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낭여행노하우/배낭여행노하우

배낭여행 동경자는 동경만 하다 끝난다.

코렐리 2009. 3. 11. 11:36

세상에는 두 부류의 사람들이 있다.

배낭여행을 떠나는 사람들과 배낭여행을 떠나지 않는 사람들

 

배낭여행을 떠나지 않는 사람들 중에도 두 부류의 사람들이 있다.

배낭여행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과 배낭여행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

 

배낭여행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 중에도 두 부류의 사람들이 있다.

배낭여행을 동경하는 사람과 배낭여행에 막연한 관심만 있는 사람들

 

배낭여행을 동경하는 사람들 중에는 두 부류의 사람들이 있다.

배낭여행을 실행하기 위해 뭔가 일을 꾸미는 사람들과 배낭여행을 동경만 하는 사람들

 

배낭여행을 동경하는 사람들 중에는 실행하고자 일을 꾸미는 사람들보다는 그저 동경만 하는 사람들이 압도적으로 많다. 동경한다는 말은 내게서 가능성이 먼 것을 멀찌감치서 바라만 본다는 뉘앙스가 강하다.

 

배낭여행을 그저 동경만 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한국의 성인들은 다시 20대 청춘으로 돌아간다면 가장 하고싶은 일로 배낭여행을 꼽았다고 한다. 한 라디오 방송에서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해 조사한 결과 배낭여행이 32.5%로 1위를 차지했다는 것이다. 20대 청춘으로 되돌아 갔을 때를 가정하고 있으니 이들도 역시 배낭여행을 동경만 한다는 이야기다. 20대가 아니라서 배낭 여행을 못하는 이유는 도대체 뭔가? 배낭여행을 동경까지 하면서도 그들이 떠나지 못하는 이유는 단 하나다. 스스로 떠나지 못하도록 온갖 핑계를 만들어 스스로를 못가게 막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자기 보호본능까지도 작용한다. 내 주변인들로부터 그 핑계를 들어 보면 대부분 다음과 같은 이야기들을 한다.

 

1. 시간이 없어서 못간다.

2. 영어를 못해서 못간다.

3. 돈이 없어서 못간다.

4. 낯선 환경이 두려워서 못간다.

5. 위험해서 못간다.

6. 가족을 두고 혼자 떠날수도 없고...

 

배낭여행은 20대 대학생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30대 이상 직장인들도 얼마든지 떠날 수 있지만 이러한 핑계들로 일관하며 떠난다는 것 자체를 언감생심 꿈도 꾸지 못한다. 그러나 이러한 사유들은 배낭여행을 떠나는 자신을 스스로 막기 위해 스스로가 조작해낸 핑계에 불과하다. 이 것이 왜 핑계인지 조목조목 짚어보자

 

 

(갠지스강의 해뜨는 아침) 

 

 

1. 시간이 없어서 못간다.

시간이 없어서 못간다는 것만큼 자기방어적인 말도 없다.

학생들이나 교사들같으면 방학에 적지 않은 시간을 가질 수 있다. 공무원들이나 공사 직원들도 연간 20일 이상의 휴가를 낼 수 있으니 더 말할 필요도 없다. 대학생, 교사, 공무원들에게는 방학과 연중 사용 가능한 휴가일수가 있으니 굳이 거론할 필요도 없겠다. 그러면 일반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는 갈 시간이 정말로 없는지는 한 번 따져볼 필요가 있다. 

 

1주일간의 평일은 대개 5일로 주어진다. 그 전후로 두 번의 주말을 활용한다면 9일의시간이 주어진다. 9일이면 배낭여행을 하기에 결코 적은 일수는 아니다.

만일 5일의 휴가를 신청하기가 부담스럽다면 휴일이 하루 낀 주를 선택해 보자. 휴일이 하루만 끼어도 4일이면 된다.

