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낭여행/09 네팔

네팔여행12(박타푸르2)

코렐리 2009. 8. 12. 11:37

2009. 7. 16(목) 계속

지금까지 서술한 박타푸르 달발광장의 건축물들은 입구를 들어서 왼쪽에 보이는 것들이고 오른쪽에 설치된 건물들은 이름이나 용도를 모르는 것들이 있어 소개를 생략한다. 그 중 여러 신의 형상을 한 처마 아래 장식물들은 그 하단에 자그맣게 노골적인 성행위 장면을 형상화한 경우가 많다.

 

 

나무 조각으로 장식된 건물의 창들은 이 후에도 많이 보았지만 이 곳 박티푸르 달발광장의 것이 가장 아름다왔던 것으로 기억된다.

 

 

 

파시데가 사원.

 

달발광장을 실컷 보고 타우마디 광장으로 이동했다.

 

가다가 화려한 목각장식에 이끌려 들어가 본 작은 사원. 들어가는 입구는 힌두교의 장식이지만 안에는 큰 황동좌불상이 있다.

 

그 곳 관리인이 영업을 하듯 우리를 불러 부처상이 있는 곳을 보라며 가려진 문을 열려고 하길래 일부러 관심을 두지 않았다. 돈을 받으려고 하는 것 같아서였다. 왠지 안봐도 될 듯했다. 안마당에는 풀어놓고 기르는 놈인지 코끼리 거북 새끼가 어슬렁거렸다. 사람들이 익숙한지 다가가 들여다 봐도 목을 내민채 엉금엉금 기어가는 평화롭고 여유로운 모습이다. 한켠 안쪽에서는 뭔가 음식을 지지는 좋은 냄새가 풍겼다.

 

이 사원에서 나가 우측으로 돌면 타우마디 광장으로 통하는 길인데

 

방금 사원 안에서 음식냄새를 풍기던 그 곳이 바깥으로 연결되어 있어 호기심에 무슨 음식인가 들여다 보았다. 우리나라의 빈대떡처럼 부침 요리를 하고 있었는데 그 위에 계란을 통째로 깨서 얹는 것과 다시 그 위에 향신료가 든 소스를 뿌리는 것이 달랐다. 조리하시는 아주머니한테서 내공의 포스가 뿜어져 나온다.

 

안에는 노인들이 많아 피맛골 열차집이 연상되었다. 우리는 더워서 밖에 의자를 내고 궁상맞게 앉아 음료수와 부침개 3개를 시켜봤다가 맛이 어떨지 몰라 다시 음료수 3병과 부침개 1개로 주문을 바꿨다.

 

먹어봤다. 향신료가 강하다. 여기까진 별 문제가 없는데 달걀프라이 맛 외에는 별다른 감동이 없다. 걍 맛봤다는데 의미를 두기로 하고 음료수 한병씩 들고 나왔다. 안에서 부침요리를 하시던 아주머니의 표정에서 섭섭함이 묻어났다. 죄송혀유.

 

빈대떡집(항상 음식 이름을 물어보던 내가 이 때는 잊고 안물어 봤음)에서 조금내려가면 멋진 5층목탑사원이 나온다. 

 

타우마디 광장에 자리한 이 사원은 니야타폴라 사원이라고 한다. 높이는 30미터. 달발광장에서 무척 가까운 거리다.

 

다른 곳 같으면 이러한 보존가치 높은 사원에는 출입금지 표시라도 되어 있을만도 한데 여기엔 그런 것이 없이 누구나 자유롭게 드나들고 오르고 내릴 수 있도록 개방되어 있었다. 그러면 함 올라가 봐야지.

 

오징어 흐물체조로 준비운동 하고

 

기념 촬영도 하고... 뜀도령의 브리핑에 의하면 맨 아래 두 사람은 '자야 말라'와 '팟타 말라'라는 실존했던 전설적인 장수들이라고 한다. 그 위로 코끼리 사자, 그리핀 그리고 여신의 석상을 차례로 세웠다.

 

같은 광장에 비스듬히 마주보는 바이러브나트 사원. 이 앞에서 가던 길을 멈춘 사람들이 수시로 기도를 바치고 지나간다.

 

 

다른 곳 같으면 유적의 유물을 만지면 관리소측에서 적잖이 경을 칠텐데 여기선 아무런 제재조치가 없다. 관리소도 없는 것 같다. 이 들 유적은 이들 생활의 일부로서 존재한다는 듯한 인상을 받았다. 

 

사원에서 내려다 본 광장.

 

연인들의 다정한 모습과 젋잖게 수다를 떠시는 아줌마들의 여유로움이 보기에 좋다. 목각기둥엔 예술적인 문양과 부조가 볼만하다. 이런거 자꾸 만지면 닳을텐데...

 

 

광장을 떠나 마지막 남은 타추팔 광장을 찾아 자리를 떴다. 가다 보니 눈에 띠는 낯익은 풍경. "자 왔어요. 왔어요. 왔어요. 날이면 날마다 오는게 아니예요. 애들은 가요. 학생도 가요. 얌마, 빨랑 집에 안가? 임쉭 확! 어여 가! 자, 여기를 보세요. 보세요! 세상에 보기 드문 명품중에도 명품! 아저씨도 아주머니도, 할머니 할아버지도 꺼뻑가는 ..." 이들의 말을 모르니 뭘 파는지는 알 길은 없고...

 

가다가 발견한 도자기 제조구역. 초벌구이 전 마지막 손질을 하는 듯한 아낙네들의 모습.

 

좀 더 안쪽으로 들어가 보았다.

 

이 주변에서는 도자기를 빚고 말린다. 이 곳이 도자기 광장이라고 한다.

