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렐리 2009. 6. 21. 16:39

2009.6.19(금)

아침에 호텔에서 일어나 곧바로 아침식사를 한 뒤 곧바로 다시 경주로 향했다. 경주에 도착하자마자 버스를 타고 들른 곳은 분황사. 분황사에는 결혼식이 준비되고 있었고 곧 결혼식으로 이어졌다. 뒤에서 보니 중년의 남녀로 보이는데 가까운 피붙이들만 모였는지 아주 조촐했다. 선덕여왕때인 634년에 건축된 사찰로  

 

워낙 오래된 곳이다 보니 보광전 벽화는 지워질대로 지워져 있었다.

 

 

 

분황사 석탑의 일부분인데 전체적으로 찍은 사진을 지워먹고 없다. 

 

그래서 하나 퍼왔다.

 

 

 

이 곳을 나와 황용사지를 들러 보았다. 몽고의 침입으로 불타버린 황룔사는 터만 남아있고 주변은 풀만이 무성했다. 몇 년 전 불타버린 황룡사 9층목탑에 대하여 당시의 건축법과 남아있는 기록을 토대로 컴퓨터그래픽으로 재현한 적이 있었다. 당시 나는 이 어마어마한 목탑이 남아있지 않음을 무척이나 애석하게 생각했었다. 달랑 남은 터만 보니 감개가 무량한게 아니고 허무함과 안타까움이 크게 밀려온다. 

 

 

 

도로 건너편은 새로이 발굴작업이 한창이었고

 

 

들꽃은 흐드러지게 피었다.

 

이어서 들른 안압지.

 

문무왕 4년인 674년 땅을 파서 연못을 만들고 각종 화초와 짐승을 이 곳에 길렀다고 전해진다고 한다.

 

 

경주 박물관은 볼거리가 많음에도 불구하고입장료가 무료였다.

 

3,000원 내고 박물관 가이드 시스템을 귕 꽂고 석기시대부터 돌아보기 시작했다. 신석기로부터 청동기와 철기시대의 유물들이 일목요연하게 전시되어 있었다.

 

 

 

 

통일신라의 토기는 해학적인 유물이 무척 많다. 개구리를 삼키기위해 뒷다리를 물고 있는 뱀과 살기위해 발버둥치는 토우를 뚜껑에 얹은 도기도 있고 남녀의 성행위를 노골적으로 묘사한 토우를 얹은 도기도 있어 당시의 자유분방했던 성문화의 단면을 보여주기도 한다.

 

 

불국사에서 보니 못한 다보탑의 모조품을 여기서 보는군. ㅡ,.ㅡ;

 

 

조선시대 얼음을 보관했던 석빙고. 우스워 보여도 보물 66호라 한다.

 

숲이 우거져 편안함을 느끼게 하는 계림.

 

 

바로 옆 무열왕릉

 

 

이 번엔 이름모를 귀족들의 무덤이 몰려있는 대릉원 

 

천마총. 이 안에 전시된 말안장에 그려진 천마도는 희미해서 간신히 알아볼만 하지만 우아하고 세련된 기법의 그림이 새삼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입장이 차단된 미추왕릉

 

그런다고 못보겠냐. 담벼락 너머로 사진 한 장 찍었다. 무열 임금님 안녕하셈?

 

역시 가까이 붙은 향교

 

 

 

최씨 종택

 

종택 내부와 종가의 어르신. 적잖이 까칠하신 분 같다. 별별 잡놈이 다 와서 구경하고 심지어는 신발까지 신은채 마루에 올라와 방안을 들여다보는 예의없고 무식한 인간들까지 상대해야 하니 보통 고생은 아니실게다. 문화 유산을 지켜주셔서 감사합니다. 항상 건강하소서.

 

이번엔 뒤로 돌아 별채와 정원. 인공미를 가미하여 정리된 느낌을 주는 일본 정원과 달리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우리의 정원은 더욱 편안함을 주는 것 같다.

 

 

 

공개되지 않는 내당은 담너머로 잠깐 보고 사진에 담아보았다. 