휴가 4일 신청도 어렵다면 명절연휴 중 이틀 이상이 평일에 걸려 있다면 이것을 활용해 보자. 운이 좋은 해에 설이나 추석명절에 화~목요일이 연휴이고 금요일은 샌드위치 데이라 놀게 된다면 1일만 휴가를 내도 9일의 휴가가 나올 뿐만 아니라 가능한 휴가를 여기에 최대한 덧댄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

이마저도 여건이 되지 않는 사람들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명절날 가족과 함께 보내야지 어떻게 여행을 떠나느냐고 반문한다면 더 이상 할 얘기 없음. ㅡ,.ㅡ

혹자는 상사의 눈치를 보느라 아예 휴가를 신청하지도 못하는 경우도 있다. 스스로에게 주어진 권리는 당당하게 찾자. 상사는 내게 주어진 권리를 박탈할 아무런 근거도 권리도 없다. 배낭여행 자체가 도전이다. 내 권리를 당당히 주장할 도전정신 조차도 없다면 배낭여행은 영원히 포기해 버리자. 그럴 배짱이나 요령이 없으면 더 이상 할 얘기 없음.

자신이 자리를 비운 사이의 일이 걱정이 되어 휴가를 쓰지 않는 경우도 더러 있다. 당겨서 처리할 수 있는 것 최대한 당겨 처리하고 미룰 수 있는 일은 최대한 미루어 보자. 내가 없는동안 반드시 해야할 일이 있다면 가능한데까지만 처리해 놓고 나를 도와줄 동료를 물색히 보자. 아부란 가장 비열하고 치사스러운 짓이지만 가끔은 살아가는데 득이 될 수 있다. 이런 경우엔 직장 동료에게 아부하자. 그것도 안된다면 할얘기 없음.

 

시간이 많다면 그보다 더 다행스러운 일은 없다. 그러나 시간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못떠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시간이란 쪼갤수록 값지다. 최대한 쪼개보자. 뜻이 있는 자에게 길은 열리게 마련이다.

 

2. 영어를 못해서 못간다.

가장 한심한 답변이다. 고졸 학력만 되어도 6년은 이미 영어를 배웠다. 대학을 나왔다면 10년, 석사과정을 마쳤다면 12년, 박사학위 소지자라면 15년 이상을 영어공부에 이미 시간을 투자했을터다. 그러니 대한민국에서 태어나 살아온 사람들이 영어를 한마디도 못한다는 것은 말도 되지 않는 일이다. 외국을 다니면서 고급영어는 거의 쓸 일이 없다. 수준은 대한민국에서 고등학교 이상을 다녔다면 지레 겁먹고 스스로 귀를 닫지 않는 한 영어를 잘했든 못했든 여행에 필요한 정도는 충분히 알아듣고 충분히 말할 수 있다. 사실 표현하고자 하는 말은 가장 필요한 단어 하나만 갖고도 충분히 의사를 전달할 수 있다. 또한 본인이 영어를 못하면 호텔에서도, 식당에서도 최대한 알아듣기 쉽게 말해주고 이해하기 쉽도록 풍부한 제스춰를 취해 준다.

 

여행을 다니다 보면 받는 질문들은 뻔하다.

며칠이나 머무르십니까?

어디로 가실겁니까?

무엇을 드시겠습니까?

어디에서 오셨습니까?

여권 좀 보여 주시겠습니까?

대개는 이런 수준이다. 답변은 단답형이거나 행동으로 보여주면 그만인 질문들 투성이다.

 

여행자가 할 질문들도 뻔하다.

이 버스 거시기에 갑니까?

메뉴 좀 보여 주시겠습니까?

방 있습니까?

얼마입니까?

좀 할인해 주시겠습니까? 

 

흔히 하는말로 영어라면 일자무식을 자칭하는 나의 한 지인은 시원치 않은 영어만으로도 뉴욕에서 두 달간 혼자 체류하는데 아무런 문제도 느끼지 못했다고 한다. 배낭여행은 해보지도 않고 자신없다고 무너지는 사람들도 외면해 버린다. 확실한 것은 내 영어실력이 의사소통에는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다만 알고 있는 것을 비웃음이 두려워 써먹지 못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인데 본인이 살아야겠고 운신을 못할 상황에 처하면 누구든 해낼 수 있다는 사실을 상기하자. 언어능력 부족이 반드시 걸림돌이 되지만은 않는다는 사실은 내가 겪은 한 에피소드에서도 드러난다.

