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여행3(알레포/하마)
2008. 12. 26(금)
아침일찍 일어났다. 직업병인지 삼실에 별일없는지 궁금했다. 공중전화를 찾아다녔다. 호텔에서부터 적잖이 먼거리를 싸돌아 다녔건만 공중전화는 눈을 씻고 봐도 없다. 하기는 그동안 요르단이고 시리아고 길거리에서 공중전화를 본 기억은 전혀 없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요르단의 경우 공중전화 카드를 사면 카드 뒷면에 동전을 긁어야 내용 확인이 가능한 수자가 적혀있다. 아무 전화기를 들어 뒷면에 적힌 번호대로 누른 뒤 원하는 전화번호를 누르면 사용중인 전화는 요금이 부과되지 않고 소유자의 카드 번호를 인식하여 사용 가능액을 깎아먹는 방식이었다. 레바논과 시리아에서도 공중전화를 본 적이 없는 이유는 같은 것이 아닐까싶다. 그걸 모르던 당시엔 공중전화를 찾기 위해 엄청 싸돌아 다녔다. 결국 포기하고 호텔로 돌아와 체크아웃 한 뒤 짐을 맡기고 알레포 성 방향으로 슬슬 걸어갔다.
가다가 발을 멈춘 란제리샵. 오잉? 여기 회교국 맞어? 이집트나 터키만 해도 이렇게 노출이 심한 광고사진은 본적이 없구만. 또 한 번 놀람.
슬슬 가다 보니 그랜드 모스크가 눈에 띤다. 모스크의 건축양식과 내부 문양을 좋아하는 내가 그냥 지나칠 수는 없지.
그런데 안식일인데도 아직 이른 시간이라 그런가 문이 안열렸다.
사원은 이따가 문열거든 보기로 하고
알레포 성이 있는 방향으로 계속 걸었다.
알레포성은 급경사로 site의 꼭데기에 건설되어 있었다. 누가 봐도 난공불락의 성이다. 공략하기 위해 성에 접근하는 것 조차 어렵겠다. 자연적으로 생긴 터가 아니고 인공으로 만든 산에 건설했단다. 결코 작다고 할 수 없는 성인데 굉장하다.
성 입구로 가보니 역시 아직 문을 안열었다. 나는 바로 앞에 있는 식당에서
아침식사를 했다. 약간은 서늘한 공기의 아침이지만 나는 바깥쪽 테이블을 잡고 앉았다. 요구르트와 참깨소스 그리고 중동지역 어딜가나 볼 수 있는 땅콩잼 비스므리한 것에 올리브유를 뿌려 내왔고 이집트에서도 먹어본 적이 있는 가지절임과 올리브절임, 계란찜, 오이와 토마토, 치즈 그리고 예쁘게 잘라놓은 걸레빵과 홍차로 세팅된 아침식사(350SP)가 나왔다. 호텔제공 아침식사보단 마니 비싸지만 전통식인만큼 이렇게 먹는것도 나쁘지 않았다..
안식일의 아침 이 곳에는 지나다니는 사람도 거의 없다. 이 곳에서 공중전화를 쓰고 싶다고 했더니 직원 중 한명이 자신의 휴대폰을 빌려 줄테니 쓰고 그에 상응하는 돈을 내란다. 나는 그의 휴대폰을 빌려쓰고 150SP를 내줬다. 고마워서 팁 25파운드를 더 줬더니 고마워한다.
밥먹고 전화하고 천천히 홍차를 즐기다 보니 9시가 넘었다. 나는 어슬렁거리며 매표소로 가봤다. 표(150SP)를 사들고 성문으로 통하는 계단으로 올라 가봤다. 45도 급경사다.
표를 산 뒤 들어가 보았다.
아랍 문자와 무언가 의미가 담겨 있을 것 같은 개대가리를 한 뱀문양이 인상적이다.
일단 성안으로 들어가면
일부는 멀쩡하게 보존되어 있지만
극장터를 제외하곤
거의 대부분 폐허다.
성채에서 내려다보이는 올드시티 전경이 볼만하다.
성문앞 사원들과 광장도 역시 볼만하다.
이 안으로 들어가면
온전하게 보존된 홀이 아름답다.
마네킹으로 당시의 목욕장면을 재현한 목욕탕. 여긴 지휘관들이나 썼겠지...
견고하게 제작된 성문
성을 한바퀴 둘러본 뒤 성문을 나와
바로 앞 광장에 있는 소규모 수크로 들어가 보았다.
안식일 아침이라 문을 열지 않은 가게가 많았다.
골동품 가게
이 곳은 전통 신발을 만들어 파는 곳 같다.
기억자로 된 이 수크의 나머지 한 쪽 날개에 있는 가게들은 모두가 문을 안열었다. 안식일이 되니 볼거리가 적어지는군. ㅡ,.ㅡ;
이 사원은 성직자들이 게으른건지 여태 문을 안열었다. 함 들어가 보고싶구만.