 

경주의 많은 명물 중 하나인 경주법주의 본가

 

고택 툇마루에 앉으신 어르신의 모습이 어찌나 편안하고 우아해 보이던지 허락을 얻어 한 장 찍어 보았다. 사진을 멋지게 찍지 못해 죄송합니다 어르신.

 

나시 계림으로 나와 아무도 보이지 않는 벤치에 자빠져 혼자 쉬다 보니

 

코 앞에서 청설모 한마리가 겂도 없이 내 앞에서 알짱거렸다. 허! 서울선 하기 어려운 구경일세.

 

배가 고팠다. 해장국 거리처럼 대릉원 주변은 쌈밥집 거리로 유명했다. 나는 이미 대릉원에서 나올 때 직원 언니한테서 어느 집이 가장 유명한지를 물어 두었다. 바로 이 집 삼포집이다. 왜 유명한지 들어가 보았다.

 

들어가는 입구부터 골동품들로 꽉차서리 눈요기하기에 손색이 없었다. 오래된 우체통은 물론이고 내가 초등학교때 공부했던 교과서, 갑옷과 투구 등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이 정도면 밥은 맛없어도 무방하다.

 

식당 안으로 들어갔다.

 

나온 반찬 모두가 깔끔하다. 멸치젖도 압권이다. 다 좋은데 한가지 흠은 고기가 퍽퍽하다. 하긴 쌈밥집이니 용서가 되긴 한다만 그래도 좀... 그래도 이래저래 괜찮은 집이다. 1인분 9천원. 혼자선 주문 불가능할 줄 알았더니 그래도 친절하게 받아준다. 

 

유스호스텔촌인 불국사 주변으로 가기 위해 버스타러 가던 중 눈이 번쩍 뜨이는 커피숍이 하나 눈에 들어왔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드라마티코 테너 중 한 명인 마리오 델 모나코의 카리스마 넘치는 흑백사진이 나의 발걸음을 멈춰서게 만들었고 이 곳이 동명의 커피숍임을 알고 붙었던 발바닥을 떼어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안에서는 피아노 공연의 DVD가 상영중이었다. 나는 이 곳에 들어오게 된 계기를 말하고 마리오 델 모나코의 아리아를 틀어달라고 했다. 라보엠, 오텔로, 일트로바토레, 토스카, 팔리아치 등의 공연에서 불을 뿜는 모나코의 연기와 노래에 나는 이 한편의 DVD가 끝날 때까지 잠시도 눈을 떼지 못했다. 특히 팔리아치에서 '의상을 입어라' 부분에서는 닭살이 온몸을 엄습하는 감동마저 느껴졌다. 아래 사진의 영상은 오텔로에서 이아고의 꼬드김에 속아 번뇌하는 오텔로(마리오 델 모나코 분)의 모습. 이아고역을 맡은 바리톤은 알도 프로티인 것 같다. 에스프레소 한 잔 시켜 놓고 한 시간 이상 자리를 꿰차고 뭉갰던 나는 커피값을 지불하고 감사의 한마디를 하고 나왔다. 사장의 남편이 테너인데 마리오 델 모나코를 좋아한다고 한다.

 

이 곳을 떠나 불국사 주변의 유스호스텔로 갔다. 배낭여행하던 습관대로 간 것이지만 사실 국내 유스호스텔의 개념은 외국과 많이 다른 것이사실이다. 단체 손님이 없어 문을 아예 닫아놓고 수리중이라는 안내판을 달은 집이 여러군데지만 사실 비수기 영업을 하지 않으려는 생각인 것 같았다. 간신히 한 군데 숙박을 잡아 들어갔다. 방값 3만원이면 괜찮은 편이었다. 이게 혼자 여행의 백미인가 보다. 평소엔 안보던 TV도 혼자 외박하다 보니 재미가 있었다. 맥주 세 캔과 과자 부스러기 하나 사다 티브이 보면서 즐기는 맛도 좋다. 내일은 안동으로 갈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