불어도 말라가시 토속어도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마다가스카르에 방문했던 나는 영어를 한마디도 못하는 원주민들과의 의사소통에 크게 어려움을 느껴보지 못했다. 모든 것을 손짓과 발짓, 그리고 수첩에 그린 그림 등으로 표현을 주고 받았다. 타마타부아에서 한 어부를 불러 낚시배를 빌려 보았다.

 

"내일 새벽  6시에 낚시를 하고 싶은데 당신의 카누를 그 시간에 이 곳으로 몰고 오시오. 미끼는 당신이 준비해야 하오. 두 시간 동안 안내해 주면 5,000 프랑을 주겠소".

물론 손짓과 발짓으로만 표현했지만 오해는 전혀 없었고 담날 아침 나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었다. 다만 그들에겐 시간 개념이 없어 30분정도나 늦게 왔다. 또 한가지 문제는 먹지도 못할 큼직한 참복어만 세마리가 잡혔다. 고급생선 처리법을 몰라 버리기도 아까운 생각이 들고 보니 이 사람들도 처리법을 알고 있지 않을까싶어 물었다.

"이 고기 먹습니까?"

그는 내게 대답하기 위해 혀를 길게 빼물고 삐딱하게 늘여 세운 자신의 목에 손을 칼날모양으로 세워 치는 시늉을 하며 "켁!" 하는 소리를 냈다. 먹으면 죽는다는 소리였다. 세계공용어였군! ㅡ,.ㅡ;

 

영어를 잘하면 물론 좋다. 그러나 못하는 영어로 덤비는 것 역시 용기있는 자들의 도전이다. 다만 영어를 잘 하지 못하면 게스트하우스 등에서 자주 만날 같은 여행자들을 친구로 사귀기 힘들다는 것이 문제이기는 하다.

 

 

 

(반띠아이스레이에 방치된 섬세한 조각작품)

 

 

3. 돈이 없어서 못간다.

이 것 역시 영어를 못해서 못간다는 답변 만큼이나 바보같은 소리다. 하다 못해 돈 한 푼 없는 대학생들도 제손으로 돈을 벌어 배낭 여행을 간다. 직장인이 여행갈 돈을 마련하지 못한다면 이 것 역시 조금은 우스운 이야기가 아닐까싶다. 물론 봉급이 기초생활수급에도 못미친다거나 특수한 사정으로 돈을 버는 족족 어디엔가 쏟아 부어야 한다면 할 말은 없다. 젊은날에 한푼이라도 벌어서 모아두어야겠다면 배낭여행은 영원히 꿈도 꾸지 말고 포기하길 권한다. 그러나 대재산을 모을 것도 아니니 그나마 보탬이 될 돈보다 나의 견문 넓힘을 더 값지게 생각한다면 망설이지 말고 적극적으로 도전하고 볼 일이다.

배낭여행을 일년에 두 번을 떠나고 한 번에 200만원씩 쓴다면 연간 400만원이다. 그게 부담스럽다면 한 번으로도 족하다.

유럽이나 북미지역이 아니고선 항공권 구입비로 120만원을 쓴다고 가정하면 보름간 숙식비와 교통비, 간식비, 유적지 입장료, 군것질, 음료수비 등 100만원을 예산으로 잡을경우 쓰기 나름이겠지만 궁상을 안떨고 가끔은 호사도 누려보며 다닐만큼 충분하다. 최근 환율이 올라 사정이 많이 달라지긴 했지만 이 것은 일시적 현상으로 대개들 내다보고 있으니 거론하지 말자.

한 번 여행에 보름동안 200만원을 썼다면 과연 정말로 여행에 200만원이 다 소요된 것일까. 바보는 YES라는 대답을 할 것이다. 정답을 요구한다면 당연히 대답은 NO다.