길 건너편 다른 사원으로 가봤다.
네그루의 나무를 심어놓은 인상적인 이 사원은
단정하고 아담한 정원에
소박한 예배당을 갖추었다.
이 곳을 나와 대사원(Great Mosque)으로 가던 중 골목에서 축구를 하는 다섯명의 소년들이 있었다. 좀이 쑤셨던 나는 이들 틈에 껴서 같이 축구를 했다. 오래간만에 돌아간 동심은 이 작은 소년들을 단숨에 친구로 만들었다. 모두를 카메라에 담고 싶었지만 이 두명만이 포즈를 취해주고 나머지 세 명은 뭐가 그리도 부끄러운지 카메라 앞에 서기를 꺼렸다. 기습적으로 찍으려 했더니 울상이 되서 못찍었다는... 어쨋든 이들과 헤어지기 영 섭섭하다.
이 곳 올드시티의 골목길은 삭막하리만치 벽이 높다. 수차례 침략을 받은 역사때문인가...
오마야드 대사원(Omayyad Great Mosque)으로 다시 돌아왔다. 이 곳 사원의 이름이 다마스쿠스에서 본 우마야드 모스크(Umayyad Mosque)와 비슷하다.
사원의 입구
사각 미나레가 인상적이다. 이 미나레는 다마스쿠스의 우야마드 모스크의 그것과 같은 사각이지만 생긴건 완전히 다르다. 나는 안정감이 느껴지는 이 미나레에 점수를 더 주고 싶다. 왜? 내맘이지.
뭐라고 써있는걸까. 쿠란의 한구절일 것 같다. 아님 말구.
들어서자마자 왼쪽의 아치 회랑이 눈에 들어 한 장 찍어봤다. 별로 맘에 안들어 다시 찍으려는데 왠 남자가 머라고 떠들길래 쳐다 봤더니 여성구역이라며 찍으면 안된단다. 내참 디르브서 더는 안찍는다만 성전에서도 제한된 구역만 들여보내는 이 곳은 확실이 남녀차별이 엄연히 존재한다는 사실을 새삼 실감. 패미니스트들을 지지하는건 절대 아니지만 이젠 바꿀때도 되지 않았나 싶다.
안쪽 yard와 예배당.
전통의상을 입은 사내의 뒷모습이 인상적이다.
예배당 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마침 예배중이었다.
어린 소년이 쿠란을 들고 와 앉아 읽는 모습이 무척 진지해 보인다.
이 아저씨가 무척 인상적으로 보였다. 삶에 지치고 찌들음이 인상에 배어나는 이 아저씨는 무엇을 간구했을까.
우아하고 따뜻한 느낌의 기둥장식
예배당을 나오자마자 만난 숙녀. 허락도 안받고 사진을 찍었다. 이제까지 시리아에서 만난 처자중 가장 예쁘게 생겼다. "몇 살?"하고 물었더니 슥 하고 잠깐 성의없는 눈빛을 휙 하고 던지더니 이내 생까고 아장아장 지나간다. 아직 영어를 모른다는 사실을 잠시 잊었음. 여병추.
두건을 쓰고 들어갔다가 나오는 관광객 여인네들.
이 곳을 나와 다시 알 자르브 수크로 가보았다. 알레포에서 가장 큰 볼거리 중 하나인 이 수크는 안식일이라 문을 연 가게는 거의 없었다. 을씨년스럽다.
그래도 걷다 보니 전통식 스프를 만들어 파는 가게는 사람들이 줄을 서서 사갔다. 사람이 하도 많아 궁금해서 들여다 보았다. 아침을 과식하고 아직도 배가 그들먹하지만 얼추 점심먹을 시간이 다되었다. 점심을 땡겨 먹기로 하고 일단 들어갔다.
스프를 주문하니 잘게 썰어놓은 무우와 걸레방을 함께 준다. 먹어보니 맛은 하이커이. 올리브유를 쓴건지 기름이 흥건하다. 느끼함은 무우가 달래준다. 홀라당 다먹어 치웠다.
수크 이 곳 저곳을 돌아다니다 여기가 어딘지 궁금하던 차에 보이는 수크명 표기. 수크는 매우 크고 이리저리 연결되어 있는데 각각의 끝에는 다른 수크명으로 불려지나보다. 밥 안타키야 수크란다.
수크를 벗어나 또 다른 골목으로 가보았다. 두 친구의 교감이 왠지 인상적이라 한 컷 담았다. 어린 시절이 생각난다.
"친구야 노올자."
"어디갈건데."
"개구리 잡으러."
"안돼 나 아직 숙제 다 안했어."
"갔다와서 하면 되잖아."
"안돼 울엄마한테 조터진다."
"나도 아직 안했어. 같이 놀고 같이 조터지는게 어때?"
