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여행9(아테네/델피)
2008. 7. 11(금)
델피로 가는 첫차를 타기 위해 06시에 일어나 씻고 난 뒤 06:30에 리유군을 깨웠다. 리유군은 몸이 좋지 않다며 남아 있겠단다. 뜀도령과 나는 전날 먹다남은 야채와 밥을 대충 챙겨먹고 서둘러 나섰다. 서둘러 버스를 타고 아테네 대학 후면에서 버스를 갈아타고자 했다. 버스에서 내리자 마자 출근하는 사람들을 붙잡고 터미널 가는 버스가 몇 번인지를 물어 보았다. 여러명에게 물어 보고서야 파악이 되었다. 기다리던 이 버스의 배차간격이 얼마나 되는지 30분 가까이 기다렸지만 버스는 오지 않았고 이제는 지금 당장 그노무 버스가 어기적거리고 온다해도 07:30에 출발하는 첫차에 맞춰 도착하기는 불가능한 시간이 되었다. 이 버스를 포기하고 10시 30분에 출발하는 두 번째 버스를 타기 위해서는 시간이 너무 남아돌았다. 결국 델피에서 돌아와 아테네 시내 구경을 하려던 계획을 변경했다. 바로 근처에 아테네 대학, 국립도서관, 아카데미아가 있어 이 곳부터 보기로 했다. 아래 사진은 국립 도서관.
바로 옆 아테네대학.
도서관 앞에는 누구인지 알 수 없는 인물의 동상이 있었다. 잘생기지는 않았지만 입고 있는 멋드러진 코트의 옷자락과 수염이 아주 셈세한 동상이었지만 그는 비둘기들에겐 만만한 밥이었다. 어깨와 머리, 그리고 들어올린 팔에 고이고 고인 배설물이 흘러 내릴 정도로 비둘기들이 애용하는 공중화장실이었다. 다른 광장들과 마찬가지로 이 곳은 비둘기가 떼로 다니는 곳이었다. 인건비 들여 닦아봐야 소용없을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러기에 방치되는게 아니었을까.
아테네대학 건물 바로 앞에는 고풍스러운 분수가 시원스레 물을 뿜어내고 있었다. 우리는 아테네대학부터 가 보았다.
대부분의 학교 본관 건물은 캠퍼스 내 가장 가장 오래되고 고풍스러운 건물이게 마련이다. 이런 건물이 보통은 본관 건물일텐데 대로변에 면해 있고 울타리는 물론 정문도 없다. 대로변에 면한 건물 현관이 있는 곳의 바깥기둥 두 개는 이오니아식으로 화려하게 금칠까지 했고, 안쪽 벽은 자주색 대리석으로 화려하고 아름답기 그지없다. 귀족적인 냄새도 났다. 게다가 상단에는 좌우로 길게 관통하는 벽화가 그려져 있다.
학문과 지식에 관련 되었을 것으로 보이는 출입구 상단의 벽화 일부분과
출입구
우측 부분
좌측 부분
좌우측으로는 이 대학과 관계가 있는 대학자들의 형상으로 보이는 두 동상이 양 끝에 세워져 있었다.
사진에서처럼 정면에서 본 대학 건물의 뒤쪽으로 연결되어 있는 이 후미 부분까지 보이는 이 건물 한 동이 아테네 대학 건물의 전부였다. 전면과 달리 무척 평범한 모양새인데다 규모가 너무 작다. 혹시 다른 지역에 캠퍼스 건물이 더 있을까? 아닌것 같은데... 인도 최고라 일컬어지는 뭄바이대학에 들렀을 때 무척이나 고풍감이 넘치면서도 강렬한 느낌의 건물들을 보고 감동했지만 이러한 건물 너댓동이 전부였던 것을 보고 자그마한 규모에 의아했는데 이 곳 아테네 대학은 건물 한동이 전체였으니 그 규모가 더욱 의아하게 작다.
이 번엔 바로 왼 편의 국립도서관.
전면 중앙에 도리아식 대리석 기둥을 지닌 메인 건물을 두고 양쪽 날개에 별관 두 채를 거느린 채 우뚝 솟은 도사관 건물은 우아함과 고풍스러움은 물론 웅장한 멋까지 지니고 있어 아테네가 자랑할 만하다.
그렇지만 이 개념없는 낙서는 무엇이며 방치는 왠말인가 모르겠다.
지붕 한가운데의 그리스 국기 좌우에는 학자의 상징인 부엉이가 두마리 서 있고
지붕의 좌우에는 전설에 나옴직한 날개달린 짐승이 바로 이 지식의 전당을 수호하는듯하다.
바로 앞에는 야자수가 주변과 조화를 이루며 서 있고
계단까지도 대리석을 사용한 아름다운 건물이다. 건축에 관심있는 사람이면 반드시 들러볼만한 곳이 아닌가 싶다.
이 번엔 소크라테스가 세웠다는 바로 근처 아카데미아다. 국립도서관이 아테네대학 왼편에 있다면 아카데미아는 그 오른편에 터를 잡고 있었다. 지혜의 여신 아테나가 투구를 쓰고 창과 방패를 지닌채 우뚝 솟아 있는 모습이 신비하게 보인다. 그 반대편에는 태양의 신 아폴론이 하프를 들고 남성미 넘치는 나신으로 서 있다.
유서깊은 이 곳이
눈앞에 있어 감격스럽고 그 아름다움에 매료되어 나의 넋은 여기서 한참을 헤빌렐레 빼앗겼다.
