 인사를 하셨다. 마사요시의 어머니였다. 인사를 하고 짐을 내렸다. 아래 동영상은 주차 공간으로부터 현관으로 통하는 정원에 난 길을 뜀도령이 뒤따라 오며 찍은 것이다.
현관에 들어서자 마자 눈에 띠는 섬세한 인형. 셈세함에 그러잖아도 감탄하고 있었데 알고 보니 어머님의 자작품이었다. 우와~~~~! 쓰고이!
아들의 친구들을 위해 직접 장만하신 음식. 처음엔 푸짐함과 예쁜 식탁에 놀랐고 두 번째로는 어머니의 일류 요리솜씨에 다시 한 번 놀랐다.
응접실 겸 식당에 설치된 자그마한 진자(신사)
현관에서 들어오면 왼쪽으로 설치된 목각 장식이 무척 고급스럽게 보인다.
그 아래 장식장 위에 놓여진 가족들의 사진. 마사요시의 누나들과 매부들, 그리고 조카들의 사진이 대부분으로 이 집안의 화목한 분위기가 어렵지 않게 읽혀진다.
아래 사진은 무언가 확인하기 위해 접이식 사다리를 통해 다락방으로 오르시는 마사요시의 춘부장이신 이댁 어른. 마사요시는 손님들에게 자신이 잘 방을 내주고 여기에서 잤다.
이 곳이 우리가 잘 방이다. 일본 전통가옥의 전형적인 다다미방이다.
반원형의 탁자와
반원형의 창문이 인상적이다.
아래의 반원 장식은 대나무를 이용해 조금의 gap도 없이 정교하게 만들어졌다. 이 장식은 시간도 많이 걸리고 워낙에 어려운 기법이라 어지간해서는 전통장인들도 하지 않으려고 꺼리는 것이라고 한다. 이런 것을 이 번 여행에서 보다니 정말 행운이다.
응접실 한켠을 장식하는 사발장과 말인형. 이 곳은 지진이 잦은 곳으로 몇 년 전 모든 것이 흔들릴 정도로 심하게 지진이 발생했었는데 집은 어디 하나 피해 본 곳 없이 무사했다고 한다. 외양 못지 않게 견고하게 지어진 집이었던가 보다.
집안을 요모조모 구경하는동안 음식을 준비하시는 마사요시의 어머니
카메라를 들이대니 부끄러우신지 고개를 살짝 돌리신다.
우리는 식탁에 둘러 앉아 차려진 음식에 감격해마지 않았다. 아버님이 우리를 위해 준비해 놓으신 사케인 가라쿠치.
샤브샤브에 이용될 도미(긴다이메). 바닷가인 이 곳에서 준비된 선홍색의 싱싱한 생선이 보기만 해도 식욕을 돋운다.
와규를 이용한 로스트 비프. 물기를 촉촉하게 머금은듯한 육질과 구이의 선홍색이 보기에 완벽했다. 어머님이 직접 구운신 것인데 '우리 엄마가 요리를 아주 잘하신다.'는 마사요시의 말이 허언이 아님은 먹어보고 다시 한 번 확인했다. 맛도 어디에 내놓아 손색없는 수준급 솜씨였다.
이 곳은 와사비로 유명한 아마기 마을이 멀지 않다. 최상품의 이 와사비는 나중에 와사비를 사러 갔다가 가격을 알고 뒤집어지는줄 알았다. 낱개로 1천 6백엔. 이만원이 넘는다. ㅡ,.ㅡ; 과연 갈아먹는 와사비의 맛은 매운 맛으로 콧구멍만 강렬하게 자극하는 횟집 와사비와는 비교도 할 수 없었다. 매운 맛과 단맛이 동시에 나고 향은 은은한듯 하면서도 자극적이었다. 이거 맛들리면 대략 난감이다. ㅡ,.ㅡ; 이런 것까지 준비를 하셨으니 물가 비싼 일본에서 이만한 준비를 하기에는 비용이 상당히 많이 드셨을텐데...
우리가 자리에 앉자 음식을 덜어 손님들에게 내주시는 가와시마 마사요시 가족.