모노드라마였습니다. 낄낄낄... ㅡ,.ㅡ;
이발소. 한국에서는 사라져가는 모습이라 한컷 담아 보았다. 안에서 이발사가 사진찍는 나를 보더니 눈인사를 한다. 손을 흔들어 화답했다.
올드시티를 벗어나니 이정표가 보인다. 다보고 나와서 종합 이정표를 보니 우습다. ㅋ
올드시티를 벗어나자마자 보이는 전혀 새로운 건축형태의 모스크가 저멀리에 보인다. 론니 책자에도 안나오는 모스크인 것 같아 호기심을 못누르고 가봤다.
미나레 역시 사각과 원형을 혼합한, 전에는 못보던 형태다.
밖에서 보면 그리 새사원 같지는 않았는데
안에서는 공사가 진척중이었다. 안식일이라 역시 일하는 사람들은 없다.
돔을 이렇게 많이 남발하는 형태는 터키의 자미 외에는 처음 보는데 터키의 그것과도 배열이 완전히 다르다. 이게 혹시 페르시아식 시아파 사원 아닌가 궁금해졌지만 물어볼 대상은 없었다.
사원을 나와 박물관으로 가던 중에 한 공원을 들르게 되었는데 이 평범한 공원에서 나는 범상치 않은 장면을 목격했다. 한 노인이 걸어오는데 이상하게 사람을 피하던 길고양이들이 떼로 다니며 이 노인의 등장을 기뻐하고 있었다. 이게 왠일인가 싶어 카메라를 들이대었더니 노인이 포즈를 취해준다. 고양이들은 이 노인 주변을 돌며 좋아 죽는다.
벤치에 앉아 "아잉~~! 아잉~!" 나름 고양이 소리를 내며 길고양이들을 불러 모으더니 가져온 검은 봉지에서 무언가를 꺼내 던져주는데 내 보기엔 닭이나 오리 내장같다. 고양이들은 이 노인의 보살핌으로 인한건지 흔히 보는 길고양이들과 달리 하나같이 피둥피둥 살이 쪘다. 어떤 놈은 뱃살이 땅에 끌릴 지경이다.
이 곳을 벗어나 찾아간 국립박물관. 입구에 설치물이 인상적이다. 북동부 기원전 8-9세기 복합 신궁전을 떠받치던 것이란다. 안에는 역시 시리아 북동부에서 발견된 유물들로 전시되어 있다.
이유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유물 중 인물상은 인상적이게도 유난히 눈을 강조했다.
이게 뭘까. 어렸을때 역사시간에 배웠던 함무라비 법전같은 그런걸까? 모름. 묻지 마셈.
모자이크 작품도 보인다.
호텔로 돌아가 짐을 찾은 뒤 하마로 넘어가기 위해 택시를 타고 버스터미널로 갔다. 물어서 찾아 가자니 귀차니즘이 발동해 걍 택시탔다. 시리아 택시는 미터기가 없었던 것 같다. 거리가 적잖이 떨어져 있다. 알레포 내에서 유적지와 박물관 등 모두가 걸어서 다니는 작은 규모였는데 알레포가 그리 큰 도시였나? 혹시 이리저리 뺑뺑이 돌린거 아닌가 의심스럽기도 한데 어쨋든 따지지 말자. 여기선 요르단과 레바논에서 써먹었던 "샤길 아닷드(택시미터기를 켜주셈)"라는 말은 여기서 써먹어본 기억이 없다. 100 SP를 냈다.
이 곳에서 하마행 3시 30분 버스표를 사고
버스에 올라 탔다.
일찌감치 해가 지는 이곳은 초저녁인데도 완젼히 해가 졌다. 이 곳 하마에도 시계탑이 있고
이 곳에서 내가 묵고자 했던 리아드 호텔 역시 시계탑 바로 근처에서 어렵잖게 찾을 수 있었다.
입구에는 각국어로 환영한다는 인사말이 적혀 있어 인상적이다. 놀랍게도 팔미라에서 만난 김경애 선생님 부부를 여기서 또 만났다. 어찌나 반갑던지. 왠지 다시 만나게 될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는데 이 이후로도 베이루트에서 한 번, 요르단에서 또 한 번 만났다. 우연 치고는 희안한 인연같은 우연이다.
방에 짐을 놓아두고 바깥으로 구경을 나갔다.
하마는 아주 작은 도시였다. 도시 광장의 분수대를 지나 조금 가면
이 곳 하마의 명물인 수차가 이 공원 안에 있다.
공원을 조성하는 아치형 출구 사이로 수차가 보인다.
이 수차가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것이라고 한다. 이 수차는 거대한 크기를 자랑한다.
시샤 생각이 나서 카페를 하나 찾아 들어가 보았다. 홍차와 시샤(150SP)를 주문했다.일단의 청년들이 자기들끼리 모여 차를 마시며 시샤를 즐기고 있었다. 그들의 제의에 함께 어울렸다. 무척 재미있는 친구들이었는데 스스로 대학생들이라고 말했지만 정신연령으로 봐선 청소년들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