제우스로 보이는 신과 아테나, 그리고 여러 신들의 형상들이 뒤엉켜 만들어진 조각은 섬세함은 물론 살냄새까지도 뭍어났다.
삼각 지붕장식을 떠받치는 두 열의 기둥 상단에는 색을 넣고 금칠까지 했다.
아테나
아폴로
쬐매 야하군.
아래쪽 계단 입구에 설치된 소크라테스와
풀라톤
안을 들어가 보고 싶었다.
관리인으로 보이는 사람에게 물었더니 아직 오픈시간이 안되어서일까 안된다고 하면서도 잠깐 들어가서 보고 나오란다. 고맙단 인사를 하고 일단 들어가 내부를 살펴 보았다.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대리석상과 붉은 대리석 벽은 고상함과 귀족적인 분위기가 감돌았다.
내부 전체가 형형 색색의 대리석으로 치장되어 아름답기 그지없다.
더욱 놀라운 곳은 학문의 전당으로서 오늘날의 강의실로 쓰였을 건물 실내를 들여다 보았다. 국왕과 원로원이 토의를 벌여도 손색이 없을 내부 장식과 벽화 그리고 배치에 할 말을 잃었다.
벽에는 예술적 감각으로 가득한 벽화가 가득 메워져 있고 천정은 음각으로 규칙적인 문양을 넣었고 중앙강단을 향해 집중할 수 있도록 좌석이 사각으로 길게 겹겹이 배치되어 있었다. 안에 들어가 보지는 못하고 밖에서 유리를 통해 안으로 들여다 볼 수 있�던 것만으로도 크게 감격스러웠다.
건물 전체 어디를 보아도 어느 하나 소홀이 볼 수 없는 거대한 예술품이었다.
밖으로 나와서도 쉽게 자리를 떠날 수가 없었다.
전체적으로 보아
이 건물을 복원해 놓은 것은 그리 오래지 않은 것으로 추측된다.
실증나지 않는 이 세 곳의 예술작품을 감상하고 나서 우리는 다시 터미널로 가기 위해 근처 지하철을 타고 아티키 역으로 가서 내렸다. 지도상에 아티키역에서 가까운 것으로 판단되니 올지 안올지 모를 버스를 기다리느니 그 방편이 나아 보였다.
아티키 역에서 내려 버스를 타기 위해 지상으로 나오니 어느 방향으로 버스를 타야 할지가 문제였다. 이 곳에서 멀지 않음이 분명한데 의외로 어느 방향으로 어떤 버스를 타야 하는지 아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았다. 정류중인 버스기사에게 물으니 길건너 타란다. 길건너 오는 버스마다 족족 물어 보았다. 고개를 끄덕이는 기사의 안내에 따라 버스에 올라타 몇 정거장 가니 어렵잖게 버스터미널을 찾아낼 수 있었다. 터미널에 도착해서 우리를 가장 먼저 맞아준 것은 보기에도 해괴한 모습을 한 버스였다. 대포라도 한 대 얻어 맞은 듯한 모양을 한 장거리 시외버스였다. 위트가 인상적이다.
도착하자마자
매표소를 찾아
표부터 구입했다.
그래도 한시간이 넘는 여유시간이 있어 우리는 주택가인 이 곳을 둘러 보기로 했다.
여행 도중에 현지인들의 사는 모습을 보는 것만큼 즐거운 일도 없다.
주상복합이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주택가와
대로변의 상가를 돌던 도중
저 멀리 골목 끝을 가로막고 선 그리스정교 예배당이 기막히게 멋진 모습으로 눈에 들어왔다. 네모진 주택가 건물속에 독선적으로 길을 막고 들어선 이 사원은 주변과 차별되는 지붕의 곡선과 눈에 띠는 색깔의 기와지붕은 무미건조해 보이는 이 곳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것처럼 보였다.
독특한 형태의 이 교회 건물은 중세유럽을 연상시키는 돌벽에 둥근 지붕이 인상적이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알고있는 교회들처럼 좌우 대칭과는
거리가 먼 형태였다.
어느 면을 보더라도 비대칭은 마찬가지였다.
묘하게도 대칭을 벗어난 독특한 형태의 이 건물에 상당한 매력이 느껴졌다. 그리스 말고는 어디에서도 보지 못한 독특한 분위기요 형태다.
180도 돌아 입구를 찾아 들어가 보았다. 입구에는 교회지기로 보이는 남자가 긴 호스에 연결된 물을 세차게 쏘며 주변을 덮고 있는 낙엽을 쓸어내고 있었다. 이 교회의 이름을 그에게 물어보니 성 안드레아의 교회라고 한다.
내부는 산토리니 섬에서 보았던 그 교회와 구조는 비슷하지만 그리스정교 특유의 풍을 가진 벽화의 채색이나
분위기가 약간은 다르게 느껴졌다. 원색 사용은 없지만 약간은 더 원색적으로 느껴진다.
샹들리에도 전혀 다른 모습으로 장식되어 있었고
왠지 전에 보았음직한 낯익은 벽화도 보이고
간간이 대리석도 적잖이 사용되었다.
델피로 향하는 버스 출발시간을 기다리느라 남는 시간을 활용하기 위해 일부러라도 찾아갈법한 이 멋진 곳을 우연히 찾아내었으니 엄청 운도 좋았을 뿐아니라 그 시간을 가장 값지게 쓸 수 있었다.
이 곳을 나와 터미널로 다시 향했을때는 대략 30분정도 남아 있었던 것 같다.
7월 11일 일정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