 

오래전 인상깊게 보았던 키아누 리브스 주연의 영화 '리틀부다'의 한 장면이 갑자기 오버랩 되는 모습을 발견했다. 축을 가진 둥글 넙적한 나무판에 막대를 끼워 마구 돌리는 모습을 보고 저게 무엇일까 궁금했었다. 그것이 도자기를 빚기 위해 물레를 돌리는 것임을 여기서 보고 알게 되었다. 아래 동영상은 뜀도령이 찍었다.

 

우리는 타추팔 광장으로 갔다. 역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다른 광장들과는 달리 소규모의 광장이지만 아담한 느낌이 있을 뿐 아니라 주변은 온통 주거지가 밀집되어 있어 더없이 정겨운 곳이었다. 

 

 

 

 

 

 

타추팔 광장에 잠시 구경하다 광장을 떠난 우리는 일단 박타푸르에서 가장 중요한 것들은 다 보았지만 옛날식 집들이 즐비한 골목골목은 한군데도 놓치지 않고 돌아다닐 참이었다. 돌아다니다가 운이 좋았는지 이 날도 역시 대박을 만났다. 힌두교 사원인지 마을 노인정같은 작은 방에 힌두교 신들의 그림이 가득히 걸려있고 그 안에 노인들이 가지각색의 타악기를 연주하며 노래하고 있었는데 포스가 범상치 않다. 나와 뜀도령은 가만 있을 수가 없어 수신호로 들어가도 좋은지를 한 어르신께 물었다. 나와 눈이 마주친 어르신이 고개를 끄덕이신다. 들어가 앉았다. 찬바람은 엊그제와 마찬가지로 남의 일에 왜 껴드는가 싶은지 바깥에서만 들여다 보고 있다가 동영상을 찍었다. 

 

 

찬바람이 뜀도령의 카메라로 찍은 동영상

 

역시 이 곳에서 한동안 어른신들이 연주와 노래를 들었는데 노장의 포스가 느껴지는 멋진 곡들이었다. 찬바람이 바깥에서 지루해하는 눈치였다. 우리는 몇 곡 더 듣고 어르신들께 인사를 한 뒤 나왔다. 또 다시 골목을 돌아다녔다. 가다 보니 카페트 같은 직물 가게가 보이고 안으로 는 직물공장이 연결되어 있었다. 주인에게 들어가 구경해도 좋은지를 물었다. 흔쾌히 허락하기에 안에까지 들어가 유심히 살펴봤다.

 

 

 

가끔씩 보이는 별로 깨끗하지 않은 인공연못의 용도는 무엇이었을까.

 

 

구석구석을 다니던 끝에 우리가 버스를 타고 도착한 곳과는 반대방향 마을 끝에 도착했다. 생활하수와 각종 쓰레기가 뒤썪여 악취가 진동하는 개울이 마을 끝 경계선에서 흐르고 그 다리를 건너기 전에 보이는 자그마한 힌두사원이 특징은 그다지 없어 보였으나 안에서 의식이 치러지고 있어 지나던 우리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우리는 사원 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이거 뭐라고 써 있는지 알 길이 있나. 무슨 사원이라고 쓰긴 했을텐데...

 

마침 예식이 끝나고 연로한 브라만이 우리를 보더니 사탕 형태의 커피슈가 같은 것을 나눠 준다. 아마도 방금 예식에 이 슈가를 나눠준 것 같다. 나는 이들이 무언가를 먹을 때는 왼손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깜빡하고 왼손 내밀었다. 슈가를 주던 브라만의 손이 순간 멈칫한다. 그들은 왼손을 뒷일을 보고 후장을 닦는데 쓰는 관계로 더럽게 여긴다. 다시 오른손을 다시 내밀어 무슨 의미인지도 모르고 먹어봤다. 무슨 종교적 의미가 있었을 테지만 내겐 걍 단맛이다.

 

이 사원의 사제는 이교도이면서 이방인인 우리에게 간단한 교리를 해주었다. 시바, 비슈뉴, 크리슈나 그리고 또 무슨 신의 이름 하나를 더 들먹였는데(람인가?) 어쨋든 이들은 따로 떼어서 생각할 수 없는 일체라고 한다. 이건 이 날 알았다. 심지어는 부다와도 일치한다고도 했다. 힌두교와 불교가 서로 화합하며 공존하는 이유를 조금은 알 것 같다. 불교에서는 힌두교 하위의 신 중 하나인 하누만 신이 부처님 제자 중 하나의 현신이라는 말도 들은 기억이 있다.

 

시궁창 냄새가 진동하는 다리를 건너 마을을 벗어난 우리는 우리가 왔던 반대편 대로변에 도달했다. 여기서 카트만두로 가는 버스가 있음을 확인하고 이 길 건너편 마을과 시장을 더 구경했다.

 

길 건너편에는 오래된 벽돌집과 흙벽가옥은 없고 모두가 콘크리트로 조성되어 있어 그들의 옛모습을 볼 수 있는 곳은 아니었으나

 

그들의 살아가는 모습을 엿보기에는 방금 들렀던 고전적 분위기의 마을보다는 훨씬 가깝고도 현실적인 모습으로 다가왔다. 이들이 쇠고기도 먹는다는 사실은 여기에서 확인했다. 아마도 물소고기였을 것이다. 적지 않은 싸돌아 다님 뒤에 우리는 버스를 타고 카트만두로 돌아왔다. 중형버스에 올라타면 천정이 낮아 허리를 굽혀야 하는데 좌석이 없어 서 있기도 불편했다. 그래도 현지인들과 같은 교통수단으로 다니는 것은 언제 겪어봐도 항상 재미있고 멋진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