마제수시(새우초밥). 나무통에 대나무 발을 깔고 그위에 초를 한 밥을 놓고 그 위에 계란과 새우를 얹었다. 초생강과 함께 먹는데 새콤하고 달콤한 시원한 초밥에 달면서도 풍부하고 담백한 새우, 그리고 계란이 어우러져 전에는 맛보지 못한 기막힌 맛이었다. 무엇보다 재료의 조합이 좋아 어느 하나가 식감으로 튀는 법 없이 입안에서 씹을때와 혀끝에 닿는 느낌이 조화롭다.
마사요시는 전에도 이 요리를 먹어 보았겠지만 나와 뜀도령 그리고 마사유끼도 후한 손님 대접과 음식맛에 행복함을 만끽하고 있었다.
그 외에도 샤브샤브를 위한 전골냄비에서는 다시마를 담은 물이 끓고 있고 오징어 요리(유즈코쇼)와 토란 요리가 날 잡아잡수 추파를 연신 보내고 있었다.
종류를 알 수 없는 향채가 계란탕인 오수마시의 그윽한 향취를 느끼게 했다.
뜀도령의 귀뜸에 의하면 일본에서는 '맛있습니다'라고 만 하면 주인은 '맛이 없는 모양이구나'라고 생각한단다. 정말 내가 맛있어 한다고 표현하려면 약간은 오버를 하고 정색을 해야 한다나. 나는 마제수시를 한 입 넣어 보고 정말 맛있다고 생각한 순간 뜀도령이 한 말이 생각났다. 휘둥그레진 내눈을 전시해 가며 외운 말을 써먹었다. "오이시, 혼또니 오이시데쓰(맛있네, 정말 맛있습니다)" 어르신들이 도리어 연신 "아리가또 고자이마쓰"라며 만족해 하셨다. 나는 음식맛을 하나씩 다 본 뒤 "홋뻬타가 오치소오(먹다가 볼이 빠지겠네요)"라고 말했다. 이 것은 한국에서 "둘이 먹다가 하나가 죽어도 모르겠다"는 표현에 가장 가까운 것이라고 한다. 마침 그 말을 했을 때는 어머님이 부억에 잠깐 들어가 계실 때였다. 이 말을 듣고 무척 만족해 하시며 아버님이 내게 뭐라고 하시는데 마사유끼가 옆에서 영어로 통역했다. "방금 그 말씀 크게 한 번 만 더 하시지요" 크게 한 번 더했다. "홋뻬타가 오치소오!" 어머님이 주방에서 나오시며 역시 기뻐하신다.
왼쪽부터 뜀도령, 마사요시, 마사유끼, 어머니, 나, 아버님.
아래의 사진은 캐나다에 놀러 갔다가 아버님이 찍으신 오로라.
지하로 내려가면 자그마한 창고와 세면실 겸 세탁실이 있고 욕실도 하나 있는데 수도꼭지가 세개였다. 하나는 온천물이라고 한다. 아래의 사진은 온천물을 받아놓고 보온을 유지하기 위해 보온재를 그 위에 덮어 놓았다.
이건 마사유끼도 신기했는지 사진을 찍으며 즐거워했다. 오늘 이 댁에 들어오기 전에 온천을 즐겼지만 내일도 즐길 수 있다는 은근한 기쁨이었을게다. 내가 그랬으니까.
마사요시가 방 한켠 벽장같은 곳을 열자 자그마한 사원이 나왔다. 마사요시의 집안은 불교 신자들이었다.
마사유끼가 기도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겠다며 먼저 시범을 보였다. 내가 따라해보자 뜀도령이 "형은 캐톨릭 교도인데 왜 따라해?"라며 의아해 물었다. 석가모니에 대한 존경심이 나의 신앙생활과는 전혀 무관하다고 생각하는 나로서는 그들의 종교에 경의를 표하고 싶은 것뿐이었다. 유대교는 개신교를 포함한 기독교가 태동하는 뿌리가 되었고 유대교와 기독교가 이슬람교 태동의 근거가 되었으니 서로를 구별하며 너 잘났네 나못났네 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 조로 아스터교도 일신교이며 기독교의 지옥 개념이 조로 아스터교로부터 차용해 왔다는 설이 지배적이고 보면 넓게 보아 이 역시 한집안이다. 이따금 주변에서 보듯이 저마다 최고의 가치인 남의 종교를 비하하거나 자신의 종교를 남에게 강요까지 하는 행태들이 이해되지 못할 뿐이다.