직장인이라면 여행을 가지 않고 남아 있게 될 경우 자신의 생활비와 용돈을 쓰게 마련이다.

밥값, 교통비 또는 차량 운행비, 친구들과의 모임, 연인과의 데이트 경비, 경조사비, 운동하는 사람이라면 그 경비, 취미생활을 하는 사람이라면 또 그 경비... 기타 여기저기 체면 세울 일 등... 숨만쉬면 돈이 들어가는 상황에 보름간 50만원이 안들까?

여행경비로 들어가는 돈은 당연히 이러한 금액은 빼고 계산해야 한다. 보름 생활비로 50만원을 지출하는 사람이라면 결국 보름간의 여행때문에 소요되는 경비는 150만원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내경우 씀씀이가 좀 있는 편이라 그 기간이라면 100만원은 쓰는 것 같다. 이렇게 되면 나의 경우 여행경비는 100만원정도가 된다. 내겐 견문을 넓히고 세로운 세상에서 새로운 친구들을 사귀는 것을 포기하기엔 미미한 금액이라고 생각된다.

한걸음 더 나아가 여행경비를 조달해 보탠다는 생각으로 평소 의미없이 쓰던 돈을 반성한다는 의미로 이 기회에 절약해 보자. 담배도 끊고(내경험으론 줄이는 것보다 끊는게 훨씬쉽다), 술도 두 번 마실 것 한 번으로 줄이고(나는 술을 싫어하는 사람이다. 이상하게 술이 날 넘 사랑해서 탈이지만) 마을 버스도 등지고 건강을 위해 걸어서 가보자. 일주일에 두 번 정도는 차를 두고 대중교통을 이용해 보자. 배낭여행 중에는 엄청 걷게 마련인데 체력 단련으로 대비까지 하게 된다. 다만 몇 만원이라도 이렇게 보태면 더욱 값지다.

다시 말하지만 대상국이 선진국만 아니라면 생각보다 배낭여행 경비는 그리 많이 들지 않는다.

 

4. 낯선 환경이 두려워서 못간다.

독설가의 말처럼 들리겠지만 이 답변이야 말로 게으름벵이의 전형이며 귀차니즘에 경도된 사상가(?)이며 도전정신이 눈꼽만치도 없는 구둘장 귀신에 빙의된 못난이의 소리다. 이걸 못고치는 사람이라면 해외 배낭여행은 고사하고 국내 여행도 못다닐 사람이다. 낯선 세계를 호기심의 대상으로 삼아보자. 안가고는 못배기게 된다. 낯선 환경이 두렵다는 것은 그만큼 그 대상지역에 대하여 무지하기 때문이다. 그 곳에 가기 위하여는 알아야만한다. 내가 갈 그 곳을 익숙하게 만들어 보자. 이것이 배낭여행 사전 준비로서 가장 중요한 일이며 이게 없으면 두려움은 당연히 수반되고 그 여행은 망칠 수 밖에 없다.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여행지 선정이다. 평소 가보고 싶었던 곳 중 골라본다. 평소 아무 생각 없었다면 인터넷이라도 뒤져 보자 어디엔가 필이 꽂히는 곳이 나오게 마련이다. 목적지가 선정되면 서점이나 도서관에 가서 여행정보를 찾아보자. 사람들이 잘 가지 않는 곳이라 한글판 책자가 없다면 영문판 책자라도 있다. 그래도 없다면 인터넷을 뒤져보자. 여행지에선 어디서든 여행자 호텔에 게스트북이라는 것을 볼 수 있어 남이 남겨놓은 여행정보를 참고할 수 있고 내가 얻은 유익한 정보를 남을 위해 글로 남길 수도 있다. 소극적으로 목적지에 대한 물가정보와 교통편만 얻을게 아니라 역사도 지리도 문화도 공부하고 가자. 아는만큼 보인다고 알면 알수록 보는 눈이 달라진다. 또한 알면 알수록 두려움은 사라지고 호기심만 발동하게 된다. 낯선 환경이 두렵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길을 잃고 헤매고 입에 맞지 않을 음식에 대해 지레 겁부터 먹지만 사실 이러한 과정이 없기 때문에 이러한 말을 한다. 마인드도 많이 작용한다.

