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여행/군바리시절

후보생의 추억(구대장 열전 제 2편)

코렐리 2008. 5. 29. 14:18

(구대장 열전 계속)

2중대 훈육관 정운채 소령
이 사람은 호인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구대장이 훈련과 다그침으로 후보생의 군기를 주입하는 역할이고 훈육관은 다독이는 입장으로 볼 수 있다면 정운채 소령은 그 역할에 충실한 사람인 것으로 기억된다. 나는 종교활동을 항상 천주교로 다녔지만 하루는 호기심에 불교로 가보았다. 충용관(후보생 숙소) 뒤편에 열을 맞추어 대기하고 있는데 정운채 소령이 후보생들과 함께 절에 가기 위해 대기하고 있는데 후보생들에게 "오늘은 힘든것 잠시나마 잊고 마음의 위안을 얻고 돌아오라"며 하는 말은 별말 아닌 것 같지만 초긴장 상태였던 후보생들에겐 적잖은 위안의 말이었다. 이 사람은 그런 걸 잘 했던 것 같다.

2중대 1구대장 박신 중위
키는 좀 작고 다부진 체격에 가는 눈매를 가진 사나이. 그는 후보생들보다 더한 체력의 소유자였다. 그는 격려를 할 줄도 아는 사람이었다. 후보생들의 무질서를 질타하며 무용관과 충용관 사이에서 무언가를 하고 있던 50여명의 후보생들로 하여금 무용관 3바퀴(참고로 무용관 건물 2층짜리에 불과하지만 길이가 존장 길다)를 선착순으로 돌리되

"나보다 늦는 사람은 각오해"

라고 소리 치고는 같이 뛰는게 아닌가. 선착순을 같이 뛰는 구대장은 그때까지 처음 보았다(그 후로도 본 적 없음) 나는 중간보다 좀 앞에 달렸던 것 같은데 이 사람 보다 늦지 않으려고 발악을 하며 애썼다. 그런데 시시각각 나와의 간격이 좁혀지고 후보생들은 하나 둘 그보다 뒤쳐지고 있었다. 나는 초조했다. 그러나 악착같이 그보다는 앞에서 달렸다.
"달리는게 이거밖에 안되나? 좀 더 빨리 뛰어!"

계속 달리면서도 지치지도 않는지 계속 질타를 하는 통에 뒤돌아 보지 않아도 나와의 간격이 얼마나 되는지를 체크할 수 있었는데 거리는 불과 7미터 안팎이었던 것 같았다.
다 들 헥헥거리고 간신히 도착하자 꼴찌의 도착까지 기다렸다가

"잘할수 있나?" 다짐을 받더니 해산을 시켰다.

해산시킬 때 얼차려 후에도 "수고들 했어!"라고 격려할 줄 아는 그는 멋진 사람이었다.

2중대 2구대장 손원일 소위
훤칠한 키에 체격이 좋고 거의 쫄쫄이 바지에 가까운 작업복 바지를 입고 있었지만 그런대로 멋이 있었다. 입술은 두텁고 수염을 깎은 부위는 아직도 시커먼... 뽀빠이 만화에서 보았음직한 플루토의 외모가 그의 모습이었던 것 같다. 목소리까지도 걸걸했다. 이거 외에는 이 사람에 대하여 그리 기억나는 것은 없다.

2중대 3구대장 김기환 중위
역시 약간은 작은 키에 생선가게 아줌마같은 인상. 성격은 아주 집요한 사람이었던 것 같다. 이 사람에 대하여는 우리 해병 후보생 모두가 안좋은 추억을 갖고 있다. 그 안좋은 기억이란 것은 궂이 얘기를 하지 않아도 모두가 알고 있을것이다. 이 사람 때문에 걸핏하면 장시간 대가릴 박았으니 말이다. 그러잖아도 윗머리가 평평해질 정도로 대가리 박기에 이골이 난 우리였지만 자신이 해병도 아니면서 왜 그리도 집요하게 우릴 괴롭혔는지 이해할 수 가 없다. 지금 돌이켜 보면 자존심을 회복하기 위한 고의적 제스쳐가 아니었나 생각된다. 그러나 결국 그는 자존심회복에는 실패했다. 지금 다시 만나면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ㅇㄹㅇㅎㅍㅇㄴㄴㅇ!"

2중대 4구대장 윤광근 소위
네모난 얼굴에 허여므리한 피부의 소유자였다. 후보생들보고 "사이비하다"는 표현을 처음으로 써서 몇 몇 구대장들이 따라서 써먹게 한 장본인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무용관 앞 사열대 위에서 상륙외출 후 술에 달근하게 젖어 복귀한 후보생들 앞에서 했던 표현이다.

"사관후보생이라는 것들이 말야! 싸이비하게 담배에다 술까지 말야! 그러고도 사관후보생이라 할수 있나? 엉!"

나도 열중에 있었기에 누군지 모르겠는데 그순간 "우엑ㅂ~~~!" 하더니 걸쭉한 것이 쏟아지는 소리가 들렸다. 마치 그가 한 말을 비웃는 것처럼 상황이 꼬이자 재미있게 돌아간다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그에 대하여는 궂이 질책하지 않고 곧바로 전체 뼁뼁이로 들어갔다.

이사람한테 내가 한 번 개겼다가 반성문 200장 쓴 기억이 있지만 그래도 돌이켜 보니 즐거운 추억일세.



해병 중대는 제 3편으로!