식사가 끝난 자리에는 안주거리가 또 나왔다. 예쁘기 그지없는 이 집 테이블에 앉아있기 싫증이 나질 않는다.
마사요시가 불꽃놀이를 하자며 준비해 놓은 폭죽이다. 우리는 모두 현관 바깥으로 나갔다.
내게 신으라고 아버님이 내어주신 게다. 이거 신는 느낌이 무척 재미가 있다. 걸을 때마다 게다 바닥에 가로로 고정된 두 개의 막대가 걸을 때마다 앞쪽으로 몸이 쏠리는 듯한 느낌이 무척 재미가 있고 조금만 삐딱한 자세가 되어도 중심잡기 어려운 이 신발이 너무나도 재미가 있었다. 이거 나중에 가미나리몬에 가서 가격을 보니 거의 10,000 엔이나 한다. 그것도 모르고 밖으로 산책 나갈 때도 신고 뛰어다니고 했으니... 해서는 안될 짓을 했던듯... ㅡ,.ㅡ;
폭죽과 함께 들고 나간 간이 술상. 삿뽀로 맥주와 쌀과자. 이노무 삿뽀로 맥주가 한국에선 왜 그리 비싼건지 모르겠다. 난 일본 맥주중엔 값싼 기린 맥주가 제일 맛있더구만... 아버님은 화약 냄새를 맡고 뱀이 나타날 지 모르니 조심하라고 당부하셨다. 이 곳은 감자를 말리려고 내다 놓으면 원숭이들이 죄다 훔쳐갈 정도로 자연 속에 파뭍혀 있는 곳이었다.
불꽃놀이가 시작되었다. 손님들과 놀기 위해 사전에 준비해 둔 것 같았다. 부모님들도 함께 놀아 주시니 더욱 즐겁다.
바닥에 초를 불붙여 놓고 하나씩 꺼내 다양한 폭죽의 불꽃작렬을 즐기는 것이 생각보다 무척 재미가 있다. 한국에선 어렸을 때나 이런거 하고 놀았는데... 동심으로 돌아간 느낌이다.
뜀도령이 동영상으로 찍었다.
즐거움이 지나쳐 오버하는 뜀도령.
불꽃놀이에도 진지한 마사유끼.
가장 어린 나이인 마사요시의 천진난만한 모습. 금년 나이 스물 아홉이니 가장 꽃다운 나이다.
손에 들고 하기 식상했을까. 나름 저마다의 묘기를 선보인다. 셔츠 웃주머니에 폭죽 막대를 꽃고 내려다 보니 마사요시. 이거 끝이 방향을 틀어 몸쪽으로 돌면 본전 못뽑을텐데...
서커스맨도 아니건만 입에 폭죽을 물고 쇼를 하는 마사유끼. 금방 "에구 얼굴 뜨거"(아마도) 하며 손으로 잡아 얼굴로부터 멀리 밀어내서 웃을 일을 만들어 준다.
입에서 불을 뿜는 뜀도령. 뜀아! 연기에 살짝 가렸다만 어머니의 이상하다는 표정 안보이냐? 푸하학!
안전을 위해 바닥을 향해서만 불꽃놀이를 즐기시던 세심한 어르신.
나야 뭐 노땅이니 젊잖게 했디비.
이건 가장 마지막이라며 마사요시가 하나씩 돌려 동시에 했던 놀이인데 이제까지의 놀이와 달리 일방적으로 불을 쏟아내는 스타일이 아니라 정말 불로 자그마한 꽃을 피우며 타들어가는 피날레의 장식이었다.
불꽃 놀이가 끝나자 누군가 산책을 제안했다. 나도 걷고싶었다. 부모님들은 안으로 들어가시고 우리는 산길을 따라 조성된 마을을 걸으며 별천지의 분위기를 만끽했다. 하늘은 그야말로 쏟아질듯한 별들의 천지였다.