낯선 곳에서 무엇인지도 모르는 음식을 주문하고 나니 기다리는 동안 무척 궁금해진다. 어떤 음식일까. 막상 나온걸 보니 생전 안먹어 보던 희안한 음식이다. 음식 재료가 절대 익숙치 않다. 향신료도 강하다. 도전해 볼 가치가 있다. 먹어보자. 으헥 이게 무슨 맛이야? 네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보자 너한텐 안진다. 생각이 바뀌고 나서 덤벼보니 특유의 맛이 보이기 시작한다. 흠. 이건 그래서 먹는 음식이었군. 난 널 정복했다. 다음 음식 덤벼!

낯선 곳에서 길을 잃었다. 내가 어디에 있는지 아는 것은 식은죽 먹기다. 주변인에게 물어보자. 지도가 있는 한 이 도시는, 이 지역은 내 손바닥이다. 길을 잃고 헤매다 보니 현지 주민도 마니 만나고 계획에 없던 곳에서 뜻밖의 풍경이나 정경을 만나게 된다. 결국 물어물어 제 궤도 에 다시 올랐지만 지나고 나니 오히려 헤맸던 그 길이 잔상에 더 많이 남는다. 나는 진짜로 그 나라에 다녀 온 것이었구나.

 

깨달음이 따로 없군.

 

5. 위험해서 못간다.

이 것 역시 구더기 무서워서 장못담근다는 말에 다름 아니다.

어느 어느 나라가 위험하다는 인식은 어디에서 오는걸까. 특정 국가가 여행하기에 위험하다는 인식은 구체적인 데이터 없이 스스로 만들어낸 잘못된 인식인 경우가 많다. 게다가 어느 나라에서라도 있을 수 있는 범죄에 한국인이 당했다면 그 나라는 무조건 위험한 나라가 되버리고 만다. 물론 한국은 세계에서 치안이 가장 좋은 나라들 중 하나다. 한 편, 세계에서 범죄가 가장 많고(특히 뉴욕) 인종차별이 노골적인 미국(특히 남부)을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별로 없다.

타국의 문화와 전통 등에 관심이 많은 나로선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나라는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뿐이다.

서방세계, 특히 미국과 그 우방국가는 무장세력에 의해 적으로 간주되는 이라크에 대하여는 굳이 말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이라크의 고대 앗시리아 유적에 호기심이 발동하지만 가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은 나도 한다.

또, 과거 영국이 식민지로 지배하기 위하여 3,000명의 병력을 아프가니스탄으로 보냈을 때 영국군은 아프간인들로부터 대대적인 환영을 받았다. 병력이 돌아올 때는 한 명씩 한 명씩 실종되었다가 목이 잘린 시체로 발견되었다고 한다. 국경을 벗어났을 때 3,000명의 병력은 하나 둘 그렇게 계속 실종되고 목잘린 시체로 발견되어 결국 살아서 돌아간 병사는 단 한명뿐이었다고 한다. 그 생존자는 일부러 살려 보냈을 것이다. 내가 만난 AP통신의 한 기자는 외세 침략에 그 정도로 강한 거부감을 갖고 있는 아프가니스탄에 선교활동을 목적으로 들어갔다가 납치된 한국 개신교도들을 보고 무모한 것이 아니냐는 반응을 보였었다.