마을에는 마사요시의 부모님들처럼 예쁜 집을 지어 놓고 사는 사람들이 많았다. 유럽식으로 지은 집들이 특히 많이 보이는데 아름답기로는 마사요시 부모님의 집이 최고였다. 아래의 사진은 스위스식으로 지었다는 집의 우편함.
이것도 유럽식(네덜란드식이라고 했던 것 같다)으로 지어진 집 정원 끝에 설치된 우편함인데 예뻐서 함 찍어봤다.
별천지의 신선한 공기에 감격한 뜀도령이 머리를 남의집 정원수에 박고 쉼호흡을 하며 즐거워했다.
마사유끼, 마사요시와 함께 걷는 뒷모습을 뜀도령이 찍었다. 뜀아! 셋이서 무슨 이야기 했을거 같나? 귀 혹시 안근지럽디? 르하하... 뷔밀!
나는 좀 더 걷고 싶었지만 늦은 시간인데 부모님들이 우리가 돌아오길 기다리신다는 생각이 미치자 이내 곧 방향을 돌려 집으로 돌아갔다. 되돌아 갈때 대략 난감. 게다를 신고 있던 발이 경사진 길을 내려가다 보니 쉬지 않고 몸의 무게중심이 앞으로 기운다. 걸음을 내딛을 때마다 몸이 앞쪽으로 쏠리고 몸이 쏠리면 게다 뒷굽이 바닥에서 뜨고 앞굽으로 지탱하게 되니 다시 앞으로 기울게 된다. 이거 보통 재밌는게 아니었다. 근데 경사진 곳에서 걸음을 멈추자니 그것도 쉽지 않다.
집으로 돌아오니 아버님이 잡지를 내주며 보길 권하셨다. 건축이나 실내디자인 관련 잡지인 것 같다. 놀라운 것은 이 집이 바로 이 잡지에 실렸다는 점인데 그것도 몇 쪽에 걸쳐 상세하게 실렸다.
현관 사진.
거실과 주방 사진. 부모님들의 모습도 보인다.
지하에 설치된 온천욕실에 아버님이 목욕하시는 장면이 찍혔다. 우리도 담날 아침 여기서 번갈아 목욕을 즐겼는데 욕실에 앉아 숲이 우거진 밖을 내다 보는 이 기분은 뭐라고 표현하기 쉽지 않다. 욕실을 은밀하게 가리느라 바깥으로 향하는 창문을 아주 작게 만들고 보이지 않는 유리로 가리는 우리네와는 대조적으로 욕조에 앉아 밖을 내다 보며 목욕 자체를 즐기도록 만든 이 시스템은 내게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밖에서 훔쳐보면 어쩌나가 아니라 여기서 밖을 내다 봄을 즐기는 것이니 이 얼마나 행복한 발상인가.
아래의 사진은 잡지에 소개된 1층 평면도와 그 아래층 욕실과 세탁실 및 작은 창고의 평면도다.
부모님은 응접실에 사케와 맥주를 더 챙겨주신 뒤 먼저 침실로 들어가셨다. 아들의 친구들에게도 90도 허리를 굽히며 "오야쓰미나사이(안녕히 주무세요)"하며 인사하시는 모습이 조금은 부담스러우면서도 아름답게 보인다. 나도 부모님들께 할 인사들을 외웠으니 역시 일본어로 따라 90도 꺾으며 인사했다. "오야쓰미나사이!"
우리가 대화하는 소리가 안방에 들릴까 걱정했더니 마사요시는 방음장치가 잘 되어 있고 부모님들은 귀가 어두우셔서 잘 못들으시니 걱정할거 없다고 했다. 술을 잘 하지 못하는 마사유끼만 빼고 모두 맥주, 사케, 막걸리를 저마다 취향대로 마시다 적잖이 늦은 시간까지 마셨다. 료칸에서 꼭 한 번 자 보아야겠다고 생각했던 나는 더 좋은 곳에서 우정어린 초대와 접대에 행복해하며 마사유끼, 뜀도령과 함께 잠자리에 들었다. 사실 낼 아침의 여정만 아니라면 술병 들고 나가 '술잔에 뜬 별'이라는 시라도 짓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