내가 중동 국가들을 여행하겠다고 했을 때 정신이 있느냐고 반문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이 번에 내가 들렀던 국가들(터키, 요르단, 시리아, 레바논)은 이방인에게 친절하고 개방적인 사람들이었으며 그들에게 사기를 당해본 기억도 거의 없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나역시 이 곳이 위험한 곳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들 중동국가가 위험하다는 생각은 객관적인 근거를 통해 형성된 것은 아니었다. 그저 서방언론의 변두리에 있는 그들 국가들이 이스라엘과 또는 쿠르드족과 분쟁을 할 때에서야 비로소 우리가 소식을 접하게 된다. 그러니 허구헌날 그런 일들만 벌어지는 곳이라는 근거 없는 선입감에 사로 잡히게 된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이 위험하니 근거도 없이 이 곳까지 한꺼번에 싸잡힌다. 희안하게도 세계에서 범죄가 가장 많은 곳이 뉴욕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왜 그렇게들 가고싶어 하는건지 참으로 아이러니 하다. 한국인들은 무척 영리한 사람들이지만 간혹 분위기에 휩쓸리는 경향도 강하다. 2년전 캄보디아에서 항공기 추락사고가 있었고 이 소식이 전해지자 이 곳은 근거도 없이 위험한 곳이라는 인식부터 퍼졌다. 비행기 떨어진 곳에 또 떨어질 확률이 얼마나 될까. 캄보디아를 한국인들이 먹여 살린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한국 관광객이 바글거리는 캄보디아이고 보니 관광객이 많아 부비적거리는 곳을 싫어하는 나는 오히려 좋은 기회로 여겼다. 과연 가서 보니 한국인은 거의 보기 어려웠고 그 덕에 사람이 많지 않아 여유있게 즐기다 돌아왔다.  위험한 곳은 안가면 그만이다. 그러나 위험하지 않은 곳을 위험하다고 선입감부터 갖자면 갈 곳은 아무데도 없다. 내 보기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후진국은 위험하다는 생각을 하고들 있는 것 같다. 그러나 명심하자 분단 한국도 많은 이들에 의해 항상 분쟁이 일어나는 위험한 국가로 오해되고 있다는 사실을...

 

6. 가족을 두고 혼자 떠날 수도 없고....

이제까지 내가 이야기 한 것은 직장인의 경우를 예로 들되 아직 결혼을 하지 않은 사람들을 전제로 한다. 결혼한 사람들이라면 이야기가 좀 달라질 수도 있겠다. 내가 처음 중국 북경에 놀러 갔을 때 일가족 세 명이 배낭 하나씩 매고 가장은 지도를 펼쳐들고 열심히 갈 곳을 찾아 보고 여자는 아이의 손을 잡고 따라가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그림중 하나다. 기혼자가 배낭여행을 간다면 당연히 이러한 모습이어야 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돈이 더 많이 든다. 하지만 혼자 다니는 경비 대비 세배의 돈이 들어가는것은 절대 아니다. 물론 항공권은 세배가 든다. 하지만 호텔비나 식비, 택시비 등에서는 오히려 여러사람이 있을 때 더 저렴한 경우가 많다. 물론 가족과 함께 가자면 두 세번 갈 것을 한번밖에 못가지만 충분히 그럴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암스테르담 시내) 

 

 

이제까지 열거한 소심자들의 핑계는 그들로 하여금 배낭여행에 대하여 동경만 하게 만들고 절대 떠날 수 없도록 스스로 만드는 것만큼은 확실하다. 그들은 그러면서 오히려 안도감을 느낀다. 직장생활 10년이 넘도록 해외여행을 단 한번도 못가본 사람들도 많다. 배낭여행 경험자는 특히나 드물다. 내가 처음 해외여행을 다녀와 느낀 것은 내가 얼마나 우물 안의 개구리였던가 하는 느낌이었다. 우리와 전혀 다른 별천지의 세계에서 커다란 충격마저 느꼈다. 나는 젊은이들에게 본격적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하기 전에 배낭여행을 꼭 다녀와 볼 것을 권하곤 한다. 방학이 허용하는 두 달동안 여러나라를 최대한 많이... 가끔씩 여행수지 역조로 인해 우려섞인 보도가 티브이나 신문지상에 엄살 섞여 종종 나오곤 한다. 물론 일부 고위층 부인들의 싹쓸이 사재기 관광이나 공공경비를 이용한 사적인 골프관광 등으로 인해 나라 망신도 시키고 쓸데 없이 피같은 회화를 낭비하는 추잡한 여행은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세계무대에서 코리아 브랜드를 내걸고 싸울 젊은이들의 견문넓히기는 적극 권장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